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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1화

그 시절 배경천은 말끝마다 금영을 천것이라 불렀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배명월의 수단에 넘어간 배경천은 그녀를 가엾게 여기며, 배명월의 편까지 들어가며 일부러 금영과 거리를 뒀었다. ‘둘째 오라버니의 마음도 샀는데, 셋째 오라버니라고 안 넘어오고 배기겠어?’배명월이 영안후부 밖으로 걸음을 옮기자, 취옥이 한마디했다. “마마, 이공자께는 문병하지 않으시옵니까? 이공자께서 지금 사당에 갇히셨고, 몸도 성치 않다고 하시옵니다.”예전 같으면 배명월은 몸을 던져서라도 배경천을 감싸안았을 것이다. 설령 감싸지 못하더라도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가엾게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그러나 배명월은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셋째 오라버니의 부인은 둘째 오라버니의 부인이 돼야 했을 여인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좋을 리가 없는데, 본궁이 이때 둘째 오라버니의 문병을 가면 셋째 오라버니께서 어찌 생각하겠느냐?”배경천을 떠올리니 배명월의 얼굴이 더 나빠졌다.“오라버니께서 저지른 일에 나까지 휘말릴 필요는 없지 않으냐.”배명월은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영안후부를 떠났다. 심지어 영안후에게 간청 한마디 올리지 않았다. 한편, 배경천은 사당에 있었다.영안후가 진정으로 화가 난 것인지, 아니면 심가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모친마저 영안후부에 없었던 탓에, 아무도 배경천을 위해 나서지 않았다.하여 심하게 다친 채로 계속 사당에 갇혀 있었다.배경천은 한층 더 야위었고, 기운도 없어 더욱 초라한 모습이었다.몸종 정향이 밥을 가져다주며 배경천에게 가장 최근 소식을 전했다.“방금 태자비마마께서 오셨사옵니다. 공자님을 변호하시기 위해 오신 것이 틀림없사옵니다!”배경천은 그 말에 눈을 반짝였다.“명월이 돌아왔단 말이냐?”정향이 차게 식은 만두 두 개를 내려놓으며 다시 말했다.“태자비마마께서 나서주신다면, 영안후께서도 반드시 공자님을 풀어주실 것이옵니다!”배경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명월에게 고맙다고 전해다오.”정향도 밥을 가져다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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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망설이는 듯한 정향의 모습에 배경천이 불안한 기색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냐?”정향이 마음을 굳히고 입을 열었다.“태자비마마께서는 공자님을 변호하러 가지도 않으셨사옵니다!”정향의 말에 배경천은 멍하니 있다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명월이 가지 않은 것은… 요즘 볼일이 너무 많아서 깜빡한 것이 분명하다.”정향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정오에 노비가 공자님께 밥을 가져다드리고 나서, 세자의 처소에서 나온 태자비마마께서 곧장 영안후부를 떠나려는 것을 보고, 태자비마마께 가서 공자님을 위해 변호해 달라고 청했사옵니다.”“그런데 태자비마마께서 말씀하시길… 공자님께서 저지른 잘못이니, 사당에서 잘 반성하라고 하셨사옵니다. 태자비마마께서는 도울 수 없다고 하셨사옵니다.” 정향은 더 숨기지 않으려는 듯, 눈시울을 붉혔다.“공자님께서 전에 태자비마마께 얼마나 잘하셨는데… 노비가 알아보니 오늘 태자비마마께서 영안후부에 오신 것은 세자께 혼인 축하 선물을 드리기 위해서였답니다. 손수 수놓은 수예품을 건네셨사옵니다.”“공자님께서 실세를 잃으셨고, 앞으로 좋은 혼처를 찾기 어려울 듯하여, 이용 가치도 없어졌다고 여기고 일부러 공자님을 멀리하시고, 세자께 잘 보이려는 듯하옵니다!” 정향은 화가 나서 말을 이어갔다.그러나 외부인도 이해할 수 있는 이치를 배경천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정향의 말을 들은 배경천은 오히려 엄하게 꾸짖었다.“닥쳐라! 네가 무슨 자격으로 명월에 대해 감히 그런 말을 하느냐!”“명월이도 사정이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이다!” 같은 말만 반복하던 배경천은 정말로 배명월에게 사정이 있다고 믿게 되었다.정향은 배경천의 모습을 보며 눈을 붉혔다.“공자님! 정신 차리십시오!”“태자비마마께서 진심으로 공자님을 오라버니로 여기셨다면, 사정이 있어 변호하지 못하셨더라도 문병은 오셨어야 하옵니다!” 정향이 말을 이었다.이공자의 몸종으로서, 이공자는 그녀에게 항상 잘해 주었다. 하여 오늘 대담하게 이런 말을 한 것이다.그러나 한낱 몸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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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이튿날, 배경원과 심연희의 혼례가 거행되었다.