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981 - Chapter 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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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1화

예전의 황제는 누군가 자신에게 수를 쓰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황제도 그저 한숨을 내쉬고 싶었다.이런 수법이 생각보다 꽤 쓸모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자신도 모르게 굳어 있던 표정이 조금씩 누그러졌다. 하지만 목소리만큼은 일부러 더욱 차갑게 했다.“배금영, 네가 이런다고 해서 짐이 너를 용서할 것이라 생각하느냐?”황제의 목소리는 더욱 서늘해졌다.천자의 위엄이 그대로 담긴 목소리였다.“누가 너에게 그리 큰 배짱을 주었느냐. 감히 어디서 온지도 모르는 아이를 짐의 아이로 인정하게 만들 생각을 하다니.”금영은 황제를 더욱 꼭 끌어안은 채 감히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오늘 낮에 림비에게는 당당하게 말했었다.황제의 일은 걱정하지 말라고.하지만 막상 황제가 정말 화를 내자, 결국 자신이 직접 달래야 했다.“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냐?”황제가 다시 물었다.금영은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폐하께서는 그토록 현명하시니, 자연히 림비가 회임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계실 것이옵니다. 어디서 온지도 모르는 아이가 있을 리 없다는 것도 알고 계실 것이옵니다.”“그것은 누군가 림비가 가짜로 회임하여 총애를 다투려 한다고 모함하려는 것이옵니다. 림비는 신첩의 사람이옵니다. 신첩 역시 누가 신첩을 겨냥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사옵니다.”금영은 말을 이어가다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눈꼬리는 붉게 물들어 있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그 모습은 사람을 안쓰럽게 만들었지만 결코 연약해 보이지 않았다.오히려 고집스럽고 강인한 기색이 느껴졌다.원래도 아름다운 금영이 이렇게 눈물을 머금고 있으니, 마치 눈물을 머금은 모란과 같았다.누가 보고 마음 아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황제가 입을 열기도 전에 금영이 애써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신첩도 알고 있사옵니다. 폐하께서는 궁비들이 수를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신다는 것을.”“신첩 역시 이 일로 누군가를 속이고자 한 것이 아니옵니다. 만약 폐하께서 신첩이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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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2화

황제는 이 생각에 이르자 마음속에 다시 조금의 노기가 피어올랐다.“금영아, 넌 정말 아무렇지도 않으냐? 다른 사람들이 짐과 다른 여인이 아이를 가졌다고 오해하게 되는 것이 말이다.”만약 금영이 정말 마음 깊이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면, 어찌 이런 오해가 생기는 것을 두고 보겠는가.림비의 유광재에 머문 것은 금영이 후궁 안에서 괜한 원한을 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끊임없이 겨냥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그 역시 참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금영은 오히려 사람들이 림비가 황제의 아이를 품었다고 여기게 만들려 했다.황제의 마음속에 어찌 노여움이 생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그러나 눈앞의 금영이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을 보자, 화를 내고 싶어도 더 이상 화를 낼 수 없었다.혹시라도 정말 그녀를 놀라게 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화를 억누르며 애써 참는 황제의 모습을 본 금영은 잠시 멍해졌다.그래서.황제가 이렇게 화를 낸 이유가 고작 이것 때문이었단 말인가?이건…… 너무 어린아이 같은 이유 아닌가?하지만 황제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알게 되자, 금영의 마음은 한결 편안해졌다.그녀는 다시 황제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그리고 목소리에 몇 분의 애교 섞인 부드러움을 담아 말했다.“폐하, 금영이 잘못했사옵니다. 그러니 금영에게 화내지 말아 주시면 안 되겠사옵니까?”황제는 지금 금영이 일부러 이러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금영을 안아 침상 위로 옮겼다.침상에 누운 채 물기를 머금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금영을 보자, 아무리 컸던 노여움도 어느 순간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마침내 황제는 낮게 탄식하며 말했다.“금영아, 짐은 네 앞에서는…… 현명한 황제라는 이름조차 지키지 못할 것 같구나.”금영은 황제의 목을 감싸 안고 가볍게 웃었다.“그럼 폐하께서는 내일 잠에서 깨어난 뒤 다시 현명한 황제가 되시면 되옵니다.”이미 이 사람이 침상 위에 있는데, 무슨 성현의 도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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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3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금영은 여전히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적었고, 뜻대로 되는 일이 훨씬 많았다.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금영은 입궁한 지 겨우 일 년 만에 귀비의 자리에 올랐다.이것만으로도 황제가 그녀를 얼마나 총애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하지만 누군가는 금영이 이렇게 거리낌 없이 생기 넘치는 모습을 결코 눈뜨고 보지 못했다.서 황후가 옥비와 배명월을 비롯한 사람들을 이끌고 찾아왔을 때.금영도 어쩔 수 없이 서 황후에게 예를 올렸다.“원 귀비, 예를 거두거라.”서 황후는 웃으며 말했다.매번 서 황후가 금영을 볼 때마다 입가에는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눈빛 깊은 곳에는 늘 차가운 기색이 자리하고 있었다.하지만 오늘만큼은 금영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서 황후의 미소 속에는 오히려 몇 분의 진심이 섞여 있었다.마치 금영을 보는 일이 얼마나 기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서 황후가 웃으며 말했다.“오늘 아침 일찍 내무부의 하사품이 이미 림비의 처소에 도착했다고 하더구나. 이번에 림비가 회임했으니 원 귀비는 어떤 축하 예물을 준비했느냐?”금영은 순간 깨달았다.서 황후가 자신을 비웃으러 온 것이었다.서 황후에게 있어서는.림비가 가짜로 회임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금영은 정말 림비가 회임했다고 믿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그리고 그 때문에 금영이 속으로 괴로워할 것이라 여겼다.금영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서 황후를 한 번 바라보았다.서 황후는 순간 멈칫했다.‘배금영의 저 눈빛은 대체 무엇이지?’하지만 곧 서 황후는 알아차렸다.금영이 입술을 살짝 깨문 채 무언가를 억지로 참고 있는 듯했고, 이내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림비가 회임한 것은 분명 좋은 일이옵니다. 신첩은 이미 폐하께 청하여 림비에게 하사품을 내리도록 하였사옵니다.”서 황후는 속으로 생각했다.‘방금 것은 분명 내가 잘못 본 것이겠지. 림비가 회임했는데 배금영이 무엇이 아쉬워 저런 표정을 짓겠느냐. 지금처럼 괴롭고 견디기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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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4화

