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141 -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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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진국공부. 서 노부인이 다시 말했다.“아무튼, 편하게 가져가거라. 앞으로 황실에 들어가게 되면 쓸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닐 텐데, 필요할 것이다.”금영은 빨개진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몇 번이고 서 노부인에게 절을 올렸다.“정말 감사합니다, 노부인. 앞으로 친할머니라 생각하며 모시겠습니다.”서 노부인이 얼마나 그녀를 아끼는지, 새삼 실감이 났다.금영의 모습을 본 서 노부인은 서둘러 그녀를 일으키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이만하면 되었다. 이제 그만 일어나거라. 그리고 앞으로 너를 억울하게 하는 것이 있거든, 망설이지 말고 나를 찾아오거라. 무슨 일이 있어도 너의 편에 서주마."금영은 그렇게 한참을 서 노부인과 대화를 나눴다.그러는 사이 연회도 어느새 막을 내리게 되었다. 손님들도 황제의 허락 아래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진국공은 황제의 명령에 따라 정문을 제외한 모든 입구를 봉쇄했다. 그리고 그 정문조차 위명이 지키고 있었다.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연회장에 있던 인원이 모두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위명이 다시 황제에게 돌아와 보고를 올렸다. 그리고 그 자리엔 진국공과 그의 아들이 함께 있었다.“그래서 결과는?”황제가 위명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가 원했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위명이 난감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소신이 무능하여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겨우 사람 하나 찾는 일인데 번번이 실패하고 있었다. 그는 한때 전장에서는 사신이라 불리던 장수였고 지금은 황제를 옆에서 보좌하는 유능한 호위였다. 그런데 이런 간단한 임무조차 완성하지 못하다니 자괴감이 몰려왔다.황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손님들이 모두 떠난 건 확실한 것이냐?”위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무언가 떠올랐는지 서둘러 고개를 흔들며 다시 입을 열었다.“아까 서 노부인께서 영안후부의 큰아가씨와 함께 나가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듣기론 아직 한참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에 큰아가씨의 시녀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절대로 폐하께서 찾으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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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진국공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은 황궁이 있는 방향으로 향해 있었다.“머지않아, 황궁에 큰 변화가 일어나겠구나.”진국공이 탄식하듯 말했다. 물론 진국공부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그에겐 손주 뿐이니 황실과 사돈 맺을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한편, 금영은 서 노부인에게 작별 인사를 한 뒤, 진국공부를 떠날 채비를 했다. 하지만 막상 대문에 이르자, 영안후부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도 마차 하나 남겨두지 않고 말이다. 이제는 겉치레로 그녀를 챙기는 시늉조차 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다행히도 금영은 혼자가 아니었다. 서 노부인이 배웅하라며 붙여준 하녀와 하인이 함께 있었다.그녀의 상황을 먼저 알아차린 하녀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가씨,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마부를 시켜 이쪽으로 마차를 가지고 오겠습니다.”잠시 뒤, 마차가 도착했다. 하녀는 금영이 선물로 받은 상자를 마차에 싣게 한 뒤, 공손히 문을 열어주었다.“아가씨, 이쪽으로 타십시오.”그렇게 하녀의 도움을 받아 금영은 무사히 자리를 잡았다.곧이어 마차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마차가 앞을 가로막았고 마부는 서둘러 말을 멈춰 세웠다.금영은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차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그러자 익숙한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맹운산이 마차 밖으로 몸을 내민 채 손을 흔들고 있었다.“배금영!”맹운산이 반갑게 그녀를 부르며 밖으로 뛰어내렸다. 그러자 금영도 마차에서 내려 그를 마주했다. 하지만 마부가 듣는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긴 불편했기에, 몇 걸음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맹운산이 먼저 입을 열었다.“안 그래도 네가 집으로 어떻게 돌아가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진국공부에서 마차를 챙겨줘서 다행이다.”