금영은 명목상으로 배경원의 적친 누이였다. 아니, 이제는 정말 적친 누이라 해도 틀리지 않았다. 금영의 생모인 심씨가 정실부인의 자격으로 영안후부 사당에 모셔진 날부터 두 사람의 신분은 달라졌으니까.물론 금영은 적출이니 서출이니 하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금영과 배경원의 관계도 있었지만, 이 혼사는 그녀가 주선한 것이었기에, 금영은 직접 영안후부를 찾았다.혼자 온 것은 아니었다.오늘은 마침 조회가 없던 날이라, 황제가 금영과 함께 왔다.황실의 가마가 영안후부 문 앞에 멈추자, 영안후부의 모든 손님들이 예를 갖췄다.황제가 먼저 가마에서 내려 손을 내밀었고, 이어 금영의 흰 손이 가마 밖으로 나와 황제의 손을 잡았다.황제가 직접 금영을 부축해 내렸다.회임 중이었던 금영은 연한 청색에 나비를 수놓은 헐렁한 궁복을 입고 있었고, 얼굴에는 진주로 화전을 장식하고 정성스럽게 단장했다.평소 금영은 붉은색을 즐겨 입었지만, 오늘은 신부의 빛을 가리지 않으려고 일부러 평소에 잘 입지 않던 청색을 택했다.우연히도, 오늘 배명월도 청색 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태자와 함께 맨 앞에 서서 황제를 알현하고 있었다.같은 색 옷을 입었으니, 용모의 차이도 뚜렷했다.금영은 회임한 탓에 예전처럼 날씬한 몸매는 아니었지만, 그 자태에는 오히려 고귀하고 화려한 기품이 더해져, 은연중에 누구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위엄을 풍겼다.“일어서라.” 황제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오늘은 영안후 세자의 혼삿날이다. 짐이 이곳까지 온 것은 군신이 함께 기쁨을 나누고자 함이니, 모두 편히 하도록.”모두가 일제히 몸을 일으켰고, 태자의 시선은 금영에게 향했다. 그녀의 손에 감긴 옥팔찌가 보였다.금영의 손목이 살짝 움직일 때마다, 태자의 가슴도 함께 흔들렸다.‘내게 보여주기 위해 오늘 일부러 저 팔찌를 찬 것인가?’태자는 생각할수록 마음이 아팠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으로 들어가려던 금영이 발걸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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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이 아이도 평범한 부부의 삶이 부러웠을 것인데…’황제는 어느새 손을 뻗어 금영의 손을 잡았다.금영은 정신을 차리고 황제를 바라보았고, 그가 미안한 기색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금영이 조용히 물었다.“폐하, 어찌 그러시옵니까?”황제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너는 후회하지 않느냐?”금영이 의아한 듯 물었다.“무엇을 후회한다는 말씀이옵니까?”“짐이 아니었다면, 너도 저리 시집갈 수 있었을 텐데…” 금영은 황제의 손을 꼭 쥐며 말했다.“신첩은 후회하지 않사옵니다. 폐하를 만난 것이 신첩에게는 행운이옵니다.”황제가 없었다면, 지금쯤 그녀의 무덤에는 풀이 무성하게 자랐을 것이다.사당에 갇힌 배경천만 빼고 모두가 영안후부에서 잔치를 즐겼다.배경천은 차게 식은 만두를 씹으며 밖에서 들려오는 흥겨운 혼례의 풍악를 듣고 있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한편, 송정희는 아무것도 모른 채 배경천이 자신을 영안후부로 데려가 주길 기다리고 있었다.정확한 날짜를 몰라 아침마다 단장을 하며 기다렸다.마침, 송정희와 평소에 사이가 좋지 않던 한 부인이 다가와 그녀를 흘낏 보며 말했다.“아직도 아들이 데리러 오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오?”송정희는 무심한 표정으로 그 부인을 무시했다.‘나는 너희들과 다르다! 너희들은 부인의 도리를 저버린 사람들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겠지만 나는 다르다! 내 아들이 나를 데려갈 것이다!’“거만한 태도 좀 보게. 오늘 내 여식을 통해 들은 것인데, 영안후부에서 잔치하고 있다더군.”그 부인은 자기 곁에 있던 다른 사람에게 말했고, 그 말에 송정희가 놀라서 물었다. “뭐라? 영안후부에서 잔치한다니? 그런데… 어째서 나를 데리러 오지 않는단 말인가?”‘설마 혼례를 치르고 새며느리와 함께 나를 맞이하려는 것은 아니겠지?’옆에 있던 부인이 송정희를 흘낏 보며 말했다.“오늘 혼례를 하는 사람은 배경원과 심연희이니, 자네를 데리러 오지 않는 것도 이상할 것 없지.”송정희는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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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안성당 문 앞에 도착한 금영은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는 듯한 태자와 배명월을 발견했다.금영을 발견한 태자는 배명월을 데리고 와 예를 갖췄다.