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601 - Chapter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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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1화

여비는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이었다.“본궁이 한 말이 틀렸다는 것이냐?”황제는 금영의 눈가가 점점 더 붉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의 관자놀이에 푸른 힘줄이 툭 하고 튀어나왔다. 끝내 황제는 여비를 바라보며 꾸짖었다.“여비! 그대도 자중하게!”여비는 황제가 이 일로 자신을 꾸짖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그녀는 살짝 멍해진 채 황제를 바라보다가 곧 입을 열었다.“폐하...”“쓸데없는 말은 이만 하게. 수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고 있을 테니, 이 일과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만 짐에게 말하게.”황제가 눈을 가늘게 뜨고 여비를 바라보았다.여비는 정신을 차리더니, 이내 차갑게 웃었다.“그러니까 지금 영비의 태기가 놀란 것이 신첩 때문이라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신첩은 듣기 좋은 말은 아니어도 사실을 말했을 뿐이옵니다. 신첩이 떠날 때까지만 해도 표범은 우리 안에 멀쩡히 갇혀 있었사옵니다. 영비도 아무 일 없었고요. 설마 듣기 거북한 말을 몇 마디 했다는 이유만으로, 지금 모든 탓을 신첩에게 돌리시는 것이옵니까? 그렇다면 너무 억울하옵니다.”여비의 말에도 사실 어느 정도 일리는 있었다. 확실한 증거도 없이 몇 마디 듣기 거북한 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여비에게 죄를 물을 수는 없었다.그 말을 들은 안빈이 말했다.“이 일이 여비마마와 연관되어 있지 않다면, 대체 누구의 짓이란 말이옵니까?”여비는 안빈이 갑자기 자신을 물고 늘어질 줄은 몰랐는지, 싸늘한 눈으로 안빈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안빈은 멈추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영비마마께서 회임하신 뒤로, 줄곧 불편한 기색을 보이신 분은 여비마마뿐이시옵니다. 게다가 이런 악담을 퍼부으신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 않사옵니까? 심지어 죽은 아이를 위해 제를 올리기까지...”금영은 그 말을 듣고 살짝 멈칫했다.‘죽은 아이를 위해 제까지 올렸다고?’안빈은 계속했다.“영비마마의 배가 점점 불러오는 모습을 보고 가장 큰 질투심을 느끼셨을 분 아닙니까? 그러니 이 일을 벌일 가장 큰 동기를 가진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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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마마, 우선 이 약부터 드시지요. 달이는 시간이 충분하지는 않았사오나, 급한 대로 증상을 가라앉히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옵니다. 정확한 약 처방은 이따가 한 번 더 내리도록 하겠사옵니다.”이 원사가 말했다.해수는 얼른 약을 받아 금영의 곁으로 걸어왔다.금영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약을 받으려 했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손에 아직 피가 조금 묻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태자의 피였다.해수는 약을 옆에 내려놓은 뒤, 얼른 젖은 손수건을 가져와 금영에게 내밀었다.그런데 손을 닦던 금영이 잠시 멈칫했다. 그녀의 얼굴이 점점 미묘하게 변했다.그 모습을 본 해수가 물었다.“마마? 왜 그러시옵니까?”황제는 금영의 바로 곁에 있었다.금영은 방금 자신의 손을 닦은 손수건을 펼쳤다. 때마침 한낮이었다. 봄날이라 햇살은 밝고 화사했다. 게다가 황제의 거처는 빛도 아주 잘 들었다. 손수건을 펼치자 햇빛이 얇은 천을 비추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안에 아주 미세한 무언가가 희미하게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그것은 분명 피 안에 들어 있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이게 무엇이지?”금영이 물었다.이 원사는 그 장면을 보고 얼른 손수건을 집어 들어 냄새를 맡았다.곧이어 얼굴빛이 변한 그는 금영을 바라보며 말했다.“번거로우시겠지만, 잠시 손을 펼쳐 주실 수 있겠사옵니까? 소신이 한 번 살펴보겠사옵니다.”금영은 손을 펼쳤다.이 원사는 자세히 살핀 뒤 다시 말했다.“마마, 송구하오나 옷자락도 조금 잘라 주실 수 있겠사옵니까?”그러자 해수가 얼른 움직였다. 이 원사가 직접 자르게 둘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이 원사는 해수가 건네준 천 조각을 받아 몇 번이고 냄새를 맡았고, 점점 얼굴빛이 굳어졌다.“폐하!”그가 황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그런데 황제가 입을 열기도 전에 서 황후가 먼저 물었다.“이 원사,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인가?”이 원사가 답했다.