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131 - Chapter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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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화

진국공부 연회장, 오가는 하객들이 속속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상석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진국공이 앉아 있었는데, 노년이 되었음에도 위풍당당한 그 분위기만은 여전했다.그리고 그의 옆엔 진국공부 서 노부인, 진여란이 앉아 있었다. 서 노부인은 진국공보다 겨우 한 살 어린,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이목구비를 살펴보면 젊은 시절에 상당히 뛰어난 미인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영안후가 가솔들을 데리고 들어와 격식을 차려 인사를 건넸다.“국공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송백처럼 장수하시길 기원합니다.”“축하해주어 고맙네, 세질.”진국공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받았다.진국공과 선대 영안후는 함께 생사를 넘나들던 벗이었다. 그래서 지금 영안후를 친근하게 세질이라 부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동시에 선대 영안후가 이미 세상을 떠났어도 두 가문의 오랜 인연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모두에게 알리는 것이기도 했다.서 노부인은 송정희 곁에 서 있는 배명월을 바라보며 물었다.“이 아이가 금영인가? 한동안 보지 못했더니, 몰라보겠네.”그러면서 친근하게 손짓했다.“착한 아가, 이리 와보거라. 가까이서 함 보자꾸나.”하지만 배명월이 입을 떼기도 전에 서 노부인이 다시 말을 이었다.“몇 년 전에 봤을 때만 해도 참 영리하고 고왔는데, 어째 예전보다 얼굴이 많이 상했구나.”배명월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서 노부인 곁에 서 있던 맏며느리 하온숙이 급히 말했다.“어머니, 이 아이는 금영이가 아닙니다.”“금영이가 아니라고?”진여란이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러자 영안후가 나서서 설명했다.“저희 집의 작은 딸, 명월입니다.”하온숙이 민망한 얼굴로 영안후를 바라보며 말했다.“영안후께서는 너무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어머니의 상태는 이미 들으셔서 아시겠지만...”딱히 숨긴 적이 없기에, 이미 주변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서 노부인은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부쩍 나빠졌고, 종종 말도 앞뒤를 섞어서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내를 아끼는 진국공의 마음이 달라진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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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당연히 금영도 진국공에게 축하 인사를 올리고 싶었다. 그것이 도리였으니까.하지만 상황이 그것을 허락해주지 않자 금영은 어쩔 수 없이 무례를 범할 수밖에 없었다.맹운산의 추측대로 그녀는 이곳에 단순히 연회를 즐기러 온 것이 아니었다. 그 사람을 만나러 온 것이다.금영은 일찌감치 하녀의 복장으로 갈아입고, 큰 어려움 없이 국공부 하인들 사이에 섞였다. 그도 그럴 것이 연회가 연회인 만큼 매우 규모가 컸으며 쉴 틈 없이 일이 휘몰아쳤다. 게다가 손님들이 데려온 수행원도 많았다. 그러니 낯선 얼굴이 하나쯤 섞여도 이상하게 여길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괜히 일일이 그런 것을 신경 썼다가 시비 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말이다.하지만 어느덧 시간이 지나 연회가 끝날 무렵이 되었다.금영은 마음이 점점 초조해졌다. 회귀 전과 달리, 어쩌면 이번에 황제가 진국공부에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던 금영은 서둘러 진국공부를 빠져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원이 줄어들면 당연히 의심을 살 수밖에 없고, 정체를 들킬 경우 설명할 길이 없었다.그런데 그때, 술 냄새와 함께 누군가가 금영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았다.“어이구, 어느 집 하녀이길래 이렇게 곱게 생겼지?”금영은 통증에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는데, 극도로 보기 싫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바로 서왕의 세자, 소성원이었다.소성원은 어릴 적부터 금영을 괴롭혀 왔었다. 그런데 커서도 그 못난 기질을 버리지 못하고 난봉꾼이 되었다. 그게 얼마나 심했으면 회양에 있었던 그녀에게도 전해질 정도였다.“이것 놔!”금영이 차갑게 말했다. 그리고 동시에 손을 세게 흔들어 뿌리치려 했다.소성원은 잠시 멈칫했다. 하녀답지 않은 말투였다.금영은 차갑게 말하는 동시에 손을 힘껏 휘둘러 그를 뿌리치려 했다.그녀의 반응을 본 소성원은 잠시 멈칫했다. 하녀 답지 않은 말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코 손을 놓진 않았다. 오히려 더 세게 붙잡았다. 