“원비마마를 뵈옵니다.”금영이 덤덤히 말했다.“예는 됐습니다.”금영이 안성당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태자가 입을 열었다.“금영아!”금영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고, 뒤따르는 수행원들을 돌아보며 냉소적으로 말했다.“태자전하, 말씀을 삼가십시오!”태자가 금영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금영아, 네 마음에 아직 내가 있다는 것을 안다… 참으로 기쁘다.”금영은 이 말에 깜짝 놀라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죽고 싶으면 혼자 죽을 것이지, 왜 나까지 끌어들이려고 해?’“금영아, 그간 고생이 많았다. 우선은 폐하를 곁에서 모시며 기다리거라. 나중에 기회가 오면 내 반드시 너를 구해 내겠다!” 태자는 곁에 있는 배명월의 난처한 표정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진지하게 약조했다.태자는 금영이 지금 황비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혼자 금영을 만나서 말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배명월을 끌고 와서 그럴듯한 핑계를 만든 것이다.금영은 태자와 배명월을 번갈아 보다가 말했다.“태자전하께서 정신이 나가셨다면, 약이라도 드십시오.”“본궁은 매우 잘 지내고 있으니, 전하의 구원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이런 것에 마음을 쓸 바에는, 차라리 황후마마를 위해 더 생각해 보십시오.” 금영이 얼굴을 찌푸리며 냉소했다.금영의 싸늘한 말에도, 태자는 금영의 손목에 있는 팔찌를 바라보며 그녀가 여전히 자신을 잊지 못한다고 믿었다.그저 금영이 듣는 귀가 많아 일부러 못된 소리를 하며 남들의 의심을 피하려 한다고 여겼다. ‘게다가 금영이 평소에 좋아하지 않던 배명월까지 이 자리에 있으니, 진심을 말할 리가 없지.’그러나 태자는 상관없었다. 금영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태자와 마주친 것도 모자라, 태자의 황당한 소리를 듣고 있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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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배명월은 손을 내밀어 태자의 술잔을 내려놓으려 했다.그러나 태자는 술잔을 놓지 않고, 오히려 흐릿한 눈빛으로 배명월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이 팽팽히 대치하는 사이, 태자가 갑자기 화를 내며 술잔을 앞으로 휘둘렀다. 그 바람에 술잔 속의 술이 순식간에 배명월의 얼굴에 쏟아졌다.화려하게 단장한 그녀의 얼굴을 타고 술이 흘러내렸고, 고귀한 의복 위로 떨어졌다.배명월은 태자부에서 태자가 자신의 만류를 듣지 않을 것임을 알았지만,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렇게 무시당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배명월을 주시하고 있었는지 모른다.배명월은 그 자리에 서서 이를 악물고 눈물을 삼키며 미소를 지었다.“신첩의 잘못이옵니다. 신첩이 힘을 너무 줘서 실수로 제 몸에 쏟았사옵니다.”항상 눈물을 흘리며 사람들의 동정을 얻던 배명월은 이번만큼은 울 수 없었다.배명월은 핑계를 대며 얼버무렸지만, 눈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상황을 알아챘다.‘태자비가 태자의 총애를 잃은 모양이구나!’*연회에서 있었던 이 작은 소동은 금영이 이튿날에야 알게 되었다.심연희는 이른 아침에 궁에 들어와 금영에게 문안을 올렸다.금영은 보면 볼수록 심연희가 마음에 들었다. 심연희가 인사를 하자, 금영이 웃으며 말했다.“형수님, 오늘 어찌 이렇게 일찍 입궁하셨습니까? 오라버니께서 새신부가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을 허락하신 모양입니다!”심연희는 이 말에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전에 밖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서로 어색하여 별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다시 보니 금영의 성격이 참으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전에 배경천과 약혼했을 때, 심연희는 모친을 통해 영안후부 송정희의 성품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금영의 성격은 송정희와 전혀 닮지 않았다.심연희가 조용히 말했다.“부군께서 오늘 신첩이 궁에 들어가 원비마마께 문안을 드린다고 하자, 일찍부터 사람을 시켜 마차를 준비하게 하셨사옵니다.”심연희가 계속해서 말했다.“원비마마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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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배경원의 혼사가 마무리되면서, 금영의 마음속 큰 걱정 하나가 해결되었다.