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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부군의 형님: Chapter 551 - Chapter 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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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1화

가을 사냥 기간 동안, 유소영은 하마터면 육황자에게 능욕을 당할 뻔했다.육황자가 자백서에 서명을 하고 죄를 인정한 후, 황제는 그에게 태묘로 가 반성하라는 벌을 내렸다.그때 유소영은 육황자가 조만간 풀려날 것임을 예상하고 있었다.그러나 이렇게 빠를 줄은 생각지 못했다.고작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유소영의 안색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아민은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폐하께서 어찌하여 이토록 육황자를 아끼시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저런 아들은 거저 준대도 싫어요! 제가 낳은 자식이었다면 당장 목을 졸라 죽였을 거예요!”유소영도 원래는 화가 나 있었지만, 아민의 그 말을 듣고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이 녀석아, 나이가 몇인데. 아직 혼인도 안 한 애가 어찌 그런 험한 말을 함부로 입에 담니?”아민은 도무지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자신의 아씨가 끔찍한 일을 겪었는데도 육황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굴고 있지 않은가.“그때 세자께서도 육황자를 그냥 보내주지 말았어야 했어요. 거세라도 해버렸으면 얼마나 좋았겠어요!”유소영이 공정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그 상황에서는 세자께서도 이미 최선의 노력을 다하신 거야.”“어쨌든 육황자는 실행에 옮기지 못했으니, 기껏해야 미수에 불과했잖아.”“법에 따른다 해도 그를 벌할 수는 없었어. 세자께서 폐하께 육황자를 벌하도록 하고, 다시는 내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약조를 받아낸 것만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지.”아민이 고개를 끄덕였다.“아씨, 방금은 그냥 홧김에 해본 소리예요.”“사실 저도 알아요. 세자처럼 영민하신 분이라면 틀림없이 모든 면을 다 헤아리셨겠죠.”“그러나...... 아씨, 지금 세자께서는 감옥에 계시고 육황자는 돌아왔잖아요. 게다가 폐하께서는 의식을 잃고 누워 계시니, 아무도 육황자를 제어하지 못할까 봐 너무 걱정돼요.”유소영은 무척 침착했다.“걱정할 것 없어.”“육황자가 정말 단순히 폐하를 뵈러 와서 곡소리나 몇 번 내려고 돌아왔다고 생각하니?”“그에겐 당장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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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2화

“하하…….”사내의 얼굴 전체에 사악한 미소가 번졌다. “황숙, 어찌 이리 노여워하십니까. 사실 황숙께서 이것들을 다 찢어발기신다 해도 제 손에는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초왕은 화가 나 제 가슴을 부여잡고, 실망감이 가득한 눈으로 육황자를 바라보았다.“조원욱! 그 여인은 네 숙모다!! 네가 어찌…… 어찌 그럴 수가 있단 말이냐!!!”육황자는 바닥에 흩어진 종이 조각들을 밟으며, 마치 지옥 불에서 기어 나온 악귀처럼 초왕을 노려보았다.“제가 원해서 그랬다고 생각하십니까?”“황숙께나 귀한 보물이지, 제게는 쥐뿔도 아닙니다!”“그때 제 나이가 겨우 열여섯이었습니다. 그런 늙은 여자에게 눈길이나 주었겠습니까? 그저 비위를 맞추며 저에게 푹 빠지게 만들었을 뿐이지요. 황숙께서 사내구실을 제대로 못 하시어, 그 여자가 황숙만 바라보게 만들지 못한 탓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황숙의 여자는 참으로 길들여진 티가 나더군요. 저를 아주 기분 좋게 모시던데 말입니다…….”“닥쳐라! 닥쳐!!”평소 온화한 성품이던 초왕조차 분노를 참지 못하고 격노했다.육황자는 자못 여유로운 태도로 초왕의 흐트러진 옷깃을 매만져 주었다.