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151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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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직설전.금영은 손을 들어 면사를 가볍게 정리했다. 그제야 가슴을 짓누르던 긴장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본 유진설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참 유난 떤다.”금영은 유진설을 한 번 쓱 흘겨본 뒤, 크게 기분 나쁜 티 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도 그럴 것이 차라리 대놓고 싫은 티를 내는 편이, 겉으로만 가족을 자처하던 영안후부 사람들보다 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금영의 신분은 사실상 귀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축에 속했다. 괜히 책잡힐 만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금영은 아주 자연스레 귀녀들을 이끌고 안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도착한 곳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된 인물은 바로 다름 아닌 황제였다. 그는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금색 수가 놓인 흑색 용포를 입고 있었는데, 정말 한눈에 봐도 존귀하고 위험이 가득 넘치는 모습이었다.한편, 금영은 마음속으로 수많은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겉으로 티 내지 않으며 공손히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황제폐하와 황후마마를 뵙습니다.”화려한 예복을 갖춰 입은 서 황후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폐하, 오늘 제가 이곳에 금영이뿐만 아니라 다른 귀녀들도 함께 부른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 첫 번째로는, 혼자 예법을 배우게 될 금영이가 걱정되어서였고, 그 두 번째로는….”잠시 말을 멈춘 황후가 덧붙였다.“이황자 때문입니다. 태자뿐만 아니라 이황자도 이제 혼인할 시기가 오지 않았습니까? 이참에 같이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금영이도 태자를 혼자 감당하려면 버거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번 기회에 눈여겨볼 만한 아이가 있다면, 혼례를 치른 뒤에 태자부에 들일까 생각 중이었습니다.”서 황후의 말을 들은 귀녀들은 그제야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금영이가 있는 이상, 태자비 자리는 논의할 거리도 없었다. 하지만 다른 자리라면 얘기가 달라졌다.태자비만큼 존귀한 자리는 아니지만, 누군가는 태자의 측비가, 또 누군가는 이황자비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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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서 황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폐하, 보십시오. 참으로 선대 영안후와 닮지 않았습니까?”금영은 잠시 할말을 잃었다. 눈이 삔 것도 아니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얼핏 보기에도 배명월은 선대 영안후를 닮지 않았다. 이때, 배명월을 바라보던 황제가 문득 생각한 듯, 물었다. “귀가한 뒤로 회양에 가서 선대 영안후의 제사를 지낸 적은 있느냐?”금영은 그 말을 듣자 거의 웃음이 터질 뻔했다. 과연 황제다운 질문이었다. 그는 조금도 서 황후의 의도에 휘둘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금영은 서 황후의 생각을 훤히 꿰뚫어 보았다. 황제는 선대 영안후에게 아주 각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태자비는 무조건 영안후부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황후는 금영의 출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배명월에게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배명월을 앞세워 선대 영안후까지 언급해 황제의 관심을 얻으려 했다. 조금이라도 눈에 들어야 훗날 태자비를 바꿀 명분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배명월은 순간 말문이 막혔으나, 애써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시녀가 여의치 못하여 아직 회양까진 내려가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마음 속엔 늘 그리움을 품고, 할아버지를 위해 자주 독경을 올리고 있습니다.”그러자 황제가 담담히 말했다.“언니를 본받도록 하거라.”배명월은 두 주먹을 움켜쥔 채, 분한 표정을 지었다. 황제가 진심으로 선대 영안후를 생각한다면, 자신을 가엽게 여기고 보듬어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금영을 본받으라는 말만 돌아왔다. 그녀는 이 상황이 매우 불만스러웠다. 황제의 시선이 금영에게 향했다. 그는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서 황후에게 말했다. “금영은 충심과 효심을 모두 갖춘 아이네. 