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481 - Chapter 490

504 Chapters

제481화

'특히, 죽은 그 천것이 가장 심했지...'누구를 떠올린 것인지, 서 황후의 낯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손아귀에도 힘이 들어갔다.그 바람에 짓눌린 배명월의 뺨에 상처가 나며 두 줄기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서 황후가 분부했다."약을 가져오거라."환옥이 서둘러 약함을 받쳐 들고 다가오자, 그제야 서 황후는 배명월의 턱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호갑을 끼지 않은 손가락으로 흰 약고를 조금 찍어 얼굴에 펴 발라주었다.서 황후가 작게 탄식했다."참으로 가여운 모습이구나. 본궁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그러더니 배명월을 바라보며 물었다."많이 아프냐?"배명월은 갑자기 달라진 태도에 불안해하며 답했다."아... 아닙니다. 아프지 않습니다."서 황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프지 않다니, 다행이구나."하지만 돌연 목소리가 의미심장해졌다."이따가 태자가 묻거든, 뭐라고 답해야 할지 잘 알겠지?"배명월이 몸을 떨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마, 마를 먹으면 원래 피부가 부어오르는데… 제가 실수로 마가 든 다과를 먹고 탈이 났다고 아뢰겠습니다. 그래도 하루만 지나면 가라앉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그렇게 태자 전하를 안심시키도록 하겠습니다.”배명월의 대답에 서 황후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손을 뻗어 배명월을 부축한 뒤,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착하구나. 하지만 내가 널 벌한 이유는 잘 기억하길 바란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거라."배명월은 겁에 질린 채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예, 절대로 잊지 않고 명심하겠습니다."서 황후가 미소 지었다."되었다. 이제 나가서 태자를 보자꾸나."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밖으로 나왔다. 한 사람은 얼굴에 자애로운 미소가 가득했고, 다른 한 사람은 뺨이 가득 부어오른 채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이었다. 사정을 모르는 이가 봤더라면 혹독한 괴롭힘이라도 당한 줄 오해했을 것이다.평소 태자였다면 이 모습을 보는 즉시 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그는 넋을 잃은 채 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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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금영은 억울한 얼굴로 황제를 올려다보았다.'유혹이라니... 내가 언제 유혹했다고...'하지만 그 억울해하는 표정은 되레 황제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꼴이 되었다.그런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의 시선이 금영의 아랫배로 향했다.그녀의 몸은 평소처럼 가늘고 여려 한 손에 잡힐 듯 가냘펐다. 만약 진맥으로 알려주지 않았다면, 이 작은 몸에 자신의 피붙이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했을 것이다.본래 황제는 욕정에 쉽사리 휩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금영에게만 예외로 자꾸만 흔들렸다.그의 깊은 시선이 자신에게 향한 것을 알아차린 금영은 괜히 마음이 살짝 조였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얼른 화두를 바꾸었다."폐하, 시각이 늦었습니다. 얼른 조회에 드셔야지요."황제는 더 머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 이상 함께 있다가는 정말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고 금영에게 어떤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었다.그렇게 황제를 배웅한 뒤, 해수를 바라본 금영이 입을 열었다."해수야, 나 옷 좀 갈아입어야겠다. 이제 서봉전에 가서 황후마마께 문안 인사 드려야지."아무리 황제의 총애를 독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입궁 첫날부터 황후에게 얼굴을 비추지 않을 수는 없었다.그랬다가는 그녀에게 총애만 믿고 교만한 후궁이라는 오명이 붙을 것이다.금영은 봄에 어울리는 산뜻한 색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안 그래도 고운 얼굴에 밝은 옷까지 더해지자, 아주 후광이 비춰지는 듯했다.서봉전에 도착하자, 몇몇 비빈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대부분 품계가 높지 않은 이들이었다.그들은 금영을 보자, 잇따라 예를 올리기 시작했다."영비마마를 뵙습니다."금영은 무척 온화하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네. 어서들 일어나게."비빈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황제의 총애를 한껏 입고 입궁한 영비가 이토록 겸손한 모습을 보일 줄은 예상치 못한 것이다.