그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친 그의 눈빛에는 평소의 방탕하고 난봉꾼 같던 기색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서늘한 살기만이 감돌았다.“황숙, 제가 그때 나이가 어렸다고 해서 아무것도 몰랐을 줄 아셨습니까? 황숙과 부황께서 제 모비를 어찌 남의 손에 넘길지 작당 모의하시던 걸, 제가 못 들었을 거라 생각하셨습니까?”초왕은 큰 충격을 받은 듯 안색이 변했다.“네놈이…….”육황자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초왕의 옷깃을 쓸어내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묘하게 사람을 홀리는 구석이 있었다.“자신들의 안위를 지키겠답시고 제 모비를 그 서역 놈들에게 바치다니요……. 하, 모비의 죽음에 대한 대가는 당신들 모두가 치러야 할 것입니다!”“이제 황숙께서 속죄할 차례입니다.”“황숙, 제가 태자가 된다면 지난날의 원한은 모두 잊어드리겠습니다.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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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초왕부, 앞채.장공주가 굳은 표정으로 걸어 들어왔다. 원래는 초왕에게 육황자의 이상한 낌새에 대해 말하려 했으나, 초왕이 잔뜩 초췌해진 몰골로 바닥의 종이 조각만 멍하니 바라보며 미동도 하지 않는 것 아닌가.“무슨 일입니까!”장공주가 종이 조각에 적힌 내용을 확인하려 다가갔다.그녀가 채 고개를 숙이기도 전에, 초왕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보지 마!”장공주가 신경 쓰이는 듯 물었다.“도대체 왜 그러십니까! 조원욱이 한 짓입니까? 방금 그 애를 마주쳤는데, 상태가 영 이상했습니다. 제 모비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고…….”초왕이 무겁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의 눈동자에는 복잡하게 얽힌 고통이 가득했다.“더는 말하지 마라.”“아무 말도 하지 말거라.”“아상, 나는 지쳤다.”장공주는 초왕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즉시 다가가 살폈다.“조원욱이 무슨 미친 짓을 한 겁니까?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이리 신경 쓰시는 겁니까! 그 애의 황숙이신데, 녀석이 어쩌겠습니까?”초왕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혼자 있고 싶구나.”장공주는 그의 꼴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사내대장부가 어찌 저리도 무능할까!조원욱의 미친 소리 몇 마디에 저렇게까지 겁을 먹었단 말인가?……육황자부.사내는 머리를 풀어 헤친 채 평상에 기대어 있었다. 한쪽 팔로 두 눈을 가리고 있어 오뚝한 코와 얇은 입술만이 드러났다.하인이 탕약 한 사발을 들고 왔다.“전하, 약을 다 달였습니다.”육황자가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빛은 음침하고도 서늘했다.고준형 그놈 덕분에 지독한 내상을 입어 죽을 듯이 고통스러웠다.약을 마시지 않으면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그는 약사발을 집어 들고는 꿀꺽꿀꺽 단숨에 들이켰다.이내 그가 하인에게 물었다.“강지영은!”“강 소저는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쓸모없는 여인 같으니. 내 진작에 그 입만 살아 있는 줄 알아봤지. 태자가 되도록 돕겠다며 큰소리를 치더니. 하! 어리석긴!”하인이 조심스레 물었다. “전하, 강 소저를 빼내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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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유소영이 석심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은 네게 맡기마.”석심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저 말입니까?”그리하여, 한밤중.석심은 진씨 저택에 잠입했다.진씨 저택은 그리 크지 않아, 그는 곧바로 진경송의 거처를 찾아냈다.