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301 - Chapter 310

336 Chapters

제301화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상대는 허점을 파고들며 시비를 걸어올 테니 차라리 황제에게 맡기는 게 나았다.황제가 손복안을 시켜 자신을 구해주게 했다면, 이 일도 소리 없이 잠식시킬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서 황후가 황제를 건너뛰고 그녀의 행적을 조사할 리는 없었다.이제 그녀가 할 것은 황제가 자신을 위해 완벽한 해석을 내놓는 일뿐이었다.역시 전개는 금영의 예상처럼 흘러갔다.황제가 위명을 불렀다.“위명, 가서 알아보고 오거라!”한편 문밖에서 진실을 모두 들은 위명의 입장에서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이는 황제가 금영을 감싸겠다는 뜻이었다. 이런 일은 위명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잠시 후, 돌아온 위명이 보고를 올렸다.금영이 사당으로 가서 불공을 드린 것을 본 궁녀가 있었으며, 금영이 맹 장군과 둘이 멀리 거리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본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진실과 거짓을 반반 섞어서 말하니 오히려 더 진정성이 있었다.이야기를 다 들은 태자는 불쾌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금영! 혼인 날짜도 다가오는데 앞으로는 외간 사내와의 만남은 자제하거라!”금영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뻔뻔하기는!’방금 전까지 배명월을 껴안고 있던 사람이 그녀가 단지 맹운산과 말 몇 마디 나눈 일로 불쾌해하니, 어이가 없었다.금영은 불쾌한 얼굴을 하고서 심드렁하게 대꾸했다.“전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금영은 굳이 배명월이 왜 자신에게 잘못을 뒤집어씌우려고 했는지 캐묻지 않았다. 황제가 나선 이상 그가 모든 걸 알아서 할 텐데, 나서서 결백을 주장하고 꼬치꼬치 캐고든다면 오히려 불쾌함을 살 수 있었다.한참 듣고만 있던 서왕비가 입을 열었다.“금영은 아무 잘못이 없다 치고, 그렇다면 명월 저것이 성원을 일부러 유혹한 일부터 얘기해 보시지요.”“분명 오해가 있었을 것입니다. 명월이 처음부터 그럴 마음이었다면 어찌 저항했겠습니까?”태자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전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오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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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서 황후는 황제를 바라보며 말했다.“폐하, 이번 일은 의문점이 많아 조사가 필요하긴 하나, 오늘은 태후마마의 생신 연회가 우선이니... 일단 연회청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듯합니다. 태후마마께서 이 일을 아시면 괜히 혼란스럽지 않겠습니까? 오늘 생신 연회가 끝난 후에 재조사하는 게 어떠한가요?”서 황후가 일부러 배명월을 두둔하는 게 아니라, 그녀는 원래 서왕비를 혐오하고 태자도 지켜야 하니 일단은 이 일을 덮어두는 게 우선이었다.황제가 담담히 말했다.“황후의 뜻대로 하지.”황제 역시 이 일을 깊게 캐고 싶지 않았다.그가 아까 전에 금영의 옷에 미향이 묻었던 사실을 덮었기에 사건이 흐지부지된 것이었다.사건의 진실은 서 황후가 말한 것처럼 차후에 차차 조사해도 늦지 않았다.그는 서왕비를 바라보며 근엄하게 말했다.“서왕 세자가 억울하게 다쳤으니, 서왕부에 적절한 보상을 내릴 것이네. 나머지는 이 일의 진실이 밝혀진 후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 서왕비의 생각은 어떤가?”황제가 이렇게까지 얘기하는데 서왕비도 계속 배명월을 물고 늘어질 수는 없었다. 단지 십중팔구는 흐지부지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억울하고 괘씸했지만, 어명이니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폐하. 금일 아들이 다쳐 조급한 마음에 무례를 범하였으니, 참으로 송구합니다.”