겉모습만 영안후를 닮은 것이 아니라 성정 또한 훌륭하네. 선대 영안후가 아주 훌륭한 손녀를 두었군.”황제는 금영을 향한 칭찬을 조금도 아끼지 않았다. 사찰에서 목숨을 걸고 그를 구한 순간부터, 금영은 황제의 마음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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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금영에게 쏠렸다. 하지만 호기심, 질투, 불만 등 제각기 의미는 달랐다.과거, 그녀가 영안후부의 유일한 적녀라 알려져 있을 때만 해도 그녀가 미래의 태자비로서 내정되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출신, 학식, 교양, 그 어떤 곳에도 흠잡을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금영은 명실상부 도성 제일의 귀녀라 알려져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예전에는 비교 대상조차 될 수 없었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출신이 비천하다는 것이 알려지자 사람들의 생각도 변했다. 금영은 더 이상 완벽하지 않았고, 물어뜯을 수 있는 약점이 생겼다. 이런 상황에서 서 황후가 그녀를 따로 부른 것이다.하지만 금영은 마치 귀녀들의 불만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그저 공손히 자리를 지켰다. 곧이어 금영을 제외한 인원들 모두 물러났고, 서 황후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손짓했다.“금영아, 이리 오너라.”서 황후는 금영의 경계를 늦추려 자애로운 모습을 연기한 것이겠지만, 당연히 큰 효과는 없었다. 금영은 그녀가 겉과 속이 딴 인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그러나 당장은 저 부름에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금영은 공손히 서 황후에게 걸어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예를 올렸다.“황후마마.”서 황후는 또 미소를 지었다.“앞으로 태자와 혼인하게 될 터인데, 너무 예의 차릴 필요 없다.”금영이 옅게 웃었다.“황후마마의 말씀은 감사하오나, 저는 아직 전하와 혼인하지 않은 몸입니다. 아무리 황실에 큰 은례를 입었다고 해도 절대 자신의 본분은 잊으면 안 된다고 아버지께 배웠습니다. 그러니 어찌 예의를 소홀히 할 수 있겠습니까?”서 황후가 지시를 내렸다.“환옥아, 가서 다과 좀 내오거라.”그런 다음 다시 금영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른 아침부터 입궁했으니, 조반도 제대로 들지 못했겠구나. 다과를 좀 내올 터이니, 배를 좀 채우거라.”금영은 바로 거절하려 했지만, 입을 열기 직전 생각을 바꿨다.“황후마마의 은혜에 감사드립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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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금영이 선화전에 도착했을 때, 귀녀들은 이미 두 줄로 나뉘어 서 있었다.그중 한 줄의 맨 앞자리가 비어 있었는데, 마치 금영을 위해 일부러 남겨 둔 자리처럼 보였다. 그리고 다른 줄의 맨 앞에는 유진설이 서 있었다.귀녀들 앞에는 세 사람이 서 있었고, 그중 가운데에 선 머리가 희끗한 궁녀의 표정이 유난히 엄숙했다. 저 나이가 되도록 궁을 떠나지 않았다는 것만 보아도,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했다.하지만 금영은 단번에 그 궁녀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선 태비가 살아생전 늘 곁에 머물던 궁녀, 공난심이었던 것이다.이번생엔 처음이지만, 과거 귀신이 되어 떠돌던 시절 궁중 연회에서 그녀를 본 적이 있었다. 공난심은 마치 무언가에 씐 사람처럼 연회에 난입하더니, 다짜고짜 선 태비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 달라며 외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란스러운 일이 있고 이튿날, 돌연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공난심 뒤로 궁녀 두 명이 더 서 있었다. 이들은 손수연과 정혜령으로, 이번 교습을 맡은 사람이었다.금영이 온 것을 발견한 공난심이 차가운 눈으로 꾸짖듯 말했다.“배금영, 첫날부터 거드름을 피우다니, 먼저 온 사람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나?”금영이 말했다.“송구합니다. 좀 전에 황후마마께서 따로 보자고 하시어, 잠시 말을 나누느라 늦었습니다.”공난심이 냉랭하게 말했다.“황후마마의 총애를 받는다 하여, 이곳에서 마음대로 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말거라.이유가 무엇이든 지각은 지각이니, 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금영은 선화전에서 규율을 배우는 일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미리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첫날부터 벌이 내려질 줄은 몰랐다.게다가 겉으로 보아도 서 황후의 비호를 받은 쪽은 공난심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분명 이유도 얘기했는데, 서 황후의 체면도 생각하지 않고 바로 벌을 내리려 들지 않았을 것이다.그들에겐 애초에 이유 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금영을 깎아내리는 것이 이들의 목표일 테니 말이다. 