이제 금영은 태교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평온한 날들도 오래가지 않았다.수강궁의 태후가 갑자기 쓰러진 것이다.해 질 무렵, 평소라면 반드시 함께 저녁을 들었던 황제가 오지 않자, 금영은 해수를 보내 상황을 알아보게 했다.해수가 돌아와서 보고했다.“태후마마께서 갑작스러운 병환으로 몸이 편찮으셔서, 폐하께서 직접 모시고 계시옵니다. 마마께서는 오늘 밤 일찍 주무시라고 하셨사옵니다.”요즘은 잠자리에 들 때면 항상 황제가 곁에 있었다. 갑자기 오늘 혼자 자려니, 금영은 편히 잠들 수 없었다. 아침에 일어난 금영은 제대로 자지 못해 살짝 부은 눈을 문지르며 한숨을 내쉬었다.“습관이란 정말 무서운 것이구나.”훗날 황제의 총애가 식더라도, 황제 없는 나날에 쉽게 익숙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금영이 해수에게 말했다.“본궁과 함께 태후마마께 문병을 가자.”태후께서 병환이 나셨으니, 후궁으로서 당연히 문병을 가야 했다.*태후는 수강궁에서 두 눈을 감은 채 침상에 누워 있었고, 안색이 매우 좋지 않아 보였다. 보아하니 정말로 큰 병을 앓으신 듯했다.황제는 외전에 앉아 태의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태후마마의 이 병증은 출산 때 대량 출혈을 하며 생긴 것이옵니다. 태후마마께서는 산월이 돌아오면 옛 병이 도지셨사옵니다. 작년까지는 이렇게 심하지 않았습니다만, 올해는 어찌 된 영문인지 병세가 위중하시옵니다.” 태의가 의아해하며 말했다.곁에 있던 손 상궁이 그 틈을 타, 입을 열었다.“폐하, 노비가 감히 한 말씀 올리겠사옵니다.”“태후마마께서는 평소 황후마마를 무척 아끼셨사옵니다. 황후마마께서 금족령을 받으신 후로, 태후마마께서는 밤낮으로 근심하셨사옵니다.” 손 상궁이 계속해서 말했다.“태후마마께 어찌 황후마마를 위해 변호하지 않으셨느냐고 여쭈니, 태후마마께서 말씀하시길…”손 상궁이 잠시 말을 멈추며 눈시울을 붉혔다.“황후마마께서 언행이 경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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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금영은 그제야 탁자에 앉아 있는 황제를 발견했다. 평소처럼 준수한 모습이었으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황제의 안색을 보니, 태후의 병환이 생각보다 위중한 것 같았다.금영이 황제를 바라보며 말했다.“신첩은 태후마마께서 편찮으시다는 말씀을 듣고 매우 걱정되어 문병을 왔사옵니다. 태후마마께서… 지금 어떠하신지요?”황제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주무셨으니, 걱정하지 마라.”회임 중인 그녀가 다른 일로 근심하는 것을 황제는 원치 않았다.태후가 잠들었다는 말에 금영은 문병하러 들어갈 수도 없었다.물론 금영도 진정으로 태후를 문병하려는 마음은 없었다. 그녀가 이곳에 온 것은 서 황후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금영은 태후의 이 병환이 매우 수상하게 느껴졌다.이때 손복안이 들어와서 고했다.“폐하, 조회 시간이 되었사온데, 오늘은 산조(散朝) 하시겠사옵니까?”황제가 눈썹을 찌푸리며 전각 안을 둘러보았다. 무언가 망설이는 듯했다.서 황후가 재빨리 말했다.“폐하께서는 안심하고 조회에 가소서. 신첩이 태후마마를 모시겠사옵니다. 신첩이 그간 폐하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은 알고 있사옵니다. 하오나 태후마마께서는 신첩의 고모이십니다.”“그러니 절대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서 황후의 말에 황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금영에게 시선을 돌려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금영아, 짐이 너를 직접 데려다줄 수는 없구나. 강남에 비가 많이 내려 홍수가 날까 걱정이라…”금영은 어린애처럼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태후의 병환과 강남의 홍수 문제가, 그녀를 직접 데려다주는 일보다 훨씬 중대한 일이었다.금영이 고개를 끄덕였다.“폐하, 안심하십시오.”황제가 떠나자, 금영도 더는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아, 서 황후에게 예를 올리고 물러나려 했다.서 황후가 금영을 불러 세웠다.“원비!”금영이 발걸음을 멈추고 서 황후를 돌아보았다.“황후마마께서 분부하실 것이라도 있사옵니까?”서 황후가 미소를 지었다.“원비는 폐하의 마음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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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해수는 감히 말을 잇지 못했다.금영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황후마마 같은 사람은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사람이다.”