이때, 얼굴이 유독 고운 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영비마마, 신첩들 모두 마마보다 품계가 낮은데 어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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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물론 안빈처럼 포기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품계가 낮은 이들 중에는 대개 평온하게 세월을 보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그런데 예상과 달리 황제가 후사를 보는 데 전혀 문제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당연히 다시 경쟁이 시작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금영을 향한 이 적의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었다.금영의 온화한 반응에 안빈은 살짝 주춤하며 표정이 살짝 누그러졌다."가르침이라니요, 저희가 어찌 감히 그럴 수 있겠습니까?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다면 편히 분부해 주십시오."안빈이 태도를 전환하자, 금영도 미소로 화답했다.그렇게 비빈들과 한참 동안 담소를 나누던 사이 여비가 도착했다. 하지만 현비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잠시 뒤, 드디어 서봉전 문이 열리는 동시에 환옥이 나지막이 알렸다."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황후마마께서 오늘 몸이 좋지 않아 조금 늦게 기침하셨으니, 양해 바랍니다."그렇게 서 황후를 마주한 순간이었다.팔선의자에 기댄 그녀의 모습에는 어제의 화려하고 눈부신 기세는 온데간데없었다. 창백하다 못해 푸르스름하게 변한 안색은, 마치 양기를 전부 빼앗겨 버린 사람처럼 몹시 초췌해 보였다.어제 일은 그녀로서도 상당히 타격이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체면은 무엇보다 중히 여기는 서 황후가 이런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나다니, 어딘가 이상했다."신첩, 황후마마를 뵙습니다."금영이 마음속 의문을 눌러 담고는 예를 올렸다.그러자 서 황후가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어서 일어나거라. 여봐라, 얼른 영비가 앉을 의자를 가져오거라. 홀몸이 아니니, 세심히 살펴야 할 것이다. 여비처럼 되는 일이 없도록..."거기까지 말한 서 황후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여비의 아이가 무사히 태어났다면, 올해 여덟 살은 되었을 텐데..."금영의 시선이 여비에게 향했다. 후궁들의 외모에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여비는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었다. 마치 설화 속 선녀 같은 외모였다.여비는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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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여비가 싸늘하게 금영을 바라보며 가시 돋은 말을 내뱉었다."용태까지 회임하고 폐하의 총애까지 독점하신 분에게 신첩이 어찌 감히 불만을 품겠습니까?"바로 그때 금영이 조용히 말을 이었다."신첩이 이리 여쭌 것은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지금도 이리 건강하신데, 여덟 해 전이라면 회임하기에 훨씬 더 좋은 시기가 아니었겠습니까? 그런데 어쩌다가 그 귀한 아이를 아무런 연고도 없이 잃게 되셨는지... 문득 의구심이 생겨 여쭈었을 따름입니다."서 황후가 싸움을 부추기려 한다면, 금영 역시 그 판에 기꺼이 장단을 맞춰줄 생각이었다."그 말은 대체 무슨 뜻인가?"여비가 날카로운 눈으로 금영을 쏘아보며 물었다.금영이 나직하게 답했다."신첩이 실언했습니다. 황후마마께서 엄격히 다스리는 내궁에서 일반 사가의 후택처럼 음흉한 계략이 오고 갈 리 없겠지요."겉으로는 실언이라며 꼬리를 내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어리석지 않았다. 금영의 말에 담긴 속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이는 없었다.서 황후는 금영이 무해한 겉모습 아래에 이런 칼날을 품고 있을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지금까지 그저 한없이 유순해 보이기만 했었는데, 좀 전의 말로 자신의 이간질을 완벽하게 되받아쳤다. 하긴 마냥 속에 들어 있는 것이 없고 마냥 순진하기만 했다면, 애초에 황제의 총애를 독차지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서 황후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입을 열었다."영비가 이 말을 하니, 본궁의 해묵은 과오가 떠오르는구나."황후는 이어서 여비를 돌아보며 나직이 탄식했다."당시 본궁이 태묘로 기도를 올리러 떠나지 않고 내궁을 지켰더라면, 여비가 그런 참담한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서 황후의 얼굴은 금세 뼈아픈 자책으로 물들었다. 