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321 - Chapter 330

336 Chapters

제321화

금영은 황제의 시선이 자신에게 머물러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압박감을 느끼며, 그녀는 서둘러 태자에게 말했다.“전하, 저는 신분이 미천하여 이 옷을 걸칠 수 없습니다. 이건 전하께서 다시 입으시는 편이 나을 듯합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망토를 다시 태자에게 돌려주었다. 금영은 황제의 질투심을 자극하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그가 보는 앞에서 태자와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여줄 배짱까진 없었다.금영의 거절은 태자에게도 뜻밖이었다. 겉으론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는 황제의 앞에서 자신의 체면을 깎은 금영에게 불쾌함을 느꼈다.‘도대체 무슨 의도로 이러는 거지?’그러나 금영의 의도가 무엇이든, 그는 절대 황제의 앞에서 허점을 보일 수 없었다.그는 억지로 표정 관리를 하며 못 말린다는 듯이 금영에게 말했다.“금영아, 우린 곧 혼인할 사이인데 이제 와서 이렇게까지 선을 그을 필요 있느냐?”그러고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금영에게 자신의 망토를 다시 걸쳐주었다.“그만 사양하거라. 네가 만약 아파서 몸져누우면 내가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느냐?”태자의 말투에는 농후한 걱정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황제의 눈빛은 점점 더 깊게 가라앉았다.태자가 다시 말했다.“그럼 금영이를 영안후부로 이만 데려다줘도 되겠습니까?”결국 그의 마음은 여전히 배명월에게 가 있었다.황제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짐은 따로 할 일이 있으니, 너희는 알아서 움직이거라.”조금 못마땅한 구석이 있긴 해도 태자는 황제가 오랜 시간 후계자로 키워온 아들이었다.결국 그는 태자의 앞에서 진실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 일을 세상 앞에 드러내는 건 황제에게도 시간이 필요했다.직설전에서 있었던 일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는 순간, 황제로서의 그의 위엄에만 타격이 가는 것이 아니었다. 태자와의 부자지간의 정이 멀어지는 것은 물론, 금영의 처지도 함께 힘들어질 것이다.‘조금만 더 미루자.’그는 좀 더 적절한 기회를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황제는 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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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그렇게 명월이 걱정되신다면 거슬리는 저는 내버려두시고 전하의 갈 길을 가십시오.”태자와 배명월이 어떻게 되든 금영은 조금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두 사람의 사이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그녀에겐 유리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둘의 발판이 되고 싶진 않았다. 금영에게도 굽힐 수 없는 자존심이라는 게 있었다.태자는 싸늘하게 자신을 거절하는 금영을 보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금영을 빤히 노려보다가 짜증을 꾹 참으며 말했다.“금영아, 나와 명월이 가깝게 지내는 걸 싫어한다는 것도 알고, 네가 나를 얼마나 연모하는지 잘 안다. 허나 장차 태자비가 될 사람이 이토록 질투가 강해서야 되겠느냐?”금영의 표정도 차갑게 굳었다.‘지금 뭐라는 거지? 대체 무슨 근거로 저런 소리를 지껄이는 거지?’금영은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오해십니다, 전하. 저는 전하가 누구와 가깝게 지내든 신경도 쓰이지 않고 질투한 적도 없습니다.”금영은 해명은 이 정도면 되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태자는 한숨을 내쉬더니 못 말린다는 듯 말했다.“그만하거라. 홧김에라도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금영은 그의 뻔뻔한 태도에 어이가 없었다.‘어떻게 사람 말을 이런 식으로 해석할 수 있지?’뻔뻔하고 자기애가 극에 달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말을 해도 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금영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무도 전하께서 명월을 보러 영안후부에 가시는 걸 막을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굳이 저를 붙잡고 그런 말을 하시는 겁니까? 저는 따로 할 일이 있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태자의 불쾌함은 극에 달했다. 그도 황제가 이 일을 알고 추궁할까 두려워서가 아니라면 이곳에서 그녀와 입씨름할 이유도 없었다.금영도 더 이상 그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와서 그와 완전히 등을 돌린다고 해도 두렵지 않았다. 목적을 위해 황제마저 이용한 그녀인데 고작 태자가 두려울 리 없었다.그리고 언젠가 태자도 그녀의 앞에서 공손히 예를 행해야 할 날이 올 터였다.