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991 - Chapter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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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1화

검광이 번뜩였다.서왕의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이 어느새 서왕비의 목에 닿아 있었다.아무리 서왕비가 억센 성정을 가진 여인이라 해도, 이 장면을 마주하자 얼굴빛이 창백하게 굳어졌다.서왕이 차갑게 말했다.“방자하군!”서왕비는 순간 겁을 먹고 입을 열었다.“왕…… 왕야!”서왕은 서늘한 눈빛으로 서왕비를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숨길 수 없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하온숙, 어떤 말을 해야 하고 어떤 말을 해서는 안 되는지, 그대도 알고 있을 것이오.”“말 한마디가 화를 부르는 법이오. 이 일이 가문을 멸하는 죄로 번진다면, 나도 살아남지 못하고 그대와 성원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것이오.”서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경고했다.서왕비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렸다.서왕은 검을 거두며 차갑게 말했다.“성원은 그대가 너무 지나치게 감싸며 길렀소. 그러니 이번에 이런 일을 당한 것도 스스로 자초한 일이오.”“그 아이를 잘 돌보도록 하시오.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 해야 할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나조차 그를 지켜줄 수 없소.”서왕은 마지막으로 경고를 남겼다.말을 마친 서왕은 곧장 밖으로 걸어 나갔다.서왕비는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녀는 손을 들어 목을 만져 보았다. 그리고 손을 눈앞으로 가져가 확인했다.손에는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서왕의 검이 이미 그녀의 목을 살짝 베었던 것이다.그녀는 알고 있었다.만약 자신이 조금이라도 더 함부로 말을 내뱉었다면, 오늘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을.서왕비는 아직 정신을 잃은 채 누워 있는 소성원을 바라보았다.그 눈빛에는 깊은 원한이 가득했다.누구든 상관없었다.자신의 아들을 다치게 한 자라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만들 것이다.*금영은 본래 자신이 소성원을 다치게 했으니, 서왕이 찾아와 소란을 피울까 걱정하고 있었다.하지만 그 뒤 이틀 동안은 놀라울 만큼 평온했다.이날 아침 일찍 유진설이 찾아왔다.아마 유길이 금영의 말을 제대로 전한 듯했다.유진설은 금영이 귀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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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2화

금영은 단 한마디로 태자와 마주친 일이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것처럼 깨끗하게 선을 그었다.태자는 속으로 생각했다.금영이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만나러 왔다고 인정할 리 없다는 것을.하지만 그 말을 직접 듣고 나니, 마음 한구석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허탈함이 남았다.금영은 태자가 아직 자신에게 미련을 품은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속으로 불편함을 느꼈다.그래서 한마디 일깨워 주었다.“이틀 전 본궁이 명월을 만났는데, 명월이 최근 태자 전하와 사이가 매우 좋다고 하더구나. 본궁은 명월의 언니로서 두 사람이 이토록 깊은 정을 나누고 있다니, 그저 마음이 놓일 뿐이다.”배명월과 그렇게 잘 지내면서도 자신에게 미련을 품다니.이 사람은…… 혹시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금영은 그저 태자가 보이는 깊은 정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고 싶었을 뿐이었다.하지만 이 말이 태자의 귀에는 전혀 다르게 들렸다.마치 금영이 질투하고 있는 것처럼.태자는 금영을 바라보며 무언가 설명하려 입을 열었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태자는 결국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명월은 내 아이를 회임한 사람이다. 내가 그녀를 잘 대해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느냐.”그때 서왕도 금영 쪽으로 걸어와 예를 올렸다.“원 귀비마마를 뵙사옵니다.”금영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왕야, 어서 일어나시지요.”서왕은 금영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귀비마마께서는 참으로 눈부시게 아름다우시옵니다. 빼어난 용모를 지니셨으니, 폐하께서 마음을 빼앗기신 것도 당연한 일이옵니다.”금영은 이 늙은 여우 같은 서왕이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속으로는 경계하면서도 겉으로는 온화한 표정을 유지했다.“왕야께서 과찬을 하셨사옵니다.”서왕은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그날 성원이 귀비마마께 무례를 범한 일로 신은 줄곧 마음이 편치 않았사옵니다. 기회를 보아 직접 사죄를 올리고자 하였는데……”말을 이은 서왕은 다시 금영에게 예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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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3화

