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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1화

그런데 표범은 그대로 해수의 몸 위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리고는 곧장 몸을 돌린 금영을 바라보며 사나운 기세로 바닥에 발톱을 갈았다. 정말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달려들 기세였다.금영은 외출할 때 여러 내관들과 궁녀들을 데리고 나온 상태였고, 손탁이 몇몇 내관들을 이끌고 급히 앞으로 나서려 했다. 하지만 두 걸음도 채 떼기 전에, 표범이 크게 포효하며 금영 쪽으로 돌진했다.내관들은 일제히 달려들어 표범을 막으려 했고, 유진설은 금영을 감싸며 뒤로 물러났다.그러나 검은 표범은 너무나 날렵했다. 단 몇 걸음만으로 사람들을 뛰어넘어 다시 금영에게 달려들었다.유진설은 곧바로 채찍을 휘두르며 표범과 맞서는 동시에 금영에게 소리쳤다.“뛰어!”금영은 자신이 이곳에 있어 봐야 유진설에게 짐이 될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곧장 몸을 돌려 달렸다.하지만 검은 표범은 금영을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표범이 다시 그녀를 뒤쫓으려 하자, 유진설이 재차 채찍을 휘두르며 표범을 후려쳤다.그때 배경천 일행도 수원 안에서 밖으로 달려 나오고 있었다. 배경천은 이 광경을 보자 얼굴빛이 변했고, 곧장 앞으로 뛰쳐나가려 했다.그러나 배명월이 창백한 얼굴로 달려와 그의 팔을 덥석 붙잡았다.“둘째 오라버니!”배명월의 두 눈에는 눈물이 어려 있었고, 몸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몹시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오라버니, 저 무서워요.”배명월은 배경천의 팔을 붙든 채 놓으려 하지 않았다.하지만 언제까지 유진설이 표범을 계속 붙잡아 둘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배경천은 다급한 얼굴로 금영 쪽을 바라본 뒤, 다시 앞으로 나서려 했다.그러나 이번에도 배명월이 손을 놓지 않았다. 그 탓에 배경천의 움직임이 늦어졌고, 유진설을 떨쳐낸 표범이 다시 금영을 노려봤다.아찔한 순간이었다. 장애물이 없어진 표범이 금영을 향해 몸을 날렸다. 말을 탄 한 인영이 빠르게 달려왔고, 그대로 금영을 끌어당겨 말 위로 올렸다.하지만 거리가 너무 가까웠고, 결국 표범이 그 인영의 팔을 할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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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태자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금영의 얼굴빛이 점점 안 좋아졌다.“제정신이십니까? 저는 지금 영비입니다! 전하의 서모란 말입니다! 이건 대역무도하고, 인륜과 법도를 저버리는 행동입니다!”하지만 태자는 여전히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금영아, 나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어. 그때 네가 파혼을 요구했을 때, 그리 쉽게 동의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홧김에 파혼을 요구했던 거지? 나도 이제 내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잘 알아.”태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좀 전에 금영이 표범에게 죽을 뻔했던 순간, 그는 그동안 두 사람 사이에 쌓여 있던 모든 원한을 잊었다. 금영이 얼마나 자신을 혐오하는지도 떠올릴 겨를이 없었다. 그저 그녀를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만 가득했다. 태자는 진심으로 금영이 죽지 않길 바랐다.금영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놓으십시오! 계속 놓지 않으시면 사람을 부르겠습니다. 만약 전하께서 이런 식으로 저를 능멸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기라도 한다면... 아무리 태자 전하라도 무사하지 못할 것입니다!”금영은 말로 황제와 태자 사이를 이간질하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낮에 남들 앞에서 태자와 이런 식으로 얽히는 모습은 절대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금영아...”태자의 목소리가 아득해졌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주 깊은 감정에 잠긴 듯했다.하지만 금영은 그저 역겨울 뿐이었다. 가면 갈수록 태자는 더 미쳐 가는 것 같았다.회귀 전에, 금영이 모함을 당해 죽었을 때도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던 인물이었다. 아니,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배명월을 태자비로 맞이했다. 심지어 다른 누군가가 그녀의 사건을 파헤치려 들자,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무산시키기까지 했다.이 말은 즉, 태자 역시 금영이 누구에게 미약을 당했는지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컸다는 것이었다.한때 금영이 온 마음을 다해 그를 사랑했을 때는 소중히 여기지 않더니, 이번 생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으니 오히려 깊은 정을 품은 듯 굴었다.참으로 역겹고도 우스운 일이었다.