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721 - Chapter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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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1화

현비도 억지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살펴보는 것이 마땅하옵니다. 꼼꼼히 살펴보아야지요.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신첩이 아무리 해명한들 누가 믿어 주겠사옵니까?”말을 하다 보니 현비 역시 금영이 모든 음식을 빠짐없이 검사해 주기를 바라게 되었다.오늘처럼 뭇사람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현비가 어리석게 황실 연회의 음식에 손을 댈 리는 없었다.하지만 서 황후라는 늙은 독부가 무슨 수를 써서 자신에게 누명을 씌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무엇보다 이번 황실 연회를 준비한 사람은 현비였다.배명월과 태자는 금영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해수가 음식을 하나씩 모두 살핀 뒤에도 은침이 처음처럼 깨끗한 것을 확인하자, 배명월과 태자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그제야 금영은 안심하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이 꿀연꽃조림은 과연 맛이 좋구나.”금영이 웃으며 말했다.배명월은 금영이 접시에 담긴 음식을 거의 다 먹는 것을 보고 자신만만한 기색을 띠었다.그때 금영이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모두 함께 맛보시지요. 현비마마께서 베푸신 성의를 저버려서는 안 되지 않겠사옵니까.”이에 서 황후와 배명월도 함께 수저를 들었다.황제는 본래 단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더구나 금영의 앞에서 다른 여인의 호의를 받아들여 그녀의 심기를 거스를 생각도 없었기에 손을 대지 않았다.황실 연회는 계속되었다.태자의 시선은 간간이 아무렇지 않은 듯 금영에게로 향했다.금영은 반듯이 앉아 평온한 표정을 유지한 채, 무언가를 끈기 있게 기다리는 듯했다.문득 풍악과 노랫소리가 흐르고 춤사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영은 벌 몇 마리가 이쪽으로 날아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챘다.한여름인 데다 모처럼 날이 맑았으니, 어화원에 벌이 나타난 것 자체는 이상할 일이 아니었다.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 벌들은 평범한 벌과 조금 달랐다.하지만 이때 누가 그런 것에까지 관심을 두겠는가?처음에는 한두 마리뿐이었다.벌들은 탁자 위 접시 곁에 내려앉아 꿀연꽃조림의 달콤한 즙을 빨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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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2화

바로 그때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모를 벌 떼가 황실 연회장을 향해 곧장 달려들었다.벌들은 진작부터 잔뜩 놀라기라도 한 듯 미친 듯이 사람들을 뒤쫓아 쏘아 댔다.특히 조금 전 꿀연꽃조림을 먹은 사람들에게 집중적으로 달려들었다.연회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그때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 다급히 외쳤다.“독이 있다! 평범한 벌이 아니라 독벌이다! 쏘이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다행히 금영 쪽에는 아직 별다른 일이 없었다.금영은 해수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물러나면서, 제 앞에 놓인 거의 비어 버린 꿀연꽃조림 접시를 흘끗 바라보았다.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지만, 눈빛 깊은 곳에는 가느다란 냉기가 서려 있었다.그 순간 황제와 태자가 거의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금영에게로 다가왔다.