“아들을 걱정하는 어미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니 죄를 묻지 않겠네. 하물며 태자도 잘못이 있으니 짐이 엄히 훈계하도록 하겠네.”황제가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서왕비가 조용히 물러가자, 태자는 황제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부황, 그럼... 영안후부의 두 아가씨도... 연회장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어떠합니까?”황제의 시선이 금영에게 돌아갔다. 그녀를 보고 있자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도대체 그녀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랐다.“부황?”정신을 차린 황제가 싸늘한 목소리로 답했다.“그리 하거라.”말을 마친 그는 차가운 얼굴로 편전을 나갔다.서 황후가 빠른 걸음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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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황제는 태후와 담화를 나누면서도 알게 모르게 사람들 틈에서 금영을 찾았다.소녀는 밤하늘의 불꽃을 조용히 바라보며 서 있었다.태후는 어딘가 심드렁해 보이는 황제를 보고 걱정스러운 어투로 물었다.“황제, 어디 편찮으십니까?”정신을 차린 황제는 무심한 듯 답했다.“아닙니다, 태후마마.”태후가 웃으며 물었다.“아까부터 계속 저곳을 쳐다보시던데 뭘 보고 계셨습니까? 밤하늘의 불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게 있습니까?”황제는 여전히 무덤덤한 목소리로 답했다.“조정의 일을 생각하느라 잠시 정신이 팔렸을 뿐입니다.”태후가 웃으며 말했다.“나랏일도 중요하지만 스스로를 너무 다그치진 마십시오. 예전의 황제는 성격이 차갑긴 해도 정해진 법도대로 후궁에 들러 가끔씩 비빈들을 품기도 하셨지요. 허나 어째서인지 작산 행궁에서 돌아오신 이후로는 후궁에 들지 않으셨다 들었습니다.”황제는 말없이 서 황후를 지그시 바라보았다.서 황후가 다급히 말했다.“황송합니다, 폐하. 신첩이 태후마마께 고자질한 게 아니오라....”“황후를 탓하지 마세요. 황후가 알려주지 않아도 들리는 소문이 있습니다. 황제께서 워낙 검소하셔서 후궁 간택 같은 큰 행사를 벌이고 싶지 않으셨다는 건 압니다. 오늘 내 탄신연회에 경성의 귀녀들이 다 모였으니 어디 마음에 드시는 처자가 있다면 이 어미에게 말씀해 주세요. 이 어미가 교지를 내려 그 처자를 조용히 궁으로 들이겠습니다.”태후가 간곡히 말했다.“태후마마의 성의는 감사하지만, 나랏일이 바빠서 후궁을 충원할 생각은 아직 없습니다.”태후가 웃으며 물었다.“귀녀들이 싫으시다면 혹 궁중의 궁녀들 중에 마음에 드시는 아이가 있습니까? 출신이 좀 미천하긴 해도 고단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살뜰한 이가 황제의 곁에서 시중을 들어도 괜찮은 일이지요.”황제는 단호히 거절했다.“태후마마, 지금은 궁녀를 품을 생각이 없습니다.”“귀녀들도 마음에 안 들고 궁녀를 품을 생각도 없으신 분이, 어찌하여 오늘... 처소에서 목욕물을 그리 많이 주문하셨습니까?”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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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배명월을 위해 이 더러운 수를 계획한 송정희였으니 금영이 멀쩡하게 나타난 것만 봐도 알아챘을 것이다.게다가 배명월이 하마터면 소성원에게 겁탈을 당할 뻔한 사건도 있었으니 아마 그 사건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권문세가들 중에서 널리 퍼졌을 것이다.‘얼마나 화가 났으면 사람들도 보는 데서 날 잡아먹을 듯이 노려볼까?’금영은 두려움 없이 맑은 눈빛으로 송정희와 시선을 맞추었다.그러고는 피식 웃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다가가서 그녀의 곁에 자리했다.그 모습을 본 송정희의 얼굴이 더욱 싸늘해졌다.영안후도 기분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였다.