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111 - Chapter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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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마차는 심하게 흔들렸고, 금영은 정신 차릴 틈도 없이 휩쓸렸다.그런데 이때, 누군가가 밖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마차 안에 누가 있다! 얼른 사람부터 구해!”익숙한 목소리였다. 금영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황제였기 때문이다.그리고 이어서 위명의 목소리도 뒤따랐다.“하지만 폐하….”“가!”황제는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위명은 혹시라도 자객이 따라붙었을까 봐 걱정스레 잠시 뒤돌아보았지만, 이내 몸을 날려 금영의 마차 위로 올라탔다.“이랴!”위명은 힘껏 마차의 고삐를 잡아당겼고, 그제야 말이 이성을 잃고 폭주하던 것을 멈추고 서서히 안정을 찾아갔다. 그런데 그 사이, 자객들이 따라붙기 시작했다.위명은 벌떼처럼 몰려드는 적들을 발견하고 말에 올라타 있던 황제를 쳐다보았다. 어느새 부상을 입었는지 그는 말 위에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위태로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폐하!”위명이 다급히 외쳤다.다행이도 황제는 온 힘을 끌어올려 마차 위로 뛰어올랐다.순식간의 일이었다. 그 그림자는 어느새 마차 안으로 비틀거리며 들어섰고 금영과 마주 보게 되었다.금영은 면사를 두르고 있던 탓에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익숙한 옷차림과 머리에 꽂혀 있는 봉황 비녀 탓에 황제는 단번에 그녀의 정체를 알아차렸다.“폐하!”금영은 놀란 마음을 겨우 가라앉힌 상황이었다. 그녀는 최대한 침착하게 황제를 불렀다. 그는 무거운 표정으로 자신의 어깨를 부여잡고 있었다.그제야 금영은 그의 상태를 알아차렸다. 부러진 화살이 깊숙이 그의 어깨에 박혀 있었다.화살을 맞은 황제는 스스로 그 화살대를 꺾은 모양이었다.마차는 여전히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당연히 금영도 쉽게 몸을 가눌 수 없었고, 두 사람은 스스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서로 자주 맞닿았다.그렇게 한참, 드디어 마차가 멈춰 섰다.곧이어 위명이 마차 안쪽으로 고개를 들이밀며 물었다.“폐하, 걸으실 수 있겠습니까? 두 분이 여기서 내리시면, 제가 자객들을 다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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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무너진 사당 지붕 사이로 달빛이 스며들어 옅게 안을 밝혀 주었다. 그 덕에 금영은 무리 없이 황제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고 견갑골에 부러진 화살촉 하나가 깊이 박혀 있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 위치가 치명적인 곳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또 발생했다.상처를 입은 이상 피가 배어 나오는 것은 당연했지만 중요한 것은 그 피가 붉은색이 아니라 검은색이었다는 점이었다.그리고 금영은 깨달았다. 이건 분명 독이었다.바로 그 순간, 황제는 갑자기 손을 뻗어 금영의 손목을 붙잡았다.금영은 깜짝 놀랐지만, 자신의 손에 단도를 쥐여 주는 행동에 곧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다.그녀는 단도를 받아 들고 비장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폐하, 조금만 참으십시오. 금방 끝내겠습니다.”말을 마친 금영은 단도로 화살이 박힌 주변 살갗을 갈랐다.황제는 분명 고통스러울 법한데도 미간을 살짝 찌푸리는 것 외에 별다른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다.금영은 그를 잠시 쳐다본 뒤, 재빨리 화살 끝을 잡고 뽑았다.“폐하.”금영이 다시 한 번 불렀다. 하지만 황제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상태를 보니, 이미 의식을 잃은 듯했다. 금영은 여전히 검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 그의 상처를 바라봤다.그녀는 잠시 망설였지만, 곧 결심을 굳혔다.만약 황제가 여기서 죽는다면, 그녀 또한 살길이 막힐 터였다.금영은 이를 악물었다. 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그녀는 망설임 없이 면사를 걷어 올린 뒤, 몸을 숙여 상처에 입을 대고 독이 섞인 피를 빨아냈다.그렇게 몇 번이고 비릿한 피를 내뱉자 드디어 상처에서 선명한 붉은색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를 확인한 금영은 서둘러 상처를 싸맸고 초조한 얼굴로 황제를 지켜봤다.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폐하!”그 사이로 금영에게도 익숙한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부황!”금영은 태자와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그 목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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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배명월은 본래도 눈이 참 아름다웠다. 