배명월은 태자가 겉옷을 벗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다급히 외쳤다.“전하! 저것들은 독벌이옵니다. 여러 번 쏘이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사옵니다! 어찌 그러시려는 것이옵니까?”배명월은 곧 태자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차렸다.황제가 먼저 자신의 겉옷으로 금영의 몸을 덮었다.뒤이어 태자의 겉옷까지 금영의 몸 위로 덮였다.그 광경을 본 배명월은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뜨였다.보이지 않는 손이 심장을 움켜쥔 듯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숨이 막히기는 서 황후도 마찬가지였다.서 황후는 이미 독벌에 여러 번 쏘인 상태였다.환옥은 곁에 없었고, 서 상궁은 나이가 많아 서 황후를 제대로 지켜 내기 어려웠다.서 황후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제 잘난 아들이 입고 있던 겉옷을 배금영의 몸에 덮어 주고 있었다.그 순간 서 황후는 독이 오른 것인지 화가 치민 것인지 알 수 없었다.갑자기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하여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황제가 이 광경을 보고 태자를 바라보자, 태자는 황급히 두 손을 맞잡아 예를 갖추며 아뢰었다.“아바마마, 저것들은 독벌이옵니다. 원비마마의 뱃속에는 황실의 후사가 있으니, 조금의 불상사도 있어서는 아니 되옵니다!”황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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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3화

금영은 황제의 행동을 조금도 뜻밖이라 여기지 않았다.태자는 황제의 친아들이었다.금영에게는 아무 일도 없었지만, 태자는 정신을 잃었다.황위를 이을 태자가 쓰러졌는데, 황제가 금영의 곁에 남아 태자를 살피러 가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손복안까지 밖으로 나가려 하자 금영이 그를 불러 세웠다.“복안 내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복안은 걸음을 멈추고 금영을 바라보며 공손히 물었다.“마마, 무슨 분부라도 있으시옵니까?”금영이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물었다.“벌에 쏘인 이가 많습니까?”복안이 고개를 끄덕였다.“황실 연회에 참석한 이들은 거의 모두 벌에 쏘였사옵니다.”그 말을 들은 금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서 황후의 마음이 이토록 독할 줄은 몰랐다.금영을 해치기 위해 연회에 참석한 모든 사람을 위험에 빠뜨린 것이다.아마 이번 일을 우연한 사고로 꾸며 금영을 노렸다는 사실을 감추려 한 것이리라.복안이 다시 말했다.“태자전하께서는 겉옷을 벗으신 탓에 가슴 부근을 독벌에 쏘이셨사옵니다. 그 때문에 독기가 그토록 빠르게 퍼진 듯하옵니다.”대략적인 사정을 파악한 금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가 보십시오. 폐하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는지 살펴 주십시오.”복안이 물러가자 방 안에는 금영과 해수만 남았다.해수는 복잡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금영을 보고 조심스럽게 위로했다.“마마, 이토록 많은 사람이 벌에 쏘인 것은 마마의 탓이 아니옵니다.”“마마께서도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모르셨지 않사옵니까. 저희는 그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저희 접시에 담긴 꿀연꽃조림의 꿀즙을 여주즙으로 바꾸었을 뿐이옵니다. 황후마마와 태자비마마의 접시에는 꿀즙을 조금 더 넣었을 뿐이옵니다.”황실 연회에서 서 황후와 배명월은 의심을 피하고자 꿀연꽃조림을 두어 입 먹었다.“마마께서 스스로를 지키신 것은 잘못이 아니옵니다.”해수가 다시 말을 이었다.“먼저 마마를 해치려 한 사람은 황후마마와 태자비마마이옵니다. 두 분께서 당한 일은 자업자득이옵니다.”해수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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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4화