그리고는 더 자세히 앞에 있는 사람을 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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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그제야 소성원의 시선이 황제에게 향했다. 하지만 곧바로 반응하지는 못했다. 그건 두렵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였다. 두려움이 너무 한 번에 몰려와 얼어붙은 것이었다.그는 한동안 자리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황제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방금 뭐라고 했지? 다시 말해 보거라.”손이 덜덜 떨리고 오금이 저렸다. 소성원은 그대로 털썩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았다.“송구합니다, 폐하! 폐하이신 줄 몰랐습니다! 절대로 고의로 길을 막은 것이 아니 옵니다! 제발 용서해주시옵소서!”황제가 낮게 비웃었다. 그러자 소성원이 다급하게 손가락을 들어 황제의 뒤에 있는 금영을 가리켰다.“저 계집입니다! 저 계집이 먼저 저를 유혹했습니다! 저 계집이 저를 유혹하지만 않았어도, 제가 이곳까지 올 일 없었을 것입니다! 제발 믿어주십시오!”하지만 당연히 황제는 그의 헛소리를 믿지 않았다.뒤에 있는 여인이 어떤 사람인지는 그가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이 여인은 단 한 사내만 마음에 품겠다는 고집스러운 신념 하나로 황제의 후궁이 되는 것마저 포기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소성원을 먼저 유혹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감히 내 앞에서 거짓을 고해?”황제가 차갑게 꾸짖었다. 그런 다음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금영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소성원을 대할 때와는 달리, 상당히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물었다.“네가 말해보거라.”금영은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가 조용히 말했다.“신녀는 잠시 조용한 곳에 쉬러 온 것뿐인데, 서왕 세자께서 갑자기 나타나더니 저에게 불손한 짓을 하려 했습니다.”“폐하! 저 계집의 말을 절대 믿으시면 안 됩니다!”소성원이 소리쳤다.“저 계집은 부귀영화를 탐해 이곳에 숨어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우연인 것처럼 꾸며, 신분 높은 사내를 유혹하려 한 것입니다!”금영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각도에서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사실 소성원의 말도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그녀가 기다렸던 상대는 소성원 같은 쓰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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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지금 황제의 품에 안긴 상태에서 자신이 미래의 태자비라는 것이 발각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상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렸다.그리고 곧 진국공이 가까이 다가온 것이 느껴졌다.“폐하께서 행차하신 줄 몰라사옵니다. 신이 큰 무례를….”진국공은 말을 마치지 못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혓바닥이 굳은 듯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두 눈 부릅뜬 채 눈 앞에 있는 광경을 바라봤다.황제의 품 안에 하녀 차림의 여인이 안겨 있었다. 진국공은 자신이 노망나 헛것을 본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이때, 황제가 먼저 입을 열었다.“마침 서교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국공의 생일 연회가 열렸다고 하기에 직접 축하하러 왔을 뿐이네.”황제는 원로 대신들을 늘 각별히 여겼다. 그래서 오늘도 일부러 진국공부의 체면을 세워주려 든 것이었다.진국공이 급히 고개를 숙였다.“신, 폐하께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하지만 참을 수 없는 호기심에 말을 하는 와중에도 몰래 황제의 품을 힐끔거렸다.황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그만 물러가 보시게.”진국공은 눈치가 빨랐다.“신, 진국공.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진국공이 물러나자 황제는 품에 묻혀 있던 금영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입가엔 옅은 웃음이 걸려 있는 상태였다.그렇게 두 사람은 봉래각으로 향했다.이곳은 진국공이 귀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따로 지어 둔 곳이었다.황제는 이 나라에서 가장 존귀한 사람, 그가 방문한 이상 당연히 이곳은 그의 차지였다. 진국공은 황제가 편히 머물 수 있도록 주변에 아무도 접근할 수 없도록 조치해 두었다.방 안에 들어서자, 황제는 금영을 내려주었다.금영은 땅에 발이 닿자마자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폐하.”황제는 금영을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전에는 그렇게 대담하더니, 왜 이제 와서 겁먹은 척 무릎 꿇는 것이냐?”그의 말엔 냉소가 섞여 있었다. 