금영은 황제가 이 말을 꺼낸 것이 자신을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다행히 유진설 역시 눈치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그녀가 곧 입을 열었다.“이건 신녀의 잘못이옵니다. 신녀가 먼저 마마를 모시고 이곳으로 와 버렸사옵니다……”“하지만 이미 폐하께서 마마를 찾아오셨으니, 신녀는 더 이상 폐하와 마마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겠사옵니다.”유진설은 시원시원하게 말을 마쳤다.그리고는 발 빠르게 자리를 떠나면서 자신의 동생까지 함께 데리고 갔다.황제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금영에게 물었다.“계속 이곳에서 사람들이 활을 쏘는 것을 구경하겠느냐, 아니면 짐과 함께 거닐러 가겠느냐?”금영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당연히 폐하와 함께 있겠사옵니다.”손복안이 말을 끌고 오자 황제는 직접 금영을 말 위로 올려 주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태자의 시선 속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그때쯤 이곳에 있던 사람들도 대부분 자리를 떠났다.사람들이 완전히 흩어진 뒤.태자는 화살 과녁을 향해 미친 듯이 몇 발의 화살을 쏘아 보냈다.그 순간.뒤에서 서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를 좋아하느냐?”쏴아.태자의 손에 있던 화살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다.정확히 과녁의 중심을 꿰뚫은 뒤, 태자는 몸을 돌려 서왕을 바라보았다.“왕야, 말을 조심하시옵소서.”서왕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다.“마음에 둔 사람이 있다면 잡도록 하거라. 평생 후회하며 살아서는 안 되느니라.”태자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서왕,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고 계시오? 나에게 마음에 둔 사람이 있을 리 없소. 또한 누구를 두고 다툴 생각도 없소.”“전하는 태자이시오. 훗날 황제가 되신다면, 전하께서 원하시는 사람이 어찌 없겠소. 나 또한 그저 전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일 뿐이오.”서왕이 담담하게 말했다.태자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방자하시구려! 아바마마께서는 아직 춘추가 한창이시오. 왕야께서 하신 말씀은 설마 아바마마를 저주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뜻이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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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화

황제는 금영을 데리고 한동안 말을 달렸다.그리고 마침내 한적한 숲속에서 말의 걸음을 멈추었다.금영이 말에서 내린 뒤, 아직 몸을 바로 세우기도 전이었다.황제는 금영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금영은 순간 놀라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하지만 뒤에는 이미 나무가 서 있었다.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금영은 눈앞에서 강한 기세를 내뿜는 황제를 바라보며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폐하, 신첩도 태자 전하께서 그곳에 계실 줄은 정말 몰랐사옵니다. 만약 알았다면 반드시 피했을 것이옵니다……”황제는 태자가 아직 금영에게 미련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니 금영이 태자 앞에 나타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단순히 질투 때문만은 아니었다.태자를 위해서이기도 했다.황제가 낮게 웃었다.“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무엇이 그리 두려운 것이냐?”황제는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드러나는 기세만으로도 이미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황제는 금영을 책망하려는 것이 아니었다.그저 금영이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모습이 유난히 마음을 사로잡았다.마치 손에 넣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였다.황제는 금영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눈을 감거라.”금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지 않았다.오히려 두 눈 가득 의문을 담고 황제를 바라보았다.그러자 황제는 손을 들어 금영의 눈을 가렸다.그리고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황제의 얇은 입술은 따뜻했다.하지만 그 온기는 금영의 마음속에 뜨거운 불길을 피워 올렸다.산들바람이 금영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금영은 온몸에 힘이 풀리는 듯했고, 제대로 서 있기조차 어려웠다.황제는 한동안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그러고 나서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오늘 짐이 너를 곤란한 상황에서 구해 주었으니, 이것으로 답례를 받은 셈 치거라.”황제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자신을 위한 핑계를 만들어 냈다.금영의 얼굴은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다.“폐하!”비록 사람들 앞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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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5화