배명월 역시 머리가 어지러워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그러나 쓰러질 수도, 감히 쓰러질 수도 없었다.그녀는 이미 머리에서 태자비의 지위를 상징하는 봉황이 새겨진 비녀를 뽑아 손안에 꽉 움켜쥔 채, 가까스로 정신을 붙들고 있었다.이번 계책을 낸 사람도 자신이었고, 모든 일을 꾸미고 안배한 사람도 자신이었다.이번 일로 태자에게 정말 무슨 변고라도 생긴다면, 서 황후는 반드시 자신의 목숨을 거둘 것이다.반드시 그럴 것이다.이제 배명월이 할 수 있는 일은 태자에게 제발 아무 일도 생기지 않기를 비는 것뿐이었다.황제는 방 안에 앉아 무겁게 굳은 얼굴로 눈앞의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그 표정에는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침중함이 서려 있었다.이 원사는 이미 태자에게 몇 차례 약을 먹였으나, 태자는 여전히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이 원사가 조심스럽게 아뢰었다.“폐하, 부디 지나치게 염려하지 마시고 용체를 먼저 보전하시옵소서.”황제가 냉랭하게 명했다.“반드시 태자를 살려 내라!”서 황후는 눈물을 쏟으며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연신 기도했다.“천지신명과 모든 부처님이시여, 신첩은 제 목숨을 내놓아서라도 제 아이의 평안을 바라고 있사옵니다. 부디 제 아이를 지켜 주시옵소서! 부디 지켜 주시옵소서!”그 모습을 본 황제의 마음도 조금은 흔들렸다.서 황후에게 깊은 정을 품고 있지는 않았으나, 그녀가 훌륭한 어머니라는 사실만큼은 알고 있었다.황제의 어조가 다소 누그러졌다.“황후도 살펴보아라.”서 황후는 곧바로 거절했다.“신첩에게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태자가 낫지 못한다면 신첩 또한 살아갈 뜻이 없사옵니다!”황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조금 전의 온화함을 거두고 호통쳤다.“국모라는 사람이 이토록 감정에 휘둘려 경거망동해서야 체통이 무엇이 되겠느냐?”“태자가 깨어났는데 그대가 쓰러져 있다면, 그 아이가 걱정으로 속이 타 병세가 다시 깊어지지 않겠느냐?”황제의 꾸지람을 들은 서 황후는 그제야 조금 냉정을 되찾았다.서 황후는 더는 거부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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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5화

금영이 몸을 숙여 예를 올렸다.“신첩, 폐하와 황후마마를 뵈옵니다.”금영의 목소리를 들은 황제가 몸을 돌렸다.황제의 눈빛은 깊고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으며, 온몸에서는 누구도 감히 다가설 수 없는 기운이 흘렀다.태자의 일로 적잖이 근심하고 노했다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그러나 황제의 시선이 금영에게 닿자 눈동자에 서린 어둠이 조금 누그러졌고,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금영아, 네가 어찌 왔느냐?”황제의 표정은 분명 누그러졌다.하지만 금영은 전각 안에서 또 다른 두 사람의 시선이 자신에게 매섭게 꽂히는 것을 뚜렷이 느꼈다.꽂힌다는 표현이 조금도 지나치지 않았다.두 사람의 눈빛은 마치 못처럼 날카로워, 당장이라도 금영의 살과 피를 꿰뚫을 듯했다.금영이 곁눈질로 바라보니, 서 황후와 배명월이 함께 태자의 침상 곁을 지키고 있었다.두 사람이 여전히 화려한 비단에 금실 무늬를 수놓은 궁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면, 금영은 하마터면 그들을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전각 안의 불빛이 어두웠지만 두 사람의 몰골은 대강 알아볼 수 있었다.둘 다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고, 부은 얼굴 위에는 독벌에 쏘인 것이 분명한 커다란 종기까지 여러 개 돋아 있었다.게다가 얼굴에는 푸르스름한 약고가 잔뜩 발라져 있었다.그 모습 어디에서도 황후와 태자비의 고귀한 위엄을 찾아볼 수 없었다.사정을 모르는 이가 보았다면 어디서 굴러온 더러운 것들로 여겼을지도 몰랐다.그 광경을 본 금영의 마음에는 조금의 동정도 일지 않았다.오히려 가슴속에 쌓였던 원한이 조금 풀리는 듯했다.참으로 자업자득이었다.두 사람은 벌에 쏘인 것만으로도 이토록 처참해졌고, 태자는 목숨마저 잃을 지경에 이르렀다.하지만 금영이었다면 어땠을까?독벌에 쏘인 사람이 금영이었다면 말이다.금영은 지금 회임한 몸이었다.단 한 번 쏘이고도 요행히 목숨을 건진다 해도, 뱃속 아이까지 지켜 낼 수는 없었을 터였다.참으로 악독한 심보였다.다행히 금영은 오늘 선의에서였든 서 황후의 속을 긁어 놓으려는 뜻에서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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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6화