말도 없이 사라진 그녀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것 같았다.“이 나라의 주인을 보고 제가 어찌 예를 올리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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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금영은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동공이 흔들렸다.“폐하.”떨리는 금영의 목소리에 황제가 가볍게 웃었다. 이 이상 그녀를 놀리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자신의 어깨를 눈짓으로 힐끗 가리켰다.“너는 모를 수도 있겠지만, 최근에 짐이 또 부상을 당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좀 전에 너까지 안고 오느라 상처가 조금 욱신거리는구나.”평소 황제 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는 지금 부상을 핑계로 금영의 관심을 사려 하고 있는 것이다.그의 말에 금영은 살짝 식은땀이 났다. 모를 수가 없는 일이었다. 금영은 그가 부상당했을 때, 독혈을 직접 빨아낸 사람이었으니.하지만 겉으로는 아무것도 몰랐던 듯, 다급한 얼굴로 한 걸음 황제에게 다가갔다.“괜찮으십니까, 폐하?”금영의 얼굴에 깃든 걱정을 본 황제는 기분이 살짝 좋아져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적어도 금영이 자신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금영이 다시 말했다.“태의를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황제가 담담하게 답했다.“비공식적으로 국공부에 들른 것이다.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짐이 여기 있다고 알리고 싶지 않구나.”그렇게 말하며 황제는 다시 한번 금영의 얼굴을 쳐다봤다.“정 내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거든, 상처나 다시 싸매 주거라.”이번엔 금영도 사양하지 않았다. 바라던 바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곧바로 황제의 코앞까지 다가갔다.“그럼 실례하겠습니다.”황제는 금영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자신의 옷깃에 스치는 것을 느꼈다.곧이어 살짝 차가운 감촉이 달아오른 그의 피부에 닿았다. 순간 황제는 자기도 모르게 허리가 뻣뻣하게 굳었다. 금영을 바라보는 눈동자도 점점 깊어졌다.금영은 상처를 덮고 있는 얇은 천을 떼어냈다. 다행히 상처는 꽤 많이 아문 상태였다.“폐하, 다행히도 상처가 다시 벌어지지는 않았습니다.”금영이 다시 상처를 싸매는 동안, 은은한 향기가 황제의 주위를 맴돌았다.바로 그 순간, 황제가 갑자기 금영의 손목을 잡았다. 그러더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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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당장 멈춰라!”금영이 또다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나자, 황제는 크게 분노했다.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한 나라의 황제인 그가, 겨우 한낱 여인 때문에 이토록 감정적으로 굴게 될 날이 올 줄은 말이다.하지만 황제가 뒤따라 나왔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금영은 또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마침 그때, 위명이 소성원을 처리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황제를 보고 조심스레 물었다.“폐하?”위명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영지 아가씨를 찾으신 거 아니었습니까? 그분은 어디 있습니까?”황제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도망쳤다.”위명이 크게 눈을 떴다.“예? 또… 또 도망쳤단 말입니까?”또라는 글자에 황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위명이 작게 중얼거렸다.“폐하, 소신이 생각하기에는… 다음에 그 아가씨를 다시 붙잡게 된다면 쇠사슬 하나 정도는 준비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다시는 달아나지 못하도록 말입니다.”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고생하는 것은 위명, 자신이었다.“입 다물거라. 당장 가서 사람을 찾아.”황제가 싸늘하게 말했다.“짐이 아주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전하고, 국공부를 샅샅이 뒤져서라도 반드시 찾아내.”위명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결국 또 자신이 뛰어다니게 생겼다.그 무렵, 금영은 간신히 미리 자리를 잡아 두었던 바위 뒤로 몸을 숨겨 비단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모습이 달라졌다. 다시 고귀하고 단아한 영안후부 여식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금영!”연회장에서 금영을 기다리다 못해 밖으로 찾으러 나온 맹운산이 마침내 금영을 발견했다.“배금영! 연회 다 끝나가는데, 도대체 어디 갔던 거야?”맹운산이 다짜고짜 화를 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조금 전에 소성원을 봤기 때문이다.소성원은 어릴 적부터 금영을 괴롭히기 좋아했다. 