여비는 감동한 듯 서 황후를 바라보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마마, 자책하지 마십시오. 마마께서 얼마나 신첩을 아끼시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금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여비는 미색은 빼어났으나, 아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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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서 황후가 키를 재는 듯한 손짓까지 하면서 말했다."그때부터 본궁은 네가 참 마음에 들었었다. 폐하께도 너같이 어여쁜 딸이 있으면 참 좋겠다고 농을 건넸었는데... 본궁은 정말 진심으로 널 딸처럼 아꼈었단다."서 황후는 금영을 조금의 노여움도 없는, 아주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봤다.그러더니 가볍게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그런데 누가 예상이나 했겠느냐? 네가 입궁해 비가 되고, 본궁과 함께 폐하를 모시게 될 줄은... 인연이란, 참 예측할 수 없구나."서 황후는 일부러 금영이 불리하도록 사람들 앞에서 이런 말을 꺼낸 것이 분명했다.모두가 금영을 서 황후를 배신한, 은혜를 저버리고 황제의 침상에 오른 배은망덕한 사람으로 여기도록 말이다. 하지만 순순히 당하고만 있을 금영이 아니었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힌 채 입을 열었다."송구하옵니다, 마마. 만약 제가 미향이 묻은 것을 빨리 알아차렸다면, 이런 일이... 아닙니다. 이제 폐하의 아이를 품었으니, 이런 말은 더 이상 꺼내지 않겠습니다. 괜히 태자비인 명월에게만 누가 될테니 말입니다."그러면서 마치 큰 억울함을 힘겹게 삼키는 듯한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만약 그녀가 곧장 이 일을 배명월에게 뒤집어씌웠다면, 사람들은 쉽게 믿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모습을 먼저 보여준다면, 사람들에게 저절로 그 내막을 상상하게 만들 수가 있다. 그러면 자연스레 화살도 배명월에게 향할 것이다.'설마 배명월이 태자비 자리를 노리고 언니인 배금영을...?'금영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태자비가 되었을 것이다. 굳이 어렵게 술수를 써가며 입궁할 필요가 없는 인물이었다. 겉으로 티 내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엔 이미 모든 상황이 그려졌다.서 황후는 용손을 품은 금영을 대놓고 난처하게 만들지는 못했다.그녀는 그 후로도 몇 차례 사람들의 적의를 끌어올리려 했으나, 상황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자 병약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래 앉아 있었더니, 몸이 좀 많이 불편하구나. 먼저 가서 쉴 테니, 너희들도 이만 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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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금영의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지금은 이런 일로 분노할 게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어떻게 서 황후를 홧병으로 몸져눕게 만들 수 있는지 궁리할 때였다.점심이 지난 뒤, 황제는 소녕전으로 돌아가 금영을 보려 했다.하지만 또다시 서 황후가 붙잡았다."폐하, 이 시각이면 영비도 쉬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 가시면 그 아이의 휴식을 방해하게 되실 텐데, 차라리 서봉전에서 잠시 눈을 붙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황제는 병약한 서 황후의 안색을 바라보다가 담담히 말했다."휴식은 황후가 더 필요해 보이니, 이만 가 보겠네."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그 모습에 서 황후는 안색이 어두워졌으나, 온화한 목소리를 유지한 채 곁에 있던 서지안에게 분부했다."지안아, 가서 폐하를 배웅해 드리거라."서지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말했다."네, 마마."서지안은 아픈 서 황후를 돌봐야 한다는 명목으로 서봉전에 머물고 있었다.비록 황제가 금영을 비로 봉하긴 했으나, 서 황후는 금영이 황제가 전에 찾던 영지와 동일 인물인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금영은 태자와 파혼한 뒤에 황제와 가까워졌다고 했다.황제 역시 괜한 구설수가 나올까 걱정되는지 그 이전의 일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하지만 같은 사람이든 아니든 지금 상황에선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서 황후는 자신이 가질 수 없다면, 가까이 있는 사람들 중에 황제의 총애를 금영에게서 빼앗아 오길 바랐다.서봉전을 나섰는데도 계속 서지안이 따라오자, 황제가 걸음을 멈추며 그녀를 돌아봤다."너는 왜 짐을 따라오는 것이냐?"서지안은 서씨 가문에서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길러둔 인물이었다. 그녀는 황제가 나약해 보이는 여인의 모습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공손히 입을 열었다."