이 말을 한 뒤, 황제는 화제를 돌려 금영을 바라보며 물었다.“금영아, 짐이 토사구팽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느냐? 매정하고 인정 없는 사람처럼 보이느냐?”금영은 알고 있었다.황제가 이 자리에 굳건히 설 수 있었던 데에는 서가의 힘도 있었다.그리고 서왕 역시 공을 세운 신하였다.금영은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폐하는 군주이시옵니다. 천하 모든 사람의 군주이시지, 서가와 서왕만의 군주가 아니옵니다.”“만약 서가와 서왕이 조부님처럼 백성을 가장 먼저 생각했다면, 폐하께서 그들을 받아들이지 못하실 이유가 없었을 것이옵니다.”금영은 말을 이었다.“하물며 조부님뿐만 아니라 정국공부와 그 밖의 공신들까지도 폐하께서는 모두 품어 주고 계시옵니다. 폐하께서 그들을 받아들이지 못하시는 것은, 분명 그들이 너무나 지나친 일을 저질러 강산 사직을 위협했기 때문일 것이옵니다.”“그것은 그들의 잘못이지, 폐하의 잘못이 아니옵니다.”금영은 맑은 눈빛으로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말했다.그 말들은 황제의 마음 깊은 곳에 닿았다.황제의 표정에도 조금씩 흔들림이 나타났다.금영은 자신을 이해하고 있었다.금영은 황제와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그는 단순히 의심 때문에 선한 사람을 몰아붙이는 사람이 아니었다.황제가 서가와 서왕부를 겨냥하는 것은 먼저 의심이 생겨서가 아니었다.그들이 무언가를 저질렀기에, 황제가 의심하게 된 것이었다.황제는 금영을 품에 끌어당겨 단단히 안았다.금영은 황제에게서 느껴지는 고독을 알아차리고, 천천히 손을 뻗어 그를 마주 안았다.전생의 황제는 죽는 순간까지도 곁에 진정으로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하지만 이번 생은 달랐다.사랑이라는 감정을 떠나서라도, 그녀는 이 황제의 곁에 함께 있을 것이다.그가 장수하도록 할 것이다.그가 황업을 완성하고 진정한 태평성대를 이루는 모습을 직접 지켜볼 것이다.*다음 날.금영은 서 황후에게 문안을 올리러 갔다.금영은 이미 황제의 허락을 받아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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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6화

“본궁은 림비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인연이 깊다고 느꼈다. 그래서인지 림비 뱃속의 아이 역시 더욱 기대가 되는구나.”서 황후는 여기까지 말하고 잠시 말을 멈추었다.“림비 뱃속의 아이가 태어나면, 본궁의 이름으로 올릴 것이다.”림비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서 황후를 바라보았다.서 황후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이었다.“걱정하지 말거라. 본궁이 네 아이를 빼앗으려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태어난 뒤에도 네 곁에서 키우게 할 것이다. 본궁은 그저 이 아이의 출신을 조금 더 높여 주고 싶은 것뿐이다.”곁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금영은 속으로 가볍게 웃었다.서 황후는 존재하지도 않는 림비 뱃속의 아이를 이토록 필사적으로 치켜세우고 있었다.그 목적은 하나일 것이다.훗날 림비가 이 아이를 “잃게” 되었을 때, 자신을 있는 힘껏 물고 늘어지게 만들기 위해서.금영은 일부러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황후마마, 신첩은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림비는 그 모습을 보고 난처한 듯 서 황후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마마, 신첩도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림비가 금영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서 황후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희미하게 사라졌다.“이 아이가 사라지고 나서도, 너희가 여전히 자매처럼 가까울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서 황후는 말끝을 흐리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본궁은 이렇게 자매가 서로 원수가 되는 모습을 보는 것을 가장 좋아한단다.”그렇게 말하는 서 황후의 눈빛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이번 행차에서 현비는 춘경헌에 머물고 있었다.그녀는 지금 아랫사람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황후마마께서 또 림비에게 많은 하사품을 보내셨습니다. 그리고 훗날 림비 뱃속의 아이가 태어나면 자신의 이름으로 올리겠다고 하셨다고 합니다.”춘로가 조용히 말했다.현비는 손을 들어 찻잔을 입가로 가져갔다.그리고 차를 한 모금 천천히 마신 뒤,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그 아이는 태어날 수 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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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7화