그래야 서 황후도 금영을 쫓아내고 새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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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궁에서 내쫓긴다니, 그 말을 듣자 귀녀들의 얼굴빛이 일제히 굳었다.궁에서 쫓겨난다는 것은 곧 명성에 큰 흠이 남는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되면 훗날 혼사를 논할 때에도 반드시 문제가 될 터였다.도성 안팎의 명문가 가운데 예법을 지키지 못해 궁에서 쫓겨난 여인을 며느리로 들이려 할 집안은 없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며 공난심이 만족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자, 잡담은 이쯤에서 그만두겠다. 이제부터 다례 예법을 가르칠 터이니, 나머지는 모두 나를 따르거라.”귀녀들은 공난심을 따라 선화전 안쪽으로 들어갔다.그때 배명월이 조심스레 금영에게 다가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언니, 괜찮으세요? 저라도 대신 벌을 받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금영은 배명월이 속으로 자신을 비웃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아무렇지도 않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도 있지 않느냐. 오늘 나를 엄하게 다루는 것도 훗날 내가 황실 사람이 되었을 때를 대비해 몸가짐을 바로잡으려는 뜻일 것이다.”그러더니 잠시 뜸을 들인 뒤, 말을 이었다."그러니... 그것이 설령 네가 나를 대신할 수 있다고 해도, 나는 거절할 것이다."금영은 배명월이 무엇을 가장 신경 쓰는지 잘 알았다. 그래서 일부러 그 약한 곳을 찔렀다.예상대로 배명월의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티 내지 않기 위해 억지로 비꼬며 말했다."그럼 꼭 황실에 시집가길 바라겠습니다. 이렇게 고생하는데, 보람이 있어야 할 테니까요."말을 마친 배명월은 곧바로 걸음을 재촉해 다른 귀녀들을 따라갔다."유 소저."배명월이 유진설을 부르며 다가갔다. 그러니 갑작스레 친한 척 유진설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정말, 너무 아름다우세요. 처음 뵙을 때부터 마음이 잘 통할 거 같았는데, 제가 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하지만 유진설은 짜증 난다는 듯 팔을 빼내었다."그쪽이 알려주지 않아도 내 미모는 내가 잘 안다."금영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유진설의 성격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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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그렇다면 훗날 태자부에 시집가게 된다 해도 다루기 한결 수월하겠지.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출신만 조금 더 좋았더라면, 본궁이 이렇게까지 마음을 쓰지 않아도 됐을 것을.”서 황후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금영은 눈 내리는 뜰에 서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조차 모른 채 그대로 서 있었다.그때 문 안에서 공난심이 걸어 나왔다.“이 고생을 견디기 어렵다면 나에게 한마디만 하거라. 그러면 내가 곧 황후마마께 말씀드려 너를 궁 밖으로 보내주겠다.”금영은 알고 있었다. 공난심이 이렇게 말하는 건, 그녀가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말을 꺼내게 하기 위함이라는걸. 그래야 황제도 알게 될 것이다. 겨우 하루의 고생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태자비 인선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을.금영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마치 공난심의 말을 전혀 듣지 못한 사람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공난심의 얼굴이 굳어졌다.“금영! 내 말을 못 들은 것이냐?”공난심이 아무리 나이가 많다 해도 결국 궁의 하인일 뿐이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까지 무례하게 말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뒤에 있는 권세가 크다는 뜻이었다.그때까지도 멍하니 서 있던 금영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공난심을 바라보며 낮게 불렀다.“난심.”그 한마디에 공난심의 몸이 굳어버렸다.공난심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금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난심… 본궁이 너무 춥구나. 본궁의 원앙 난로는 어디에 있느냐?”그 말이 떨어지자 공난심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금영을 바라봤다. 곧 얼굴을 굳히며 낮게 호통쳤다.“벌을 받기 싫다면 그냥 나에게 말하면 된다!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짓이냐?”금영의 목소리는 유령처럼 희미했다.“난심… 본궁은 정말 너무 춥구나…”그 말을 남기고 금영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마침 그 순간, 하늘에서 가는 눈발이 흩날렸다. 그리고 금영의 입술 사이로, 낮은 곡조의 노래가 흘러나왔다.