“영비마마의 손과 옷에 모두 수상한 향료가 묻어 있사옵니다. 조금 전에는 피가 묻어 있어, 미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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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해수는 의미심장하게 한마디를 덧붙였다.“누군가가 그 토끼에게 이 이상한 향료를 발라 두었고, 마마에게 묻게 한 것이 분명하옵니다!”그녀는 감히 여비의 이름을 직접 입에 올리지 못했다. 증거도 없이 여비를 지목했다가는, 오히려 제 주인에게 화를 불러올 뿐이었다.해수의 말을 들은 황제의 눈빛은 깊고도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그 토끼는 지금 어디 있느냐?”그 토끼는 분명 황제가 어제 잡아 온 것이었다. 원래는 오늘 사람을 시켜 금영에게 보내, 무료함을 달래게 해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이 소동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손복안은 사람을 시켜 수원 쪽 인원들을 마저 불러오게 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그 토끼가 어디에 갔는지 그들이라고 알 리가 없었다.“당시 현장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그 토끼는 놓쳤사옵니다.”수원을 지키던 내관이 덜덜 떨며 입을 열었다.해수가 이어 말했다.“토끼가 없다면, 토끼와 접촉한 사람을 조사하면 되지 않사옵니까?”그 말을 들은 여비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얼굴에는 조금의 불안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아주 당당히 입을 열었다.“이 미천한 것이, 제 분수를 모르고 나서는구나. 본궁이 의심된다면, 그냥 대놓고 말하거라. 빙빙 돌리지 말고.”본래도 요염하던 여비의 목소리에 은근한 비웃음까지 더해지자 더욱 도발적으로 들렸다.해수는 여비를 지목한 것이 맞았지만, 그렇다고 경솔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여비의 말에도 아주 차분히 답했다.“제가 어찌 귀하신 여비마마를 함부로 의심할 수 있겠사옵니까? 하지만 이번 일은 황손과 저희 마마의 안위가 걸린 일인지라...”말을 마친 해수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눈물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부디 그 토끼와 접촉한 사람들을 엄히 조사해 주시옵소서, 폐하!”서 황후가 그 말을 듣고 입을 열었다.“폐하, 결백한 사람은 스스로도 떳떳한 법 아니겠사옵니까? 여비가 정말 이 일과 무관하다면, 사람을 시켜 그 자운이라는 궁녀의 손에도 운모 가루가 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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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여비에게는 헛웃음이 나왔다. 궁에서 억울하게 죽은 아이가 한둘도 아닌데, 공정한 조사가 이루어진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더구나 금영의 아이는 멀쩡히 살아 있는 상황이었다. 여비는 모든 것이 너무 불공평하게 느껴졌다.황제가 차갑게 말했다.“여비, 어찌 된 일인지 해명해 보게.”여비는 눈물이 어린 채, 고집스러운 눈빛으로 황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하지 않은 일을 어찌 해명하란 말입니까? 설령 신첩의 궁녀 손에 운모 가루가 묻어 있다 해도, 그 아이가 토끼에게 이 수상한 향료를 묻혔다는 것을 의미할 수는 없사옵니다. 자운도 영비가 그랬듯이, 이미 누군가가 손을 써 둔 토끼를 만졌을 뿐일 수도 있지 않사옵니까?”그러자 한참 동안 잠자코 있던 안빈이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어찌 먼저 궁녀들을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나신 것이옵니까? 미리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아닙니까? 그것이야말로 표범의 공격을 예상했다는 증거가 아니겠사옵니까?”여비가 분노했다.“안빈, 그대가 이리도 악독할 줄은 몰랐구나! 도대체 왜 자꾸 나를 이 일에 엮는 것인가!”그러자 안빈이 그럴듯하게 대답했다.“황손과 관련된 일은 후궁 모두의 책임이옵니다.”바로 그때였다. 좀 전에 수원으로 갔던 이 원사가 돌아왔다.그는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황제에게 아뢰었다.“폐하, 확인해 보니 확실히 이 향료가 표범을 자극한 것이 맞사옵니다. 이 향료가 묻어 있었기에 표범이 그토록 끈질기게 영비마마만 노린 것이옵니다.”이 원사의 확인으로, 이번 일이 결코 우연히 벌어진 사고가 아님이 분명해졌다.황제의 얼굴빛은 더욱 어둡게 가라앉았다. 극도로 분노한 것이다. 마치 폭풍이 몰아치기 전 찾아오는 고요함 같은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그런 황제의 모습에 여비도 겁이 났는지, 서둘러 무릎을 꿇고 붉어진 눈으로 호소했다.“폐하, 이 일은 정말 신첩과 무관하옵니다!”황제가 차갑게 말했다.“토끼를 지키던 내관을 데려오라.”“예.”얼마 지나지 않아 한 내관이 끌려왔다.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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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그렇게 말하며 서 황후는 무릎을 꿇었다.