그런데 지금처럼 말없이 눈물을 머금은 채 빤히 바라보고 있으면,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묘한 힘이 더해졌다.그 모습을 본 태자는 역시나 망설임 없이 말에서 내려 배명월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곧 금영을 아직 말에서 내려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섰다.찬 바람이 불어와 금영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면사를 살짝 들어 올렸다. 금영은 태자의 행동이 우스운 듯 가볍게 웃으며 말 반대편으로 내려섰다.그런데 막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어디선가 맹운산이 나타나 급하게 금영에게 다가왔다.“배금영, 괜찮아?”맹운산이 금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금영이 답했다.“괜찮아.”맹운산이 다시 걱정스레 물었다.“어디 다친 데 없어?”금영이 웃으며 답했다.“없어.”그제야 맹운산은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어릴 적 우리가 죽어도 꼭 같은 해, 같은 달에 죽자고 약속했던 거 기억나? 네가 먼저 죽어버리면 내 수명도 줄어드는 거나 마찬가지라고.”금영은 맹운산을 힐끗 쳐다봤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하는 말이 실없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태자는 그런 둘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문득 생각이 번뜩였다.그동안 금영이 아무리 좋아하는 사내가 따로 생겼다고 말했어도 그는 잘 믿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자 어쩐지 아예 가능성이 없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만약 정말 금영이 다른 사내를 마음에 두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이 스치자 태자의 마음은 저절로 초조해졌다. 그는 자신을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배명월조차 잊은 채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태자는 금영의 곁에 서서, 탐색과 견제가 뒤섞인 눈빛으로 맹운산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겉보기에는 한량처럼 보이는 맹운산도 이 순간만큼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태자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당당한 기색을 보였다.그러자 태자는 마치 소유권을 주장하듯 금영의 손을 잡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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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맹운산은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기 힘들었다.그때 심상치 않은 그의 표정을 본 금영이 서둘러 태자의 소매를 붙잡으며 말했다.“전하, 바깥이 추우니 일단 관역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금영이 먼저 다가오자 태자의 표정도 조금 누그러졌다.그제야 맹운산은 찬물을 머리에 뒤집어쓴 듯 정신을 차렸다. 그는 조금 전까지 꽉 움켜쥐고 있던 주먹에서 힘을 풀며 한 걸음 옆으로 물러서 공손히 말했다.“그럼 저는 여기서 두 분을 배웅하겠습니다.”태자는 금영의 어깨를 감싼 채 안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관역 입구에 다다르자, 자신이 배명월을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태자는 본능적으로 금영의 어깨를 붙잡고 있던 손을 풀려고 했다.반면 금영은 안 그래도 조금 전 일로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태자가 자신을 억지로 끌어안은 것도 모자라, 배명월을 보자마자 또 손을 놓으려 하니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태자는 마치 그녀를, 원할 때마다 마음대로 쥐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사람쯤으로 여기는 듯했다.금영은 더 이상 그의 장단에 맞춰 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태자였다. 정면으로 맞설 수는 없으니 다른 방식으로 되갚아야 했다.금영은 힘이 느슨해진 태자의 팔을 다시 붙잡았다. 평소라면 그를 피하기 바빴겠지만, 오늘만큼은 울화가 치밀어 화풀이라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금영은 말했다.“전하, 조금 전에 그러셨죠? 혼례가 머지않았다고요. 그게 사실입니까?”금영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태자가 황제에게 직접 혼례 일을 정해달라고 말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서 황후가 있는 한 절대로 쉽사리 이 혼사가 성사될 일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지.”금영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혼례가 가까워졌다는 건, 곧 전하께서 명월이의 형부가 될 날도 머지않았다는 셈이겠네요.”