“지금, 이 궁중에서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태자전하와 태후마마뿐이다. 태자전하를 건드릴 수는 없을 것이다.”금영이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다만 태후마마의 이 병환이 진정 황후마마께서 뒤에서 꾸민 일인지, 아니면 태후마마께서 직접 협조하신 것인지는 알 수 없구나.”해수가 놀라서 말했다.“마마, 혹 태후마마께서 황후마마를 위해 그런 일을 하셨다는 말씀이옵니까? 자신을 미끼 삼아 황후마마의 자유를 바꾸다니요?”금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잊지 마라. 태후마마도 서가 출신이시다.”위급한 순간에 가문의 이익을 위해 서 황후를 도와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게다가 태후께서도 운 좋게 태후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아닐 터였다.설령 금영이 그 속내를 꿰뚫었어도, 당장 파헤칠 방법은 없었다.이는 음모가 아니라, 알아도 어쩔 수 없는 계책이었다.황제에게 가서 태후께서 병을 가장하고 계신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하면 황제를 멀어지게 할 뿐이었다.태후의 병환은 낮에는 괜찮아 보이다가, 밤만 되면 더 악화했다.하여 황제는 수강궁에서 밤을 지켰다.태후가 병들었다고 해서 금영이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태후는 황제의 생모로서 궁중에서 황제를 키워내기 위해 많은 정성을 쏟았을 것을 생각하니, 황제의 근심도 이해가 되었다.태후의 병환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병세가 위중한 와중에 황제가 모르는 척하며 금영이 곁에서 밤마다 편히 잠잔다면, 황제가 얼마나 냉혈한인지 논하기 전에, 전조의 모든 문무백관이 상소를 올릴 것이다.황제가 소녕전으로 오지 않았음에도 금영은 편히 잠들었다.이튿날 아침, 금영은 평소처럼 태후께 문병을 가려 했다. 더 정확히는 황제를 보러 가는 것이었다.그러나 이번에는 황제 대신 조금 화려하게 단장한 서지안을 마주쳤다. 금영이 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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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금영은 조용히 황제의 눈썹과 눈매를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 황제의 우뚝 솟은 콧날과 조각 같은 얼굴선을 따라 그려 보았다.그녀는 이제야 황제라는 자리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설령 생모가 병들어도, 백성과 강산을 위해 조회에 나가야 하는 것이 황제였다.평범한 사람이라면 어려운 일이 생기면 잠시 피할 수도 있겠지만, 황제는 그럴 수 없었다.금영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대로 잠들었다.다시 깨어났을 때, 방 안에는 이미 촛불이 켜져 있었다. 황제는 활기가 도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피로한 기색은 온데간데없었다.“짐은 배가 고프구나.” 황제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막 잠에서 깨어난 탓에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금영은 그 말에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폐, 폐하, 이틀 밤을 새우셨으니, 용체를 우선 생각하셔야 하옵니다.”그 일은 진정한 음양 조화가 아니었기에, 오히려 몸에 해로울 터였다!황제가 손을 들어 손가락 마디로 금영의 매끈한 이마를 살짝 톡 치며 말했다.“네 머릿속에는 대체 무엇이 들어있느냐?”“짐은 그저 하루 종일 밥을 먹지 못해 배가 고프다고 한 것뿐이다.”“짐이 돌아오자마자 너를 끌고 잠들었으니, 너도 저녁을 먹지 못했을 것 아니냐. 지금 짐과 함께 먹지 않겠느냐?” 황제가 손을 내밀어 금영을 일으키려 했고, 금영은 그제야 자신이 황제의 말을 오해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금영이 부끄러움에 이불을 끌어당겨 얼굴을 가리려 하자, 황제는 웃으며 이불을 살짝 걷어 금영의 붉어진 얼굴을 드러냈다.“짐과 함께 밥을 먹기 싫은 모양이구나. 설마 짐에게 먼저 다른 것을 맛보게 할…”황제의 시선이 금영의 입술로 향했다.더는 누워있을 수 없었던 금영이 허둥지둥 침상에서 일어나며 말했다.“먼저 수라를 드시지요.”황제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래, 수라부터 들자꾸나.”금영은 황제의 기분이 꽤 좋아진 것을 알아채고 물었다.“폐하, 태후마마께서…”황제가 말했다.“오늘은 많이 좋아지셨다. 일어나서 식사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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