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501 - Chapter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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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1화

왕 미인과 이 미인은 금영의 서슬 퍼런 기세에 완전히 질려, 감히 일어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금영은 채아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본궁은 네 말을 믿는다. 이 소문도 네가 퍼트렸을 리 없지. 너 같은 어린 궁녀가 설령 말실수를 했다 해도, 무슨 재주가 있어 이 일을 나와 엮어 조정과 황궁 전체에 퍼뜨릴 수 있겠느냐?”말을 마친 금영은 더는 이들을 상대할 생각이 없어 앞으로 계속 걸어가려 했다.그러나 채아가 땅에 무릎 꿇은 채 앞으로 몇 걸음 기어왔다.“영비마마! 하해와 같은 자비를 또다시 베풀어 주시니 이 고마움을 어찌 다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 채아, 마마의 은혜를 골수에 새기며 앞으로 불 속이라도 분부만 하신다면 뛰어들겠사옵니다!”금영이 몸을 돌려 채아를 한 번 바라보았다. 채아는 두 뺨이 붉게 부어 있었고 두 눈도 퉁퉁 부어 있어 몹시 가련해 보였다.그녀가 눈물을 머금은 채 다시 말했다.“그러니 부디 소인을 거두어 주십시오. 마마의 곁에서 시중들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그렇게 말하며 채아는 머리를 깊이 연달아 조아렸다. 어느새 그녀의 이마는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해수는 그 모습을 차마 외면하기 어려웠는지 살며시 금영의 눈치를 살폈다.“마마?”금영이 채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그만하고 본궁을 따라오너라.”소녕전에 이르자 채아는 또다시 무릎을 꿇었으나, 금영은 개의치 않고 해수의 손부터 살폈다.“아프지 않았느냐?”조금 전 이 미인과 왕 미인의 뺨을 내리칠 때, 해수가 얼마나 힘을 실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건넨 질문이었다. 해수가 한숨을 쉬며 답했다.“손은 아프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리 되었으니... 그 두 미인의 원한을 사게 될까 걱정이 듭니다.”금영이 낮게 비웃었다.“고작 미인 둘이다. 그들이 원한을 품은들 내게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도리어 아무 이유 없이 내게 들러붙으려 기를 쓰는 꼴이 수상해 보이지 않았느냐?"거기까지 말한 금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비록 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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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서 황후가 가소롭다는 듯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결국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계집아이일 뿐이지. 겨우 작은 은혜 몇 푼 베푼 것으로 이 살벌한 후궁에서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믿다니, 참으로 순진하고 우습구나!”궁녀 조씨가 한마디 거들었다.“하지만 마마, 영비의 경계심이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닌 듯하옵니다.”서 황후의 눈매가 가늘어졌다.“폐하의 총애를 독차지할 정도라면 그만한 잔머리는 굴릴 줄 안다는 뜻 아니겠느냐? 덥석 믿어 버린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지. 분명 한동안은 곁에 두고 사사건건 시험하려 들 것이다.”궁녀 조씨가 말했다.“그렇다면 마마, 앞으로는 어찌 움직이실 계획이십니까?”“우선은 그 아이더러 진심을 다해 시중들게 두어라. 영비가 입궁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 일이 터지면, 폐하께서 물증을 잡지 못하시더라도 심증만으로 본궁을 문책하려 드실 터. 사람은 이미 심어 두었으니, 나머지는 서두를 필요 없이 차차 진행하면 된다.”사람 하나 목숨을 끊는 것은 서 황후에게 일도 아니었다. 다만 금영을 치는 데 있어 어설프고 직접적인 방식을 썼다간 꼬리가 잡힐 수도 있었다. 완벽한 명분이 서는 절묘한 시기가 올 때까지는 철저히 인내해야 했다.“그 아이에게 똑똑히 일러두어라. 영비의 눈 밖에 나지 않도록 바짝 엎드리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감시하여 수상한 기색이 있으면 즉시 본궁에게 고하라고.”서 황후가 서슬 퍼렇게 분부하자, 조씨가 냉큼 머리를 조아렸다.“예, 마마. 명심하겠습니다.”옆에 서 있던 시녀 환옥이 아첨을 떨며 맞장구쳤다.“과연 마마의 혜안이십니다! 대놓고 사람을 보냈다면 되레 의심만 샀을 텐데, 마마의 신묘한 계책 덕분에 영비 그 계집이 제 발로 제 목을 죌 올가미를 거두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이번만큼은 이 미인과 왕 미인, 그 미련한 것들도 제법 훌륭한 사냥개 노릇을 해냈사옵니다.”서 황후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다시 바느질을 시작했다. 