“군왕의 은총은 동쪽으로 흐르는 물과 같아. 총애를 받으면 옮겨갈까 근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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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금영은 천천히 눈을 떴다. 마치 긴 꿈에서 막 깨어난 사람처럼, 눈앞에 있는 공난심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놀란 듯 몸을 움찔하며 간신히 몸을 바로 세웠다. 눈빛에는 당혹과 혼란이 가득했다.“상궁, 제가… 어떻게 된 거죠?”금영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중얼거렸다.공난심은 눈앞의 금영을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마치 사람의 속까지 꿰뚫어 보려는 듯 날카로웠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는 것이냐?”공난심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저는….”말을 하던 금영은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했다.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졌고 곧 공난심을 경계하듯 바라봤다.그 기묘한 반응에 공난심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분명 무언가 숨기고 있다고 느껴졌다.게다가 방금 전 금영이 마치 귀신에 씐 것처럼 보였던 그 모습은 예전에 자신이 모시던 그 주인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공난심이 얼굴을 굳힌 채 말했다.“금영아, 뭔가 알고 있다면 나에게 말해주거라.”금영은 두 팔로 자신의 몸을 끌어안으며 몸을 떨었다.“상궁... 저는 추워요.”묻고 싶은게 있다면서 그렇게 강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다니. 도리에 어긋나지 않은가.공난심의 얼굴이 굳어졌다. 한참 동안 금영을 노려보던 그녀는 결국 입을 열었다.“나를 따라오거라.”그렇게 말하며 공난심은 금영을 데리고 선화전 안쪽, 사람이 없는 작은 별실로 들어갔다. 그 방에는 이미 숯불이 피워져 있었고 향도 피워져 있었다. 따뜻한 기운이 서서히 금영의 몸을 감싸며 몸에 배어 있던 냉기를 몰아냈다.금영은 자리에 앉아 다시 말을 이어갔다.“상궁, 목이 말라요.”공난심은 얼굴을 굳힌 채였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결국 차를 따라 주었다.“상궁...”금영이 다시 말을 꺼내려는 순간, 공난심의 얼굴이 확 어두워졌다.“배금영.”그녀는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알고 있는 게 있다면 바로 말하거라.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를 희롱하는 것이라면 나는 곧바로 서 황후께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금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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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공난심의 얼굴이 푸르게 질렸다. 아마 금영의 말에 속이 뒤집힌 듯했다.“그게 전부냐?”금영은 잠시 망설이다가 덧붙였다.“잠든 동안 꿈을 하나 꿨습니다. 소나무가 잔뜩 있는 곳이었어요. 가지마다 눈이 두껍게 내려앉아 있었고 얇은 옷을 입은 아주 아름다운 여인이 나무 아래에 앉아 비파를 타고 있었습니다.”금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공난심은 순간 멍해졌다. 믿기 어렵다는 눈으로 금영을 바라보며 물었다.“너… 그분을 본 것이냐?”금영은 고개를 갸웃했다.“누구를 말입니까?”공난심은 감정을 억누르려 애쓰며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그 여인의 모습을 기억하느냐?”금영이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눈이 봉황처럼 길었어요. 피부도 아주 희고... 정말 아름다웠습니다.”그러다 문득 떠오른 듯 덧붙였다.“아, 맞아요. 그분 옷에는 해수 꽃이 수놓아져 있었습니다.”그 묘사는 분명 옛날 선 귀비의 모습과 똑같았다.공난심은 눈앞의 금영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녀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공난심이 자신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는 것을.그래서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상궁, 왜 그러십니까? 제 꿈이 그렇게 이상한가요?”공난심은 금영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순수한 궁금증과 당혹스러움만이 담겨 있었다.그 순간, 공난심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스쳤다.금영은 이제 겨우 열여덟이다. 그 나이에 선 태비를 직접 보았을 리 없다.게다가 궁 안팎 어디에도 선 귀비의 초상은 남아 있지 않았다. 심지어 외부로 전해진 그림도 없었다.그러니 금영이 그 얼굴을 알 리도 없고 생전에 선 귀비가 부르던 그 노래 두 구절을 알 리도 없다.그 생각이 들자 공난심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설마 정말로 마마께서 현신하신 것인가?금영은 살아 있을 때도 선 귀비의 모습을 알지 못했다. 귀신이 되었던 시절에도 선 태비를 만난 적은 없었다.하지만 전생에서 공난심은 우연히 선 태비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었다. 