그는 창호지에 구멍을 뚫고 그 안으로 미향을 불어 넣었다.안에 있는 사람이 기절했을 것이라 짐작한 석심은 가볍게 문을 밀고 몸을 웅크린 채 들어갔다.침상 위에는 한 사람이 누워 있었다.틀림없이 이 자가 진경송일 터였다.이삼십 대의 나이로 보이는 데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 무척 지저분한 몰골이었다.석심은 더 살펴볼 겨를도 없이 그를 어깨에 둘러업고 자리를 벗어났다.……진경송이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낯선 곳에 있으며 눈앞에 몇몇 사람들이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의 반응은 무척 차분했고, 마치 이런 일에 익숙하다는 듯 굴었다.아무런 파동도 없는 탁한 두 눈은 그저 허공을 응시할 뿐이었다.유소영이 한 걸음 다가가 그를 향해 공손히 예를 표했다.“진 공자, 부득이하게 이런 방법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진경송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입도 열지 않았다.마치 혼을 잃고 껍데기만 남은 자 같았다.아민이 유소영의 곁으로 다가와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속삭였다.“공자님, 어째서 저렇게 목석같은 걸까요? 혹시 바보가 아닐까요?”석심은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유심히 관찰했다.“제가 보기에도 어딘가 이상합니다.”유소영은 진경송을 주시하며 말을 이었다.“진 공자, 듣자 하니 대단히 명망 높은 군자라 하시던데, 한 가지 도움을 청할 일이 있습니다.”그녀가 목소리를 다소 높였음에도 진경송은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그가 마침내 움직였다.그는 자신의 입을 가리켰다가 다시 귀를 가리키더니 고개를 저었다.유소영의 미간이 모아졌다.말도 못 하고, 듣지도 못한다는 뜻인가?석심도 그 손짓의 의미를 눈치채고 즉시 다가가 진경송의 턱을 쥐고 강제로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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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5화

유소영은 진경송의 기이한 행동을 말리지 않았다.그녀는 충분한 인내심을 가지고 아민에게 종이를 더 가져오라고 시켰다.진경송은 책상에 엎드리듯 글씨를 써 내려갔고, 백지장마다 순식간에 그의 글씨로 가득 찼다.그는 술에 취한 사람처럼, 혹은 미친 사람처럼 끊임없이 쓰고 또 썼다.머릿속에 억눌려 있던 것들을 모조리 토해내듯 적고 나서야, 그는 비로소 천천히 힘을 빼며 안정을 되찾았다……그 과정만 꼬박 하루 밤낮이 걸렸다.그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채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글에만 몰두했다.유소영은 사람을 시켜 그를 지켜보게 한 뒤, 자신은 옆방에서 잠을 청했다.그녀가 잠들기 전에도 진경송은 글을 쓰고 있었고, 잠에서 깬 후에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었다.아민이 그녀에게 말했다.“아씨, 진경송이 글을 엄청나게 많이 썼어요. 아주 산더미처럼 쌓였다니까요.”“학자의 머릿속이란 정말 이상해요.”“아씨, 설마 저 사람이 계속 쓰면 저희도 계속 기다려야 하는 건가요? 저 사람이 정말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아민은 진심으로 진경송이 이미 미쳐버렸다고 생각했다.유소영은 진경송을 향한 이 감정이 대체 무엇인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다.어떤 순간에는 그에게서 오라버니의 그림자가 겹쳐 보였다.원래는 오라버니가 대리 시험을 쳐준 사람도 그 배후의 주동자와 한패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보니, 그 역시 오라버니와 마찬가지로 핍박을 받은 것이었다.진경송이 이 지경이 되도록 고문당한 것은 틀림없이 입막음을 위해서였으리라.……진경송이 온전해지기를 기다리는 틈에도 유소영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진씨 가문에서는 이미 진경송이 사라졌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감히 소문을 내지 못하고 그저 은밀하게 밖에서 사람을 찾고 있었다.유소영은 기회를 엿보아 진씨 가문의 늙은 하인을 찾아내, 진경송에 관한 일과 당시 그 사건에 대해 캐물었다.처음에는 그 늙은 하인이 아무리 물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돈 앞에서는 장사가 없었다.거액의 은전이 하인의 굳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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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6화