림비는 순간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배를 감싸 쥐었다.눈 깜짝할 사이, 이마 위로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어찌 된 일이냐?”서 황후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림비의 목소리에는 고통이 가득했다.“신첩…… 신첩의 아랫배가 쥐어짜듯 아프옵니다.”“림비의 뱃속에는 아직 황자가 있거늘! 사람을 불러라! 어서 사람을 불러 태의를 모셔 오거라!”서 황후가 다급하게 외쳤다.황제는 림비에게 이상이 생긴 순간부터 미간을 찌푸린 채 눈앞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러다 다시 금영에게 시선을 옮겼다.그 눈빛에는 조금의 의문이 담겨 있었다.마치 금영이 무엇을 하려는지 묻는 듯했다.금영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무고한 표정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그러고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조용히 눈짓을 보냈다.금영의 위로를 받은 뒤, 황제는 오히려 차분해졌다.그는 손을 들어 술을 한 모금 마셨다.그리고 손안의 술잔을 느긋하게 돌리며 깊은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그 표정은 너무도 알 수 없어 누구도 속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서 황후는 황제를 바라보며 속으로 의문을 품었다.‘폐하께서는 림비가 태기를 다친 것을 보시고도 어찌 저리 침착하신가?마치 림비 뱃속의 아이가 폐하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구나.’하지만 곧 서 황후는 스스로를 달랬다.‘조금만 지나면 된다. 폐하께서 아무리 배금영을 감싸려 하셔도, 이번에는 감쌀 수 없을 것이다.’그때 태의가 도착했다.가장 먼저 온 이는 손 태의였다.손 태의는 림비의 맥을 짚었다.잠시 뒤.그의 표정은 무거워졌다.그리고 황제와 서 황후를 바라보며 무언가 말하려다 망설였다.서 황후가 얼굴을 굳힌 채 다그쳤다.“어찌 된 일이냐?”손 태의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이마의 땀을 닦고 입을 열었다.“림비마마께서는…….”바로 그 순간.곁에 있던 서묵이 작게 숨을 삼켰다.“피…… 피가 납니다!”손 태의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폐하, 황후마마께 아뢰옵니다. 림비마마께서 유산하셨사옵니다!”바로 그때.림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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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8화

이 원사는 먼저 림비의 맥을 짚은 뒤, 안태차가 담긴 찻잔까지 자세히 살폈다.그리고는 두 손을 모아 아뢰었다.“림비마마의 맥은 어지럽고 기혈이 거슬러 흐르고 있사옵니다. 분명 유산의 징조로 보이옵니다…… 다만 이 안태차는 신이 아직까지는 별다른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사옵니다.”그제야 금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림비를 먼저 처소로 데려가 쉬게 하거라.”잠시 말을 멈춘 금영은 다시 덧붙였다.“이 일은 나중에 다시 조사하도록 하겠다.”금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괜찮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가 입을 연 순간, 서 황후에게는 기회가 찾아왔다.서 황후가 눈짓을 보내자, 옥비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원 귀비마마께서는 어찌하여 그리 서둘러 림비를 돌려보내려 하시옵니까?”“림비 뱃속의 아이는 이미 떠났사옵니다. 지금 돌려보낸다 한들…… 아이가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니옵니다.”옥비는 겉보기에는 연약하고 온순해 보였지만, 막상 입을 열면 누구보다 날카롭고 말재주가 뛰어났다.“림비는 연회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였사옵니다. 그런데 연회 자리에서 아이를 잃었다면 분명 어딘가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옵니다. 지금 당장 진상을 밝혀야 하옵니다!”“만약 이대로 연회장을 떠난다면, 림비마마께 손을 쓴 사람이 증거를 없애 버릴지도 모르옵니다.”옥비가 말을 마치자, 서 황후는 황제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폐하, 신첩은 옥비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옵니다.”“림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가 신첩이 내린 안태차를 마신 뒤 이런 일이 생겼사옵니다…… 이 일을 조사하지 않는다면, 설령 이 원사께서 안태차에 문제가 없다고 하셔도 누군가는 신첩을 의심할 것이옵니다.”서 황후는 말하는 내내 억울함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부디 폐하께서 이 일을 명백히 밝혀 주시옵소서!”서 황후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힘이 있었다.잠시 후.서 황후를 따르던 몇몇 궁비들도 함께 무릎을 꿇었다.“폐하, 부디 명백히 밝혀 주시옵소서!”곁에 있던 현비 역시 조용히 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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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9화