그러자 금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늘은 정말 고마웠어.”그렇게 두 사람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던 순간, 또 다른 마차가 천천히 다가왔다.“멈춰!”위명이 마부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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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맹운산이 말을 이었다.“사필귀정이라고, 그동안 나쁜 짓을 너무 많이 저질렀지. 결국 벌받게 된 거야.”금영은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그러자 맹운산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배금영, 너 표정이 수상하다? 혹시 뭐 알고 있는 거 아니야?”금영은 곧바로 반박했다.“알긴, 뭘 알아. 소성원이 그렇게 됐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기분이 살짝 좋아졌을 뿐이야.”맹운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그래. 나도 아주 기분이 통쾌하다!”*금영은 맹운산과 작별한 뒤, 바로 영안후부로 돌아가지 않고 전장(钱庄: 재산 보관하는 곳)에 들러 서 노부인이 준 물건들을 모두 맡겨 두었다. 황제의 이름으로 하사한 물건이라면 모를까, 서 노부인한테서 받아온 선물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영안후부에서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빼앗으려 들지도 몰랐다. 훗날 궁에 들어갔을 때 의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줄지도 모르는 귀중품을 함부로 집에 둘 수 없었다.그렇게 금영은 다시 영안후부로 돌아왔다. 하지만 마당 안으로 들어서자, 분위기가 이상할 정도로 고요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곧바로 자신의 처소로 가려고 했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이숙이었다.“아가씨, 어르신과 부인께서 부르십니다.”금영은 들을 것도 없다는 듯 바로 거절했다.“몸이 좋지 않아 좀 쉬어야 할 것 같으니, 다음에 얘기하자고 전하거라.”저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뻔했다. 금영은 바보가 아니었고, 굳이 스스로 함정에 걸어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이숙의 얼굴이 굳어졌다.“아가씨, 이러시면 제가 강제로 끌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말을 마치는 동시에 금영을 붙잡으려는 듯 손을 뻗었다.금영이 싸늘한 눈동자로 이숙을 바라보며 호통쳤다.“감히 내게 손을 대려 하다니, 누가 이런 명령을 내렸느냐! 아버지? 아니면, 어머니? 그것도 아니면 두 분 모두 너에게 이런 짓을 하라고 시켰느냐!”그리고 다시 한 번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경고했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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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금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아니면, 제가 굳이 아버지의 뜻을 거스를 이유가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제가 마침 연회에 간 덕분에 폐하께 혼례 날짜도 받지 않았습니까? 이제… 아무도 저희 후부를 얕잡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그러더니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덧붙였다.“아니면… 폐하께서 혼례일을 정해주신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 겁니까?”영안후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헛소리, 내가 기쁘지 않을 이유가 있느냐?”그러자 금영이 작게 웃었다.“기쁘시다면, 절 꾸짖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제가 오해한 것입니까? 아버지께서는 저에게 축하를 전해주기 위해 찾아오신 겁니까?”결국 영안후는 금영이 파 놓은 함정에 빠졌고, 그녀의 뜻대로 내뱉고 말았다.“당연히 축하하러 온 것이다.”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송정희는 경악했다. 상황이 이런 식으로 흘러갈 줄은 조금도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참다 못한 그녀는 스스로 나서기로 했다.송정희는 좀 전까지 유지하던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을 버리고, 노골적인 책망이 담긴 목소리로 금영을 꾸짖었다.“무슨 이유가 되었든, 근신을 명했는데 밖으로 나간 것은 네 아버지는 물론 이 가문의 규율을 우습게 여기는 행위이다.”금영이 역으로 물었다.“가문의 규율이 폐하께서 하사하신 혼사보다 중요합니까?”금영의 시선이 영안후에게 향했다.“아니면… 애초에 이 혼사가 깨지길 바라고 있는 것입니까? 아버지, 이 혼사가 누구 덕분에 맺어진 것인지 떠올리십시오. 순리대로 진행하여 영안후부의 명성을 드높여야 할 것 아닙니까? 만약 변수가 생겨 그렇지 못할 시….”금영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그 누구의 뜻대로 일이 잘 진행된다면 다행이겠지만, 어긋날 경우… 영안후부는 태자비를 배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잃는 것은 물론, 온 나라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입니다.”