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국공부 연회장, 오가는 하객들이 속속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상석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진국공이 앉아 있었는데, 노년이 되었음에도 위풍당당한 그 분위기만은 여전했다.그리고 그의 옆엔 진국공부 서 노부인, 진여란이 앉아 있었다. 서 노부인은 진국공보다 겨우 한 살 어린,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이목구비를 살펴보면 젊은 시절에 상당히 뛰어난 미인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영안후가 가솔들을 데리고 들어와 격식을 차려 인사를 건넸다.“국공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송백처럼 장수하시길 기원합니다.”“축하해주어 고맙네, 세질.”진국공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받았다.진국공과 선대 영안후는 함께 생사를 넘나들던 벗이었다. 그래서 지금 영안후를 친근하게 세질이라 부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동시에 선대 영안후가 이미 세상을 떠났어도 두 가문의 오랜 인연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모두에게 알리는 것이기도 했다.서 노부인은 송정희 곁에 서 있는 배명월을 바라보며 물었다.“이 아이가 금영인가? 한동안 보지 못했더니, 몰라보겠네.”그러면서 친근하게 손짓했다.“착한 아가, 이리 와보거라. 가까이서 함 보자꾸나.”하지만 배명월이 입을 떼기도 전에 서 노부인이 다시 말을 이었다.“몇 년 전에 봤을 때만 해도 참 영리하고 고왔는데, 어째 예전보다 얼굴이 많이 상했구나.”배명월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서 노부인 곁에 서 있던 맏며느리 하온숙이 급히 말했다.“어머니, 이 아이는 금영이가 아닙니다.”“금영이가 아니라고?”진여란이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러자 영안후가 나서서 설명했다.“저희 집의 작은 딸, 명월입니다.”하온숙이 민망한 얼굴로 영안후를 바라보며 말했다.“영안후께서는 너무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어머니의 상태는 이미 들으셔서 아시겠지만...”딱히 숨긴 적이 없기에, 이미 주변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서 노부인은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부쩍 나빠졌고, 종종 말도 앞뒤를 섞어서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내를 아끼는 진국공의 마음이 달라진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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