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가 처소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그를 맞이하는 여비의 목소리는 청아했으나, 어딘지 모르게 구슬픈 기색이 짙게 서려 있었다."신첩은... 폐하께서 오지 않으실 줄 알았사옵니다."그러자 황제는 여비를 응시하며 짐짓 다정한 음성으로 달랬다."짐이 약조하지 않았느냐. 마땅히 와야지."여비가 나직이 속삭였다."궁에 새사람이 들었으니, 폐하께서 이내 신첩을 잊으신 줄로만 알았사옵니다...."황제가 다가가자, 자리에 앉아 있던 여비가 몸을 일으키려다 가볍게 휘청이며 파르르 떨었다. 그 위태로운 모습에 황제가 황급히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해 앉히며 물었다."어찌 이리도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이냐?"여비가 붉어진 눈시울로 황제를 올려다보며 애달프게 속삭였다."폐하께서는 앞을 향해 나아가실 수 있을지 모르나, 신첩은 그럴 수가 없사옵니다. 신첩은 그 일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갈가리 찢어질 듯 아프옵니다."*같은 시각, 소녕전.황제는 금영에게 일찍 쉬라 일렀지만, 그녀는 침상에 누워서도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머리로는 모든 상황을 꿰뚫어 보며 이성을 다잡았다 여겼다. 허나 적막하고 깊은 밤, 홀로 덩그러니 누워 있자니 어쩔 수 없이 가슴 한구석이 텅 빈 듯 시려왔다.그때, 수강궁에서 금영이 쓰러질 뻔했던 일로 내내 마음을 졸이던 해수가 상태를 살피러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금영이 아직 깨어 있는 것을 보자, 해수가 안타까운 얼굴로 권했다."마마, 정 폐하께서 돌아오시길 원하신다면, 소인이 힐방궁에 가 마마의 옥체가 다시 불편하시다고 기별을 넣겠사옵니다. 폐하께서 그 소식을 들으시면 당장 달려오시지 않겠사옵니까?"금영은 담담히 고개를 저었다."그럴 것 없다."당장 여비와 척을 지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아이를 핑계로 황제의 발걸음을 붙잡는 얄팍한 수작은 한두 번은 통할지 몰라도, 매번 통하리란 보장은 없었다.이리저리 뒤척이는 사이, 어느덧 자정이 훌쩍 지났다. 금영은 황제가 끝내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그녀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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