그 말을 듣는 순간 배명월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형부라니, 그녀는 절대로 태자를 형부로 두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형부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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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배명월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한층 더 가련한 표정을 지은 채 상처받은 듯 말했다.“제가 괜히 마중 나와 두 분의 시간을 방해한 것 같네요. 전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배명월은 눈물을 흘리며 온몸으로 슬픔을 흩뿌리듯 관역 안으로 들어갔다.그러자 태자가 참지 못하고 손을 뻗었다.“명월아!”하지만 배명월은 이미 멀어져 있었다. 태자는 그녀가 얼마나 상심했을지 짐작하며 불쾌한 표정으로 금영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금영이 먼저 태자의 팔을 놓았다.“전하, 저도 몸이 좋지 않아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태자는 관자놀이에 핏줄이 돋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는 금영과의 관계를 풀어보려 애썼던 과거의 자신을 후회했다. 자신은 그저 호의를 보였을 뿐인데, 금영은 오히려 그 기세를 믿고 배명월을 곤란하게 만들었다.금영은 태자가 속으로 분을 삭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가 분노를 터뜨릴 틈도 주지 않은 채 관역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회랑을 따라 한 객실 앞을 지나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명월아, 무슨 일이냐?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하더니, 왜 이렇게 얼굴이 안 좋으냐?”송정희의 목소리였다.“태자 전하를 마중 갔던 것이 아니었느냐? 왜 울면서 돌아와?”이번에는 배경천의 목소리였다. 그러자 곧이어 배명월의 억눌린 울음소리가 이어졌다.지금 영안후부 사람들은 모두 울고 있는 배명월을 달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조금 전까지 목숨이 위태로웠던 금영을 떠올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금영은 이런 일로 더 이상 마음이 상하지 않았다.그녀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그런데 그때 금영을 발견한 해수가 안도한 목소리로 불러세웠다.“아가씨!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그러더니 다시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아가씨, 태자 전하께서 구해주신 것입니까?”그 말을 듣는 순간 금영의 머릿속에 황제가 떠올랐다. 조금 전 사람들이 그를 발견했을 때도 그는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한 상태였다. 지금쯤 어떻게 됐을지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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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그러니 죄를 묻는 것이 아닌, 너에게 상을 내리겠다.”서 황후가 말을 이었다.“자, 말해보거라. 어떤 상을 받고 싶으냐?”서 황후가 미소를 띈 채 위명을 바라보았다.어차피 황제가 깨어나면 다시 상을 내릴 테지만, 먼저 자신이 한 번 상을 내려 인심을 사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위명이 머리를 긁적이며 어수룩한 얼굴로 웃었다.“그렇다면 소인에게 재물이나 조금 하사해 주십시오.”서 황후가 옆에 있던 궁녀 조씨를 바라보며 말했다.“하사하도록 하라.”그러더니 다시 위명을 바라보며 물었다.“금영은 어쩌다가 거기에 함께 있었느냐? 그 아이는 어디 다친 곳 없었더냐? 주변에 자객은 또 어떻게 되었느냐?”겉보기엔 분명 걱정하는 말투였다. 하지만 황후는 위명의 입에서 금영이 자객에 쫓겨 버려진 폐사당에 갇혀 있었다는 얘기가 나오길 바라고 있었다.위명이 답했다.“배금영 아가씨의 말이 놀라 날뛰었는데, 마침 폐하와 소인이 그곳을 지나던 중 이를 발견하여 구조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소인은 폐하와 배금영 아가씨를 사당에 피신시키고, 자객을 따돌리는 사이 아가씨께 잠시 문 밖을 지켜 달라 부탁했습니다. 다행히 자객을 따돌리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고, 약 한 시진 뒤 돌아와 보니 이미 사람들이 두 분을 발견한 뒤였습니다.”위명은 단순하고 우직해 보이는 외형과 달리 말에는 조금의 허점도 없었다.서 황후는 그 말을 듣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큰 위험이 없었다니, 다행이구나.”위명이 웃으며 답했다.“본디 폐하께서는 길운이 따르시는 분이니, 배금영 아가씨께서도 그 덕을 보신 거지요.”그렇게 말을 나누는 사이, 황제가 천천히 눈을 떴다.“폐하께서 깨어나셨습니다!”손 원판이 기쁜 목소리로 알리자 서 황후는 서둘러 침상 곁으로 다가갔다.“폐하, 몸은 좀 어떠십니까?”황제는 머리가 다소 무거운 듯,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그런 다음 주변에 모여 있는 사람을 한 번 훑은 다음, 서 황후를 바라봤다.“큰 문제는 없는 듯하네.”서 황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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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위명은 말을 이었다.“폐하의 상처를 처치하고… 독혈을 빨아낸 사람은 소인이 아닙니다....”