“폐하, 신첩이 후궁을 엄히 다스리지 못해 하마터면 큰 화를 빚을 뻔했사옵니다. 부디 벌을 내려 주시옵소서.”금영은 줄곧 옆에서 차가운 눈으로 지켜볼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그러고 보니, 어렴풋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정작 금영도 가만히 있는데, 안빈이 먼저 나설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두 사람은 그리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다.거기에 서 황후도 걸렸다. 이건 겉으로는 자신을 탓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여비를 대신해 죄를 청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분명 무언가 다른 속셈이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뭐지?’금영은 그렇게 생각하며 황제를 바라보았다. 그 역시 곧장 여비에게 처벌을 내리지 않은 것을 보니, 어딘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것 같았다. 아니면 여전히 여비를 마음에 품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고 말이다.금영은 슬슬 사건의 윤곽이 잡히는 것 같았다.바로 그때 서 황후가 입을 열었다.“폐하, 이 일의 피해자는 결국 영비입니다. 차라리 영비의 뜻을 들어 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거기까지 말한 서 황후는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금영아, 겁먹지 말거라. 난 예전부터 늘 네가 마음에 들었다. 실제로도 내 딸처럼 널 대해 왔고. 비록 지금은 함께 폐하를 모시는 처지가 되었다고는 하나, 그 마음은 변함없다. 앞으로도 널 지켜 주마.”차라리 입을 열지 않았다면 모를까, 이렇게 다정하게 달래 오자 금영은 되레 경계심이 들었다. 해가 서쪽에서 뜬 것도 아닌데, 그 음험한 황후가 이토록 자비로운 마음을 품었을 리가 없었다.이때, 황제도 금영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어느새 군주의 냉엄함 대신 부드러운 감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황제가 나직이 말했다.“말해 보거라. 너는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고 싶으냐? 모두 네 뜻에 따르마.”여비는 황제의 약속을 듣고 얼굴에 슬며시 비웃음을 띠었다. 하지만 그 조소가 자신을 향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들을 향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모두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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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그러니 여비, 영비에게 사과하게.”황제가 차갑게 말했다.금영은 그 말을 듣고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여비가 금영을 모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는 황제가 보고도 그냥 넘어갔는데, 드디어 오늘은 여비를 벌하려 하고 있었다.여비는 눈가가 붉어진 채 황제를 바라보았다.“하지만 폐하, 폐하께서도 아시지 않사옵니까? 궁에서 아이를 보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신첩은 그저 있는 사실을 알려 주었을 뿐이옵니다.”황제의 목소리는 차갑고도 엄숙했다.“있는 사실을 알려 준 것뿐이라고? 그렇다면 야생 토끼는 왜 표범 우리 안에 던져 넣으려 한 것인가?”그 말을 들은 금영은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만약 오늘 금영이 물고 늘어지려고 마음먹었다면, 여비는 오늘 비의 자리에서 밀려나는 것은 물론 냉궁에 보내졌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여비의 말대로 오늘 일이 그녀가 저지른 것이 아니라면, 훗날 진실이 밝혀졌을 때 여비는 당당한 얼굴로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게 될 터였다. 그렇게 되면 금영은 황제의 총애를 잃게 될 것이다.금영은 이 후궁에서 자신을 불쾌하게 만드는 이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치워 버릴 작정이었다.하지만 그건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금영은 영문도 모른 채 누군가의 칼이 되어 다른 이를 베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녀가 한 발 물러서자, 황제가 도리어 대신 분노해 주고 있었다. 이제 여비에게는 철없이 총애만 믿고 교만하게 굴다가 버림받았다는 오명이 따라붙을 것이다.반면 금영은 억울함을 당하고도 황제를 위해 참은, 자비롭고도 여린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기게 될 터였다.당연히 앞으로 황제가 두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도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황제의 호통에 여비는 어쩔 수 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지만, 차마 입을 열지는 못했다.