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영이 말했다.“해수야, 폐하께서 내리신 하사품들을 운향각으로 옮기거라.”옆에서 그 말을 들은 영안후는 얼굴을 굳힌 채 송정희를 바라보았다.“당신 때문에, 이게 무슨 일이오!"송정희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러자 금영이 뒤늦게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니, 얼굴빛이 좋지 않으시네요. 아, 제가 생각이 짧았군요?”그리고는 말을 이었다.“해수야, 그만 옮기거라. 이 하사품들 명월이가 쓰도록 안성당에 두고 가는 것이 나을 것 같구나.”겉으로 보기에는 분명 배려 깊은 말이었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다른 이들의 표정은 오히려 전보다 더 굳어졌다.영안후부 안에서 송정희가 얼마나 배명월을 편애하든, 무엇을 퍼부어주던, 상관할 사람이 없었지만... 황실이 엮이는 건 다른 일이었다.아무리 송정희라고 해도 황제가 직접 내린 하사품을 함부로 배명월에게 넘길 용기까진 없었다.오랜 세월 관직에 몸담고 있었던 영안후 또한 어렵지 않게 돌아가는 상황을 빠르게 파악했다. 아니, 어쩌면 그는 이미 낌새를 눈치채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딱히 자신에게 오는 피해가 없었기에, 모르는 척 편애를 묵인했다.그러나 하사품이 이곳으로 흘러들어 온 순간, 상황은 달라졌다.금영에게 내려진 하사품을 안성당으로 옮겼다는 것은, 황실에서도 그녀를 이곳의 주인으로 인정하는 뜻이었다. 그런데도 금영을 밖으로 내보내는 건 황실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었다.게다가 소란이 커지면 집 밖으로 말이 새어나갈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면 호시탐탐 영안후의 몰락을 바라고 있을 적들에게 약점을 쥐여주는 꼴과 다를 바가 없었다.영안후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이때, 금영이 말했다.“아버지, 어머니,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영안후는 결단을 내리고 금영을 불렀다.“거기 서거라.”금영의 시선이 영안후에게 향했다.“아버지, 더 당부할 말씀이 있습니까?”영안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사품을 옮기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너도 나갈 필요 없다.”그러자 금영은 배명월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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