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711 - Chapter 720

1118 Chapters

제711화

소녕전이 봄바람처럼 온화하다면, 서봉전은 한겨울의 추위와 같았고, 아니 한겨울보다도 더 냉랭했다.서 황후는 지금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채 땅에 꿇어앉은 서지안을 바라보며 냉소를 내뱉었다.“참으로 대단한 솜씨로구나!”“본궁이 너를 폐하의 시침에 들여보낸 것은, 네가 폐하의 총애를 받아 그 은총이 본궁에게까지 미치게 하려는 뜻이었건만, 너는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이황자의 침상에 올라가? 현비 그 천한 것이 그걸 빌미로 본궁과 서씨 가문을 조롱하게 했구나!” 서 황후는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났다.서지안은 창백한 얼굴로 땅에 엎드려 눈물을 흘릴 뿐,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서 황후는 잠자코 있는 서지안의 모습에 더욱 화가 치밀었다.“본궁이 이황자가 강제로 너를 범한 것이 아니냐고 은근히 물었건만, 어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냐?”“설마 뱃속의 아이로 이황자부에 들어갈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아니겠지? 똑똑히 듣거라! 네가 서씨 성을 달고 있는 한, 현비가 너를 받아들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서 황후가 냉소적으로 웃었다.서지안은 감히 이황자를 지목할 수 없었다. 그녀의 유일한 희망이 이황자였기 때문이다.서지안은 서 황후가 현비 모자와 완전히 틀어지면, 절대로 자신을 살려두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서 황후가 갑자기 서지안의 손을 잡더니 웃었다.“보아라, 이 얼마나 고운 손이냐? 본궁은 서봉전에서 너에게 어떤 거친 일도 시키지 않았다. 심지어 사람을 시켜 좋은 양지로 네 손을 보호하게 했었다. 혹시나 폐하께서 너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을 줄까 싶어 그리했거늘.”서 황후는 다른 손으로 자신의 머리에 꽂은 금비녀를 뽑더니, 단번에 서지안의 손톱을 향해 힘껏 내리 찔렀다. 손톱과 살이 찢겨 나감과 동시에, 서지안이 땀을 뻘뻘 흘리며 신음했다. “황후마마, 부디 살려주시옵소서. 신녀가 죽을죄를 저질렀사옵니다. 용서를 구할 자격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나 신녀는 맹세하옵니다. 마마께서 신녀를 용서해 주신다면, 신녀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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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배명월이 무슨 수모를 당하든 모두 그녀가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이었다.이튿날 아침, 금영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고, 황제는 이미 조회에 나갔다.금영이 단장을 하고 조찬을 마친 후에야 해수가 말했다.“마마, 지안 소저께서 뵙기를 청하셨사옵니다.”금영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어째서 나를 만나고자 한단 말이냐?”“마마께서 주무시고 계시어 노비가 먼저 돌려보냈사오나, 끝내 물러서지 않으시고 지금까지 기다리셨사옵니다.” 해수가 계속 말했다.해수는 서지안을 몹시 싫어했다.전에 서지안이 서 황후의 지시로 여러 번 금영의 기분을 상하게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서 황후의 크나큰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서 황후는 이름에‘지(知)' 자가 들어간 여인은 모두 황제의 마음을 살 수 있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황제는 애초에 그럴 마음이 없었다.금영이 미간을 찌푸렸다.“들여보내거라. 괜히 본궁의 처소에서 유산이라도 하면, 그것도 꺼림칙하니.”해수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마마께서는 말씀만 냉정하게 하시지, 마음이 너무 자비로우시옵니다!”‘궁중 연회에서 마마께서 지안 소저를 구해주신 것도, 말로는 재미를 보려고 그러셨다 하셨지만, 실은 마음이 약해지셔서 그런 것이지요?’금영이 손을 들어 해수의 이마를 톡 치며 웃었다.“누가 본궁의 마음을 함부로 헤아리라 허락했느냐? 어서 안으로 데려오너라.”곧 서지안이 들어왔다.금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서지안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원비마마의 큰 은혜에 감사드리옵니다!”‘은혜를 갚으러 온 것인가?’금영이 의아한 표정으로 서지안을 바라보았다.“본궁이 너에게 큰 은혜를 베푼 것 같지는 않구나.”서지안이 고개를 들어 금영을 바라보았다.“궁중 연회에서 마마께서 신녀를 위해 변호해 주지 않으셨더라면… 신녀는 아무것도 못 한 채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옵니다.”금영이 나서줬기에 황제가 입을 연 것이었다. 