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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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금영도 태자가 느닷없이 자신의 소매를 정리해 줄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것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한둘도 아닌 자리에서 말이다.금영은 차갑게 한마디 했다.“태자 전하, 저에게 이렇게까지 효심을 보이실 필요는 없습니다.”‘하! 효심이라고?’태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이때, 옆에서 배명월이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어처구니없는 말씀이십니다. 태자 전하의 모후는 황후마마이십니다. 효심을 보여야 한다면 응당 황후마마께 보이셔야지, 어찌 마마께 보이신단 말입니까?”금영은 배명월을 바라보며 되물었다.“그럼 이것이 효심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냐? 태자 전하, 전하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지금 이 자리에는 배경천과 유진설뿐 아니라 여러 사람이 있었다.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큰 낭패로 이어질 상황이었다. 그러니 절대로 배명월의 말에 맞장구쳐서는 안 되었다. 여기서 한마디라도 잘못 보탰다가는, 태자는 황제의 후궁을 희롱한 파렴치한으로 몰릴 터였다.그건 아무리 태자라도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결국 태자는 배명월을 바라보며 꾸짖었다.“함부로 말하지 말거라. 영비마마는 부황의 후궁이시다. 그렇다는 건 곧 내 웃어른이기도 하다는 뜻, 마땅히 공경해야 하지 않겠느냐?”“영비마마, 괜찮으십니까?”이때, 유진설이 성큼 금영의 곁으로 다가와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태자와 거리를 벌려 준 것이다.그리고 금영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제 앞에서 한 바퀴 돌려 보며 다친 곳은 없는지 샅샅이 살폈다. 하지만 막 안도의 숨을 내쉬려던 찰나, 금영의 손과 옷에 묻은 피를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이 피는 어디서 난 것입니까!”유진설이 놀라 소리쳤다.“어디 다친 거예요?”해수도 급히 달려왔다.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마마! 마마께서...”금영이 말했다.“괜찮아. 내 피 아니야.”금영은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들 앞에서까지 위엄을 차리고 싶지 않았고,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답했다.그러자 유진설이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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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당연히 목적은 금영이 태자비가 된 뒤 빠르게 회임하고, 순조롭게 황손을 낳게 하는 데 있었다.비록 지금 금영이 품은 아이가 태자의 아이가 아니라 황제의 아이이긴 했지만, 금영의 튼튼한 몸은 이런 때 꽤 쓸모가 있었다.물론 그렇더라도 저번처럼 얼음 호수에 빠질 정도가 되면 몸이 상하기는 했다. 하지만 곧바로 조리에 들어간 덕에 큰 후유증 없이 잘 복귀할 수 있었다.그러니 금영은 지금 어느 때보다도 몸이 멀쩡했다.하지만 황제가 이렇게 물은 이상, 아픈 티를 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금영은 여비에게 저주를 들은 것도 모자라, 표범에게까지 습격당했다. 그런데 너무 멀쩡한 모습을 보인다면, 도리어 이상해 보일 수도 있었다.금영은 황제의 물음에 눈물을 글썽이며 연약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폐... 폐하, 신첩은... 괜... 괜찮사옵니다.”금영은 말로는 괜찮다고 하면서 표정과 몸짓은 전혀 아니었다.그녀는 상황을 더 극대화하기 위해 자신의 아랫배도 가볍게 움켜쥐었다. 마치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을 참고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그리고는 다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그, 그저 배가 조금 아프옵니다. 폐... 폐하, 신첩과 아이... 괜찮겠지요?”황제는 그 말을 듣자 이성을 잃었다.“금영아! 괜찮다! 괜찮을 것이다!”황제는 누구를 꾸짖을 겨를도 없었다. 곧바로 다급하게 외쳤다.“어서 태의를 불러오거라!”그 말을 들은 위명은 급히 걸음을 옮겼다.황제는 허리를 굽혀 직접 금영을 들어 올린 뒤, 큰 걸음으로 자신의 처소로 향했다.요 며칠 황제는 줄곧 금영과 함께 지냈고, 이곳에서 거의 쉰 적은 없었다.하지만 거리상 금영의 거처보다 이곳이 더 가까웠다. 그는 금영을 안은 채 굳이 먼 길을 둘러가고 싶지 않았다. 한시라도 태의에게 진찰을 받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금영이 침상에 눕자, 이 원사가 곧바로 진맥했다.황제는 곁에 앉아 금영의 반대편 손을 애틋하게 붙잡았다. 얼마나 놀랐는지, 눈가까지 살짝 붉어진 상태였다.금영은 창백한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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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그는 의술도 뛰어났고 충성심도 높았다. 