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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부군의 형님: Chapter 581 - Chapter 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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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1화

유소영은 그가 기력을 가누기 힘들어하는 것을 알아채고 먼저 말을 꺼냈다.“세자께서 괜찮으시다면, 제가 옷 벗는 것을 도와드리겠습니다.”고준형의 눈에는 온화한 눈빛이 가득했다.“당신은 내 부인이오. 내가 꺼릴 리가 없지 않소.”아민은 그 말을 듣자마자 서둘러 물러나 밖에서 대기했다.유소영은 오직 세자의 상처에만 마음이 쓰여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그녀는 양쪽의 휘장을 내린 뒤, 곧바로 손을 움직였다……어스름한 휘장 너머로 두 사람의 그림자가 비쳤다.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때로는 빠르고 때로는 느린 심장 박동과 어우러졌다.유소영은 최대한 잡념을 없애려 애썼다.그러나 세자의 상처를 본 순간, 그녀는 숨이 턱 막히며 손바닥이 차갑게 식었다.온갖 고문 도구에 시달려 남은 크고 작은 흉터들에 더해, 화살이 관통한 상처까지 있었다.특히 오른쪽 쇄골 부위의 상처는 뼈가 보일 정도로 깊었다.유소영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린 채 애써 감정을 추슬렀다.고준형은 그녀의 그런 반응을 보고는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보기만 끔찍할 뿐, 사실 그렇게 아프지는 않소.”유소영은 고개를 들어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그가 이토록 태연하게 구니, 정말로 상처가 가벼운 줄 착각할 정도였다.하지만 이런 상처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목숨을 잃고도 남았을 것이다.대체 어떻게 버텨낸 것일까......유소영은 가슴이 미어졌다.이내 그녀는 복잡한 감정을 억누르고, 먼저 상처를 치료하는 데 집중했다.……방 밖.하늘이 잔뜩 흐려 사람의 마음까지 짓누르는 듯했다.석심은 나무 아래 웅크리고 앉아 묵묵부답이었다.마을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호위는 단 두 명뿐이었다. 한 명은 마당을 지키고, 다른 한 명은 밖을 지키고 있었다.나머지 호위들은 모두 어두운 곳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아민은 어찌할 바를 모르다 석심의 곁으로 다가가 위로했다.“저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세자의 상처는…… 아씨가 계시니 분명 금방 나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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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화

고준형이 정색하며 말했다. “부인 앞에서 옷을 훌렁훌렁 벗으면서 태연하게 굴 수는 없소.”유소영의 구겨졌던 미간이 스르르 펴졌다.“그게 무슨 이유인가요? 저를 여인으로 보지 마시고 그저 의원으로 생각하세요. 아니면 다음번엔 제가 천으로 눈을 가려드릴게요. 그럼 한결 편해지실 겁니다.”그 말을 들은 고준형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내 눈을 가리고 내 옷을 벗기겠다는 것이오? 듣고 보니 나를 희롱하는 것 같소.”뭐라고??!“그저 약을 바르려는 것뿐인데, 세자께서 너무 과하게 생각하시는 겁니다.”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다시 고개를 숙인 채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 손놀림은 무척이나 날렵했다.처치를 끝마치자 고준형이 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수고했소, 부인.”상체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으나 붕대를 겹겹이 감고 있어 옷을 입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유소영은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이 직접 그가 옷을 하나하나 챙겨 입도록 도왔다.“먼저 좀 쉬고 계세요. 가서 약을 달여 오겠습니다.”그녀가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고준형이 그녀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지금 내 처지로는 다시 일어서기 어렵소.”“사실 난 이제 더 이상 세자가 아니지 않소. 부인은 당초 세자 부인이 되고 싶어 내게 매달려 시집온 것이니, 이제 얼마든지 떠나도 좋소.”유소영이 미간을 찌푸렸다.“과거의 저는 높은 곳으로 시집가기를 바랐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 세자께서 충용 후작부의 세자이시든 아니시든, 여전히 저의 부군이십니다. 저는 끝까지 책임을 다해 세자를 치료할 것입니다.”고준형의 눈빛이 그지없이 부드러워졌다.“만약 내가 부인이 좀 더 모질어지기를 바란다면 어쩌겠소? 지금 당장 이 문을 나서기만 한다면, 예전에 했던 약속을 없던 일로 하겠소. 굳이 선택을 강요하지도 않을 테니, 오늘 바로 후작부를 완전히 떠날 수 있게 해주겠소.”유소영은 그가 이런 상황에서 이토록 무거운 말을 꺼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방 안에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만큼 무거운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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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3화