금영은 그런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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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태자는 싸늘한 얼굴로 금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바마마를 앞세우는 것 말고 네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느냐? 배금영! 아바마마께서 널 조금 어여삐 여기신다고 감히 내 앞에서 오만을 떨어? 잊지 말거라! 누가 뭐래도 나는 아바마마의 아들이고 이 나라의 태자다! 아무리 아바마마께서 널 어여삐 여기셔도 나와 사이가 틀어지면 그분이 너를 두둔하실 것 같으냐?”태자는 싸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과연 태자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었다. 말투와 표정에서 위압감이 넘쳐났다.그러나 금영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그녀는 입가에 비웃음을 가득 머금고 그를 바라보았다.‘황제가 네 편을 든다고 확신해?’물론 이 시기에 태자에게 진실을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 무르익지 않은 과실은 오히려 독이 되는 법이다.아직은 기다려야 할 때였다. 황제가 더 이상 그녀에 대한 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신분을 막론하고 그녀를 곁에 둘 결심이 섰을 때 태자에게 알릴 것이다.태자는 계속해서 떠들었다.“그만하거라, 금영. 내 뜻을 거역하지만 않는다면 태자비로서 존엄을 지켜줄 것이다. 앞으로 내가 명월을 어떻게 대하든, 태자비의 자리는 흔들리지 않아.”금영은 그런 태자를 바라보며 싸늘히 말했다.“뭔가 오해하고 계신 듯하군요, 전하. 태자비로서의 존엄은 전하께서 주신 게 아닙니다.”태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금영을 바라보았다.“제가 지금까지 태자비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전하께서 저에게 은총을 베푸신 게 아니라, 폐하께서 제가 태자비이길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폐하가 안 계셨다면 제게 무슨 존엄이 있었겠습니까?”금영은 겉으로는 그가 태자비의 입지를 아무도 흔들지 못할 거라 말하지만 속은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모든 건 황제의 위엄 때문이었다. 만약 황제가 혼약을 파기하기를 허락했다면 태자는 주저 없이 그렇게 했을 것이다.금영은 싸늘한 눈길로 태자를 바라보며 위협조로 말했다.“전하께서 계속 저를 곤란하게 하신다면 저는 전하의 과거 행동들을 모두 폐하께 알릴 것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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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금영은 묵묵히 앞만 보고 걸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툭 쳤다.그녀의 얼굴이 단번에 굳었다. 금영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성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언제까지 이러실 겁니까? 제가 방금 잘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당장 제게서 떨어지세요! 이 이상 저를 건드리지 말란 말입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사나운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그런데 눈에 들어온 것은 태자의 그 지긋지긋한 얼굴이 아니었다. 성년이 되었음에도 소년다운 기백이 살아 있는 훤칠한 얼굴을 가진 맹운산이었다.그는 기분이 좋은 듯 환한 얼굴로 금영을 향해 하얀 치아를 드러냈다.“배금영, 왜 이렇게 뿔이 났어?”맹운산은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 하나로 금영의 어깨를 살짝 다독였다.그제야 금영은 좀 전에 자신의 어깨를 건드린 존재가 맹운산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태자인 줄 알고 너무 과격하게 반응하고 만 뒤였다.그녀는 얼른 화를 거두고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미안해. 난 또....”“누구라고 생각했는데? 누가 널 이렇게 화나게 했어? 말해 봐. 내가 대신 분풀이해줄게!”맹운산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당장 달려나갈 태세로 말했다.그 모습을 본 금영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럴 필요 없어.”금영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언젠가는 오늘 당한 수모를 직접 돌려줄 날이 올 것이다.그래도 맹운산이 나타난 걸 보니, 금영도 마음이 살짝 누그러졌다.“잊지 마. 우린 한배를 탄 의형제라고! 속상한 일이 있으면 다 나한테 털어놔!”맹운산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마치 이 세상에 그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듯이 말이다.금영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맹운산, 항상 고마워.”맹운산 덕분에 그녀는 이 세상에 가식만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반응에 맹운산이 머리를 긁적이며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왜 고맙다고 하는 거야?