금영이 눈을 번뜩이며 경고했다.“아버지께서는 현명한 분이시니, 제 말의 뜻을 잘 이해하실 거라 생각합니다.”영안후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송정희는 여전히 납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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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송정희는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참다 못해 결국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그 순간, 영안후가 매섭게 경고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하지만 같은 것은 없소. 이 일은 더 이상 언급하지 마시오.”그러더니 잠시 한마디를 덧붙였다.“당신이 명월이를 아끼는 마음을 나도 모르는 것은 아니오. 그 아이도 때가 되면, 충분히 좋은 혼처를 찾아주리다.”말을 마친 영안후는 송정희에게 말할 여지도 주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송정희는 그런 영안후의 뒷모습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충분히 좋은 혼처? 이 세상에 태자보다 더 좋은 혼처가 어디 있다고!’*황궁 안, 봉의궁.환옥이 서 황후를 바라보며 보고를 올렸다.“황후마마, 오늘 폐하께서 귀궁이 늦어진 것은 진국공부에 들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그러자 서 황후가 여유롭게 손에 들린 붉은 매화꽃을 꽃병에 꽂으며 담담히 답했다.“알겠다.”황제의 귀궁이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어디 이상한 여인에게 붙잡혀 있던 것만 아니라면 상관없었기에, 딱히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게다가 진국공부엔 혼기가 찬 여인도 없었다. 그래서 황후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환옥이 말을 이었다.“그런데 오늘 폐하께서 태자 전하의 혼례일을 정하셨다고 합니다.”“뭐라고?”방금 전까지 대수롭지 않게 얘기를 듣고 있던 서 황후가 탁 소리 날 정도로 강하게 탁자를 내리쳤다. 환옥은 순간 놀랐지만, 표정 관리를 하며 보고를 이어갔다.“혼례 날짜는 약 석 달 뒤, 예부와 흠천감을 통해 날짜를 고르시겠다고 하셨답니다.”서 황후는 가슴에서 분노가 치솟았다.“갑자기 왜 그런 결정을 하셨단 말이냐?”저절로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겨우 구실을 만들어 혼사를 좀 미뤘더니,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환옥은 그런 서 황후의 심정을 백 번 이해했다. 얼마 전에 연회장에서 서 황후가 이 혼례를 미루기 위해, 어렵게 만든 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제의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다.환옥이 자세한 내막을 설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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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환옥이 언급한 서 상은, 서 황후의 친정 아버지였다.서상부와 진국공부, 모두 성씨가 같은 서인 까닭은 어느 정도 인척 관계도 있었다. 하지만 특별히 가깝다는 얘기는 전해진 바가 없었다.그것이 혹여 황실의 시선을 의식해 일부러 거리를 둔 것인지, 아니면 조정의 권력 다툼에 휘말리기 싫었던 진국공의 판단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서 황후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작산 행궁을 다녀온 뒤로, 자꾸만 일이 어긋나기 시작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그녀의 머릿속에 황제가 부상당해 돌아온 날, 상처를 싸매고 있던 붉은 천 자락이 떠올랐다. 어쩌면 오늘 황제가 진국공부에서 보여준 이상 행동, 그 붉은 천 주인과 연관된 일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서 황후는 한참 고민을 거듭하다, 환옥을 바라보며 말했다.“서왕부에 사람을 보내 진국공부에서 서왕 세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아보거라.”그리고는 옆에 있던 궁녀 조씨에겐 또 다른 명령을 내렸다.“너는 나와 함께 현청전에 가서 폐하를 좀 뵈어야겠다.”환옥이 공손히 답했다.“예, 황후마마.”서 황후는 그대로 밖으로 나와 곧장 현청전으로 향했다.“황후마마께서 오셨습니다.”문 앞을 지키고 있던 위명이, 안에 알렸다.잠시 뒤, 다소 차가운 목소리가 안에서 울려 퍼졌다.“들여보내거라.”그제야 위명이 비켜섰고, 서 황후는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황제는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희미한 먹 자국이 남은, 금빛 테두리를 가진 선지 종이가 펼쳐져 있었다.서 황후가 예를 올렸다.“폐하.”황제는 손짓으로 서 황후에게 자리를 권했다.서 황후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절색으로 이름을 떨쳤던 인물답게, 곧 혼인할 아들을 둔 여인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노쇠한 기색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세월이 흐를수록 기품과 위엄이 더해진 모습이었다.황제가 먼저 입을 열었다.“공교롭군. 안 그래도 마침 황후를 부르던 참이었는데.”