오늘 이 기회에 황제에게 혼인을 하사해 주십사 주청을 드릴 생각이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을 줄이야, 결국 혼사에 대해서는 입도 벙끗하지 못하게 생겼다.정국공부의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처음엔 이익을 따져보고 이 혼사를 동의하려 했을지는 몰라도 이 사건으로 인해 배명월의 명성은 더럽혀졌으니, 그녀를 다시 받아줄 리 만무했다.만약 혼사가 성사된다면 정국공부는 그야말로 경성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영안후도 모두가 있는 앞에서 정국공부에 공개적인 거절을 당하면 체면이 서지 않으니 함구하는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영안후부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속내를 품었다.*그렇게 마침내 연회가 끝이 났다.수강궁을 나온 황제는 국사가 다망하다는 핑계로 현청전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막상 책상 앞에 자리를 잡았지만, 상소 단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차를 우려서 가져온 손복안은 전혀 줄어들지 않은 상소 단자를 보고 황제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오늘 일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지난번에 금영의 이름을 꺼냈다가 황제가 불같이 화를 낸 이후로는 쉽게 꺼낼 수 없었다.황제는 고개도 들지 않고 무심한 듯 손복안에게 물었다.“그 아이는?”은혜를 아는 아이라면 직접 그를 찾아와 감사 인사를 해야 마땅했다.잠깐 침묵하던 손복안이 답했다.“폐하, 금영 아가씨는 들지 않았습니다.”황제는 눈살을 찌푸리며 바깥을 향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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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잠시 후, 손복안은 그의 눈치를 살피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폐하, 오늘 별로 드시지 않던데 소인이 가서 음식상을 준비하라 할까요?”황제가 입맛이 있을 리가 없었다.“그럴 필요 없다.”손복안은 계속해서 그를 설득했다.“금영 아가씨도 오늘 일로 많이 놀라셔서 아까 연회에서도 수저를 거의 들지 않는 것 같더군요.”황제가 고개를 들고 싸늘하게 그를 응시했다.손복안은 가슴이 철렁하여 조심스레 물었다.“소인, 또 말실수를 한 것입니까?”황제는 눈살을 찌푸렸다.“당장 꺼지거라.”손복안은 급히 고개를 주억거렸다.“송구합니다, 폐하.”“누가 널 엄벌에 처한다 하였느냐? 음식상을 준비한다면서?”황제가 싸늘히 말했다.“예, 폐하. 지금 당장 가서 음식상을 준비시키겠습니다.”한참 후, 위명이 돌아왔다.“폐하.”그는 문밖에서 조심스럽게 황제를 불렀다.“들어오거라.”황제는 싸늘한 눈빛을 하고서 고개를 들었다.그러나 홀로 들어온 위명을 보고 표정이 더 험악해졌다.위명은 그 표정을 보고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폐... 폐하... 소인이 갔을 땐 금영 아가씨께서 이미 출궁한 뒤였습니다.”“출궁을 하였다?”황제가 싸늘하게 물었다.“황후마마께서 태후마마의 생신 연회를 준비하느라 수고했을 귀녀들에게 포상을 내리고 며칠 집으로 돌아가서 쉬라 명하셨습니다. 차후에 교지가 내려지면 다시 입궁하라 하셨다네요. 그래서 금영 아가씨도 가족들과 함께 출궁한 듯합니다.”위명은 조심스럽게 황제의 안색을 관찰했다. 생각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는 황제이지만 그가 기분이 몹시 안 좋다는 건 눈치 없는 위명조차도 느낄 수 있었다.그는 다급히 말했다.“폐하께서 꼭 금영 아가씨를 만나셔야겠다면, 소인 지금 당장 영안후부로 가서 아가씨를 모셔오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곧바로 밖으로 향했다.황제가 싸늘한 목소리로 그를 제지했다.“그럴 필요 없다.”이 시간에 위명을 시켜 그녀를 궁으로 데려온다면 아마 내일쯤이면 온 경성에 소문이 퍼질 것이다.그는 사람들의 입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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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영안후가 싸늘한 목소리로 명했다.