배명월은 이런 말을 하면서도 얼굴에는 수줍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마치 금영이 자신과 태자 전하의 사이가 얼마나 좋은지 알아보지 못할까 봐 일부러 보여주는 것 같았다.금영은 배명월의 그런 모습을 하나도 빠짐없이 눈에 담았다.태자와 배명월의 사이가 어떠한지는 본래 금영이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지금 배명월의 모습을 보자 그저 조금 우스울 뿐이었다.배명월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태자 전하께서 신첩에게 잘 대해 주시고, 또 신첩이 태자 전하의 장자를 낳을 수 있다면 태자비라는 자리가 아니라고 해서 무엇이 그리 아쉽겠습니까? 어차피 훗날 입궁하게 되면 다시 책봉을 받게 될 터이니까요.”말을 마친 배명월은 다시 말했다.“귀비마마, 신첩은 황후마마를 찾아뵈어야 하니 이만 귀비마마와 더 함께하지 못하겠사옵니다.”배명월은 일부러 우아한 자태를 꾸미며 자리를 떠났다.그 모습을 보던 해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작게 침을 뱉듯 말했다.“저 여인이 득의양양해하는 꼴 좀 보십시오!”해수는 분한 듯 말을 이었다.“저런 행동거지를 보니 정말 작은 집안 출신의 좁은 식견밖에 없는 사람 같습니다. 태자비는 고사하고, 측비 자리에도 어울리지 않습니다.”하지만 금영의 표정은 이상할 만큼 평온했다.“사람은 부족한 것이 있을수록 오히려 그것을 세상에 증명하려 애쓴다는 말이 있지.”“저 모습을 보니, 진정 총애를 얻은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는구나.”말을 마친 금영은 빙그레 웃었다.“하지만 그녀가 어떻게 하든 본궁과는 아무 상관이 없느니라.”다만 훗날 태자가 더 이상 태자의 자리에 있지 못하게 된다면, 배명월처럼 높은 사람에게 붙고 낮은 사람을 업신여기는 성정을 가진 사람이 과연 지금처럼 태자와 깊은 정을 나눈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금영은 그 생각에 이르러 가볍게 웃고는 발걸음을 옮겼다.춘산 사냥터에 막 도착했을 무렵, 금영은 멀지 않은 앞쪽에 간단한 차방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몇 개의 통나무를 받쳐 만든 것이 전부였고, 지붕 위에는 마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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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5화