그 이후로는 금영이 따로 나서지 않아도, 현비와 서 황후는 서지안과 그 아이를 함부로 제거할 수는 없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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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서지안은 금영의 앞에서 자신의 야심을 부인하지 않았다.“신녀는 장기판의 말이 되고 싶지 않아, 출세하여 제 길을 가고 싶었사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단지 살고 싶을 뿐이옵니다.” 서지안의 몸이 살짝 떨렸다.금영은 눈앞의 서지안을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그녀에게 다가갔다.해수는 이 광경을 보고 놀라서 말렸다.“마마…”그러나 금영은 서지안에게 손을 내밀었고, 서지안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자기 손을 금영의 손 위에 올려놓았다.금영은 비로소 서지안의 시퍼렇게 멍든 손톱을 발견했다. 단단하고 날카로운 물건에 찢긴 듯했다.금영이 서지안을 일으켜 세운 후, 입을 열었다.“네가 본궁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 줄 필요는 없다.”서지안이 잠시 멈칫했다.“마마께서 신녀를 믿지 않으시는 것이옵니까?”금영이 말하기도 전에, 서지안이 다시금 금영에게 공손하게 말했다.“신녀가 황후마마의 사람이었기에, 마마께서 신녀를 믿지 못하시는 것이 인지상정임을 알고 있사옵니다. 감히 마마께 강요하지 않겠사옵니다. 그러나 연회에서 마마께서 도와주신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옵니다.”말을 마친 서지안은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금영은 서지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네 청은, 본궁이 들어주겠다.”서지안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기쁜 표정으로 금영을 바라보았다.“마마!”금영은 이내 해수에게 말했다.“배웅하거라.”해수가 서지안에게 다가가 말했다.“지안 소저, 이리로 가시지요.”금영이 평온한 얼굴로 탁자 앞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을 즈음, 해수가 돌아왔다. 해수가 의아한 듯 물었다. “마마, 진정으로 지안 소저를 도와주실 생각이옵니까?”금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저 아이의 말대로 이 일은 본궁에게 어렵지 않다.”금영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황후마마의 수족에 불과한 가엾은 아이일 뿐이다. 본궁이 구태여 저 아이와 다툴 이유는 없다.”서 황후는 황제를 유혹하기 위해 누구든 보냈을 것이다. 서지안이 아니었더라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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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금영이 잠시 고민하다가 해수에게 말했다.“본궁과 함께 현청전으로 가자꾸나.”해수가 금영에게 비를 막을 겉옷을 둘러주고 우산을 펼쳐 들었다. 그런 다음 금영을 부축하여 밖으로 나섰다. “원비마마께서 오셨사옵니다!” 손복안이 현청전의 회랑 아래에서 금영을 발견하자마자 바로 알렸다.금영이 문 앞에 다다랐을 즈음, 황제가 문을 열었다.종일 국정을 살피느라 황제의 위엄이 더욱 짙어져 있었다.금영을 발견한 그는 한 손으로 그녀를 끌어당기며 눈썹을 찌푸렸다.“어찌 온 것이냐?”“막 비가 와서 길이 미끄럽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것이냐?”금영이 부드럽게 말했다.“비는 이미 잦아들었고, 땅에 물도 고이지 않았사옵니다. 폐하를 뵙고 싶어 왔사옵니다. 혹여 폐하께서 신첩이 온 것이 불편하시다면, 앞으로는 오지 않겠사옵니다.”황제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네가 걱정되어 한 말인데, 너는 되레 짐을 받아치려 드는구나.”금영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며 발랄한 표정을 지었다.“신첩은 억울하옵니다! 신첩은 받아치려 한 적이 없사옵니다!”“신첩이 곁에 있는 것을 꺼리신다면, 신첩이 지금이라도 물러가겠사옵니다.” 금영이 몸을 돌리려 했다.이런 밀고 당기는 요령은, 곁에 있는 다른 후궁들도 여러 번 보여준 적이 있었다.다른 후궁이었다면 황제는 말없이 그냥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상대는 금영이었다. 황제가 손에 힘을 주어 금영을 품으로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이미 왔으니, 짐과 함께 있거라.”금영이 살짝 고개를 들어 황제를 바라보았다.황제는 처음에 비를 뚫고 온 그녀를 걱정하며 탓했지만, 지금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눈에도 은은한 웃음이 어려 있었다. 분명히 기쁘면서도 태연한 척하는 것이었다.금영은 그냥 모르는 체하며 황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황제의 탁자 위에는 두껍게 쌓인 주청이 한 무더기 놓여 있었다.