“경천이 너는 어머니와 같이 타고 돌아가거라. 금영이 너는 나와 같은 마차를 타고 가면 되겠구나. 괜찮지?”영안후는 조심스레 금영의 의견을 물었다.금영이 바랐던 바였다.비록 이익에 눈이 멀어 눈에 뵈는 건 권력밖에 없는 아버지이지만, 이런 사람이 오히려 상대하기 쉬웠다. 그저 그에게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기만 한다면 존중받을 수 있었다.마차는 천천히 궁에서 멀어졌다. 금영도 비로소 안도의 숨이 나왔다.황제를 유혹할 계획을 세웠을 때는 목숨까지 걸고 일을 성사시키겠다는 각오가 있었지만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지금은 황제의 마음을 알 수 없어 불안했다.나중을 예측할 수 없는 이 상황이 그녀를 점점 두렵게 했다.그녀는 황제가 어디까지 예측했는지, 앞으로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 짐작할 수 없었다.어쩌면 마음이 동했을 수도 있겠지만, 도피하고 싶을 수도 있었다.이 상황에 차라리 영안후부로 돌아가 한숨 돌리고 차후를 계획하는 게 나았다.궁중에 있을 때부터 화를 참고 있던 영안후는 마차에 둘만 남게 되자 다짜고짜 물었다.“금영아, 오늘 너희 자매가 폐하와 황후마마를 알현했을 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금영은 잠깐 고민하는 척하다가 자초지종을 간략히 설명했다.“명월이가 책임을 회피하려고 제가 자신을 시해하였다고 몰아세웠고 서왕비 앞에서 하마터면 큰 망신을 당할 뻔했습니다.”그 말을 들은 영안후의 표정이 험악해졌다.“다행히 현명하신 폐하께서 제 결백을 증명하여 주셨고, 아직 조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 명월에게는 죄를 묻지 않으셨습니다.”금영은 계속해서 말했다.“아버지, 명월을 너무 탓하진 마세요. 다급한 상황에 살고 싶어서 말이 헛나갔을 것이고 일부러 저를 해하려거나 영안후부의 명성을 더럽힐 생각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저 어린 마음에 자신의 발언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몰랐던 거겠죠.”금영은 영안후의 표정을 자세히 관찰하며 설명을 이어갔다.얼핏 듣기에는 배명월을 두둔하는 것 같아도 매 한마디가 영안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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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날 아비라 부르지도 말거라! 난 너처럼 어리석고 간악한 딸을 둔 적 없다!”분노에 이성을 잃은 영안후가 소리쳤다.배명월은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 애원의 눈빛으로 송정희와 배경천을 바라보았다.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 배경천에게는 그저 억울함을 당한 동생이 가엾을 뿐이었다.그는 분노한 목소리로 금영에게 따지고 들었다.“배금영, 네가 또 아버지에게 뭐라고 일렀길래 아버지가 명월에게 이렇게 화를 내시는 것이냐!”금영은 순진무구한 얼굴로 답했다.“둘째 오라버니는 참 말이 심하십니다. 명월이 아무런 잘못이 없다면 아버지께서 제 이간질 몇 마디에 이렇게 화를 내시겠나요? 오라버니의 눈에는 아버지가 그리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이나요?”배경천이 음침한 얼굴로 말했다.“그러니까 이간질한 건 맞다는 거구나! 어찌 자매간에 우애를 다지지는 못할망정, 이리도 동생을 해하려 하느냐!”금영은 찬 미소를 머금었다.“해하려 한다니요? 제가 뭘 했다는 말씀입니까?”배경천은 차갑게 코웃음쳤다.“네가 아버지께 뭐라고 이간질했는지 누가 알겠어!”“제가 뭘 했는지도 모르시면서 말이 너무 심하시네요. 명월이 오늘 한 짓부터 따져볼까요? 감히 폐하의 앞에서 제가 미향을 자기 옷에 쏟았다고 모함했습니다! 이게 자매지간에 할 일인가요?”비웃음을 잔뜩 머금고 추궁하는 금영의 모습에 배경천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이 얘기가 또 나오니 영안후는 더 화가 치밀었다.“배명월!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닌 것이냐!”배명월은 눈물을 흘리며 황급히 변명했다.“아버지, 언니가... 그랬어요! 저를 믿으셔야 해요! 