위명은 어떻게 이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말 끝을 흐렸다. 그는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이 일로 황제가 입막음하기 위해 자신을 없앨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대량은 예법이 매우 엄격한 나라였고 특히 명문가 자제일수록 남녀 간의 규범을 더욱 철저히 지켜야 했다.만약 평범한 가문의 여식이었다면 이런 일이 발생했을 경우 자연스레 궁으로 들이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금영이었다. 일반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황제는 그 말을 듣자 관자놀이에 핏줄이 꿈틀거렸다.금영이 처치를 하고 있었을 때 그는 의식이 흐린 상태이긴 했으나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누가 자신의 상처를 치료해 준 것인지 알고 있었다. 더구나 단도를 금영에게 직접 건네준 것도 그였다.그럼에도 위명에게 물은 건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에 불과했다.배금영, 그녀는 황제가 직접 교지를 내려 태자비로 예정된 여인이었다. 그런 여인이 자신의 명예를 걸고 황제를 구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황제의 눈빛이 깊어졌다. 마치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심연처럼 깊이, 아주 깊이 내려앉았다.그렇게 한참, 드디어 황제가 입을 열었다.“그래도 대처를 잘 했구나. 말해 보거라. 어떤 상을 원하느냐?”위명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이건 소인이 멋대로 판단해 벌인 일이니 상까지 받는 건 너무 과분한 일인 것 같습니다.”황제는 위명을 힐끗 바라보았다.“상은 반드시 내려야 한다.”위명이 어쩔 수 없이 답했다.“그렇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하지만 무언가 걸리는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소인이... 한 가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이 일을 앞으로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이십니까?”그러자 황제는 드물게 안색에 난처한 표정을 띠었다.‘어떻게 해야 할까....’이 일은 절대로 밖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다른 사람이 이 사실을 알 경우 금영의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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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황제는 원래 곧장 본론을 꺼내려 했다. 하지만 막상 금영을 직접 보니 마음이 바뀌었다.“너도 위험할 뻔했는데, 망설이지 않고 독혈을 빨아내 짐을 구해주었구나. 원하는 상이 있느냐?”그 말을 들은 금영은 긴장이 살짝 풀렸다.다행히 예상했던 대로 황제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 듯했다. 오늘 부른 것도 자신을 구해준 일 때문인 것 같았다.마음을 가다듬은 금영이 입을 열었다.“어떤 상이든 괜찮습니까?”황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금영이 말했다.“제가… 태자 전하와의 혼례를 물리고 싶다고 청해도 말입니까?”원래 금영은 태자가 스스로 이 혼인을 물리길 바랐다. 하지만 태자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그는 배명월도 포기하지 못하면서, 이 혼인을 깰 용기도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먼저 말을 꺼내 보기로 했다.옆에서 이 말을 들은 위명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황제 앞에서 파혼을 입에 올리다니, 그는 순간 금영이 제정신인지 의심되었다.황제 또한 늘 공손하고 예의 바르던 금영이 이런 이야기를 꺼낼 줄은 몰랐던 터라 속으로 잠시 당황했다.하지만 곧 어렵지 않게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황제를 치료한 일 때문에 혼인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여기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그렇다면 더욱 파혼을 허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황제는 단호하게 말했다.“정정하마. 파혼만 아니라면 어떤 상이든 허락하겠다.”이렇게 말해두면 금영도 마음이 조금은 놓일 것이라 그는 생각했다.하지만 눈썹을 살짝 내리깐 금영의 얼굴에는 실망이 가득했다.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거절당한 이상 다시 이 이야기를 꺼내기는 어려워 보였다.그리고 아직 모든 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금영이 말을 잇지 않자 황제가 먼저 입을 열었다.“나를 구명한 공이 있으니 본래라면 조정에서 상을 내려야 마땅하겠지만… 아직 혼례를 치러 정식으로 황가의 사람이 된 것도 아니니, 사실을 밝힐 경우 네 명성에 흠이 될 것이다.”황제가 말을 이었다.“그러니 이 일은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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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금영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지끈거렸다. 