하지만 정해진 법도와 규칙을 크게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부귀를 조금 도모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금영은 그저 조금 심각하게 보일 정도로만 꾸밀 생각이었다. 너무 과하면 태의가 진찰할 때 다 드러날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이 원사가 상황을 너무 키워 버렸다.그렇다면 금영도 장단을 맞춰 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황제가 붙잡고 있던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몹시 긴장하고 걱정하고 있는 듯한 사람처럼 말이다.이 원사는 금영에게 태기를 안정시키는 안태환 한 알을 먹인 뒤 말했다.“너무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일단 이 약을 드셨으니, 당장은 무사하실 것이옵니다. 소신은 마마께서 추가로 드셔야 할 탕약을 달여 오도록 하겠사옵니다.”당장은 무사하다는 말에 황제는 길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폐하...”금영도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한편, 뒤따라온 태자와 다른 일행들도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오늘 벌어진 일에 대한 명확한 조사가 있기 전까지는 황제가 그 누구도 이 자리를 벗어나게 둘 생각이 없었기에 그 누구도 물리지 않았다.다행히 이 방은 원래 황제가 쓰도록 마련된 곳이었던 만큼, 대전에 비할 바는 못 되겠지만 제법 넓어 이 많은 인원에도 전혀 좁은 느낌이 없었다.태자는 금영이 우는 모습을 보자, 얼굴빛이 복잡해지며 눈빛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그 모습을 본 배명월의 마음속에는 다시 증오가 피어올랐다.자신이 아이를 잃었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태자가 금영이 그 대상이 되자 태도를 싹 바꾼 모습에 기가 막혔다.금영이 입궁한 뒤로, 배명월은 거의 매일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금영을 갈갈이 찢어 놓고 싶어 증오가 들끓었다.하지만 배명월은 몰랐다. 그럴수록 금영은 오히려 더 통쾌함을 느낀다는 것을 말이다.증오는 언제나 밀리는 자의 몫이었다.과거, 배명월은 너무도 쉽게 그녀의 시신과 뼈를 짓밟고 위로 올라섰다. 가끔 금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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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그러자 황제가 혹시라도 유진설을 벌하게 될까 걱정되었던 금영이 서둘러 말했다.“폐하, 진설이를 탓하지 말아 주시옵소서. 신첩이 먼저 답답하다고, 밖에 나가 산책하고 싶다고 졸랐사옵니다. 좀 전에도 진설이와...”금영은 내키지 않았지만, 태자를 한 번 힐끗 보고는 한마디 덧붙였다.“태자 전하께서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신첩은 물론 뱃속에 있는 아이도 함께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르옵니다.”태자의 공은 금영이 말하지 않아도 황제의 귀에 들어갈 터였다. 그러니 차라리 직접 밝히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괜히 미뤘다가 뒤에서 또 어떤 말이 나올지도 몰랐고 말이다. 금영은 지난 일 때문에 일부러 태자를 난처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금영이 자신을 언급하자, 태자는 서둘러 고개를 들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금영이 자신을 아직 마음에 두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확신했다.그제야 황제의 시선이 태자에게도 쏠렸다. 태자는 피로 물든 한쪽 팔을 받쳐 든 채 문가에 서 있었다. 황제가 살짝 누그러진 얼굴빛으로 그에게 말했다.“다른 의원은 없느냐? 어서 태자의 상처를 살펴 주거라.”금영이 계속 말했다.“진설이도 우리에 갇혀 있던 표범이 이렇게 갑자기 뛰쳐나올 줄은 예상치 못했을 것이옵니다.”금영은 오늘 표범이 자신만을 목표로 두고 쫓아오던 일을 언급하려 했는데, 한발 먼저 유진설이 말을 꺼냈다.“폐하, 제 잘못을 회피하고자 드리는 말씀이 아니옵니다. 오늘 표범이 우리를 뚫고 나왔을 때, 기이한 일이 있었사옵니다. 그 표범은 마치 목표물을 정해 놓은 듯 끈질기게 마마만을 노렸사옵니다. 너무나도 수상하지 않사옵니까?”사실 이 말은 유진설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되었다. 황제 역시 이 부분을 이상하게 여기고 진작 수원에 사람을 보내 두었기 때문이다.마침 이때, 맹운산이 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는 방 안으로 들어오더니, 곧장 황제에게 아뢰었다.“폐하, 가 보니 표범은 이미 죽어 있었사옵니다. 대신 우리를 지키고 있던 내관을 데려왔사옵니다.”황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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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어쨌든 당장은 말로만 벌어진 일이었다.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금영 자신이 아무리 여비를 지목해도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황제 역시 반드시 믿어 줄 것이라 장담할 수 없었다.