그러나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깁고 있는 그 옷은 언뜻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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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까마귀는 본래 영리하고, 특히 한 번 품은 원한은 절대 잊지 않는 새였다. 일단 표적으로 각인된 이상, 누가 그 예복을 입든 무조건 떼를 지어 공격하게 될 터였다. 상상조차 하기 힘들 만큼 잔혹하고도 빈틈없는 계책이었다.금영이 다시 한 번 헛구역질을 했다. 해수가 안쓰러운 얼굴로 서둘러 금영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였다.“태중에 아기까지 있으신데 몸조리는커녕 사방의 덫을 경계하셔야 하니, 참으로 고생이 많으십니다, 마마.”금영이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해수의 눈에 가득 고인 걱정을 바라보며, 그녀는 옅은 숨을 내쉬었다.“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더 괴로운 나날도 모두 견뎌 냈다. 이정도면 그녀에게 충분히 괜찮은 편이었다. 해수가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그럼 이 일은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당장 폐하께 고할까요?”금영은 잠시 침묵을 지키며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아직은 때가 아니야.”그러자 해수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조바심을 냈다.“하지만 입궁 날의 불길한 징조에 이어, 궁 안에 떠도는 귀신 소동까지 모두 마마의 탓이라는 추잡한 소문이 돌고 있사옵니다. 이대로 소문을 방치하여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면, 마마의 위신은 물론 배 속의 황자 전하께도 해가 미칠까 두렵사옵니다!”금영이 사람들에게 불길하다는 낙인이 찍힌다면, 태어날 아이 역시 온전치 못할 터였다. 마치 삼황자가 황실과 조정에서 그림자처럼 철저히 배제되었듯, 금영의 아이 또한 앞으로 어떤 수모를 겪게 될지 불 보듯 뻔했다.금영이 단호하게 말했다.“결백은 밝혀야지.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확실한 물증이 없다. 겨우 복제된 예복 한 벌만으로는 배후가 누구인지 단정 지을 수 없어. 도리어 섣불리 움직였다가 꼬리만 자르고 도망칠 기회를 줄 뿐이다. 게다가 까마귀 소동을 해명한다 한들, 저 귀신 소동은 또 어찌 설명할 셈이냐?”단순히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보다, 확실한 반격의 기회를 잡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반드시 연쇄적으로 일어난 두 사건의 배후를 잡아내어, 그녀를 모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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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금영은 원래 귀신 때문에 꿈자리가 사납다는 핑계를 대고, 황제에게 위명을 보내 소녕전 주변을 순찰해 달라 청할 생각이었다.하지만 해수가 이토록 자신만만하게 장담하니, 이번만큼은 한 번 맡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밤이 깊어지자 황제가 소녕전을 찾았다.본래 황제는 후궁들에게 그리 다정한 성정이 아니었으나, 금영이 입궁한 이래 지난 며칠 동안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소녕전을 찾았다.금영이 황제의 의복을 갈아입히기 위해 손을 뻗었을 때였다.황제가 금영의 손을 붙잡고 그녀를 가볍게 옆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짐이 직접 하마.”얼마 지나지 않아 촛불이 꺼지고 두 사람은 함께 침상에 누웠다. 어느새 소녕전 바깥은 칠흑 같은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해수는 소녕전 안에서 황제를 호위하고 있던 위명을 찾아가 머뭇거리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위명은 그런 해수의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살짝 등골이 서늘해져 먼저 물었다.“왜 나를 그리 보는 것이냐? 할 말이 있다면 얼른 하거라.”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해수가 위명의 귓가에 목소리를 죽이고 소곤거렸고, 얼마 되지 않아 위명의 입에서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가자.”위명이 밖으로 걸어 나가는 것을 발견한 태감 손복안이 의아한 듯 물었다.“위 총령, 이 밤중에 어디를 가시는 것입니까?”위명이 손복안을 힐끗 돌아보며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손 태감께 잠시 폐하를 부탁합니다. 혹 무언가 일이 생기면 바로 저를 부르십시오.”황궁 안에서 급박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었기에, 자리를 잠시 비우는 것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후궁 처소를 순찰하는 것 또한 그의 본래 직책 중 하나였으니 명분도 충분했다. 또한 호위를 서고 있는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해수는 밖으로 나서며 손복안에게 깍듯이 예를 올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이 걸음걸이가 워낙 빨랐던 위명과 거리가 벌어지는 바람에 서둘러 종종걸음으로 뒤쫓아갈 수밖에 없었다.