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배금영, 너 혹시 의규를 너무 배워서 머리가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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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게다가 말뿐인 감사 인사는 너무 공허했다. 대신 금영은 망토를 걸친 채 맹운산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네가 나와의 의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처럼, 언젠가 나도....”그리고는 황궁이 있는 곳을 바라보더니,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너를 도와 조정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려줄게.”금영은 분명하게 말하지 않았지만, 맹운산은 그 뜻을 알아들었다.맹운산은 그런 금영을 바라보다가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그는 높은 자리 따위 바라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무사하기만을 바랐다. 태자와 그 빌어먹을 혼약을 맺기 전처럼 환하게 웃고, 거리낌 없이 멋대로 굴고, 자유롭게 살길 바랐다.지금의 금영은 새장에 갇힌 새처럼, 늘 단정하고 예의가 발랐지만, 자신다운 모습은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한편, 황제는 어느덧 주작거리를 벗어났다. 하지만 분명한 목적지가 있는 것처럼 말했던 것과 달리, 그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손복안은 그런 그의 곁을 따라가며 감히 숨도 함부로 내쉬지 못했다. 모든 것이 자신 탓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늘 주작거리로 황제를 이끈 것은 완전히 악수였다.손복안은 황제가 조금이나마 부담을 내려놓고 기분을 풀게 하려는 의도였지만, 오히려 거리에서 태자를 만나 심기만 더 불편해진 듯했다.이때, 주작거리 어귀에 점술쟁이 좌판이 하나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 좌판엔 당연히 간판이 없었고, 대신 길게 늘어뜨려져 있는 천 위로 물건, 사람, 일을 대신 찾아준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그중 위명은 사람을 찾아준다는 글귀에 눈을 크게 떴다. 상당히 흥미가 돋은 눈치였다.이때, 눈빛이 흐리고 겉보기엔 맹인처럼 보이는 점쟁이가 갑자기 위명을 가리키며 말했다.“귀인께서는 사람을 찾고 계시지요? 이 늙은이가 한 번 점쳐드릴까요?”위명은 황제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했다.“주군, 줄곧 사람을 찾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이리 마주친 것도 인연인데 소신이 한 번 점쳐 봐도 될런지요?”그는 영지를 찾아 헤매고 다니다가 전혀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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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금영의 시선이 한 이름 위에 멈춰 섰다.회귀 전, 배경천의 정인이자 춘홍루의 가희, 신매향의 이름이었다.하지만 그녀는 일반 기녀들과 달리 몸을 팔지는 않고 오로지 기예만 팔았다.금영의 곁에 있던 엄성이 그녀가 멍하니 다음 장을 넘기지 않자 물었다."매향 낭자는 진보당의 단골 손님입니다.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사람을 보내 춘홍루로 장식과 패물을 가져와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사흘 뒤에 사람을 보내 값을 치르게 합니다."금영이 물었다."춘홍루라고?"그러자 엄성이 놀라 금영을 바라봤다."큰아가씨께서도 아십니까?"그는 당연히 금영 같이 높은 신분의 여인이라면 시정 일에는 큰 관심이 없을 줄 알았다. 더구나 일반적인 것도 아닌 풍류골목 사정까지 알고 있을 거란 생각은 더더욱 하지 못했다.엄성이 곧바로 다시 물었다."혹, 마음에 안 드시는 부분이라도 있으십니까? 만약 큰아가씨께서 춘홍루와는 거래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여기신다면, 앞으로 거기는...."하지만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금영이 끼어들었다."상관없다."진보당은 장사로 부를 축적하는 곳이었다. 돈만 제대로 치른다면, 명문가든, 뒷골목 기루든, 모두 상관없었다.다만 과거의 일이 떠오르자, 금영은 살짝 신매향이 신경이 쓰였다. 그녀가 엄성에게 지시를 내렸다."사람을 붙여 이 여자를 좀 지켜보도록 해."회귀 전, 배경천이 이 여인 때문에 적잖은 소란을 일으켰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금영은 배경천이 이 일로 어떤 벌을 받게 되든 관심이 없었지만, 몇 번이고 배명월 편에 서서 자신을 대적하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약점을 쥘 기회가 생겼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그 뒤로도 금영은 한참을 진보당에 머물며 장부만 들여다보았다.맹운산도 저절로 분위기에 따라 조용해졌다. 그는 대충 주변에 있던 책을 집어든 뒤, 금영의 맞은편에서 책을 펼쳤다.하지만 읽고 있지는 않았는지, 책이 아예 거꾸로 들린 것도 모르는 듯 멍하니 있었다.