전생에 황제가 갑자기 중병에 걸렸던 것이 과로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황제가 되는 것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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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식사를 마친 후 황제가 말했다.“졸리면 먼저 쉬거라.”금영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하오면 신첩은 먼저 돌아가겠사옵니다.”황제의 식사를 챙기러 온 것이 목적이었으니, 이제는 돌아갈 생각이었다.황제가 말했다.“날도 어두운데 또 어디로 가려는 것이냐?”금영이 의아한 표정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황제의 목소리에는 거역할 수 없는 위엄이 담겨 있었다.“현청전에 머물러라.”금영이 망설이는 듯한 표정을 짓자, 황제가 말했다.“전에도 묵었으면서 왜 이제 와서 안 된다는 것이냐?”현청전은 황제의 침전으로, 후궁이 밤을 보내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그러나 금영은 처음부터 예외였다.한편, 서 황후는 서봉전에서 여전히 금족 중이었다.일국의 황후가 하루가 멀다 하게 금족을 당하는 신세가 되자, 서 황후의 성격은 점점 더 억눌리고 비뚤어져 갔다.금영이 현청전에서 밤을 보낸다는 소식까지 전해 들은 서 황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폐하께서 배금영 그 천것을 참으로 총애하시는구나!”“이제는 현청전도 함부로 드나들게 하시는구나!”서 황후는 불안감에 휩싸였다.지금 당장이라도 금영과 뱃속의 아이를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앞서 여러 번의 일로 이미 황제의 의심을 산 서 황후는, 금영을 쉽사리 건드릴 수 없었다.금영이 현청전에 머문 뒤로, 황제는 그녀를 돌려보내지 않았다.원래는 금영이 현청전에서 따분할까 봐 데려오지 않았지만, 막상 그녀가 이렇게 찾아오니 내심 보내기가 아쉬웠다.그래서 낮에 황제가 상소문을 열람할 때면 금영은 전각 한쪽에서 조용히 서책을 읽었다.가끔 대신들은 금영이 현청전에 있는 것을 보고는 법도에 어긋난다고 여기면서도, 감히 입 밖에 내지는 못했다.그러던 어느 날 현청전 밖에서 전언이 들렸다.“폐하, 태자전하와 이황자께서 돌아오셨사옵니다. 지금 밖에서 대기 중이옵니다.”황제가 금영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금영은 몸을 피할 생각이 없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무엇을 피하겠는가?’게다가 태자는 황제의 앞에서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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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다. 이번에는 두 사람 모두 일을 잘 해냈구나.”황제가 물었다.“짐이 상을 내리겠다. 무엇을 원하느냐?”태자가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아바마마, 소자는 다른 상을 바라지 않사옵니다. 다만 어마마마께서 오랫동안 금족령을 받으셨사오니, 부디 소자가 세운 공을 보아 어마마마를 용서해 주시옵소서.”“지안의 일은 분명 어마마마께서 제대로 살피지 못하신 불찰이오나…”태자는 말을 흐리며 이황자를 바라보았다.황제의 차가운 시선이 이황자에게 향했다.이황자는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아바마마, 모두 지안이 소자를 유혹한 탓이옵니다. 소자는…”“그만하라! 사내대장부가 되어 어찌 허물을 모조리 여인에게 떠넘기느냐? 네가 원하지 않았다면, 저 아이 혼자 어찌 그런 일을 벌일 수 있었겠느냐?”“이제 돌아왔으니 지안을 네 저택으로 데려가 측비로 삼아라. 그래도 이번에 공을 세웠으니 그 공으로 허물을 상쇄하도록 하겠다.”금영은 언젠가 무심코 황제에게 이 일을 꺼낸 적이 있었다.여인이 아이를 품는 일이 쉽지 않은 데다 지안이 가엾어 보이니, 뱃속 아이가 정말 이황자의 아이라면 두 사람의 인연을 이루어 주는 편이 낫다고 했다.그러면 현비와 서 황후의 사이도 조금은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황제는 그 말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다만 금영도 황제가 지안을 곧바로 측비로 삼게 할 줄은 몰랐다.황제가 이어 말했다.“황후는 이번에 태자가 세운 공을 보아 금족령을 풀어 주겠다.”황제는 몇 마디로 지안의 일을 최종적으로 매듭지었다.*서봉전에서 태자는 서 황후께 문안을 올린 뒤,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며 곧 자리를 떠났다.그곳에는 배명월만 남았다.배명월이 서 황후를 바라보며 말했다.“어마마마, 감축드리옵니다. 경하드리옵니다.”서 황후가 냉랭하게 물었다.“본궁에게 무엇을 축하한다는 것이냐?”서 황후는 배명월이 눈앞에 있는 것조차 못마땅했다.배명월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어마마마의 금족령이 풀린 것을 축하드리는 것이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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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그 말을 들은 배명월은 황망히 입을 열었다.