유소영은 순간 알 수 없는 몽롱함과 혼란스러움에 휩싸였다.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그녀는 대답하며 다시 한번 강조했다. “곁에 남아서 세자를 돌봐드리고 싶습니다.”고준형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부인이 기어이 남겠다면, 그리하시오.”“그럼 먼저 쓸 만한 약초를 좀 구해, 달여오라고 시키겠습니다.”고준형은 그녀를 놓아주며 말했다. “조심하시오.”……방 밖.아민은 아씨가 나오는 것을 보자마자 곧장 다가왔다.“아씨, 세자께서 많이 다치신 거죠?”유소영은 그 끔찍했던 상처들이 떠올라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그러나 세자가 상처가 벌어질 것도 두려워하지 않은 채 그녀를 끌어당기고 안아주던 힘이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 이내 생각났다.같은 시각.황성.육황자부.강지영은 앞채를 지나가다 육황자가 누군가와 정무를 논의하는 소리를 들었다.귀를 기울여 보니 원나라 사신에 관한 이야기였다.그 손님들이 모두 떠난 뒤, 강지영은 앞채로 들어갔다.육황자는 상석에 앉아 무척이나 골치 아픈 듯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있었다.강지영이 찻잔을 올렸다.“황자 전하, 차 한잔 드시지요.”육황자가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는데, 그의 눈빛에는 짙은 짜증이 배어 있었다.“넌 뭐 하러 들어왔느냐?”강지영은 아버지가 연루된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이 모든 것을 꾹 참아내야만 했다.그녀는 얼굴에 걱정스러운 기색을 띠었다.“전하께서 이토록 고뇌하시는 모습을 보니 몹시 염려가 되어서요.”쨍그랑!육황자가 찻잔을 쳐서 날려버리며 퉁명스럽게 내뱉었다.“재수 없는 것! 네가 진정 내 근심을 덜어주고 싶다면, 당장 고준형을 찾아내 죽여버려라!”“내가 보낸 놈들 태반이 죽거나 다쳤는데도 그놈은 버젓이 살아 있어. 단명할 팔자라더니! 목숨 하나는 질긴 놈이구나!”강지영은 뜨거운 찻물에 덴 고통을 참아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전하, 고정하십시오.”“고준형은 이미 유배를 떠났으니, 더는 두려워하실 필요가 없습니다.”“전하께서 하루빨리 태자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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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4화

밤의 적막이 물처럼 흐르고 마을은 무척이나 평온했다.세자와 유소영이 밖으로 나서자, 석심과 호위들은 걱정을 금치 못하며 내내 그들의 뒤를 따랐다.다행히 이 시각에는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잠들어, 밖을 돌아다니는 이가 거의 없었다.마을 어귀에 버려진 정자가 있어, 유소영은 고준형을 부축해 자리에 앉혀 쉬게 했다.“세자,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으셨으니 이만 돌아가 쉬시는 것이 좋겠습니다.”고준형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몹시도 깊고 그윽했다.“방 안에만 있으려니 아무래도 답답하오.”유소영은 그의 곁에 앉아 그가 들려주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었다.“나는 어려서부터 병을 치료하러 시골로 보내졌소. 그러니 처음 후작부로 돌아갔을 때는 오히려 그곳이 낯설게만 느껴졌지.”“후작부보다는 이런 곳이 사람 살기에 더 좋은 법이오.”유소영 역시 그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이곳에 머무는 동안에는 다른 사람이나 복잡한 일들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마치 지독한 감옥에서 벗어나, 신분이라는 굴레와 족쇄를 떨쳐버린 것만 같았다.잠시나마 모든 시름을 내려놓으니, 온몸의 긴장이 눈 녹듯 풀렸다.고준형은 달빛을 가만히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풍경은 영원하지 않고, 사람 역시 늘 곁에 머물기 어려운 법이오. 오늘 나와 함께하는 이도, 내일이면 스쳐 가는 인연이 되겠지.”유소영은 그 말의 숨은 뜻을 알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렸다.“세자, 혹여 그리워하는 옛 친구라도 있으신 겁니까?”고준형의 온화한 얼굴에 어느새 우울한 기색이 스며들었다.그가 유소영의 손을 이끌어 단단히 맞잡았다.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유소영의 얼굴을 지그시 응시했다.“그렇다 할 수 있소. 내일의 내가, 오늘의 당신을 몹시도 그리워할 테니.”유소영은 아름다운 눈을 살며시 내리깔며 형용하기 어려운 묘한 감정을 애써 다잡았다.정자 밖.아민은 나란히 앉아 있는 두 사람을 지켜보며 복잡한 심경에 사로잡혔다.세자가 저토록 비참한 꼴을 당했는데도 아씨가 끝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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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5화