장부를 마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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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금영은 빙그레 웃었다.혼사는 지금 당장이라도 마음먹는다면 못 무를 것도 없었다. 이 상황에서도 황제가 아직도 금영을 태자와 맺어주려 할 리는 만무했으니까 말이다.하지만 그녀가 서둘러 파혼하지 않은 건, 아직 미래의 태자비라는 신분을 써먹을 데가 있었기 때문이다.무엇보다도 금영은 태자가 한 번쯤은 주동적으로 사내답게 혼인을 물러주길 바랐다. 그러나 태자는 배명월을 붙잡지도, 금영과의 혼약을 무르지도 못한 채 계속 시간만 끌고 있었다.맹운산이 맑은 눈으로 금영을 바라보며 말했다."꼭 혼인할 필요 있을까? 너만 원한다면, 나랑 같이 서북으로 가서 말을 타며 자유로운 삶을 살아도 돼."맹운산의 부친은 진서 장군이다. 진서 장군 식솔들 대부분 벌써 몇 년째 서북에 주둔한 채 국경을 지키고 있었다.금영은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가 이내 다시 표정을 풀며 말했다."자유롭게 말을 타며 초원을 누비는 삶, 그것도 좋지. 하지만 서북의 바람은 뼛속까지 파고들잖아. 난 역시 이 도성 안처럼 번화한 곳이 좋아."맹운산은 돌려 거절하는 금영의 말에 일부러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싫으면, 말고. 불구덩이가 뻔히 보이는데, 가만히 뛰어드는 걸 지켜보기엔 내 양심이 찔려서 그냥 해 본 소리야. 이따가 후회해도, 소용없다?"금영도 장난스레 받아쳤다."걱정해줘서, 아주 고맙네. 나중에 후회되면, 꼭 네 앞에서 울도록 할게."이 말을 끝으로 금영은 가볍게 손을 흔들며 자리를 떠났고, 맹운산은 한참을 그 뒷모습을 지켜보다 천천히 몸을 돌렸다.오늘 금영이 태자와 다투는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 얼마나 뛰쳐나가고 싶었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는 끝내 참았다. 그는 태자가 두렵지 않았지만, 금영이 곤란해지는 것만큼은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차라리 예전처럼 둘 사이가 좋았더라면, 이런 말도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태자에겐 금영이 너무 과분했다. 맹운산은 속으로 툴툴거렸다.'도대체 태자를 왜 좋아하는 거지? 아니면... 금영이 바라는 건 태자비 자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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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대국을 위한 길이라고?'어처구니가 없었다. 금영은 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 있지 않았지만, 영안후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오자 가슴속에서 거친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회귀 전에도 그랬다.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 때도 영안후는 같은 말을 했었다.금영의 눈빛에 서슬퍼런 냉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눈빛을 마주한 영안후는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서늘해졌다. 동시에 금영이 낯설게 느껴졌다. 어쩐지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알던 딸이 점점 없어져 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금영이 차갑게 말했다."저는 대국을 위하는 길 따위 알지 못합니다. 전 누가 되었든, 저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똑같이 돌려줄 것입니다."영안후가 그런 금영을 보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이냐? 설마 이 일을 폐하께 아뢰어 직접 처리하게 하실 생각은 아니겠지? 명월은 그렇다고 쳐도, 이 일로 태자 전하까지 또다시 폐하의 책망을 받게 된다면...."말 끝을 흐린 그가 다시 무거운 목소리로 타일렀다."금영아, 너는 장차 태자와 혼인할 몸이다. 관계를 이런 식으로 망가뜨리면, 훗날 네가 태자부에 들어가서도 편히 지낼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폐하께서도 국정으로 몹시 바쁘실 텐데, 이런 자질구레한 일로 자꾸 번거롭게 하면 노여움을 사게 될 것이다."그 말에 금영이 입꼬리를 비틀었다.태자와 혼인이라니,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그리고 금영도 이 일을 황제 앞으로 끌고 갈 생각이 없었다. 황제의 앞에서 아들인 태자와 다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녀는 지금 몹시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고, 더는 영안후의 훈계도 듣고 싶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하든 그건 제가 결정할 일입니다. 아버지께서 나설 필요 없어요. 저를 붙들고 타이를 시간에 배명월이나 제대로 단속하세요."이 말을 끝으로 금영은 영안후에게 말을 이을 여지도 주지 않은 채 소매를 털며 몸을 돌렸다. 그런데 채 몇 걸음을 떼지도 못한 채, 태자와 마주치고 말았다.금영은 이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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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태자가 차갑게 웃었다."