형부 감옥은 예전의 스산함보다 한층 더 짙은 한기가 감돌았다.감방 안, 고준형의 죄수복은 곳곳이 커다랗게 핏자국으로 얼룩져 있어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지경이었다.그의 안색은 평소보다 훨씬 더 창백했다. 꾸며낸 기색이 아니라, 진정으로 피를 너무 많이 흘려 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질린 얼굴이었다.유소영이 그를 발견했을 때, 그는 지푸라기가 깔린 잠자리 위에 시신처럼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다.“세자…….”유소영은 감방 문밖에 멍하니 선 채, 떨리는 눈동자로 믿을 수 없다는 듯 안쪽의 사람을 바라보았다.정주에 고작 며칠 다녀온 것뿐인데, 어찌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고준형이 인기척을 느낀 듯, 무겁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돌아왔소?”끊어질 듯 가느다란 목소리가 심장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유소영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어찌 세자에게 이리도 가혹하게 굴 수 있단 말입니까! 육황자 짓입니까? 그가 내린 명령인가요?”아무리 육황자라 한들 아직 태자에 오르지도 못했거늘, 설령 태자라 해도 이토록 함부로 형벌을 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애가 타는 유소영은 양손으로 창살을 움켜쥐고 온몸을 감방 문에 바짝 기대었다. 당장이라도 안으로 뛰어들고 싶은 심정이었다.고준형은 억지로 몸을 일으켜 앉으며 그녀를 향해 다정히 입꼬리를 올렸다.“보시오, 내 이리 멀쩡히 살아 있지 않소.”“내 말 듣고, 우선 후작부로 돌아가시오.”“아니면…… 유씨 가문의 장사 일로 줄곧 마음을 졸이지 않았소…….”“지금 저를 따돌리시려는 겁니까?”유소영이 그의 말을 자르며 화난 기색을 내비쳤다. “어느 시국인데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제가 세자를 홀로 내버려 둔 채, 저 혼자만 편히 살 길을 찾을 줄 아셨습니까!”고준형은 한 손으로 지푸라기 바닥을 짚은 채 지그시 눈을 떴다. 무기력한 몸짓과는 달리 그 눈빛만은 흔들림 없이 단호했다.“부인은 스스로 이 거대한 격랑을 잠재우고, 육황자를 막아낼 수 있다 생각하는 거요?”그 말에 유소영은 침묵했다.당연하게도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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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7화

이황자가 위로하며 말했다. “세자 부인은 안심하시오. 고 대인이 대처할 방법이 있을 것이오. 현재 그에 대한 심문은 이미 끝났고, 형부의 규율에 따르면 단기간 내에 다른 유력한 죄증을 찾지 못한다면 다시 고문하지는 않을 것이오.”그 말에도 유소영은 전혀 안심할 수 없었다.육황자가 고준형을 상대하려 마음먹었다면, 결코 이쯤에서 손을 떼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이황자 역시 이렇다 할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이자, 유소영은 일단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형부 밖.유소영은 마차에 오르기 전, 석심을 힐끗 바라보았다.“세자께서 심문을 받으신 일을 넌 진작에 들었겠지.”석심이 즉시 고개를 숙였다.“사실 일찍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자께서 부인께 알리지 말라는 명이 있으셨습니다.”유소영의 말투에 원망이 서렸다.“조만간 알게 될 일인데 내게 숨기지 말았어야지.”“부인, 세자께서는 부인께서 걱정하실까 봐 정주에서 마음 편히 일을 처리하시길 바라셨던 것입니다.”