깊숙한 안채에서는 자식의 출세가 곧 어미의 권세였다.고장훈 덕분에 충용 후작이 고 부인을 대하는 태도도 한결 부드러워졌다.요 며칠 밤은 거의 내내 영향원에 머무르며 잠자리에 들었다.고 부인은 고장훈이 세자 자리에 오르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고준형이 걱정되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나으리, 최근 조정에서 준형이를 지명수배했다고 하더군요. 유배를 가던 도중에 도망쳤다면서요…… 그게 사실입니까? 아니면 우리 준형이가 무슨 험한 일이라도 당한 건 아닐까요?”충용 후작 역시 사람을 풀어 그 일을 알아보았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확실한 소식은 없었다.그가 아는 것이라곤 그저 준형의 일로 인해 자신까지 단단히 연루되어 곤욕을 치렀다는 사실뿐이었다.그나마 장훈이 제 몫을 단단히 해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고 부인의 생각은 달랐다.그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정신이 또렷했다.“장훈이가 저리 출세한 것도 다 육황자를 뒷배로 둔 덕분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나으리,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준형이가 어쩌다 저 지경이 되었습니까? 다 육황자가 해코지한 탓이지요! 육황자가 장훈이를 협박해 거짓 증언을 하게 만든 거란 말입니다!”“그리 비열한 자니, 머지않아 장훈이마저 해치고 말 것입니다!”충용 후작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그럼 어쩌겠소. 준형이가 억울하다는 걸 안다고 해도, 상대는 육황자요. 훗날 황위를 이을 태자란 말이오. 우리가 무슨 수로 맞서 싸운단 말이오? 장훈이가 진정 그 기류를 타고 날아오를 수만 있다면, 도리어 그 아이와 우리 후작부에는 큰 복이 될 것이오.”고 부인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그럼 우리 준형이는요?”“준형이는 이대로 희생되어도 마땅하단 말씀이십니까?”충용 후작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어쩌란 말이오? 준형이는 이미 저리되었는데, 장훈이마저 육황자의 눈밖에 나 제 앞길을 망치기를 바라는 거요?”“고 부인은 이를 악물었다.“그러니까…… 육황자가 준형이를 해친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자에게 감지덕지 엎드려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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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6화

고준형이 차분히 설명했다.“육황자의 사람들은 대부분 유주 일대에 집중되어 있으니, 우리가 제발로 황성으로 돌아갈 줄은 생각지 못할 것이오.”“게다가 원나라에서 사신을 보내와 양국이 동맹을 맺는 일에 육황자가 큰 기대를 받고 있소.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으니, 당분간 우리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이오.”유소영은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고 여겨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저희는 언제 길을 떠나나요?”“이틀 뒤에 떠날 것이오.”“알겠습니다.”유소영은 그의 뜻에 따를 뿐 다른 것은 묻지 않았다.그날 밤.유소영은 깨끗한 붕대를 들고 고준형의 약을 갈아 주러 왔다.그의 약은 매일 갈아 주어야 했다.유소영은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그 일을 했다.약을 다 갈아 주고 평소처럼 자리를 뜨려던 참에, 고준형이 그녀를 붙잡았다.“왜 그러시나요?”그녀가 물었다.고준형은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상처가…… 조금 아프오.”유소영은 즉시 걱정스레 물었다. “어디가 아프신가요?”그녀의 시선이 고준형의 몸에 머물렀고, 무척 신경을 쓰는 기색이었다.고준형이 모호하게 대답했다. “잘 모르겠소. 이쪽인 것 같은데…….”그는 자신의 갈비뼈 부근을 가리키더니, 이내 복부를 가리켰다. “여기도 아프오.”유소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낮게 중얼거렸다.“그럴 리가 없는데……. 아니면 옷을 벗어 보시겠어요? 제가 살펴보겠습니다.”상처가 벌어진 것일까?그러나 방금 약을 바를 때만 해도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준형이 한숨 돌리며 말했다. “진통이 때때로 발작하는 것이오. 괜찮소. 조금만 견디면 지나갈 것이오.”그렇게 말해도 유소영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진통이요? 요 며칠 계속 이러셨나요?”고준형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맑은 눈동자에 여린 빛이 잔잔히 번졌다.“음. 계속 그랬소. 부인을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아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았소. 그러나 오늘 밤은 상태가 심해져서…….”“어찌 이럴 수가 있죠.”유소영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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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구공주는 최근 수척해져 광대뼈가 도드라질 정도였다.