“가, 감사드리옵니다, 어마마마.”지금의 배명월에게는 서 황후 앞에서 살갑게 굴며 비위를 맞추던 예전의 모습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이제는 말 한마디조차 제대로 꺼내지 못하는 듯했다.서 황후가 웃으며 말했다.“되었다. 물러가거라. 본궁은 이제 황실 연회를 준비할 것이니, 본궁을 실망시키지 말거라.”*금족령이 풀린 서 황후는 직접 현청전으로 찾아와 사은을 올렸다.황제는 마침 밀린 정무를 어느 정도 처리한 뒤 잠시 쉬고 있었다.황제는 곁을 지키고 있는 금영을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막 입을 열려던 그때, 손복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황후마마, 잠시 기다려 주시옵소서.”이어 손복안이 안으로 아뢰었다.“폐하, 황후마마께서 오셨사옵니다.”황제가 미간을 찌푸렸다.오랜 세월 부부로 지낸 서 황후에게 별다른 정은 없었고, 요즘 들어서는 겉으로 지켜 주던 체면마저 줄어들었다.그러나 서 황후는 이제 막 금족령에서 풀려난 참이었다.황제는 그나마 황후로서의 체면은 세워 줄 생각이었다.정확히 말하자면, 천하 사람들이 태자를 두고 함부로 입을 놀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황제가 담담하게 명했다.“들라 하라.”금영은 황제의 품에 기대어 있었다.평소라면 다른 사람이 찾아왔다는 말만 들어도 곧바로 몸을 바로 하고 황제와 거리를 두었을 터였다.하지만 이번에는 일부러 몸을 일으키는 동작을 조금 늦추었다.서 황후가 들어왔을 때, 마침 금영이 황제의 품에서 빠져나와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금영은 황제의 뒤에 선 뒤 흐트러진 치마와 옷자락을 가다듬었다.서 황후의 시선은 곧장 금영에게 붙들렸다.얼굴에 띠고 있던 온화한 기색도 더는 유지하기 어려워 보였다.배금영 저 천한 것이!분명 회임한 몸이면서도 황제를 유혹해 그런 짓까지 벌이다니, 참으로 낯짝도 두꺼웠다.하지만 금영은 조금 전까지 그저 황제의 품에 기대어 있었을 뿐,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서 황후의 속을 조금 긁어 놓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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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그러나 서 황후는 뜻밖에도 이렇게 말했다.“폐하, 신첩은 요 며칠 서봉전에서 조용히 수양하며 지냈사옵니다. 궁중의 일을 주관하지 않은 지도 오래되어, 이제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옵니다.”서 황후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이번 황실 연회는 현비에게 맡겨 준비하게 하는 것이 어떠하옵니까?”황제는 이런 사소한 일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본래 서 황후의 체면을 세워 주려 했을 뿐이니, 정작 서 황후가 원하지 않는다면 억지로 맡길 생각도 없었다.“그리하라.”금영은 눈앞의 서 황후를 바라보며 어딘가 석연치 않다고 느꼈다.서 황후는 어렵게 금족령에서 풀려났고, 황제도 다시 궁중의 권한을 내어 줄 뜻을 보였다.그런데 서 황후가 이를 거절하다니.그것도 모자라 그 이득을 현비에게 넘겨주었다.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게 이치에 맞지 않았다.현비의 일 처리는 매우 빨랐다.황실 연회는 바로 다음 날 정오에 열리게 되었다.정오로 정한 것은 연일 비가 내려 사람들이 오랫동안 햇볕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모처럼 날이 맑게 갰으니 날짜와 시각 모두 잘 고른 셈이었다.오늘은 황제와 태후를 비롯해 다른 황실 사람들도 연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그러니 금영도 당연히 자리를 지켜야 했다.금영이 소녕전을 막 나서자, 나무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던 공 상궁이 눈에 들어왔다.두 사람이 스쳐 지나가던 순간, 금영이 걸음을 잠시 멈추고 물었다.“별다른 점은 없었는가?”공 상궁이 공손히 대답했다.“아직까지 수상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사옵니다. 황실 연회에 올릴 다과도 노비가 모두 꼼꼼히 살펴보았사옵니다.”그러나 전날 서 황후가 보인 수상한 태도 때문에 금영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그래서 어제부터 공 상궁에게 연회 준비를 지켜보게 했다.공 상궁은 겉으로는 여전히 서 황후의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서 황후가 공 상궁에게 지나치게 은밀하고 꺼림칙한 일을 맡기지는 않겠지만, 다과에 수상한 것이 섞이는지 살펴보는 일에는 오히려 유리했다.