서 황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슨 연유로 저를 찾으셨는지 여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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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황제의 시선을 마주한 서 황후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그녀는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황제가 지금 불쾌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서 황후가 서둘러 말했다.“신첩은 그저… 폐하의 근심을 덜어 드리고자 했을 뿐입니다.”황제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대가 황후의 자리에 오른 지도 꽤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짐이 무엇을 가장 싫어하는지, 잘 알고 있지 않는가?”당연히 알고 있었다. 황제는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을 함부로 넘겨짚거나 떠보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그러니 이것은 분명한 경고였다. 그녀가 무슨 속셈을 품고 이런 말을 꺼냈는지 이미 알고 있으니, 함부로 자신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는 뜻이었다.서 황후는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송구합니다, 폐하.”황제가 냉담하게 말했다.“잘못을 알았으면 되었네. 짐의 일은 짐이 알아서 할 테니, 황후는 나서지 마시게.”그리고는 나가라는 뜻으로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이제 그만 물러 가게.”서 황후가 공손히 말했다.“그럼 신첩, 물러나겠습니다.”현청전에서 나온 서 황후는 곧바로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그러자 옆에 함께 있던 궁녀 조씨가 조심스레 물었다.“황후마마, 안에서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서 황후가 차갑게 말했다.“해주어야 할 일이 생겼다.”*영안후부.배명월은 너무 울어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그 모습을 본 송정희는 배명월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위로했다.“그만 울거라. 네 아버지는 늙어 판단력이 흐려졌을지 몰라도, 이 어미는 늘 네 편이다.”배명월이 눈물을 머금은 채 물었다.“정말 제 편이 되어줄 거예요, 어머니?”송정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배명월이 다시 울먹이며 말했다.“사람들이 뒤에서 말하는 것을 들었어요. 금영 언니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직접 키운 딸이니, 저보다 훨씬 더 정이 깊을 거라고요.”송정희의 얼굴이 굳었다.“누가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더냐? 너는 내가 열 달을 품어 낳은 아이다. 그런 너를 아끼지 않는다면, 내가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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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금영은 어떠한 감정도 드러내지 않고 담담한 모습을 유지했다. 하지만 배명월은 긴장한 것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배명월이 떨리는 목소리로 송정희를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어머니… 저는 언니와 달리 어릴 적부터 어머니와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지 못했는데… 어떻게 완벽한 예법을 지킬 수 있겠습니까? 궁에 들어가면 실수하지 않을까 너무 두렵습니다.”송정희가 금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금영아, 네 동생의 말대로 이 아이는 예법에 서투르다. 그러니 언니로서 네가 잘….”하지만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금영이 끼어들었다.“예법이 서투르다면, 궁에 들어가지 않으면 됩니다. 제가 직접 황후마마께 아뢰어 명월이는 입궁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배명월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러더니 난처한 목소리로 작게 송정희를 불렀다.“어머니….”송정희 또한 얼굴이 좋지 않았다.“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그러자 금영이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명월이가 스스로 말하지 않았습니까? 실수할까 두렵다고. 다 저희 가문의 명예를 생각해 드리는 말씀입니다.”금영은 배명월이 절대로 입궁을 포기할 리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조금 전 한 말은 그저 동정을 얻기 위해 꾸민 연기에 불과했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자신과 엮이게 될 테니 말이다.그럴 경우 배명월이 궁에서 실수를 저지르게 되면, 결국 자신이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지게 될 터였다.예상 밖의 상황에, 송정희는 속으로 크게 당황했다.회양에서 돌아온 금영은 겉보기로는 크게 달라진 것 없었으나, 속은 완전히 딴 사람이 된 것처럼 말이 통하지 않았다.