태자는 흰 침의만 걸치고 있었다.침의 아래로 보이는 가슴께는 이미 붕대가 감겨 있었다.이 원사가 독혈을 빼내기 위해 가슴에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냈다고 했다.태자의 얼굴은 벌에 그리 많이 쏘이지 않아 배명월이나 서 황후처럼 처참하지는 않았다.사내의 얼굴에는 향분을 바르지 않으니, 벌들이 몰려들어도 얼굴을 집중적으로 공격하지 않은 것이다.태자는 두 눈을 굳게 감고 있었다.얼굴에는 핏기 하나 없었고, 몹시 쇠약해 보였다.그 모습을 본 금영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태자전하께서는 좀 차도가 있으시옵니까?”그러나 정작 금영의 마음은 고요한 우물처럼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전생에 태자가 직접 금영에게 칼을 꽂은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서 황후가 저지른 모든 일은 태자를 위한 것이었고, 금영이 죽은 뒤 태자는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서 황후가 닦아 놓은 길을 걸었다.지금 태자가 독벌에 쏘인 정도가 아니라 정말 목숨을 잃는다 해도 금영은 슬퍼하지 않을 터였다.눈물 한 방울조차 흘리지 않을 것이었다.배명월은 원망과 증오가 가득한 눈으로 금영을 노려보았다.황제가 이 자리에 없었다면 당장 소리 내어 욕을 퍼부었을지도 몰랐다.‘천한 것! 천한 것! 저 천한 것이 지금 와서 전하를 걱정하는 척하다니!’바로 그때 태자도 금영의 목소리를 들은 듯 손가락을 살짝 움직였다.서 황후는 가장 먼저 그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기쁜 얼굴로 태자의 손을 움켜쥐었다.“태자야! 태자야! 정신이 드느냐?”태자의 눈꺼풀이 가볍게 떨렸다.눈을 뜨지는 못했지만 입술 사이로 희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금영아.”“금영아.”거듭 이어지는 잠꼬대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굳어 버렸다.금영은 당장 달려가 태자의 뺨을 두 번 후려치고 싶었다.독벌에 쏘여 반쯤 죽어 가는 와중에도 정신을 잃은 채 금영에게 함정을 파고 있다니.금영은 황급히 황제의 표정을 살폈다.황제는 속내를 감춘 채 그 자리에 서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기쁜지 노한지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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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7화

금영도 황제와 함께 몸을 돌려 태자를 바라보았다.그제야 태자는 흐릿하던 정신을 수습했다.태자의 시선은 주변 사람들을 훑고 지나가더니 곧장 금영에게 향했다.“금영아.”황제의 눈빛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금영의 가슴도 태자가 무심결에 내뱉은 금영이라는 부름에 덜컥 내려앉았다.다행히 태자는 하려던 말을 제때 삼켰다.대신 힘겹게 몸을 지탱하며 침상 아래로 내려오려 했다.배명월은 태자가 떨어질까 염려하여 황급히 다가가 그를 부축하려 했다.황제는 그런 태자를 바라보다가 끝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몸이 편치 않으니 굳이 침상에서 내려올 필요 없다.”황제가 나무라듯 말을 이었다.“태자라는 사람이 무엇보다 제 몸을 중히 여겨야 하지 않겠느냐?”겉으로는 꾸짖는 말이었다.하지만 금영은 그 안에 담긴 아버지의 염려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사실 황제의 몸으로 이만큼이나 아버지 노릇을 하는 것만으로도 영안후부에 있는 금영의 부친보다는 훨씬 나았다.금영과 황제의 관계만 놓고 보면 두 사람이 태자에게 못할 짓을 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하지만 처음에 배명월을 선택하고 금영을 버린 사람은 분명 태자 자신이었다.