방금 입을 열었던 유위 내관이 다시 말했다.“방자하옵니다! 이 물건은 원 귀비마마께서 하사하신 것이옵니다! 절대로 문제가 있을 리 없사옵니다!”금영은 시선을 돌려 유위를 바라보았다.‘이 내관은 너무 앞장서서 나서는 것 아닌가?’사실 이 내관이 이렇게까지 서둘러 나설 필요는 없었다.하지만 어찌하겠는가.서 황후가 이미 큰 막을 펼쳐 놓았고, 금영은 그저 곁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서 황후에게 누명을 씌우려 할 때에도 금영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그런데 이제 칼끝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데도…… 금영은 여전히 태연하게 앉아 변명조차 하지 않았다.그러니 이 내관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원래 금영이나 림비가 해야 할 말을 대신해 주는 셈이었다.서 황후는 다시 한번 금영을 바라보았다.‘이 천한 계집이 저토록 태연한 것은 폐하의 총애만 믿고 두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하지만 서 황후는 황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설령 황제가 진심으로 금영을 아끼고, 그녀를 사랑하여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라 해도.그녀가 정말 이런 하늘을 거스르는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이번 일로 금영을 죽이지 못한다고 해도, 적어도 영원히 황제의 총애만큼은 잃게 만들 수 있었다.그때 옥비가 차갑게 내관을 꾸짖었다.“어찌 네가 나설 자리가 있느냐!”“하물며 이 물건이 원 귀비마마의 물건이기에 더욱 신중히 살펴야 하는 것이 아니냐. 제대로 확인해야만 누군가 원 귀비마마를 의심하는 일이 없을 것이 아니냐!”옥비는 금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원 귀비마마, 그렇지 않사옵니까?”금영은 가볍게 웃었다.“그렇다면 조사해 보도록 하거라.”림비는 금팔찌를 풀어 곁에 있던 서묵에게 건넸다.서묵은 다시 그 물건을 이 원사에게 전달했다.이 원사는 금팔찌의 냄새를 맡는 순간, 표정이 무거워졌다.그는 잠시 금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다시 황제에게 시선을 옮겼다.‘폐하께서 이 원 귀비마마를 대하는 태도는 보통이 아니시다. 그런데 지금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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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0화

“이 물건은 분명 신첩이 오늘 림비에게 하사한 것이옵니다.”금영은 망설임 없이 인정했다.“다만 본궁은 어찌하여 이 안에 여인이 유산하게 만들 수 있는 물건이 들어 있는지는 알지 못하겠사옵니다.”금영이 다시 말을 이었다.옥비가 큰 소리로 말했다.“모른다고 하면 모르는 것이 되는 것이옵니까? 이 물건은 분명 원 귀비마마께서 림비에게 보내신 것이 아니옵니까!”금영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역시 옥비는 서 황후가 새로 길들인 사냥개다.서 황후가 한마디 명하기만 하면 곧바로 달려와 사람을 물어뜯는다.그때 황제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입을 다물거라.”옥비는 억울한 표정으로 황제를 바라보았지만, 더 이상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오히려 금영이 조용히 황제를 달랬다.“폐하, 차라리 들어 보시는 것이 어떠하겠사옵니까…… 저들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말이옵니다.”그제야 황제는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너희들이 말하는 것은, 원 귀비가 림비 뱃속의 아이를 해쳤다는 것이냐?”황제가 이렇게 묻자.서 황후가 다시 말을 이었다.“신첩이 감히 그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사옵니다. 하지만 림비 뱃속의 아이가 아무 이유 없이 사라졌고, 하마터면 신첩이 림비에게 손을 쓴 것으로 오해받을 뻔했사옵니다……”감히 단정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이미 금영에게 죄를 씌우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황제는 갑자기 비웃음 어린 웃음을 흘렸다.“그렇다면 이렇게 보아야 하는 것이냐. 원 귀비가 림비 뱃속의 아이를 해쳤다는 것이로구나.”금영은 황제가 왜 비웃듯 웃었는지 알고 있었다.이 일이 너무나 황당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황제가 이제 금영을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여겼다.순간 모든 사람의 시선이 금영에게 향했다.금영은 한순간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는 존재가 되었다.궁비들뿐만 아니라, 정자 밖에 있던 몇몇 신하들까지 이쪽을 바라보았다.그 순간.주변은 갑자기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금영은 자신을 변명하지 않았다.황제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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