그녀의 모든 생각과 걱정은 오로지 유배당한 고준형을 향해 있었다.고준형 때문에 자신의 혼사조차 안중에 없었다.그러나 그녀도 몇 사람과 혼담이 오가기도 했었다.이 일은 부황도 알고 있는 터였다.이치대로라면 그녀를 화친 보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몸종은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줄 몰라 했다.“마마, 이제 어찌합니까?”“전부 고 세자 탓입니다! 마마께서 그분만 아니었어도 여태껏 혼례를 올리지 못하셨을 리가 없습니다!”구공주는 양손을 꽉 쥔 채 고통스러운 듯 두 눈을 감았다.“정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내가 가야겠지.”아마도 이것이 자신의 운명일 터였다.고준형을 처음 본 순간 평생을 얽매일 운명이었던 것이다. 그 헛된 집착을 안고 여태껏 혼례를 치르지 않았으니.이제는 시집을 가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가 되었다.그녀는 공주였으니 마땅히 공주로서의 책임을 다하여 부황과 양나라를 위해 희생해야 했다.……대전.육황자가 구공주를 언급하자, 원나라 사신은 몹시 흡족해했다.사실 그들은 애초부터 그럴 속셈이었기에, 어제 이미 은밀히 육황자와 합의를 마친 상태였다.육황자로서도 굳이 남 좋은 일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구공주가 이복동생이라서가 아니라, 설령 한 배에서 난 친동생이라 할지라도 대업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화친을 보냈을 위인이었다.여인이란 본디 사내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던가.그저 누리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왕위에 앉은 황제의 심기는 복잡했다.그가 가장 아끼는 딸이 바로 구공주였다.지난 세월 동안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애지중지 키워 온 딸이었다.그러기에 딸이 혼례를 올리지 않겠다 고집을 피워도, 부황으로서 어떠한 책망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원나라와 동맹을 맺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대세였다.……사신을 환영하는 연회가 끝난 뒤, 황제는 구공주를 따로 불렀다.구공주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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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고장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육황자를 바라보았다.육황자는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몸을 일으키더니, 마치 개를 부르듯 고장훈을 방 안으로 불러들였다.“장훈아, 네 그 형님은 참으로 대단하구나. 구공주가 화친을 불사하면서까지 그를 구하려 하니 말이다.”“보아라, 나는 본래 너를 승진시킬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그러나 이제 이런 일이 벌어지니 내 기분이 몹시 언짢구나.”고장훈은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제가 전하를 위해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육황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장훈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뻗어 그의 뒷덜미를 움켜쥐고는, 섬뜩하고도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네가 그를 죽여라.”고장훈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전하, 이 일만 빼면 다른 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습니다.”어찌 되었든 자신의 친형이 아닌가!육황자는 장난이라도 치듯 그의 뺨을 툭툭 치며 잔인하게 말했다.“이미 황제를 시해했다고 모함까지 해놓고, 이제 와서 무슨 형제애가 깊은 척을 하는 것이냐?”“고준형이 죽지 않으면, 너 고장훈은 영원히 진흙탕 속에 처박힌 신세일 뿐이다!”“지금 본 황자가 너를 키워주려는 것은 네가 제법 말을 잘 듣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다면, 더욱 고분고분해져야 하고 마음도 더 독하게 먹어야 한다! 알아들었느냐?”고장훈은 도저히 그런 짓까지는 할 수 없었다.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육황자는 짜증이 난다는 듯 그의 귓불을 꼬집어 거칠게 잡아당겼다.그리고는 고장훈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가져다 댄 채, 먼 곳을 응시하며 아득한 목소리로 속삭였다.“장훈아, 괜찮다. 본 황자가 널 아끼지 않느냐.”“네가 정 손을 쓰기 어렵다면, 좋다, 한 발 물러나 주마. 네가 놈을 유인해 내거라. 남은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어떠하냐?”