해수는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마마……”하지만 곧 다시 생각했다.‘지금 마마께서는 귀비의 자리에 계신다. 황후마마라고 해도 감히 겉으로 드러내놓고 마마를 괴롭힐 수는 없으니, 그리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금영이 가까이 다가가자, 소성원이 한쪽 다리를 의자 위에 올린 채 오만한 표정으로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서왕이 돌아온 뒤로 소성원의 기세는 더욱 하늘을 찌를 듯 거칠어졌다.누군가 조심스럽게 권했다.“세자께서는, 이분은 송가의 사람입니다……”“송가가 뭐 어쨌다는 것이냐? 그저 송가의 방계일 뿐인데 감히 송가와 연을 맺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 게다가 설령 송가의 적장자가 직접 온다고 해도 나를 보면 공손히 예를 갖추어야 한다!”소성원이 차갑게 말했다.이때 주변 사람들 중 누구도 멀지 않은 곳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금영을 알아차리지 못했다.한참 뒤.장평군주부의 유길이 금영을 발견했다.그는 조용히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그러고는 곧장 금영에게 달려갔다.“금영…… 언니.”유길은 금영을 보자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그는 금영보다 두 살이나 어렸다.예전에 영안후가 급히 금영을 혼인시키려 했을 때, 유진설은 이 동생을 데리고 혼담을 올리러 온 적이 있었다.이름은 비록 위엄 있어 보였지만, 그의 모습은 입술은 붉고 이는 희며, 무척이나 얌전하고 순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었다.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원 귀비마마를 뵙사옵니다.”금영은 유진설을 친구로 여겼기에 유길을 친동생처럼 대했다.그래서 웃으며 말했다.“그리 격식을 차릴 필요 없느니라. 언니라고 불러도 된다. 다만…… 저쪽은 어찌 된 일이냐?”유길이 대답했다.“조금 전 송염이 나라의 운세가 번창하려면 번왕들의 권한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사옵니다……”“송염?”금영은 문득 그 이름이 어딘가 익숙하다고 느꼈다.아주 익숙했다.마치 어디선가 들었던 이름 같았다.하지만 잠시 생각해도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그러자 유길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조심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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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6화

금영은 송염을 더 바라보지 않고, 곧장 소성원에게 시선을 옮겼다.다른 사람들은 모두 예를 올렸건만.오직 소성원만이 여전히 방금 전처럼 오만하게 한쪽 발을 의자 위에 올린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그는 금영을 바라보는 눈빛 또한 다른 사람들처럼 공손하지 않았다.오히려 설명하기 어려운 비웃음이 어려 있었다.해수가 곧바로 꾸짖었다.“방자하구나! 서왕 세자께서는 우리 마마를 뵙고도 예를 올리지 않을 셈이냐?”그제야 소성원은 발을 내렸다.그리고는 건성으로 금영에게 예를 올렸다.“원 귀비마마를 뵙사옵니다.”소성원이 몸을 일으키며 송염을 바라보고 비웃듯 말했다.“예전에는 영웅이 미인을 구한다고 했거늘, 이제 와서는…… 거꾸로 되었구나.”금영의 얼굴빛이 순간 차갑게 굳었다.그녀가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본궁이 네게 일어나도 된다고 허락했느냐?”말을 마친 금영은 곁에 있던 손탁을 바라보며 물었다.“귀비에게 불경을 저지르면 어떤 죄를 받느냐?”손탁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가벼우면 곤장 스무 대이며, 무거우면 곤장에 맞아 죽을 수도 있사옵니다.”금영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래도 서왕 세자이니 서왕의 체면을 보아 가볍게 처리하겠다. 곤장 스무 대만 치도록 하거라.”소성원과 그녀 사이의 원한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오늘만큼은 귀비라는 자신의 권세를 이용해 되갚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소성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귀비마마께서는 송염을 위해 본인을 곤장 치시겠다는 겁니까?”금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본궁이 너를 벌하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 네가 맞을 짓을 했기 때문이다.”그러고는 곧바로 명했다.“손탁, 무엇을 하고 있느냐? 어서 시행하거라!”손탁은 잠시 망설였다.하지만 결국 사람들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갔다.그러자 소성원의 수하들 역시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금영은 조금 의외라는 듯 소성원을 바라보았다.“세자가 공개적으로 본궁의 명을 거역하는 것이냐? 본궁을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이냐,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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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7화

