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생각을 하며 황제는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탁자에 힘껏 내려놓았다.탁, 하는 묵직한 소리에 계속해서 비난을 이어가려던 서왕비도 멈칫하고 말았다.“입 조심하십시오, 서왕비! 폐하께서 계시고, 자초지종이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어찌 근거도 없는 말을 지껄인단 말입니까!”눈치 빠른 손복안이 근엄한 목소리로 호통쳤다.황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는 내관으로서 황제의 심기가 매우 안 좋은 상태라는 것은 진작에 눈치챘다.서 황후는 옆에 있는 황제를 잠깐 바라보았다.그녀는 차라리 서왕비가 영안후의 두 딸을 범인으로 몰아가 끌어내리기를 바라고 있었다.그렇게 되면 가짜 적녀이든, 아니면 시골에서 자란 진짜 딸이든 모두 태자의 곁에서 내칠 수 있었다. 그리고 서씨 집안에서 괜찮은 처자를 골라 태자비로 삼는다면 완벽할 것이다.배명월은 서 황후가 자신을 몹시 마음에 들어한다고 여겼겠지만, 실상은 달랐다. 서 황후는 황제의 위엄이 두려워 감히 그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를 수 없었을 뿐이었다.그러니 어차피 받아들여야 한다면, 금영보다 진짜 영안후의 핏줄인 배명월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서 황후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서왕비,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그렇게 단언하면 두 아가씨의 명성을 더럽히는 행위가 아닌가!”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금영을 바라보며 온화한 목소리로 물었다.“금영아, 넌 더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금영은 평온한 목소리로 답했다.“저는 동생을 해한 적이 없습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배명월을 바라보며 물었다.“명월아, 넌 날 범인으로 지목했는데, 근거는 있니?”배명월은 이를 갈며 말했다.“애당초 언니가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저는 어머니의 부탁을 받고 언니를 부축해 별채로 데려다주었습니다. 그런데 방에 들어서자마자 언니의 몸에서 이상한 향이 나는 걸 느꼈지요! 그때 제 옷에도 향이 묻었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언니의 취향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사람을 해치는 미향이었던 거예요! 언니! 언니가 저를 싫어하는 건 알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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