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영은 현청전에서 나온 뒤, 먼저 서책을 소녕전에 가져다 두고 서둘러 서봉전으로 향했다. 황제와 마주친 탓에 서 황후에게 문안 인사를 드리기 다소 늦은 시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서 황후가 달갑지 않더라도 아직은 몸을 낮춰야 할 시기였다.그런데 서봉전에 이르기도 전에, 이번에는 유진설과 마주치고 말았다.회귀를 겪으며 금영은 유진설을 다시 보게 되었으나, 적어도 지금 두 사람의 관계는 그리 좋지 않았다.유진설은 몇몇 귀녀들과 함께 걸어오다 금영을 보았지만, 일부러 못 본 척 고개를 돌렸다.하지만 금영은 미소를 머금은 채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유진설은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 그러다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유진설은 요즘 들어 자신과 마주칠 때마다 뜻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 금영을 보며 기분이 묘했다. 오죽하면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기까지 했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정말 자신에게 호의를 가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그 지점에 이르자 유진설은 순간 닭살이 돋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서봉전으로 가던 금영을 불러세웠다. “문안 인사 가는 거라면, 헛걸음이야.”금영은 걸음을 멈추고 유진설을 돌아보았다.그러자 유진설도 그녀를 마주 보며 말을 이었다.“황후마마께서 적어도 사흘은 불공을 들이실 거라며, 아무도 만나지 않겠다고 하셨대.”불공이라, 말은 그럴듯했지만, 금영은 직감적으로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님을 알아차렸다.유진설이 금영을 흘겨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못 믿겠으면, 직접 가보든가.”안 그대도 유진설은 몇몇 귀녀들과 함께 서봉전에 문안 인사하러 갔다가, 한바탕 핀잔을 듣고 돌아온 참이었다. 그런데 금영이 또 한번 가게 된다면, 공연히 민망한 꼴만 당할 게 뻔했다. 그 말을 들은 금영은 웃는 얼굴로 유진설 쪽으로 다가가 부드럽게 말했다."유진설 아가씨의 말씀인데, 제가 어찌 믿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유진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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