물론 당장은 황제가 금영을 감싸 주고 있었다. 하지만 여비가 평소 언행을 저토록 방자하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황제의 묵인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금영은 지금 총애받는 자신과 예전에 총애를 받던 여비가 정면으로 맞붙는다면, 과연 승산이 몇 할이나 될지 알 수 없었다.지난번 여비가 무례한 말을 했을 때도, 황제는 여비를 벌하지 않았다. 금영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것도 안 될 노릇이었다. 금영은 이 울분을 그냥 삼킬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그러니 단어 선택을 잘해야 했다.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잘못 여비를 지목했다가는 일부러 사람을 모함하려 든다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도 있었다.그렇게 금영이 한참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순간이었다. 줄곧 문가에 선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안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폐하,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황제가 안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말하라.”그제야 안빈이 말했다.“신첩은 누군가 영비마마와 뱃속의 아이를 해치려 한 것이라 생각하옵니다!”금영은 안빈을 바라보았다. 안빈이 왜 갑자기 입을 열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조금 전 유진설 아가씨도 검은 표범이 영비마마만 공격한 것이 수상하다고 여겼고, 또... 저 내관의 말대로라면, 검은 표범은 분명 사람을 공격할 힘이 없는 상태였는데, 갑자기 날뛰며 본래 잠겨 있어야 할 우리까지 부수고 나온 것이 됩니다.”안빈은 거기까지 말하고는 잠시 망설이다가 마저 말을 내뱉었다.“신첩은 이에 한 사람이 몹시 수상하다고 생각합니다.”황제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누구냐?”안빈이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감히 입에 담지 못하겠사옵니다.”황제는 얼굴을 가라앉혔다.“탓하지 않을 테니, 얼른 말해 보거라.”그제야 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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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금영은 해수에게 눈짓을 보내고는 금방 말을 마무리 지었다.“하지만 오해일 수도 있사오니, 부디 안빈을 벌하지 말아 주시옵소서.”바로 그때 해수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열었다.“마마, 아무리 착하셔도 그렇지... 뱃속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폐하께 사실대로 아뢰어야 하옵니다.”황제는 이런 두 사람의 모습에 금영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입술을 다문 채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이에 황제는 해수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럼 네가 말해 보거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해수는 수원에서 벌어진 일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말했다.“여비마마께서는... 아무튼 결국 저희 마마께서 보는 앞에서 토끼를 우리 안으로 던져 버리셨사옵니다. 하지만 마마께서 토끼를 다시 구해 내자, 아이를 잃지 않게 조심하라며 경고하셨사옵니다.”말을 마친 해수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소인은 한마디도 거짓 없이 사실 그대로만 말씀드렸사옵니다. 폐하, 부디 마마를 위해 공정한 결정을 내려 주시옵소서!”안빈도 곧바로 말을 받았다.“폐하, 저도 보았사옵니다. 영비마마께서 토끼를 구하자 여비마마께서는 곧바로 뱃속에 있는 아이를 잃지 않도록 조심하라며 저주나 다름없는 악담을 퍼부었사옵니다. 그리고 발생한 것이 이번 표범 습격입니다. 신첩은 도무지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사옵니다.”금영은 황제를 바라보았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주 표정이 가라앉아 있었다.이에 금영이 말했다.“폐하, 이 일은... 그저 우연일지도 모르지 않사옵니까? 여비마마께서 성정이 곧으셔서 순간 말실수를 하신 것일 수도 있고... 그리고 아무런 증거도 없는데, 여비마마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사옵니다.”황제는 한참을 침묵한 끝에, 마침내 큰 결심을 내린 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사람을 보내 여비를 불러오거라.”그리고는 금영을 바라보며 온화하게 말했다.“금영아, 정말 누군가 너와 아이를 해치려 한 것이라면, 짐은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금영은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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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금영은 서 황후를 살폈다.