마마께서 영비마마를 많이 걱정하고 계시옵니다. 본래는 직접 발걸음을 하려 하셨으나, 몸이 불편하신 탓에 괜히 병증을 옮길까 염려하시어, 소인에게 대신 부족한 것은 없는지 살피고 문안을 전하라 명하셨사옵니다."서지안이 낮은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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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해수가 금영의 귓가에 나지막이 소리 죽여 속삭였다."마마."그러자 금영이 슬며시 눈을 뜨더니, 해수의 얼굴을 확인하고 나직이 물었다."폐하께서 오셨느냐?"해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바깥 상황을 세밀히 전했다."예, 마마. 한데 황후마마께서 지안이라는 여인을 함께 보내셨사옵니다. 제가 몇 번이고 돌려보내려 하였으나, 끝까지 마마를 뵙고 가겠다며 버티고 있는 실정입니다. 소인이 보기에... 마마께서 끝내 만나주지 않을 경우, 마마께서 총애만 믿고 오만하게 군다는 소문을 궁에 퍼뜨릴 심산인 듯합니다. 그리하여..."사실 해수 역시 단잠에 든 주인을 깨우고 싶지 않았다. 금영은 최근 며칠째 제대로 쉬지 못하다가 겨우 잠든 참이었기 때문이다.상황을 파악한 금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해수를 치하했다."잘 대처했다."금영은 이내 몸을 일으켜 마당으로 나갔다.황제는 마침 차를 마시며 기다리던 중이었다. 금영이 모습을 드러내자, 황제는 해수를 향해 못마땅한 시선을 던졌다."분명 깨우지 말라 명하지 않았더냐?"금영이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황제의 앞을 가로막았다."해수를 탓하지 마시옵소서. 그저 절로 눈이 떠져 일어난 것뿐이옵니다."금영이 다가오자, 황제는 그녀를 제 곁으로 끌어당겨 앉혔다. 그러고는 안쓰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짐이 듣기로 오늘 수라를 제대로 비우지 못했다 하던데, 어찌 이리 제 몸을 돌보지 않는 것이냐?"황제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이내 단호한 어조로 덧붙였다."되었다. 앞으로는 되도록 짐과 함께 수라를 들자꾸나."금영이 식사를 거르지 않는지 제 눈으로 직접 감시하겠다는 뜻이었다. 황제가 나직이 한마디를 보탰다."게다가 짐은 네 조부에게 너를 무사히 돌보겠노라 약조한 바가 있다."금영은 그 말을 들으며 속으로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선대 영안후가 황제에게 그녀를 부탁한 것은 사실이었으나, 궁에 들여 후궁으로 삼으라는 유언 따위는 남긴 적은 없었다.한참 동안 담소를 나누는 중에도 황제는 서지안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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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금영은 서지안을 돌려보낸 뒤, 조용히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나직이 한마디를 내뱉었다."황후마마도 참 대단하시구나."서 황후는 금영을 견제하기 위해, 다른 여인을 대신 그 자리에 밀어 넣으려는 모양이었다.곁에 있던 해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마마, 이제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용태를 가지셨으니, 당분간 폐하를 모실 수 없을 터인데... 황후마마께서 다른 여인을 폐하의 곁에 들이려 하는 것을 그저 지켜만 보고 계실 것이옵니까?"금영 역시 이 일로 살짝 머리가 지끈거렸다.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밖에서 내관의 외침이 들렸다."마마, 이 미인과 왕 미인께서 뵙기를 청하고 있사옵니다."금영이 차분하게 답했다."들라 하거라."사실 두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궐에 들어온 이상, 모른다는 핑계로 만남을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곧이어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 들어와 금영에게 정중히 예를 올렸다."영비마마를 뵙습니다. 마마, 평안하시옵소서."금영이 두 사람을 찬찬히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일어나게."왼쪽에 선 이 미인의 용모는 당연히 금영에게 미치지 못했고, 나이도 몇 살 더 많아 보였다. 그러나 온몸에서 명문가 여식다운 기품이 절로 배어 나와 나름대로 눈길을 끌었다. 반면 왕 미인은 매끄러운 달걀형 얼굴의 소유자로서, 한눈에 보기에도 굉장히 복스럽고 맑은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먼저 말문을 연 것은 왕 미인이었다. 그녀는 호랑이 머리가 정교하게 수놓아진 아기 신발 한 켤레를 받쳐 들고는 고개를 숙였다."마마께서 용손을 품으셨다는 소식을 듣고, 신첩이 손수 이 신발을 만들어 보았사옵니다. 회임하신 것을 진심으로 감축드리며, 부디 무사히 순산하시기를 기원합니다."웃는 낯에 침을 뱉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금영은 직접 물건을 건네받는 대신 해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해수가 눈치 빠르게 움직여 왕 미인이 내민 것을 공손히 받아들였다.