부탁한 적도 없는데, 황제가 멋대로 결정을 내린 것에 답답함이 몰려왔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함부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는 없는 법, 애써 속으로 삭혔다.“그럼 이만 데려다주거라.”황제가 명했다.위명은 금영을 숙소까지 데려다준 뒤, 다시 황제에게 돌아와 자신의 역할에 충실히 임했다.그런 그를 보며 황제가 말했다.“과연 선대 영안후 곁에서 자란 아가씨답게 몸에서 조부의 기개가 뿜어져 나오는구나.”겉으로는 마르고 병약해 보였으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 안에 담긴 신념이 제법 단단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인이 자신의 정절보다 목숨을 더 귀하게 여기는 모습에 황제는 선대 영안후를 떠올렸다.그러다 문득 황제는 무언가 떠올랐는지 위명을 흘끗 바라봤다.“다리는 왜 그러는 것이냐?”위명은 살짝 엉거주춤 다리를 벌린 채 서 있었다.그 질문을 들은 위명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시녀에게 걷어차였다는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라 한참 망설이다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조금… 다쳤습니다.”황제는 눈살을 찌푸렸다.“됐다. 밤도 깊었는데 이만 돌아가 쉬거라.”*한편, 금영은 방으로 돌아와 침상에 앉았다.해수는 문틈 사이로 고개를 바짝 붙인 채, 밖을 살폈다. 그리고 확실히 위명이 자리를 떠난 것을 확인한 뒤에야 문을 닫고 긴장한 얼굴로 금영에게 물었다.“아가씨, 괜찮으십니까? 정말 폐하께서 부르신 것이 맞습니까?”금영은 이번엔 해수에게 숨기지 않기로 마음먹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해수는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폐하께서는 무슨 연유로 이 시간에 아가씨를 부르셨답니까?”금영은 해수를 지긋이 쳐다보았다.그제야 해수는 자신의 신분으로 과한 질문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곧장 몸을 낮추었다.“제가 주제가 넘었습니다.”금영이 말했다.“괜찮다. 하지만 오늘 있었던 일은 너도 잘 처신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 일을 밖에 내뱉을 경우, 나도 너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해수는 그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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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배명월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조금 전에 눈물을 흘리며 서러워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상당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그러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전에는 내가 잘못 판단했던 거지. 조금 더 살갑게 굴고 비위를 맞춰주면 전하의 마음이 내게 기울 거라 생각했었다.”그리고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하지만 이제야 알겠어. 언니처럼 밀고 당기기를 반복해야 전하께서 아쉬워하고 더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말이다.”배명월은 영리했다. 금영이 태자를 멀리하기 시작한 뒤로 태자의 시선이 더 자주 금영에게 향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실제로 금영이 파혼을 언급한 뒤로 태자는 오히려 더 혼인을 강조하려 들었다.그러니 이제 자신도 조금 태자와 거리를 둘 때라고 판단한 것이다.*당연히 금영은 자신의 행동이 불러온 오해를 알지 못했다. 물론 밀고 당기기, 그녀도 할 줄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단연코 태자에게 사용한 적은 없었다.그녀가 노리는 건 애초부터 태자가 아니라 그 위에 있는 황제였기 때문이다.다행히도 돌아가는 길엔 병력이 첫 출발지보다 많이 강화된 상황이었고, 더 이상의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행렬은 드디어 도성 입구에 도착했고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했다.조정 대신들과 그 가족들은 각자의 집으로, 황제와 황후는 수행 인원들을 이끌고 황궁으로 돌아왔다.그렇게 금영 또한 영안후 일행들과 함께 집 대문 앞에 도착했다.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가느다란 눈이 흩날리기 시작했다.금영이 마차에서 내리자 눈송이 몇 가닥이 이마 위로 내려앉았고 차가운 기운이 희미하게 스며들었다.송정희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드디어 집에 도착했구나.”집, 그 말을 들은 금영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이곳은 더 이상 그녀에게 집이라 불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배명월은 송정희의 팔을 가볍게 부축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금영은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자신도 발걸음을 옮겼다.지금은 감정을 드러낼 때가 아니었다. 궁에 들어가려면 아직 영안후부의 큰아가씨라는 신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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