태자는 다시 금영을 바라보았다.금영의 얼굴에는 분노가 어린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그러자 태자는 차갑게 말했다.“무엇을 하고 있느냐? 귀비마마의 말씀을 듣지 못했느냐? 서왕 세자에게 곤장 서른 대를 치도록 하라.”태자의 사람들이 나서자 소성원의 수하들 역시 감히 억지로 막아설 수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성원은 사람들에게 붙잡혀 곤장을 맞을 준비를 하게 되었다.소성원이 크게 외쳤다.“태자전하! 잊으셨습니까? 황후마마께서 어찌 말씀하셨는지……”“입을 다물거라! 그의 입을 막아라!”태자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어마마마께서는 분명 서왕부와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하니 소성원과 충돌하지 말라고 하셨다. 하지만 오늘 소성원이 감히 금영과 송염 사이에 사사로운 정이 있는 것처럼 꾸며 말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성원이 곤장을 맞는 소리가 들려왔다.태자는 금영을 바라보며 한층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다.“귀비마마, 놀라게 해드렸습니다.”금영은 담담한 눈빛으로 태자를 바라보았다.“감사드립니다. 태자전하.”“저에게 이리까지 예를 갖추실 필요 없습니다…… 아니, 마마께서는 저의 어른이시니 제가 하는 일은 당연한 일입니다.”태자가 다시 말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곤장 서른 대가 모두 끝났다.소성원은 사람들에게 들려 떠나갔다.금영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늘 본궁 때문에 여러 분의 흥취를 망쳤구나. 따로 연회를 마련하여 보답할 것이니, 모두 돌아가도록 하거라.”사람들은 차례로 흩어졌다.금영은 태자를 바라보며 말했다.“태자전하께서도 돌아가 보시지요.”태자는 아쉬운 눈빛으로 금영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결국 이를 악물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송염은 계속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이제 남은 사람은 유길과 송염뿐이었다.송염은 금영에게 공손히 예를 올렸다.“오늘 귀비마마께서 도와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금영은 송염을 바라보며 웃었다.“영리한 사람이구나. 하지만 본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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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8화

송염이 떠난 뒤, 금영은 곁에 있던 유길을 바라보았다.유길은 조금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귀비마마, 그…… 신도 이만 물러가 보겠사옵니다.”금영은 웃으며 말했다.“네 언니에게 전하거라. 본궁이 몹시 보고 싶어 한다고. 시간이 나면 언제든 찾아오라고 하거라.”유길은 서둘러 대답했다.“예.”유길이 멀어져 가는 모습에는 소년만이 가진 밝고 생기 넘치는 기운이 가득했다.금영의 눈빛에는 부러운 마음이 조금 떠올랐다.회양에서 돌아온 뒤로.겉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젊은 아씨였지만, 그녀의 인생에는 더 이상 어린 시절의 시간이 남아 있지 않았다.금영은 마음을 다잡고 의사당으로 향했다.태자까지 와 있었으니, 황제 역시 정사를 마쳤을 터였다.금영이 도착했을 때, 전각 안에서는 누군가 황제에게 방금 있었던 일을 아뢰고 있었다.“그 후에는 태자전하께서 오셨사옵니다……”그 사람이 계속 보고하던 중이었다.손복안이 따로 알리기도 전에 황제는 금영의 존재를 알아차렸다.황제는 눈앞의 부하를 한 번 바라본 뒤 말했다.“물러가거라.”그제야 금영은 안으로 들어왔다.그리고 말했다.“폐하, 신첩이 방금 사고를 친 것 같습니다.”황제는 피식 웃었다.“그대는 본래 얌전한 사람인데, 무슨 사고를 치겠느냐?”금영은 밖으로 물러나는 사람을 바라보았다.그자는 호위 차림이었고, 금영은 이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아마 황제가 숨겨둔 눈과 귀일 것이다.금영이 말했다.“폐하께서 방금 전부 들으신 것 아닙니까?”황제의 목소리는 평온했다.“소성원은 본래 행동이 제멋대로였느니라. 만약 서왕 때문이 아니었다면……”황제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그러자 목소리에는 차가운 기운이 더해졌다.“오늘 금영이가 그를 벌한 것은 그자가 자초한 일이니라.”황제인 자신은 남강의 일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직접 서왕 세자를 처벌할 수 없었다.하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 스스로 충돌이 일어난 것이라면, 서왕 역시 나서서 소란을 피울 명분이 없었다.“다만 짐이 듣기로,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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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9화