“여비마마, 굳이 저에게 사과하실 필요는 없사옵니다...”금영이 붉어진 눈으로 가녀리게 말했다.하지만 여비는 그 모습에 얼굴빛이 더 어두워졌다. 정말 당장이라도 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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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황제가 여비를 어떻게 여기는지, 후궁들이 금영을 어떻게 보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가 입궁한 이래, 후궁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한 가지 확실한 점이 있었다.힐방궁에 세 번 다녀간 것을 제외하면, 황제는 늘 금영 외에 그 누구도 찾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거기에는 중궁의 주인인 서 황후도 예외가 아니었다. 서 황후 역시 은총을 받지 못한 지 아주 오래되었다. 심지어 체면치레로 황제가 가끔 들르던 일마저 아예 끊긴 상태였다.서 황후는 당장 뭐라도 반박하고 싶었지만,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그사이, 금영의 안색이 창백한 것을 본 황제가 미간을 찌푸리며 사람들에게 말했다.“이제 모두 물러가 보거라.”서 황후는 어쩔 수 없이 분을 삼키며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모두가 떠나고 나자, 금영은 기운이 빠진 사람처럼 멍한 얼굴로 침상에 몸을 뉘었다.황제는 금영이 오늘 일로 크게 놀라 심신이 지친 것이라 여겼다. 그는 금영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가볍게 정리해 준 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금영아, 이번 일은 반드시 네가 납득할 만한 결론을 내 주마. 그리고 여비의 일은...”황제는 금영에게 무언가 더 말하려는 듯했지만, 그녀는 더 이상 여비의 이름조차 듣기 싫어 말을 끊었다.“폐하, 더는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신첩은 폐하를 믿사옵니다.”입으로는 이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차갑게 조소했다. 황제를 믿느니, 직접 움직이는 편이 나았다.*그 시각, 자신의 처소로 돌아온 서 황후는 몹시 가슴 아픈 얼굴로 태자를 바라보았다.그녀로서는 정말 보기 드물게 진심 어린 걱정이 담긴 얼굴이었다.“소한아, 어찌 이리도 어리석을 수가 있느냐? 너는 그 아이를 위해 목숨까지 버릴 셈이냐? 그냥 표범에게 찢겨 죽게 내버려 두었어야지! 회임한 몸이라 아무리 안타깝다 해도, 결국 모두 그 아이가 스스로 자초한 일 아니더냐?”서 황후는 말을 하면 할수록 표정이 점점 험악해졌다.그 말을 듣고 있던 태자가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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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조씨에게 한바탕 꾸지람을 듣고 나자, 태자는 오히려 죄책감이 들었다.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모후, 제가 잘못했습니다.”서 황후는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소한아, 어서 일어나거라. 너는 내가 열 달을 고생해 낳은 아들이다. 어미로서 마음이 아픈 건 당연한 일 아니겠느냐?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네가 무사하기만을 바랄 뿐이다.”서 황후는 어느새 다시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태자는 그 말을 듣고 나자, 자신이 괜한 의심을 했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됐다. 어서 돌아가 상처를 돌보거라.”서 황후가 온화하게 말했다.그러자 옆에 있던 배명월이 태자를 부축해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몇 걸음 떼기도 전에 서 황후의 부드럽고 따스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려 퍼졌다.“태자비는 남거라. 본궁이 몇 마디 당부할 말이 있다.”그 말을 듣는 순간, 배명월은 그대로 자리에서 굳으며 긴장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도움을 청하듯 태자를 바라보았다.“전하...”하지만 태자가 입을 열려는 순간, 서 황후가 웃으며 말했다.“소한아, 설마 본궁이 태자비를 괴롭히겠느냐? 어서 돌아가 상처나 돌보거라. 제대로 치료받지 않아 붓도 들지 못하게 되면 어쩌느냐?”서 황후가 그렇게 말하자, 태자도 배명월을 바라보며 온화하게 말했다.“모후께서 너를 아끼는 마음에 그러시는 것일 테니, 좀 더 있다가 오거라.”배명월은 눈물을 머금은 채 태자가 문밖으로 걸어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곧 환옥이 문을 닫았다.분명 한낮이었지만, 배명월은 유달리 방 안이 어두워진 것만 같았다.태자가 자리를 뜨자, 서 황후는 곧바로 어조가 달라졌다. 정말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뼛속까지 시리게 만드는 목소리였다.“왜? 본궁이 널 잡아먹기라도 할까 두려우냐?”배명월은 얼른 몸을 돌려 무릎을 꿇었다.