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영의 말을 들은 영안후는 순간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그는 다시 금영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렇다면 네가 보기엔 어떤 혼처가 좋을 것 같으냐?"금영은 잠시 말을 가다듬은 다음 입을 열었다."진국공부의 적장손이 어떨까 싶습니다. 듣기론 나이도 젊고, 용모도 뛰어나며, 학식 또한 아주 훌륭한 분이라고 했으니, 좋은 인연이 될 것 같습니다."그 말을 들은 영안후는 눈꺼풀이 가볍게 떨렸다."하지만 진국공은 현비 쪽 사람이지 않느냐...."그가 꺼리는 것은 혼처 자체가 아니라, 그 뒤에 있는 배후였다.금영은 영안후의 염려를 짐작한 듯 미소를 지었다."예, 그러니 더더욱 명월이를 그 집안과 혼약을 맺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태자 전하를 대신해 진국공부의 동향을 살필 수 있을 테니까요."여기까지 말한 금영은 잠시 뜸을 들인 뒤, 한마디 덧붙였다."무엇보다 훗날 조정의 형세가 갑자기 뒤바뀌더라도, 의지할 수 있는 동아줄이 하나라도 더 있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영안후는 금영의 말을 다 듣고도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의 얼굴에는 여러 갈래 생각이 차례로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한참 지난 뒤, 다시 금영을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이렇게까지 우리 가문의 사정을 헤아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금영이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저는 어려서부터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랐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늘 가문의 영욕을 먼저 생각하라 가르치셨고, 전 한 번도 그분의 말씀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금영이 선대 영안후를 들먹이자, 영안후 마음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의심도 비로소 사라졌다. 아무리 그녀의 말이 조리 있더라도, 그 뿌리가 확인되지 않았다면 선뜻 믿기 어려웠을 것이다. 금영은 영안후가 보기에도 지나칠 정도로 영민했다. 그래서 살짝 경계가 되는 반면, 이런 총명함을 가졌기에 태자에게 시집가서도 후부의 영화와 지위를 오래 붙들어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그러나 진실은, 선대 영안후는 한 번도 이런 말을 금영에게 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가 몇 번이고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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