배명월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어머니, 다시 생각해 보니 역시 예법을 배우러 혼자 궁에 들어가는 건 너무 외로울 것 같아요. 저도 언니와 함께 가겠습니다.”하지만 금영은 조금도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가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다. 하지만 미리 말해두는데, 네가 궁에서 사고를 칠 경우 스스로 책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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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송정희는 금영이 이렇게까지 정면으로 맞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너…!”그녀는 분노에 몸을 떨며 금영을 향해 삿대질했다. 가슴속에서 불길이 치솟아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송정희는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이를 악문 채 다시 입을 열었다.“온갖 고생을 하며 친딸처럼 키워 놓았더니, 네가 감히 나에게 이따위로 굴 수 있느냐!”하지만 돌아온 것은 금영의 무감한 시선뿐이었다.금영은 송정희가 너무나 혐오스러웠다. 이 순간에도 키워 준 정을 들먹이며 자신을 옭아매려는 태도가 참으로 가소로웠다. 그동안 베풀었다는 은혜라면, 이미 목숨으로 다 갚았다.“어머니, 화를 가라앉히세요.”배명월이 걱정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그런 다음, 못마땅한 눈길로 금영을 바라봤다.“언니, 어떻게 어머니를 이렇게까지 분노하게 만들 수가 있어요? 그동안 어머니께서 언니를 친딸처럼 대해 주신 은혜를 다 잊은 거예요? 아무리 낳아 준 어머니가 아니라고 해도, 그동안 쌓아 온 정이 있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모질게 굴 수 있어요?”금영의 눈썹이 살짝 치켜올라갔다.배명월은 또다시 좋은 사람인 척 송정희를 편에 서서, 금영을 몰아붙이려 하고 있었다.하지만 그것에 넘어갈 금영이 아니었다.“지금 아주 속 시원하지?”배명월이 잠시 멈칫했다.“무슨 뜻이에요?”금영이 웃음을 터트렸다.“내가 어머니와 대차게 싸우는 모습을 보니, 아주 통쾌하지?”금영은 배명월의 마음속 가장 어두운 곳을 정확히 찔렀다. 배명월은 티를 내지 않았지만, 실제로 아주 기뻤다. 기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자신이야말로 이 영안후부의 유일한 적녀인데, 부모의 관심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는 없는 법, 배명월은 눈시울을 붉히며 연기를 이어나갔다.“언니, 어떻게 저를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가 있어요?”이때, 다시 이성을 차린 송정희가 끼어들었다.“적당히 하거라, 배금영. 난 네가 동생을 그런 식으로 모독하는 거, 그냥 두고 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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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배명월은 송정희를 부축해 자신이 머무는 거처로 돌아온 다음, 곧장 취옥에게 지시를 내렸다.“가서 어머니께 드릴 냉차나 한 잔 가지고 오거라.”그리고는 송정희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고르게 하도록 도와주었다.“절대로 이런 일로 몸을 상하게 두시면 안 돼요. 그러면 제가 너무 가슴 아플 것 같아요.”송정희는 자신을 알뜰히 챙기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배명월을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역시 친딸은 다르다고 생각하니, 조금 전 금영이 대들던 모습과 너무나도 대비되었다.송정희는 손을 뻗어 배명월을 품에 끌어안았다.“착한 명월아, 앞으로 나한테는 너밖에 없다.”배명월이 그 품에 기대며 낮게 말했다.“제가 못나 어머니께 걱정만 끼치네요. 저도 진작 언니처럼 글도 배우고 예법도 익혔더라면… 궁에 들어가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을 텐데….”배명월의 눈가가 붉어졌다.그러자 송정희가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나에게 딸은 배씨 가문과 송씨 가문의 피를 이어받은 너뿐이다. 원래대로라면 배금영이 아닌 네가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을 것이다. 태자비 자리에도 네가 예정되어 있었겠지.”송정희가 한숨을 내쉬었다.“처음에 네 아버지가 말을 꺼냈을 때 내가 거절했어야 했다. 서출 출신을 곁에 두는 것이 아니었는데, 내 잘못된 선택으로 모든 것이 꼬여버렸구나. 그 계집은 네가 누렸어야 할 부귀를 십팔 년 동안 대신 누렸으면 됐지, 태자비 자리까지 내놓으라고 하는구나. 나는 절대로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송정희가 이를 악물며 차갑게 말했다.*다음 날 아침, 금영은 영안후부의 마차를 타고 황궁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송정희는 그녀를 막지 못했다. 서 황후가 직접 내린 명을 사사로운 이유로 거부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제 서 황후와 영안후를 거론한 것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금영은 맑고 단정한 기품을 드러내는 남색 비단 치마를 입었고, 배명월은 순하고 사랑스러운 인상을 돋보이게 하는 연노랑 치마를 입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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