그래서 선 귀비의 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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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금영은 그 말을 듣고 공난심을 바라보며 말했다.“제가 어찌 감히 그럴 리 있겠습니까?”입으로는 감히 못 한다고 말했지만 그 표정 어디에도 정말 두려워하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공난심이 낮게 말했다.“내가 미리 말하지 않았다고 원망하지 말거라. 지금이라도 고생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궁을 떠나는 것이 어쩌면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공난심은 궁에서 반평생을 살아왔기에 세상사 못 본 일이 없었다. 봉의궁에 있는 그 귀인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결국은 단 하나였다. 금영이 스스로 물러나기를 바라는 것.선대 영안후가 세상을 떠난 뒤, 영안후부는 이미 예전만 못했다. 설령 태자가 영안후부의 딸을 맞이하려 한다 해도 서출인 딸을 태자비로 삼을 리는 없었다.금영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공난심의 말이 나름 진심 어린 충고라는 것도 이해했다.“상궁, 저는 반드시 궁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그렇게 말한는 금영의 눈빛은 맑고도 단단했다.그 눈을 보는 순간, 공난심은 문득 자신의 옛 주인을 떠올렸다. 한때 그녀 역시, 지금 눈앞의 금영처럼 그렇게 흔들림 없이 단단한 눈을 하고 있었다.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혼이 궁에 머물러 있다면 왜 다른 사람에게는 나타나지 않고 하필 금영에게 나타난 것일까? 만약 그녀가 궁을 떠난다면 자신은 다시 그 마마를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자신이 알고 싶어 하는 진실을 들을 수 있을까?그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잠시 뒤 공난심이 낮게 말했다.“내가 잠시 도와줄 수는 있어도 평생 도와줄 수는 없다. 게다가 이 선화전 안에도 다른 눈들이 지켜보고 있다. 그러니 어떤 고생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그 말을 듣는 순간 금영은 알았다. 드디어 일이 성사되었다는 것을.그녀는 공손히 예를 올렸다.“상궁, 감사합니다. 저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상궁께서 가볍게 한 번만 손을 들어주셔도 충분합니다.”공난심이 덧붙였다.“앞으로 또 이상한 꿈을 꾸게 된다면 반드시 나를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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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사실 공난심이 금영을 완전히 믿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선 귀비와 관련된 일이라면 단 한 점의 단서라도 놓칠 수 없었을 뿐이다.금영이 고개를 저었다.“아직은 그런 꿈을 다시 꾸지 않았습니다.”전생에서 귀신으로 떠돌던 시절, 그녀는 몇 가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 선 귀비의 죽음이 억울한 죽음이었다는 것. 그녀는 병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 독에 의해 죽었다.하지만 지금 공난심에게 그 사실을 말할 때는 아니었다.금영은 단지 공난심을 이용하려는 것뿐이었다. 공난심이 선 귀비의 원수를 갚겠다고 꾸미는 그 위험한 배에 진짜로 올라탈 생각은 없었다.공난심은 다소 실망한 듯 보였지만 그래도 더 이상 금영을 곤란하게 하지는 않았다.금영은 다과를 먹은 뒤 공난심을 따라 방을 나섰다.그때 마침 귀녀들이 막 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참이었고 두 사람과 마주쳤다.사람들은 공난심을 몹시 두려워하는 듯했다. 모두 단정히 예를 올렸다.공난심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시간이 늦었다. 모두 먼저 쉬도록 하거라. 내일 새벽 다시 예법을 익히겠다.”공난심이 떠나자 귀녀들은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했다.배명월이 몇 걸음 다가와 금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언니, 괜찮으세요? 오늘 언니 혼자 벌을 받았잖아요. 지금까지 식사도 못 하셨을 텐데… 저는 정말 언니가 마음 아파요.”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눈까지 붉혔다. 마치 금영을 정말로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다.그때 무언가가 옆에서 날아왔다.금영이 손을 들어 받아 보니 김이 아직 남아 있는 팥만두였다.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유진설이 턱을 치켜들며 콧방귀를 뀌었다.“불쌍해 보여서 던져 준 거야. 먹어.”예전의 금영이었다면 이런 행동을 모욕으로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주 태연하게 말했다.“고맙습니다.”그리고 바로 한 입 베어 물었다.행동은 자연스럽고 당당했다. 예전처럼 지나치게 단정하고 틀에 박힌 모습은 전혀 없었다.속의 팥은 곱게 갈려 달콤하니 꽤 맛있었다.그 모습을 본 유진설이 순간 멍해졌다.유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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