태자가 그때 금영에게 깊이 연모하여 반드시 그녀와 혼인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면, 금영도 이토록 쉽게 입궁하지는 못했을 터였다.태자는 침상 위에서 황제를 향해 두 손을 모아 예를 올렸다.“아바마마의 가르침이 옳사옵니다.”그러고도 금영에게 예를 갖추는 것을 잊지 않았다.“원비마마께서는 무탈하시옵니까?”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태자에게 쏠렸다.눈치가 아주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태자가 금영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금영도 태자가 감히 황제가 보는 앞에서 거리낌 없이 자신을 걱정할 줄은 몰랐다.금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태자가 스스로 설명을 덧붙였다.“마마의 뱃속에는 황실의 후사도 있사옵니다. 마마께 무슨 변고라도 생긴다면 아바마마께서도 크게 상심하실 것이옵니다.”금영은 원비다운 위엄을 내세우며 짐짓 점잖은 어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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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8화

이 원사가 들어오자 황급히 태자의 침의를 풀어 상처를 살폈다.그사이 금영은 황제의 손을 놓고 몸을 돌려 예를 지켰다.이 원사는 태자의 상태를 꼼꼼히 살핀 뒤 상처를 다시 싸매고 나서야 아뢰었다.“태자전하께서 흘리신 피가 이제 정상적인 선홍빛으로 돌아왔고 의식도 되찾으셨으니,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실 듯하옵니다.”다만 태자가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말만큼은 감히 입에 올리지 못했다.이 원사는 조금 전부터 문 앞을 지키며 방 안에서 벌어진 일을 모두 지켜보았다.태의 노릇도 처세에 능한 조정 신료들보다 결코 수월하지 않았다.궁중의 은밀한 사정을 지나치게 많이 접하는 자리였으니, 목숨을 보전하려면 어떤 말을 해야 하고 어떤 말은 삼켜야 하는지 분명히 알아야 했다.그제야 금영은 황제가 안도의 숨을 내쉬는 소리를 들었다.제 자식에게 변고가 생기기를 바라는 아비는 없었다.전생의 무능하고 악독했던 금영의 아비만 빼고 말이다.황제가 입을 열었다.“태자의 몸에 큰 이상이 없다니, 황후와 태자비는 이곳에 남아 정성껏 돌보도록 하라.”황제는 말을 마치자 몸을 돌려 금영의 손을 잡고 밖으로 이끌었다.이곳에 더 머물렀다가 태자가 금영을 다시 보게 되면, 또다시 품어서는 안 될 마음을 키울지도 몰랐다.그 생각에 황제의 낯빛이 다시 싸늘해졌다.*황제는 이번에는 금영을 데리고 곧장 소녕전으로 돌아갔다.돌아가는 내내 금영은 황제의 기분이 흐렸다 개었다 하며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고 느꼈다.간신히 소녕전에 도착하자 해수가 촛불을 밝힌 뒤 조용히 밖으로 물러났다.금영은 황제가 싸늘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짐짓 가냘픈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폐하, 혹시 조금 전의 일 때문에 노하신 것이옵니까?”황제가 금영을 흘겨보며 차갑게 물었다.“너는 태자가 그리도 걱정되느냐?”금영이 작게 중얼거렸다.“알고 보니 묵은 식초 항아리가 엎어졌구나.”황제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불끈 섰다.“배금영, 지금 짐이 늙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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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9화

금영은 고개를 돌린 채 황제를 바라보지 않았다.황제가 나직이 말했다.“조금 전에는 짐이 잘못했다. 괜히 화를 내다 네 몸까지 상하게 하지 말거라. 이제 곧 어미가 될 몸이니 더욱 조심해야 하지 않겠느냐?”금영이 차갑게 웃었다.“폐하도 내 뱃속에 폐하의 핏줄이 있다는 걸 알고는 있구나? 내 보기엔 날 화병으로 죽여 놓고 젊고 고운 여인을 새로 궁에 들일 생각인 것 같은데!”황제는 금영의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도대체 무슨 말을 저리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금영이 여전히 화를 풀지 않자, 황제는 인내심을 갖고 달랠 수밖에 없었다.“조금 전 일은 모두 짐의 잘못이다. 짐이 질투에 눈이 멀어 금영에게 화풀이했구나. 