공 상궁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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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궁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해수 역시 그녀를 알아보고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마마, 저 아이는 우심이 아니옵니까?”실제로 안면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예전에 금영이 해수에게 저 궁비를 눈여겨보라고 일러 둔 적이 있었을 뿐이었다.우심은 춘산 사냥터에 있을 때 이전에게 갖은 아첨을 하여, 그를 따라 서봉전에 들어가 허드렛일을 맡았던 궁비였다.그런 우심이 이제는 서 황후를 도와 금영을 해치려 한단 말인가?우심은 창백한 얼굴로 애원했다.“원비마마, 부디 노비의 목숨을 살려 주시옵소서. 노비는 결코 마마를 해칠 뜻이 없었사옵니다.”해수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현장에서 물증까지 나왔는데도 발뺌하실 셈입니까?”이어 금영에게 아뢰었다.“마마, 당장 이 아이를 폐하 앞으로 끌고 가 엄히 심문하게 하시옵소서. 노비가 보기에는 황후마마의 지시가 없었다면 감히 이런 일을 벌일 담력이 없었을 것이옵니다.”해수는 십중팔구 서 황후가 사람을 시켜 꾸민 일이라고 여겼다.그러나 금영은 이미 앞으로 어찌할지 마음을 정한 뒤였다.우심이 대체 무슨 짓을 하려 했는지 더는 캐묻고 싶지도 않았다.어떤 일은 지나치게 분명히 알아보려 들수록 스스로 골칫거리를 불러들이는 법이었다.금영은 그저 우심이 제 앞에서 무례를 범한 것으로 치부하며 너그러운 듯 입을 열었다.“되었다. 저 아이가 무슨 짓을 하려 했든 본궁은 더는 따지지 않겠다.”금영은 공 상궁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공 상궁, 병 안에 든 것이 반드시 독약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으니 없애 버리게.”공 상궁은 금영이 이토록 뜻밖의 태도를 보이며 일을 추궁하지 않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금영은 단순히 추궁하지 않으려는 정도가 아니었다.그 도자기 병이 이미 공 상궁의 손을 거친 탓에 그대로 돌려주었다가는 괜한 시비가 생길 수 있지만 않았다면, 우심에게 도로 돌려주고 싶을 정도였다.애초에 우심이 노린 사람은 금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전생에 귀신으로 떠돌 때, 금영은 우심이 서 황후에게 독을 쓰려는 모습을 본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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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바로 그때 현비가 이쪽으로 다가왔다.현비는 금영이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원비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찌 앞으로 가지 않는가?”그러면서 현비는 금영의 앞쪽을 슬쩍 내다보았다.방금 금영의 곁을 떠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려는 듯했다.금영이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번에는 공 상궁의 체면을 보아 저 천한 계집종을 용서해 주겠다. 하지만 두 번은 없다!”현비가 다시 물었다.“멀쩡하던 사람이 어찌 이리 크게 노했는가? 누가 원비의 심기를 거슬렀는가?”금영은 일부러 화가 난 표정을 지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신 해수가 목소리를 낮추어 설명했다.“조금 전 서봉전의 궁비 하나가 경솔하게 굴다가 하마터면 저희 마마와 부딪칠 뻔했사옵니다.”해수는 서봉전이라는 말을 유난히 힘주어 말했다.싫어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듯했다.그러한 모습에도 현비는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았다.금영이 서봉전 사람과 마찰을 빚었다고만 여겼다.그리 생각하자 현비의 기분은 오히려 한결 좋아졌다.“되었네. 원비는 회임 중이지 않은가. 궁비 하나 때문에 심기를 상하지 말게.”현비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가세. 함께 앞으로 가지.”금영은 현비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한 채 미소를 띠고 현비의 곁을 따라 걸었다.연회장에 도착하자 현비의 말투는 더욱 살가워졌다.“원비, 천천히 걷게. 넘어지기라도 하면 폐하께서 몹시 마음 아파하실 테니.”그때 황제도 다른 쪽에서 다가왔다.황제는 금영의 앞에 멈춰 선 뒤, 비교적 온화한 목소리로 현비에게 말했다.“현비가 마음을 써 주었구나.”현비가 미소를 지으며 아뢰었다.“폐하께서 원비를 아끼시니, 신첩도 마땅히 원비를 더욱 세심히 살펴야 하지 않겠사옵니까.”금영은 현비가 자신을 이용해 현숙하고 너그러운 모습을 보이며 황제의 환심을 사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굳이 현비의 가식적인 호의를 들추어낼 생각은 없었다.금영은 자리를 한 차례 둘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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