황제의 비가 되었다고 해서 괜히 유세를 떨며 까다롭게 구는 것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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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속내야 어찌 되었든, 금영은 일단 겉으로는 두 사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듯한 태도를 취해 주었다.이 미인과 왕 미인이 처소를 떠난 후, 금영은 다시 평온한 시간으로 돌아왔다.이때, 곁에 서 있던 해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마마께서 입궁하신 이래 처음으로 먼저 호의를 보인 비빈들이 아닙니까?"금영이 시선을 던지며 물었다."어찌 생각하느냐?"해수가 솔직하게 답했다."소인이 보기에는 저 두 사람 모두 그리 깊이 믿을 만한 자들은 아닌 듯하옵니다."금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난 이제 막 궐에 들어와 발을 붙인 처지이고, 다른 이들은 모두 눈치를 보며 관망하고 있는데... 저 둘만 현비나 황후마마의 눈 밖에 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제 발로 나를 찾아왔지. 내게 좋게 보여야만 하는 피치 못한 이유가 있는 거야."그러자 해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하오면 아까는 어찌하여 그리 순순히 선물을 받아주셨사옵니까?"금영이 차분하게 답했다."그 속내가 무엇이든, 제 발로 찾아온 사람을 대놓고 박대할 수는 없지 않느냐."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어질고 현명하다는 명성이었다. 그래야만 훗날 더 높은 자리를 도모할 명분이 생긴다. 저들이 진심이든 딴속셈이든 간에, 경계하는 기색을 굳이 겉으로 드러내 상황을 보기 흉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두 미인이 다녀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뜻밖에도 현비가 직접 소녕전을 찾았다. 그녀 역시 한가득 예물을 실어왔는데, 방금 전 두 사람이 가져온 것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 귀하고 진귀한 것들이었다.하지만 다행히도 그중에는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나 탕약류는 없었다. 불필요한 의심을 살까 염려해 보석이나 장신구류로 정성껏 준비해 온 모양이었다.금영이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현비마마, 신첩에게는 너무 과분한 선물이옵니다."그러자 현비가 제법 온화한 얼굴로 답했다."무슨 그런 서운한 소리를, 전혀 과분하지 않네. 이 궁궐에 새 사람이 들어온 게 얼마 만인지 아는가? 이것도 다 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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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황제가 서슬 퍼렇게 외실로 나가자, 머지않아 태감 손탁이 잔뜩 질린 얼굴로 들어와 보고를 올렸다."소인이 급히 가서 살펴보았사온데, 어린 궁녀 하나가... 그, 담벼락 위에서 무언가를 목격했다고 하옵니다."손탁은 차마 입을 열기가 두려웠는지 말끝을 흐리며 더듬었다."무엇을 보았단 말이냐! 당장 상세히 고하지 못할까!"황제는 인내심이 바닥난 듯, 평소와 달리 아주 날카로운 기세로 추궁했다.그제야 손탁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귀, 귀신을... 보았다고 하옵니다."황제가 기가 차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이 무슨 무엄하고 망령된 소리냐!"이때 마침 침소에서 외실로 걸어 나오던 금영의 귀에도 황제의 노성이 들어갔다."공자께서도 귀신이나 미신 같은 허황된 것을 입에 담지 않으셨는데, 황궁에 어찌 귀신이 있을 수 있단 말이냐!"그 말을 들은 금영은 속으로 묘한 생각을 했다.'귀신은 진짜로 존재하는데 말이지...'그녀는 직접 귀신이 되어 구천을 떠돌아본 사람이었다.금영이 자연스럽게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폐하, 너무 노여워하지 마시옵소서."금영이 내실에서 나온 것을 발견한 황제는 언제 불같이 화를 냈냐는 듯 눈빛을 부드럽게 가다듬었다."걱정하지 말고 안에서 쉬라 일렀거늘, 무엇 하러 이리 찬 바람을 맞으러 나왔느냐?"금영이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속삭였다."무슨 일 때문에 이리 소란이 일었는지 궁금하여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사옵니다. 차라리 이렇게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 귀신을 보았다는 궁녀를 이리로 불러 직접 확인해 보는 거지요."황제는 금영의 안색이 그리 나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못 말린다는 표정을 지었다."정 네가 원한다면 그리하도록 하거라."얼마 지나지 않아, 보기에도 앳돼 보이는 어린 궁녀 한 명이 소녕전 바닥에 바짝 엎드려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금영이 나직하고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고개를 들고 고해 보거라."궁녀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안색이 하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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