짐이 네게 잘못을 빌겠다.”금영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황제는 끈기 있게 금영을 달래다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잊고 말았다.두 사람이 처음 말다툼을 시작했을 때 화가 난 사람은 분명 황제였다.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티격태격하다 보니 어느새 황제가 금영을 달래고 있었다.*한편 조양전에서는 태자가 이미 잠들어 있었다.서 황후는 곁을 지키고 있는 배명월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본궁을 따라 나오너라.”배명월은 몸을 흠칫 떨었다.그녀는 태자의 손을 붙잡은 채 조심스럽게 말했다.“어마마마, 이 며느리가 전하의 곁을 지키게 해 주시옵소서.”서 황후가 어찌 배명월이 자신을 피하려 든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겠는가?서 황후가 싸늘하게 말했다.“순순히 본궁을 따라 나오너라. 그렇지 않으면 본궁에게는 더 기다려 줄 인내가 없다. 설마 태자에게도 이 일을 알리고 싶은 것이냐?”배명월은 침상에 누워 잠든 태자를 바라보다가 얼굴이 굳었다.지금 태자를 깨운다 해도 그가 자신을 도와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더구나 독벌을 이용해 배금영을 해치려 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태자가 알게 된다면, 배명월의 처지는 지금보다 훨씬 비참해질 터였다.배명월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무거운 걸음으로 서 황후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두 사람은 태자가 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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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0화

“본궁이 이까짓 살갗의 고통을 겪는 것쯤은 아무래도 좋다! 하지만 네가 하마터면 본궁의 아들을 죽일 뻔하지 않았느냐!”그 일을 입에 올리자 서 황후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서 황후는 황제의 총애를 받지 못했다.태자는 이 궁에서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태자에게 무슨 변고라도 생긴다면 현비가 낳은 그 천한 것이 새 태자의 자리를 차지할 터였다.그때가 되면 현비든 배금영이든 누구나 서 황후를 짓밟을 수 있을 것이었다.배명월의 눈에는 독기가 가득했다.“이 며느리가 죽어 마땅한 죄를 지었다는 것은 알고 있사옵니다. 하지만 어마마마, 이번 일에서 가장 죽어 마땅한 사람은 배금영이옵니다!”배명월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오늘 일은 분명 배금영이 이 며느리의 계획을 미리 알아차리고 대비해 두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옵니다!”“미리 대비했다고? 대체 어찌 미리 대비할 수 있었단 말이냐! 계책을 벌인 사람은 너다. 정말 소문이 새었다면 그 또한 네 일 처리가 허술했던 탓이다!”서 황후는 배명월을 바라볼수록 분노가 더욱 치밀었다.잠시 뒤 서 황후가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조씨.”조씨가 황급히 대답했다.“노비, 여기 있사옵니다.”서 황후가 냉소하며 말했다.“본궁이 조금 출출하구나. 밤이 먹고 싶다.”배명월은 순간 멈칫했다.서 황후가 고작 몇 마디 꾸짖는 것으로 일을 끝내려는 것인가?이제 와 밤이 먹고 싶다니 대체 무슨 뜻인가?조씨는 서 황후의 뜻을 알아차리고 곧바로 대답했다.“예, 황후마마.”얼마 지나지 않아 조씨는 숯불이 이글거리는 화로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이어 밤 한 줌을 숯불 속으로 던져 넣었다.숯불은 거세게 타올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밤은 겉이 까맣게 탈 지경이 되었다.조씨는 배명월을 바라보며 손짓했다.“태자비마마, 어서 꺼내시지요.”배명월은 순간 굳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꺼내라니, 대체 무엇을 꺼내라는 말인가?조씨가 말을 이었다.“황후마마께서 밤을 드시고 싶다고 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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