서 황후는 이틀 동안 무릎을 꿇고 반성한 탓인지, 꽤나 초췌해져 있었다. 심지어 걸음을 옮길 때마다 궁녀의 부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적잖이 고생한 모양이었다.서 황후는 애써 태자부터 살피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 채, 황제에게 예를 올렸다.“송구하옵니다. 폐하의 뜻을 어기고 처소를 나와서는 안 되었사오나... 영비와 아이에게 혹여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너무 걱정되어, 보러 오지 않을 수가 없었사옵니다. 그리고 소한도...”서 황후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들어 태자를 바라보았다. 황제는 서 황후와 말씨름할 기분이 아니었다. 어찌 되었든 태자가 오늘 다친 것은 금영 때문이었으니, 그는 담담히 말했다.“자식을 걱정하는 어미의 마음을 참작하여, 이 일은 더 따지지 않겠네. 가서 태자를 살펴보게.”금영은 그 말을 듣고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오늘 습격은 도리어 태자에게 기회로 돌아왔다. 그렇다 보니 서 황후까지 덩달아 그 덕을 보게 되었다.원래 황제의 뜻대로라면, 서 황후는 며칠 더 문을 닫고 무릎을 꿇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태자가 금영을 구한 것도 모자라 다치기까지 했다.그러니 금영도 황제가 서 황후의 일을 너그러이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서 황후는 금영을 상대할 겨를도 없이 곧장 태자 앞으로 걸어갔다.마침 태의가 태자의 상처를 씻어 내고 있던 참이었다. 상처는 뼈가 보일 만큼 깊어 보기만 해도 섬뜩했다.서 황후의 가슴이 순간 조여들었다.“소한아! 태의, 태자의 상처는 어떠한가?”서 황후가 묻자, 태의가 답했다.“태자 전하의 상처는 몹시 깊사옵니다. 하지만 다행히 힘줄과 혈맥은 다치지 않았사옵니다. 만약 반 치만 더 빗나갔더라면, 전하의 이 팔은 아예 못 쓰게 되었을지도 모르옵니다.”그 말을 듣자 금영도 참지 못하고 태자를 한 번 바라보았다.금영이 이 일로 놀란 것은 사실이었지만, 태기가 놀랐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하지만 태자는 달랐다. 그는 정말로 크게 다친 듯했다.금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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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그런데도 너그럽고 어진 척해야 했다.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서 황후는 누구보다 금영의 아이가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아니, 원래라면 오늘 금영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기뻐했을지도 몰랐다.하지만 정작 태자는 금영과 그 아이를 구했다. 게다가 그 일로 다친 것도 모자라, 하마터면 한쪽 팔을 영영 못 쓰게 될 뻔했다.서 황후가 지금 어떤 심정일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두 사람은 이미 오래전에 서로 얼굴을 붉히고 노골적으로 맞선 사이였다.하지만 황제 앞에서 서 황후가 어진 사람인 척하려 한다면, 금영 역시 맞장구쳐 줄 수밖에 없었다.“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황후마마. 오늘 일이 위험하기는 했으나, 당장은 큰 이상이 없사옵니다.”서 황후는 길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다행이구나. 폐하, 대체 어쩌다가 이런 상황이 발생했단 말입니까? 신첩이 방금 오는 길에 어렴풋이 듣기로는, 안빈이 이 일이 여비와 관련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하던데...”서 황후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금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서 황후를 바라보았다.그녀 역시 이 일에서 여비가 가장 수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러니 서 황후가 이 흐름을 타 여비를 그대로 제거하려 드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하지만 어딘가 잘못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금영이 무엇이 이상한지 생각해 내기도 전에, 여비가 불려 왔다.손복안이 밖에서 아뢰었다.“폐하, 여비마마께서 도착하셨사옵니다.”황제가 담담하게 말했다.“들라 하라.”금영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연보랏빛 옷을 입은 여비가 천천히 밖에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빛은 매우 침착했고, 조금도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여비는 먼저 예를 올렸다.“신첩, 폐하와 황후마마를 뵙습니다.”황제가 차갑게 말했다.“일어나 말하라.”금영은 입술을 다물었다.여비가 의심받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황제는 여비를 무릎 꿇린 채 말하게 둘 수는 없는 듯했다.황제가 여비를 바라보며 물었다.“오늘 수원에서 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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