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옥이 언급한 서 상은, 서 황후의 친정 아버지였다.서상부와 진국공부, 모두 성씨가 같은 서인 까닭은 어느 정도 인척 관계도 있었다. 하지만 특별히 가깝다는 얘기는 전해진 바가 없었다.그것이 혹여 황실의 시선을 의식해 일부러 거리를 둔 것인지, 아니면 조정의 권력 다툼에 휘말리기 싫었던 진국공의 판단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서 황후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작산 행궁을 다녀온 뒤로, 자꾸만 일이 어긋나기 시작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그녀의 머릿속에 황제가 부상당해 돌아온 날, 상처를 싸매고 있던 붉은 천 자락이 떠올랐다. 어쩌면 오늘 황제가 진국공부에서 보여준 이상 행동, 그 붉은 천 주인과 연관된 일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서 황후는 한참 고민을 거듭하다, 환옥을 바라보며 말했다.“서왕부에 사람을 보내 진국공부에서 서왕 세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아보거라.”그리고는 옆에 있던 궁녀 조씨에겐 또 다른 명령을 내렸다.“너는 나와 함께 현청전에 가서 폐하를 좀 뵈어야겠다.”환옥이 공손히 답했다.“예, 황후마마.”서 황후는 그대로 밖으로 나와 곧장 현청전으로 향했다.“황후마마께서 오셨습니다.”문 앞을 지키고 있던 위명이, 안에 알렸다.잠시 뒤, 다소 차가운 목소리가 안에서 울려 퍼졌다.“들여보내거라.”그제야 위명이 비켜섰고, 서 황후는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황제는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희미한 먹 자국이 남은, 금빛 테두리를 가진 선지 종이가 펼쳐져 있었다.서 황후가 예를 올렸다.“폐하.”황제는 손짓으로 서 황후에게 자리를 권했다.서 황후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절색으로 이름을 떨쳤던 인물답게, 곧 혼인할 아들을 둔 여인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노쇠한 기색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세월이 흐를수록 기품과 위엄이 더해진 모습이었다.황제가 먼저 입을 열었다.“공교롭군. 안 그래도 마침 황후를 부르던 참이었는데.”서 황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슨 연유로 저를 찾으셨는지 여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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