언니가 제 몸에 미향을 묻혔습니다! 이 모든 건 언니가 꾸민 짓이에요!”금영은 영안후의 옆에서 팔짱을 끼며 말했다.“폐하께선 내 몸에 미향의 흔적이 없다고 증명하셨고, 행적 또한 폐하께서 직접 조사하여 진실을 밝히셨다. 명월, 지금 폐하를 의심하는 거니?”가끔은 황제의 위세를 빌려 사람을 찍어누르는 것도 꽤 기분 좋은 일이었다.비록 그가 자리에 없긴 해도 그의 성망과 위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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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금영은 해수의 반응에 만족스러워하며 물었다.“이유가 궁금하진 않느냐?”해수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아가씨께서 알리고 싶지 않은 일이라면 궁금하지 않습니다.”금영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나중에 다 알게 될 것이다.”어차피 이 일은 오래 숨길 수 없었다.*서봉전.늦은 시간이지만 서 황후는 좀처럼 잠에 들 수 없었다. 그녀는 음침한 얼굴로 다 식은 차를 연거푸 들이켰다.“아직도 단서가 안 나왔느냐?”서 황후가 싸늘한 얼굴로 물었다.서봉전 대총관 이전이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예... 아직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멍청한 것들! 이런 일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다니!”서 황후는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쳤다.목욕물을 세 번이나 주문했다고 했다. 그렇다는 건 황제가 정체도 불분명한 여인과 세 번이나 몸을 섞었다는 의미였다.그 생각만 하면 서 황후는 숨이 턱 막혔다.황제가 일 년에 후궁에 드는 일도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하루에 세 번이나 같은 여인을 품다니, 눈앞이 캄캄해졌다.‘대체 무슨 수를 쓴 거지? 내 손에 잡히면 그 요망한 것의 가죽을 발라버릴 것이야!’“그럼 너희는 그 여우 같은 년이 누구일 것 같으냐?”서 황후가 물었다.궁녀 조씨는 황후의 푸르뎅뎅한 안색을 보고 한참을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폐하께선 늘 금욕적이고 예를 중시하는 분이셨습니다. 유일한 변수라면... 그 여인밖에 없지요.”“마마, 혹시 그 영지라는 아가씨 아닐까요?”궁녀 조씨가 조심스레 물었다.“하오나 그렇게 총애가 깊으시다면 왜 그 아가씨를 후궁으로 들이지 않는 걸까요?”이는 궁녀 조씨도 이해할 수 없었다.이때, 이전이 입을 열었다.“어쩌면 그 처자의 신분이 후궁으로 들이기에 곤란한 신분은 아닐까요?”그 말에 서 황후는 가슴이 철렁했다.전에는 줄곧 귀녀나 궁녀들 중에서 그녀를 찾으려 했다.서 황후는 줄곧 귀녀들 중에서 황제를 유혹한 요망한 여인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그게 아니라면 위명까지 동원해서 그녀를 찾았을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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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하필이면 그 여인이 자신이 직접 간택한 태자비라니, 황제의 눈빛이 침울하게 가라앉았다.굳이 면사포를 벗기지 않아도, 황제는 이미 그녀라는 걸 알 수 있었다.직설전에서 품었던 여인, 번번이 교묘하게 그의 손아귀를 빠져나갔던 여인이, 바로 금영이었다.이제야 예전에는 이해할 수 없던 행동과 상황들이 모두 맞춰졌다.그녀가 매번 그의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질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사실은 도망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옷만 갈아입으면 당당하게 예비 태자비의 신분으로 그의 앞에 나타날 수 있었다.자초지종을 알게 되니 황제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이 일이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면 그의 위엄은 물론이고 나라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었다.