만약 지금 국공부에 금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무슨 일을 또 벌일지 몰랐다.금영이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미안해. 걱정시켰네.”맹운산의 얼굴이 어색하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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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송정희는 이 말을 하면서 겉으로는 걱정하는 척, 실상은 금영이 아픈 척 꾀병을 부렸다는 사실을 슬쩍 드러냈다.금영이 가볍게 웃었다.“오늘 몸이 좋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국공의 생신 아닙니까? 할아버지와 생사를 함께한 벗이자, 제 친할아버지와 같은 분의 생신 연회에 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서 노부인이 금영을 향해 손짓했다.“금영아, 이리 와 내 곁에 앉거라.”금영이 얌전히 앞으로 걸어갔다. 서 노부인은 금영의 손을 잡고 가볍게 두드렸다.“착한 아이로구나. 몸이 좋지 않다면 집에서 쉬면 될 것을… 너의 정성을 나와 국공은 잊지 않을 것이다.”“망….”서 노부인의 말을 들은 하온숙이 서둘러 헛기침했다. 뒤에 이어질 말이 무엇일지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서 노부인은 늘 선대 영안후를 망할 영감탱이라 지칭해 왔었다.그 반응에 서 노부인도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고 서둘러 말을 고쳤다.“이런 손녀를 두다니, 선대 영안후도 참으로 복이 많구나.”바로 그때, 밖에서 누군가가 크게 알렸다.“황제 폐하 납시오!”연회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움직임을 멈췄다.황제라니, 하지만 곧 납득했다. 황제는 평소에도 원로 대신들을 각별히 아꼈다. 오늘 같은 날에 직접 와서 축하 인사를 건네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사람들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금영은 서 노부인과 함께 일어서 황제에게 예를 올렸다.“폐하를 뵙습니다.”사람들이 일제히 함께 말했다. 곧이어 황제가 연회장 안으로 들어와 사람들을 쭉 훑어보는 것이 느껴졌다.“모두 일어나라.”황제가 말했다. 이때, 위명은 연회장 밖에서 하녀와 그 수행인들을 수색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회장 안까지 사람을 들여보내 수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오늘은 어디까지나 진국공의 생신 연회였다.위명은 자신 때문에 국공의 체면을 깎거나, 사람들에게 괜한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았다.이때, 황제의 뒤에서 함께 연회장으로 들어선 진국공이 손을 내밀어 자리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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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서림은 누구나 꿈꾸는 최고의 신랑감인 건 사실이었지만, 서 노부인의 말을 들은 하온숙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녀는 서둘러 상황을 수습하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님, 금영 아가씨는 이미 태자 전하와 혼약을 맺은 사이 아닙니까.”서 노부인이 멍한 얼굴로 되물었다.“그래? 그런데 왜 나이도 적지 않은데, 여태까지 혼례를 올리지 않았느냐?”잠시 생각하던 서 노부인이 다시 말을 이었다.“설마… 망할 영감탱이가 죽고 나니, 황실에서 너의 혼사를 인정하지 않기라도 한 것이냐?”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사람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선대 영안후를 망할 영감탱이라고 지칭한 것도 놀라웠는데, 그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다. 서 노부인은 정말 말에 거침이 없었다.금영은 서둘러 입을 열려 했다. 하지만 서 노부인이 먼저 금영의 손목을 붙잡으며 가만히 있으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러자 하온숙이 서둘러 황제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송구합니다, 폐하. 어머니께서 요즘 몸이 편찮으셔서, 조금 정신이 흐립니다. 말이 좀 지나쳤더라도,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황제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괜찮네.”그리고는 덧붙였다.“예전에 변방을 지킬 때, 서 노부인이 많이 신경 써 주었었네.”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과거, 변방에 나가 전쟁을 치를 때, 황제는 호위 한 명을 제외하고 어떤 하녀도 데려가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옷이 찢어질 때마다 서 노부인이 직접 바느질해 주곤 했었다. 황제는 그 은혜를 항상 마음에 간직하고 있었다. 마치 선대 영안후가 전장에 있을 때 시체 더미 속에 쓰러져 있던 그를 업어 구해줬듯이 말이다.“노부인은 짐에게도 중요한 사람이니, 굳이 너무 격식을 차릴 필요 없네.”황제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자 서 노부인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그리 말할 줄 알았습니다. 역시 폐하께선 정이 많으십니다.”