그럼 네가 이렇게 매사에 시기질투하고 악독하게 구는데, 아직도 널 좋아하길 바랐느냐?"금영이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요. 맞아요. 저 아주 악독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전 여전히 미래의 태자비랍니다. 아니면 정 싫으시면, 어디 한번 파혼해보시던가요."태자가 이를 악물었다."내가 못할 거라 여기는 것이냐!"오늘 태자는 이곳에 오기 전부터 배명월 일로 속이 한껏 뒤집혀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금영이 또다시 불을 지피자, 화가 용암처럼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반대로 금영은 그의 반응에 오히려 속이 살짝 후련해졌다.그녀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손수 길을 터주었다."그럼 어서 파혼하시지요. 부디 모쪼록 좋은 소식이 있길 기대하겠습니다."이 말을 끝으로 금영은 더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태자가 직접 입에 파혼을 담다니, 오늘 배명월이 상처 입은 일로 태자의 인내심을 제대로 건드린 모양이었다.하지만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영안후는 영혼이 탈탈 털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태자가 소매를 떨치고 돌아선 뒤였다.영안후는 한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으로 서둘러 금영을 다시 불렀다."배금영! 지금 무엇 하는 것이냐! 어서 전하께 사죄드리지 않고!"하지만 금영은 코웃음을 쳤다. 금영은 조금도 태자에게 사과할 생각도, 붙잡을 생각도 없었다.그녀가 꿈쩍도 하지 않자 영안후는 직접 태자를 뒤쫓았다."전하, 전하! 부디 충동적으로 결정하지 말아주십시오! 금영이가 제멋대로인 구석은 있어도, 그것 또한 모두 전하의 관심을 바라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부디 그 진심을 알아봐주시고,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영안후가 거듭 붙들었지만,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난 태자의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태자는 밖으로 나가자마자 곧장 마차에 올라타, 뒤도 안 돌아보고 영안후부를 떠났다.정말 이번에야말로 파혼을 요구할 것 같은 기세였다.결국 태자를 놓친 영안후는 다시 자택으로 돌아와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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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황제가 고개를 들었다. 밤하늘 같은 그의 눈동자엔 어느새 옅은 안개가 깔려 있었다.그렇게 잠시 침묵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들라 하라."손복안이 밖으로 나가 찬 바람 속에 서 있는 태자에게 전했다."폐하께서 들라 하셨습니다."그제야 태자는 걸음을 옮겨 현청전 안으로 들어갔다.하지만 그곳에 발을 들이자마자 태자는 무언가 분위기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늘 환하게 밝혀 있던 현청전이 오늘따라 촛불 숫자도 적고, 상당히 어두침침했다.황제가 기거하는 현청전이 겨우 촛불이 부족할 리는 없으니, 짐작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뿐이었다.황제가 기분이 좋지 않아 밝은 빛을 꺼려해 어둡게 만들었다는 것이었다.태자는 먼저 예를 올리고 무릎을 꿇었다."태자 소한, 부황을 뵙습니다."황제가 눈을 내리깐 채 태자를 바라봤다. 태자는 눈바람을 한참 맞은 듯, 온몸에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지금 돌아온 것이냐?"황제가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태자가 답했다."예, 부황. 이제 막 영안후부에서 돌아왔습니다."그 말을 들은 황제는 눈빛이 한층 더 짙어졌다.두 사람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죽마고우 같은 관계인 만큼, 태자는 몹시 금영을 아끼는 듯했다.그러니 오늘도 함께 분명 좋은 시간을 보냈을 터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황제는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마찬가지로 태자 또한 심상치 않은 황제의 분위기에 불안감을 느껴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영안후부를 나올 땐 분노에 이성을 잃은 상태라 그저 파혼만 생각했지만, 막상 황제의 앞에 오니 두려움이 먼저 몰려왔다.그도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배명월이 금영 때문에 겪은 일을 황제의 앞에서 모두 까발리고 싶었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황제라도 다시 혼사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걸 증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사건을 본 건 배명월과 그 곁을 지키던 시비 몇 명뿐이었으니까 말이다.금영을 추궁해봤자 인정할 리 없었고, 황제가 배명월의 말을 믿어줄 거란 보장이 없었다.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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