그가 힘들게 이뤄낸 십 년의 업적과 현명한 군주라는 위명이 순식간에 와장창 무너질 것이다.태자는 그를 아비 자격이 없다고 원망할 것이고, 신하들은 그를 부덕한 군주라 통탄할 것이다.백성들은 그의 황당무계함을 비난할 것이고 역사의 한 페이지에 그는 색욕에 눈이 멀어 아들의 처를 탐한 우매한 군주로 기억될 것이다.대신들은 그녀를 죽이려고 덤벼들지도 모른다.아무도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궁금해하지 않을 것이고 단지 그를 이기적이고 방탕한 군왕으로 몰아갈 것이다.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필요했다.이 나라의 황제로서 가장 간단한 방법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이 일을 완벽히 덮으려면 금영을 소리 없이 사라지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그러면 아무도 황제의 실수를 알지 못할 것이고 그는 여전히 인자하고 현명한 황제로 군림할 수 있었다.죄책감이 느껴진다면 후하게 장례를 치르고 그녀의 가족들에게 포상을 내리면 된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주저하지도 않고 그렇게 했을 것이다.황제는 절대 무른 황제가 아니었다.그러나 그 상대가 그녀라서,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눈시울만 붉히며 자신을 위해 변명 한마디 못하던 여리고 여린 모습이 자꾸만 머뭇거리게 되었다.그녀가 잘못한 것은 없었다.직설전 때, 그녀 역시 누군가의 음해에 당했을 뿐이고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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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세상 온순하고 순진무구해 보이던 얼굴은 보기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다.“배금영! 나한테 그런 짓을 저질러 놓고도 잠이 와?”배명월은 이를 갈며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금영을 노려보았다.예전에 사람들은 천진난만하고 붙임성이 좋은 배명월을 참한 아가씨라 좋아하고 금영에게는 성격이 괴팍하고 거만하다며 흉을 보았다.믿을 곳이 있고 우위에 있는 사람이 천진난만한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열세에 처한 사람은 일그러지고 이성을 잃고 날뛰기 마련이다.금영은 피식 웃음을 지으며 되물었다.“내가 너한테 뭘 했다고 그러니?”“우리 둘만 있는데서는 그 가식스러운 수작 집어치워! 그 미향, 네가 일부러 묻힌 거잖아!”“너 같이 비열하고 더러운 사람은 태자비의 자격이 없어!”배명월의 두 눈에는 온통 원망과 분노만 가득했다.‘그 자리는 원래 내 것이었어야 했다고!’금영은 차가운 눈길로 배명월을 바라보며 되물었다.“내게 비열하다 했느냐? 그럼 차에 미약을 탄 사람은? 설마 모든 건 어머니가 한 일이고 넌 차에 약이 든 줄 몰랐다고 하진 않겠지? 그런데 날 사람이 없는 곳으로 데려가고 주윤안을 그곳으로 유인한 건 어떻게 설명할까?”말을 마친 금영은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음을 터뜨렸다.배명월의 안색이 파리하게 질렸다.한참 후에야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서 쥐여짜듯 말했다.“역시 넌 처음부터 우리의 계획을 알고 있었구나! 그래서 내게 보복한 거였어!”금영은 깔끔하게 인정했다.“그렇다면 어쩔 건데? 너희만 날 모해할 수 있고 난 반격도 하면 안 되는 것이냐?”그녀는 이참에 배명월에게 자신은 함부로 짓밟을 수 있는 만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다.그러지 않으면 사소한 일로 자꾸만 시비를 걸어오는 게 귀찮았다.‘날 상대할 때는 네 목숨을 내놓을 각오도 해야 할 거야.’“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돌아가서 쉬거라. 내일 아침에 자음암으로 불공을 드리러 떠나야 하지 않느냐? 늦지 않게 준비하거라.”금영의 비웃음이 배명월을 자극했다.“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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