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육황자를 바라보았다.육황자는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몸을 일으키더니, 마치 개를 부르듯 고장훈을 방 안으로 불러들였다.“장훈아, 네 그 형님은 참으로 대단하구나. 구공주가 화친을 불사하면서까지 그를 구하려 하니 말이다.”“보아라, 나는 본래 너를 승진시킬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그러나 이제 이런 일이 벌어지니 내 기분이 몹시 언짢구나.”고장훈은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제가 전하를 위해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육황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장훈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뻗어 그의 뒷덜미를 움켜쥐고는, 섬뜩하고도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네가 그를 죽여라.”고장훈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전하, 이 일만 빼면 다른 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습니다.”어찌 되었든 자신의 친형이 아닌가!육황자는 장난이라도 치듯 그의 뺨을 툭툭 치며 잔인하게 말했다.“이미 황제를 시해했다고 모함까지 해놓고, 이제 와서 무슨 형제애가 깊은 척을 하는 것이냐?”“고준형이 죽지 않으면, 너 고장훈은 영원히 진흙탕 속에 처박힌 신세일 뿐이다!”“지금 본 황자가 너를 키워주려는 것은 네가 제법 말을 잘 듣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다면, 더욱 고분고분해져야 하고 마음도 더 독하게 먹어야 한다! 알아들었느냐?”고장훈은 도저히 그런 짓까지는 할 수 없었다.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육황자는 짜증이 난다는 듯 그의 귓불을 꼬집어 거칠게 잡아당겼다.그리고는 고장훈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가져다 댄 채, 먼 곳을 응시하며 아득한 목소리로 속삭였다.“장훈아, 괜찮다. 본 황자가 널 아끼지 않느냐.”“네가 정 손을 쓰기 어렵다면, 좋다, 한 발 물러나 주마. 네가 놈을 유인해 내거라. 남은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어떠하냐?”그것은 제 손으로 형을 죽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고장훈은 이를 악물었고, 그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전하, 그 일만 제외한다면 다른 것은 모두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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