그것은 제 손으로 형을 죽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고장훈은 이를 악물었고, 그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전하, 그 일만 제외한다면 다른 것은 모두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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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고준형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아민 일행이 죽을 끓였소. 지금 먹겠소?”유소영은 아직 어젯밤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서서 자다니,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부상을 입어 보살핌을 받아야 할 고준형이 오히려 유소영을 돌보고 있었다.그는 직접 죽을 가져와 유소영이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같은 시각.방 밖.두 명의 복면인이 어둠 속에 숨어 있었다.그중 한 명이 물었다. “어젯밤에 기회를 틈타 그 사람을 데려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다른 한 명이 대답했다. “데려갈 수나 있었겠나? 어젯밤 미향은 저 여자만 쓰러뜨렸지, 고 세자는 전혀 쓰러지지 않았다. 애초에 이 미향으로 그를 쓰러뜨릴 거라 기대하지도 않았고, 그저 가주님의 말씀만 전하면 끝날 일이었다.”“하지만 고 세자는 어젯밤 우리를 보고도 선나라로 돌아가길 주저했지 않은가. 내 보기엔, 틀림없이 저 여자에게 홀린 거다. 차라리 저 여자도 함께 선나라로 데려가는 건 어떤가!”“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가. 그만두세, 우리는 해야 할 일을 다 했으니 고 세자의 무사함만 보장하면 된다. 다른 건 신경 쓰지 마라, 가주님이 알아서 하실 일이다.”“알겠다.”……방 안.유소영은 내력이 없었기에, 자신의 곁에 있는 호위 외에는 어둠 속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숨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준형이 불쑥 말을 꺼냈다.“옷을 갈아입으시오. 잠시 후에 호신술을 좀 가르쳐 주겠소.”“세자께서 저를요?”유소영은 그의 몸 상태가 걱정되었다. 아무래도 아직 큰 부상을 입고 있었으니까.고준형이 담담하게 말했다.“부인을 가르치는 것쯤이야, 이런 나로도 충분하오.”유소영은 그의 무공이 뛰어나다는 사실과 그 힘을 오랫동안 숨겨 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자신을 가르치는 건 오히려 그의 재능을 낭비하는 일이라 여겼다.“나중에 제가 스승님을 따로 모시면 됩니다.”“게다가 세자께서는 아직 요양 중이시니,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고준형의 얼굴이 진지해졌다.“나중이라니, 그때는 너무 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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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화

방 안.유소영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두 다리가 후들후들 심하게 떨렸다.고준형이 안으로 들어오며 화가 잔뜩 난 그녀의 모습을 보고 먼저 잘못을 시인했다.“내가 너무 성급했소. 오늘은 이쯤 해 두고 내일 다시 이어서 하지.”유소영은 여전히 얼굴을 굳힌 채 대꾸하려 하지 않았다.고준형은 그녀의 곁에 앉아 그녀의 다리를 들어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유소영은 영문을 몰라 했다.그러자 이내 그가 직접 그녀의 종아리를 주물러 주기 시작했다.그녀는 순간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다리를 빼내려 했다.그러나 시큰거리고 뻐근했던 종아리가 금세 시원하게 풀리자, 그녀는 그 손길에 빠져들어 다리를 빼고 싶어 하지 않게 되었다. 잔뜩 찌푸려졌던 미간마저도 스르르 펴졌다.고준형은 어이없어하면서도 인내심을 담은 얼굴이었다.“한 수라도 다 배웠으니 그것만으로도 훌륭하오.”“사람마다 잘하는 것이 다 다르니 억지로 강요할 수는 없지 않소.”그의 이 말은 유소영을 격려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것에 가까웠다.그리고 이어서 그가 덧붙였다. “그러나 중도에 포기하는 것은 안 되오.”유소영도 세자가 자신을 위해 이러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모기만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배우고 싶습니다. 그러나 세자께서……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저를 나무라시니 너무 창피했습니다.”그녀에게도 체면이란 것이 있었다.고준형은 그제야 깨닫고 잠시 멈칫하더니, 즉시 진심을 다해 사과했다.“내 잘못이오.”“그럼, 내일은 사람들을 모두 물려 두겠소.”유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고준형은 옅게 미소 지으며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오늘 밤은 일찍 쉬시오.”……다음 날.곁에서 지켜보는 이가 없으니, 유소영은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비록 고준형이 때때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어조가 높아지긴 했으나, 유소영은 개의치 않았다.이제 그녀의 동작은 꽤 능숙해졌지만, 수를 내뻗는 힘이 부족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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