탐지꾼인 듯한 이들이 은연중에 자신들 쪽을 쳐다보는 것을 눈치챈 아민이 유소영을 부축하며 말했다. “아씨, 우선 마차에 오르시지요. 누군가 감시하는 것 같습니다.”유소영이 고개를 돌려 그들을 쳐다보았다.그자들은 형부를 감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육황자의 사람인가?……후작부.유소영은 돌아오자마자 미처 유경원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시어머니의 부름을 받아 불려 갔다.영향원 내실.고 부인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이제야 돌아오면 어쩌겠다고!”“저택에 얼마나 큰일이 났는지 알고나 있는 게야!”“그저 친정 장사일에만 정신이 팔려서는…….”유소영은 고개를 숙여 예를 올렸다.“어머님, 저택으로 돌아오기 전 형부에 들러 세자를 뵙고 왔습니다. 이 일은 세자께서 다 대처할 방안이 있으시니, 너무 심려치 말라고 하셨습니다.”그녀의 침착한 태도에 고 부인은 되레 더 큰 화를 냈다.“네가 그러고도 아내 된 자라 할 수 있느냐!”“준형이가 걱정하지 말라 한 것은 우리를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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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8화

육황자의 애첩 생신이 다가오니 특별히 연회에 초대한다는 내용이었다.초대장을 보는 아민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아씨, 육황자는 도대체 무슨 꿍꿍이일까요? 애첩의 생신 하나에 이토록 야단법석을 떠는 걸 보니, 분명 다른 속셈이 있는 게 틀림없어요.”유소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거절한다고 전해.”아민이 즉각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씨께서 지금 근신 중이시라고 전할게요!”육황자부.호위가 안으로 들어가 보고를 올렸다.“전하, 알아보니 유씨가 시어머니에게 말대꾸를 한 죄로 근신 처분을 받은 것이 사실이었습니다.”석양이 내실로 스며드는 가운데, 휘장이 거칠게 흔들렸다.이내 육황자가 검은 머리를 풀어 헤친 채 겉옷을 느슨하게 걸치고 안에서 걸어 나왔다.그 뒤를 따라 나온 빼어난 미모의 여인이 마치 뱀처럼 등 뒤에서 그를 껴안았다.“전하~ 그냥 두십시오. 어차피 신첩도 그 여자가 오는 것은 달갑지 않사옵니다.”“사실, 신첩은 전하와 단둘이 생신을 보내고 싶었사옵니다.”육황자는 음산한 안색으로 여인의 손을 단번에 뿌리쳤다.“흥을 깨는구나!”어리석은 것. 이 연회가 정말 자기를 위해 열린 줄 아는가?그는 이번 기회를 빌려 조정 대신들의 입장을 떠볼 심산이었다.그의 저택으로 연회에 참석하러 오는 자들은 곧 자신의 사람이었다.오지 않는 나머지 자들은 그가 하나하나 제거해 버릴 터였다!그러나 유소영은 예외였다.그는 원래 이 틈을 타 유소영을 붙잡아, 고준형을 협박해 자백을 받아낼 생각이었다.그래야만 명분 있게 고준형을 없앨 수 있었다.유소영이 연회에 온다면 그의 계획은 자연스럽게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었다.만약 거절하고 오지 않는다면, 황실을 능멸했다는 죄를 물어 직접 끌고 와 벌할 구실이 생기는 셈이었다.그러나 누가 알았겠는가. 유소영이 근신 처분을 받는 바람에 트집 잡을 거리가 사라져 버렸다!육황자의 눈에 오싹한 한기가 맴돌았다.“마차를 준비해라. 본 황자가 친히 충용 후작부로 가겠다.”……후작부.월하각.유소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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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9화

육황자는 순간 안색이 굳더니, 정청 입구에 선 복양군주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복양 군주는 그를 무시한 채 유소영을 향해 웃으며 다가갔다.“세자 부인, 우리 약속했잖아요. 혼인 전에 제가 광화사에서 한동안 수행하기로 했으니, 부인이 제 곁을 지켜주기로요! 요 며칠 세자 부인이 외출하고 돌아오지 않아서 얼마나 애가 탔는지 몰라요. 어서 짐을 챙기세요. 잠시 후에 바로 출발할 거니까요!”유소영은 자신이 그런 약속을 한 기억이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복양 군주가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 주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여인이 혼인 전에 절에서 수행하며 성품을 닦는 것은 이 왕조 특유의 풍습이었다.