“위 총령, 조금만 천천히 가시면 안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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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황제의 표정이 곧 누그러졌다. 역시 금영은 아직 어렸다.“무엄하다! 짐이 분명히 말하지 않았느냐? 귀신 같은 망령된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할 리 없다고.”“역시 폐하께서는 현명하십니다. 위 총령이 잡은 것은 귀신이 아니라 사람입니다!”손복안이 다시 덧붙였다.잡힌 것이 사람이든 귀신이든, 드디어 확인할 차례가 왔다.금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걸치고 황제와 함께 외실로 나갔다.“들여보내거라.”황제가 분부했다.이어 위명이 한 손으로 한 인물을 잡아끌고 안으로 들어서더니, 그대로 바닥에 내팽개쳤다. 옆에 따라온 해수의 손에는 대나무 장대 하나가 들려 있었다. 장대는 반 토막 나 있었지만, 이어 붙이면 궁담보다 높을 것 같았다. 그리고 막대기 한쪽 끝에는 대나무살로 만든 사람 형상 틀과 함께 여인의 침의 한 벌이 걸려 있었다.금영은 그 모습을 보고 귀신이라는 말이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확실히 깊은 밤중에 궁담 위로 저런 그림자가 스쳐 지나간다면, 누구라도 반쯤 혼이 빠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물론 한 번 귀신이 되어 본 경험이 있는 데다가, 자신 외에 황궁에 다른 귀신은 존재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금영만은 예외였다.게다가 귀신이나 미신을 믿지 않는 지금 황제와 달리 선제는 이런 것에 매우 관심이 많았다. 그러니 자연히 궁중에도 기이한 현상을 믿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이게 어찌 된 일이냐?”황제가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내관을 힐끗 바라보며 물었다.그러자 위명이 해수에게 시선을 주며 입을 열었다.“오늘, 해수와 함께 소녕전에서 멀지 않은 궁도를 지나던 중, 하얀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뒤쫓아갔는데, 이자를 붙잡았습니다. 최근 들어 궁 안에서 벌어진 귀신 소동의 주동자인 듯하옵니다!”위명은 그렇게 말하면서 바닥에 엎드려 있는 내관을 한 번 더 걷어찼고, 작은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말해라! 귀신 흉내를 낸 연유가 무엇이냐!”위명이 차가운 목소리로 꾸짖었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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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니, 황제 역시 귀신 소동 이면에 깔린 목적을 간파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누르며, 그는 내관을 향해 매섭게 호통쳤다.“당장 고하라! 누가 너에게 이런 짓을 사주했느냐!”한낱 내관이 독단으로 총애받는 금영을 해하려 했을 리 만무했다. 덜덜 몸을 떨던 내관이 겨우 고개를 들고 읍했다.“소, 소인이 누군가의 명령을 받고 저지른 짓이 아니옵니다.”당연히 이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위명이 참지 못하고 내관을 걷어차며 포효했다.“사주받아 한 짓이 아니라고? 발각되면 목이 날아갈 텐데, 네놈이 재미 삼아 벌였다는 말이냐!”그럼에도 내관은 입을 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어두운 낯빛으로 그를 내려다보던 황제가 나직하게 지시를 내렸다.“궁 안의 비빈들을 모조리 이곳으로 불러라!”손복안이 조심스레 물었다.“폐하, 사람들 앞에서 심문하시겠다는 뜻입니까?”황제는 손복안을 힐끗 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배후를 당장 가려내지 못하더라도, 모두의 앞에서 금영의 결백을 증명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동안은 귀신 따위는 믿지 않아 소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으나, 목적이 금영을 해하는 것에 있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그는 이대로 묵과할 수 없었다.서봉전.단잠을 깨운 환옥에게 서 황후는 불쾌한 기색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무슨 일이냐?”“마마, 폐하께서 모든 비빈을 소녕전으로 소환하셨사옵니다...”환옥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덧붙였다.“말을 전하러 온 자가 이르기를, 위 총령이 내관 하나를 붙잡았는데, 폐하께서 크게 진노하셨다 합니다.”서 황후는 미간을 찌푸린 채 침통한 얼굴로 의복을 갖춰 입고 밖으로 나섰다.이윽고 단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비빈이 집결했다. 몸이 약해 연중 예불에만 정진하는 숙비였다. 지난번 금영의 비 책봉식 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인물이었다.서 황후가 들어서자 비빈들이 일제히 예를 갖췄다. 금영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황제가 그녀의 어깨를 지그시 누르며 만류했다.