서 황후는 비웃었다.“본궁이 언제 너더러 무릎을 꿇으라 하였느냐? 바로 그렇게 나오겠다면 좋다. 어디 실컷 무릎 꿇고 있거라!”그렇게 말한 서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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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수원에 간 이유?’배명월이 수원에 가기로 마음먹은 것은 배경천 때문이었다.오늘 그녀는 유달리 기분이 좋지 않았다. 금영이 입궁한 뒤로, 태자는 더 이상 예전처럼 그녀에게 잘해 주지 않았다. 그러자 태자부 사람들도 배명월을 업신여기기 시작했다.그녀가 총애를 받지 못하자, 덩달아 영안후부의 후계자 자리도 금영 쪽 사람인 셋째에게 돌아갔다. 게다가 그녀의 모친 송정희는 자음암에서 고생하고 있으니, 완전히 앞길이 막힌 셈이나 다름없었다.그에 비해 서완은 요즘 더 기세등등해졌다. 그녀는 서씨 가문의 적녀였고, 온 가문이 뒤에서 받쳐 주고 있었다.그러니 아무리 흠천감의 예언이 있었다 해도, 아무도 배명월을 눈에 두지 않았다.심지어 몇몇은 뒤에서 몰래, 그녀에게는 태자비다운 기품이 없다며 황후가 되기에도 걸맞지 않다고 수군거렸다.그렇게 답답한 마음을 달래지 못하고 있던 차에, 배경천이 찾아왔다. 그는 배명월이 울적해하는 것을 보고 수원에 신기한 구경거리가 있으니 가서 바람이나 좀 쐬고 오자고 부추겼다.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배명월은 흔쾌히 받아들였고, 함께 수원으로 가게 된 것이었다.서 황후는 배명월을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배명월은 잠시 망설였지만, 애써 말을 고르며 대답했다.“저는 수원에 갈 생각이 없었는데, 둘째 오라버니께서 간곡히 함께 가자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그렇게 말하며 배명월은 고개를 들어, 물기 어린 눈으로 서 황후를 바라보았다.“황후마마, 제가 수원에 간 것이 그리 큰 잘못이옵니까?”서 황후가 차갑게 말했다.“네가 수원에 가지 않았다면, 태자도 널 데리러 그곳까지 갔겠느냐? 너만 가만히 있었다면, 태자도 다칠 일이 없었을 것이다!”그 말을 들은 배명월은 살짝 멈칫했다.‘태자 전하께서 나 때문에 수원에 가신 것이라고?’그녀는 이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태자가 수원에 나타난 것은 자신 때문이 아니라, 금영이 그곳에 들렀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서 황후가 되물었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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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배명월이 답했다.“태자 전하를 부축하다가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묻었다고 말하겠사옵니다.”서 황후는 배명월의 대답에 그럭저럭 만족한 듯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차가운 눈으로 그녀가 물러나는 것을 지켜보았다.배명월이 떠난 뒤였다.조씨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안빈이 찾아왔사옵니다.”서 황후는 안빈이라는 이름을 듣자, 얼굴에 살기가 어렸다.“보고 싶지 않다고 전하라!”그러자 조씨가 다시 알렸다.“안빈이 잘못했다며, 해명할 기회를 달라고 청하였사옵니다.”한참 뒤, 가까스로 마음속 화를 누른 서 황후가 살짝 손을 들어 환옥에게 안빈을 들이라 명했다.곧이어 안빈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바닥에는 부서진 사기 조각들이 한가득 흩어져 있었고, 서 황후는 말없이 음울한 얼굴로 그것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안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서둘러 순종적인 표정을 지으며, 조금 전 여비를 몰아붙이던 날 선 기세를 모두 지웠다.“마마,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시옵소서.”안빈은 그렇게 말하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서 황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안빈을 훑어보았다. 그러자 안빈은 가슴이 더 조여 들고, 온갖 불안이 스쳐 지나갔다.안빈은 서 황후가 진심으로 화가 났음을 알아차렸다. 아니, 단순히 화가 난 정도가 아니라 지금 자신을 향해 살의를 품고 있는 듯했다.만약 서 황후가 자신을 보자마자 바로 벌을 내렸다면, 그나마 살길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여태 아무 말도 없는 것을 보니, 정말 돌이킬 여지가 없을지도 몰랐다.거기까지 생각한 안빈의 얼굴에는 더욱 짙은 두려움이 떠올랐다.“마마, 부디 용서해 주시옵소서!”안빈은 그렇게 말하며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앞으로 기어갔다. 배명월이 무릎 꿇고 있던 곳 외에도 곳곳에 날카로운 사기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안빈이 처음 무릎을 꿇었던 곳은 문가였다. 서 황후가 있는 곳까지 기어가는 동안, 그녀의 무릎은 엉망이 되었다.배명월은 그 위에 가만히 무릎을 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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