수행을 하려면 시주를 해야 했기에, 이 점 하나만으로도 평범한 가문의 여인들은 문턱을 넘기 어려웠다.더구나 이 광화사는 황실의 사찰로, 주로 제사를 올리는 곳이어서 일반 백성에게는 거의 개방되지 않았다.사찰 안팎의 경비는 무척 삼엄했고, 현 주지인 공산 대사는 천하에 명성이 자자한 득도한 고승이라 폐하조차도 그에게는 어느 정도 체면을 세워 주었다.유소영은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군주가 꺼낸 수행 이야기는 마치 가뭄에 단비처럼 그녀를 구원해 주었다.유소영은 곧바로 장단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제 불찰입니다.”“요 며칠 밖으로 점포를 둘러보느라 돌아올 기약이 없어, 군주께 서신을 띄워 알리는 것을 깜빡했습니다.”복양 군주가 그녀의 팔짱을 꼈다.“괜찮아요, 괜찮아.”이어서 복양 군주는 다시 고 부인을 바라보았다. “고 부인, 며느리를 본 군주가 당분간 빌려 가도 괜찮겠지요?”고 부인이 어찌 군주의 청을 거절할 수 있겠는가. 그녀가 황급히 대답했다.“군주를 모시고 수행을 다녀올 수 있다니, 소영이에게는 큰 복이지요.”이 광화사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그러나 고 부인은 방금 전 육황자도 유소영을 연회에 초대했다는 사실이 곧바로 떠올랐다……일정이 겹쳐버리지 않았는가!육황자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은 더더욱 안 될 일이었다.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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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0화

초왕은 딸을 끔찍이 아꼈기에, 이번 광화사 행차에 수많은 고수들을 호위할 겸 보냈다.마차 안.유소영은 복양 군주에게 요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캐물었다.복양 군주도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그저 남들이 하는 말을 듣고 나서야 부왕이 육황자를 지지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뿐이었다.“전 그 육황자가 영 마음에 안 들어요. 눈빛이 음흉하잖아요. 누구에게나 다 그렇고요. 부왕께도 어째서 하필 그런 사람을 지지하시는 거냐고 여쭤보았지만, 쓸데없는 소리 말라며 꾸중만 들었어요.”유소영의 눈빛은 한없이 고요했다.“군주께서 보시기에 전하께서 진심으로 원해서 하신 일 같습니까?”복양 군주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잘 모르겠어요.”“부왕께서는 저희에게 조정 일은 거의 말씀하지 않으시거든요. 게다가 요새는 제가 육황자 이야기만 꺼내도 불같이 화를 내시니까요.”“진심으로 원한 일이냐고 묻는다면, 분명히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우리 부왕이 보통 사람도 아니고, 본인이 하기 싫은 일을 누가 억지로 시킬 수 있겠어요?”그러나 유소영은 미세한 실마리를 알아채고는 나직하게 중얼거렸다.“아닐지도 모릅니다.”“아닐지도 모른다니요?”복양 군주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유소영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화제를 돌렸다.“광화사까지는 얼마나 남았습니까?”그녀가 현재 쥐고 있는 단서가 많지 않았기에, 초왕과 육황자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섣불리 단언할 수 없었다.섣불리 군주에게 오해를 심어 주었다가, 군주가 충동적으로 육황자를 찾아가 따지기라도 한다면 오히려 군주를 위험에 빠뜨리는 꼴이 될 터였다.복양 군주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창문 휘장을 열어 밖을 내다보았다.“아직 한참 멀었어요.”……늦은 밤.초왕부.앞채에서 바깥의 짙은 어둠을 내다보던 초왕이 호위에게 물었다.“군주는 광화사에 무사히 도착했느냐?”“짐작건대 이미 도착했을 것입니다.”초왕의 시선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고, 왠지 모를 죄책감마저 서려 있었다.“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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