“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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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결국 후궁이라는 곳도 한 남자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여인이 소리 없이 물고 뜯는 피도 눈물도 없는 곳이었다.그런 여인들에게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가엾게 여기는 정을 기대하기란 애초에 사치였다. 일찍 목숨을 잃고 싶은 게 아니라면, 그 누구도 함부로 믿어서는 안 되는 곳이 바로 궁궐이었다.“황후, 그대는 어떠한가?”황제가 서 황후를 바라보며 무겁게 물었다.서 황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어딘가 낯이 익기는 합니다만, 당장은 어디서 보았는지 잘 떠오르지 않사옵니다.”그때 손복안이 밖에서 들어와 황제에게 공수했다.“폐하, 알아냈습니다. 이 자의 이름은 소안자라고 합니다. 마마들 곁에서 시중을 드는 자는 아니고, 평소 임호각을 지키는 일을 맡아서 하고 있다고 합니다.”그제야 서 황후가 엷은 미소를 띠었다.“그렇군요. 어쩐지 낯이 익다 했습니다. 며칠 전 신첩이 폐하와 함께 임호각으로 봄 경치를 보러 갔을 때, 이 자가 시중을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 오밤중에 무슨 소란을 일으켰기에 저희를 모두 이 자리에 부르셨사옵니까?”서 황후의 호기심은 철저히 계산된 가식이었으나, 자리에 모인 여인들 대부분은 진심으로 영문을 몰라 궁금해하고 있었다.황제의 입술이 차갑게 열렸다.“이 자가 궁중에 귀신이 나온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감히 영비를 음해하려 하였네!”황제의 일갈에 후궁들의 마음이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했다.요 며칠 궁 안에 흉흉한 소문이 가라앉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나 황제가 직접 영비를 위해 이토록 전면에 나설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본래 후궁들의 대소사에는 무관심한 황제였다. 그런 그가 영비가 입궁한 이래로 자꾸만 전례 없는 파격을 보여주고 있었다.여비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황제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렇다면 폐하께서는 이 일이 저희 중 누군가의 소행이라 의심하시는 것입니까?”여비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번에는 시선을 돌려 금영을 똑바로 응시했다.“아니면, 영비가 우리 중 누군가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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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얼마 지나지 않아 손복안이 피투성이가 된 사내를 끌고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아직 숨이 붙어 있기는 했으나, 이미 처참하기 짝이 없는 몰골이었다.이때, 소안자가 갑자기 애처롭게 울부짖으며 이 미인 쪽으로 기어가 옷자락을 붙잡았다.“이 미인마마, 제발 살려 주십시오...!”그 서슬에 이 미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서둘러 한 걸음 물러섰다.“이, 이게 무슨 짓이냐! 난 너 같은 자를 알지 못한다!”황제와 금영의 날카로운 시선이 곧장 이 미인에게로 향했다. 두 사람의 무거운 시선이 내리꽂히자, 이 미인은 깜짝 놀라 서둘러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폐하, 신첩은 정말 억울합니다! 신첩은 저 자를 전혀 모르옵니다!”“이 미인마마! 바로 마마께서 제게 시키지 않으셨습니까! 마마가 제게 이렇게 하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하지만 제게 이 일이 영비마마를 해치는 일이 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말씀해 주지 않으셨습니다! 폐하, 영비마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일이 이 지경이 될 줄 알았다면, 절대...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입니다!”소안자는 사시나무 떨듯 떨면서도, 끝까지 이 미인이 시킨 짓이라며 물고 늘어졌다.“이 미인의 몸종도 함께 끌고 가 심문하라.”황제가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그러자 이 미인의 뒤에 서 있던 궁녀 방아가 두려움에 질려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마마, 이제 그만 인정하십시오!”이 미인은 큰 충격을 받은 얼굴로 방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이 미인은 절망적인 눈빛으로 서 황후에게 시선을 돌렸다.서 황후는 무섭도록 차분하게 이 미인을 깊이 내려다보더니, 이내 서늘한 목소리를 뱉었다.“이 미인, 살고 싶다면 더는 쓸데없는 변명은 하지 말고 사실대로 고하라!”서 황후의 말에 이 미인의 얼굴빛이 흙빛으로 변했다. 한참 동안 숨을 몰아쉬던 그녀는 결국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자백했다.“...모두 신첩이 한 짓이옵니다!”