“태자! 어찌 그리 어리석게 행동한단 말이냐!”서 황후는 태자를 보자마자 참지 못하고 꾸짖었다.하지만 태자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어마마마, 소성원 그자가 평소 얼마나 방자하게 굴었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소자가 그를 혼내 준 것도, 모두 그가 자초한 일입니다.”“네가 정말 그자를 혼내 주고 싶어서 그런 것이라 여기느냐? 본궁이 보기엔, 금영을 위해 나서고 싶었던 것이겠지!”서 황후는 못마땅하다는 듯 태자를 노려보았다.“본궁이 몇 번이나 말해야 네가 똑똑히 알아듣겠느냐! 그녀는 지금 네 아바마마께 총애를 받는 귀비다! 그리고 서왕은 우리가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네가 끝까지 이리 고집을 부린다면……”“본궁이 보기엔, 너는 이 태자의 자리조차 아깝지 않은 모양이구나!”서 황후는 이 시일간 벌어진 일들을 떠올릴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얼마 전 이회묵의 탐묵 사건으로 서가 사람이 얽혀 들어가, 서가에서는 한 사람을 잃었다.그런데 이제는 이 어리석은 것이 또 서왕부까지 건드리려 하고 있었다.“그게 어찌 되었단 말입니까? 지난번 소자가 소성원의 다리 하나를 부러뜨렸을 때도, 서왕은 그 일을 따지지 않았습니다. 소자가 보기엔, 서왕이 오히려 우리와의 협력 관계를 더 중히 여기는 듯합니다.”태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그가 그 일을 따지지 않은 것은, 그야……”서 황후는 무심코 말을 꺼냈다가, 문득 입을 다물었다.태자가 다시 물었다.“무엇 때문입니까?”서 황후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눈빛이 깊어졌다.“그건 네가 알 필요 없다. 너는 그저 직접 서왕 앞에 가서 잘못을 인정하면 된다. 이번 일은 네가 남의 꾐에 넘어가, 홧김에 소성원을 다치게 했다고 말하거라.”“서왕부와 맞설 뜻은 없었다고 하면, 그는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서 황후가 나직이 말했다.태자는 미간을 찌푸렸다.“어마마마! 소자는 군이고, 그는 신입니다. 어찌 소자가 그에게 사과해야 한단 말입니까?”“어마마마! 이번 기회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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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0화

서 황후는 이 말을 마친 뒤에도 차가운 표정을 더욱 굳혔다.“그리고 이 일은 반드시 태자에게 숨기도록 하거라.”조씨는 서둘러 대답했다.“역시 마마께서는 깊이 생각하고 계셨사옵니다. 태자전하께서는 본래 마음이 어질고 순하신 분이시니, 마마께서 태자전하를 위해 모든 것을 헤아려 주시지 않으셨다면 원 귀비에게 휘둘리셨을지도 모르옵니다.”서 황후는 웃음을 터뜨렸다.“그 아이는 본궁의 아들이다. 본궁이 어찌 그를 위해 마음을 다하지 않겠느냐.”“반드시 그 아이가 태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순조롭게 황위에 오르게 만들 것이다.”조씨는 그 말을 듣고 무언가 떠오른 듯 눈썹을 살짝 내렸다.하지만 곧 다른 일이 생각난 듯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하지만 오늘 태자전하께서 또 서왕 세자와 충돌하셨사옵니다. 태자전하의 성정으로 보아 직접 사과하러 가시지는 않을 듯한데, 서왕부 쪽은 어찌하시겠사옵니까?”서 황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무엇을 어찌한단 말이냐?”“설마 서왕이 소성원 그 쓸모없는 자 하나 때문에 태자를 난처하게 만들겠느냐?”“오늘 본궁이 태자에게 서왕에게 사과하라고 한 것도, 그저 서왕과의 관계를 조금 더 가까이하려 했기 때문이다.”“하지만 태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이 일은 그만두면 된다.”서 황후는 이 말을 할 때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한편.서왕 일가가 머무는 청풍원.서왕비는 침상에 엎드려 있는 소성원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서왕은 차가운 얼굴로 한쪽에 서 있었다.서왕은 황제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고, 황제처럼 홀로 서 있는 듯한 차갑고 엄숙한 기운은 없었다.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그의 모습 역시 나쁘지 않았다.애초에 황실은 선대 황제 때부터 용모가 뛰어난 이들이 많았다.황제가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용모를 가진 사람일 뿐, 다른 황자들이 못난 것은 아니었다.결국 모두 형제였기에 어느 정도 닮은 점이 있었다.서왕비는 변경에서 유명한 강한 성격의 여인이었다.그녀는 지금 불만 가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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