연회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천하의 황제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서 노부인밖에 없었다. 서 노부인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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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미간을 살짝 찌푸린 태자가 금영을 바라봤다. 당연히 혼례일을 앞당길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한편, 배명월은 두 손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며 반달 모양의 자국을 여러 개 만들었다.“어머니….”배명월이 작은 목소리로 송정희를 불렀다. 그러자 송정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집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 어미는 아직 널 보내기 많이 아쉽구나.”그런데 말을 꺼내기 무섭게 서 노부인이 송정희를 찌릿하고 바라보며 말했다.“부모가 자식을 사랑한다면, 아이의 앞날을 멀리 봐야 하지 않겠는가? 이 혼사가 얼마나 좋은 혼사인지 잘 알 거라 생각하네. 어미의 정에 이끌려 아이의 앞길을 막아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네.”조금도 송정희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듯한 말투였다. 그러자 하온숙이 앞으로 나서며 송정희를 향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부인, 죄송합니다. 어머님 사정은 이미 들으셔서 아실 테니… 부디 마음에 두지 말아주십시오.”송정희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마음에 두지 말라니, 그게 가능할 리 없었다. 하지만 황제조차 무례를 용납했는데, 자신이 따질 수는 없어 억지로 온화한 목소리를 냈다.“괜찮습니다.”서 노부인이 다시 금영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금영아, 폐하께서 직접 너의 편에 서 주신다고 하셨으니, 망설이지 말고 날짜를 말하거라. 그래야 나도 미리 준비해 너의 혼수에 두둑이 보탤 수 있지 않겠느냐?”금영이 입을 열었다.“감사합니다, 노부인.”그리고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말을 이었다.“어머니의 말씀대로, 이제 막 집에 돌아온 참입니다. 너무 서둘러 혼인하고 싶지 않습니다. 부디 조금만 더 시간을 허락해 주시길 바랍니다.”그 말을 들은 연회장 사람들은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유진설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배금영, 미쳤나 봐. 그렇게 태자 전하를 졸졸 따라다니며 태자비가 되겠다고 애쓰더니, 이제 와서 왜 시간을 끌어?”하지만 금영의 말을 들은 맹운산은 한숨 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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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금영은 어리석지 않았다. 오늘 연회에서 서 노부인이 보여준 돌발 행동들, 모두 자신 때문임을 잘 알고 있었다.금영이 회양에서 돌아오고 벌써 여러 날이 지났음에도 혼례 날짜가 정해지지 않자, 도성엔 온갖 소문이 떠돌았다. 하지만 오늘 서 노부인이 던진 말들 덕분에 미래의 태자비라는 금영의 신분이 한층 더 분명해졌다.“금영아, 이 방 안에서도 면사 쓸 필요 있느냐?”서 노부인이 물었고 금영은 망설임 없이 면사를 걷어 올렸다. 그러자 서 노부인이 찬찬히 금영의 얼굴을 뜯어보는 것이 느껴졌다.“내가 알던 금영이 맞구나. 아주 잘 자랐어. 꼭 네 어미를 닮았구나.”금영은 순간 멈칫했다.“제… 어머니요?”금영이 조심스레 되물었다. 서 노부인이 언급한 사람이 송정희일 리는 없었다. 도성에서 그녀가 서녀 출신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배명월이 영안후부로 돌아온 날, 송정희는 성대한 연회를 열어 사람들에게 진짜 적녀를 소개했다. 그러니 서 노부인 역시 이 사실을 모를 수 없을 터였다.금영은 배명월의 존재를 알기 전까지 줄곧 송정희를 친어머니라 믿었고, 자신에게 다른 혈육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심지어 서녀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에는, 금영을 보며 송정희를 닮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이런 말을 하다니, 어쩌면 서 노부인이 자신의 친어머니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들은 것은 친모가 그저 평범한 시녀였다는 이야기뿐이었다. 하지만 금영은 늘 친모의 얼굴조차 알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웠다.“노부인께선 제 친어머니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금영이 되물었다. 그러자 서 노부인이 얼버무리듯 말했다.“아이고, 내 정신 좀 봐라. 또 헛소리를 했구나. 잠시 네가 송정희의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잊었구나.”그러더니 다짜고짜 커다란 상자 하나를 꺼내 들었다.“자, 이리 와 보거라.”서 노부인이 상자를 내려놓자, 쿵하고 묵직한 소리가 났다. 상당히 무게가 나가는 물건인 것 같았다.서 노부인이 말했다.“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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