황제는 기가 차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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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명백한 증거도 없이 서 황후를 무작정 몰아세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서 황후는 계략을 도모할 때부터 발각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미리 희생양을 준비해 두었을 터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사건의 조사가 현비에게 넘어갔다는 점이었다. 현비는 서 황후의 숙적이니, 결코 상대의 사정을 봐줄 리 없었다.황제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이만 물러가도록."그렇게 전각 안이 다시 고요해진 뒤였다. 황제가 금영을 바라보며 다독이듯 말했다.“많이 억울했겠구나."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금영은 딱히 억울함을 느끼고 있진 않았다. 다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심사가 조금 복잡할 뿐이었다.오늘 일로 더 이상 그녀를 불길하다며 손가락질할 사람은 없을 터였다. 허나 이번 일이 정말 이 미인 선에서 꼬리가 잘리고 만다면, 그건 그것대로 아쉬울 듯했다.하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폐하, 신첩은 괜찮습니다.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이튿날 아침, 채아가 금영이 있는 방에 들어와 소식을 전했다."마마, 이 미인이 죄가 두려웠는지 어젯밤에 스스로 목을 매달았다고 하옵니다."금영은 딱히 놀랍지 않았다. 정말 그녀가 생각한 것처럼 귀신 소동의 배후에 서 황후가 있다면, 당연히 처리당할 수밖에 없었다.이때, 채아가 문득 뭔가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마마, 그런데 폐하께서 현비마마께 이 미인의 신문을 맡기자마자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이상하지 않사옵니까?"금영은 채아를 바라보며 똑바로 물었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채아가 서둘러 말했다."소인은 그저 어딘가 석연치 않게 느껴져 제멋대로 추측해 본 것뿐이니, 굳이 귀담아 듣지 않으셔도 됩니다."금영은 채아를 가만히 응시하다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는 입을 열었다."나도 너의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이긴 하다. 하지만 궐에 이런 비열한 짓을 저지를 만한 사람이라면, 서 황후, 그 여자밖에 없을 것이다."금영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녀는 얼음장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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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금영이 황제의 품에서 고개를 들어 올렸다. 호수같이 맑은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는 모습이 몹시도 가련해 보였다."...어머니가 그립습니다."금영이 낮게 속삭였다.황제는 당연히 금영이 언급한 어머니가 송정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제 회임한 지 겨우 두 달밖에 안 되었는데도 이리 고단한데... 그분은 저를 열 달이나 품으신 것도 모자라, 낳다가 돌아가셨습니다."금영은 그렇게 말하며 소리 없이 눈물만 뚝뚝 흘렸다.황제는 우는 것조차 얌전한 금영의 모습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예전에는 철이 없어 미처 그분을 떠올리지도 못했지만... 막상 아이를 품고 보니, 그분을 어머니라 한 번 부르지도 못하고 위패 하나 제대로 마련해 드리지 못한 것에 깊은 죄책감이 듭니다. 전 딸로서 정말 자격이 없는 것 같습니다."금영이 이리도 자책하자 황제는 서둘러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그만하거라. 그게 뭐 그리 대단한 문제라고 그러느냐? 지금이라도 위패를 세우면 되지.”그러자 금영이 황제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신첩이 직접 영안후부로 돌아가 제를 올려도 되겠습니까?"황제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되고말고."안 그래도 황제는 이번 귀신 소동으로 금영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던 터라, 이런 작은 부탁쯤은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었다.금영은 그제야 기쁜 얼굴로 황제를 바라보았다."폐하, 매번 신첩에게 이리 다정히 대해 주셔서 참으로 망극하옵니다."금영이 고마움을 표하자, 황제는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슬쩍 끌어올렸다.한편, 배명월은 이른 아침부터 영안후부에 들렀다. 안색은 창백하고 몸에 기운이 없는 것이, 무척이나 초췌하고 가련한 몰골이었다.지난밤, 태자는 서완의 방에 묵었다. 서완은 예전 금영과 함께 궁에서 예법을 배웠던 귀녀들 중 한 명이었다. 서 황후는 일찍이 태자부에 서씨 가문 사람을 들이고 싶어 했고, 그 덕에 서완은 혼례가 끝나기 무섭게 태자부로 들어올 수 있었다.태자는 원래 배명월에게 꽤 깊은 연정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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