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751 - Chapter 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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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1화

금영과 황제가 진국공부에 도착했을 때는 신랑과 신부가 이미 혼례의 큰 절까지 모두 마친 뒤였다.연회가 막 시작되려던 참이었다.황제가 금영을 데리고 나타나자, 사람들은 일제히 몸을 숙여 예를 올렸다.황제는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다들 일어나라.”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날 때, 금영은 몇 사람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알아차렸다.굳이 생각할 것도 없이 태자와 배명월일 것이다.태자의 눈에는 여전히 깊은 정과 억눌린 마음이 가득했고, 배명월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증오가 서려 있었다.그런데 진국공부의 진여란이 금영을 바라보더니 불쑥 입을 열었다.“금영이 아니냐?”서 노부인의 며느리인 하온숙이 황급히 곁에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님, 이분은 원비마마이십니다.”“무슨 원비마마냐. 그 망할 영감탱이가 금이야 옥이야 아끼던 손녀 아니냐? 그런데 요즘 어찌 이리 살이 올랐느냐?”서 노부인이 금영을 바라보며 물었다.금영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배가 하루가 다르게 불러 오고 있었으니, 정신이 흐릿한 서 노부인이 자신이 살쪘다고 여긴 것도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금영은 서 노부인이 지난번에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정신이 흐려진 듯하다고 생각했다.그럼에도 금영은 서 노부인에게 받은 은혜를 잊지 않고 있었다.자신이 영안후부의 친손녀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뒤 진국공부의 연회에 왔을 때도, 서 노부인은 사람을 가려 대하거나 제 신분에 따라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오히려 조부가 예전에 서 노부인에게 주었던 물건을 하나도 남김없이 금영에게 돌려주었다.훗날 금영이 태자와의 혼약을 파기했을 때에도, 서 노부인은 몰래 사람을 보내 진국공부로 시집올 마음이 있는지 물었다.세상에는 남이 쓰러졌을 때 돌을 던지는 사람이 많았으나, 어려울 때 손을 내미는 사람은 드물었다.서 노부인은 이토록 나이가 들고도 여전히 그런 사람이었다.젊은 시절에도 정이 깊고 거침없는 성정이었을 테니, 조부가 마음에 두었던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진국공부 사람들이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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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2화

금영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더니 황급히 말했다.“그게, 폐하. 진국공부의 후원이 경치가 제법 좋사온데, 신첩과 함께 한 바퀴 둘러보시겠사옵니까?”황제는 그 말을 듣고 순순히 답했다.“그러지.”금영이 황제를 모시고 자리를 뜨자, 진국공부 사람들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서 노부인을 황급히 방 안으로 모셔 갔다.“어머님, 어찌 그런 말씀까지 거리낌 없이 하십니까?”하온숙은 오늘 일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했다.그러나 서 노부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못 할 말이 뭐가 있느냐? 영안후 그 못난 것은 망할 영감탱이의 기개를 반도 못 닮아서는, 금영이를 냉큼 궁에 들여 비로 삼게 하지 않았느냐!”“태자비가 되지 못했으면 또래의 괜찮은 사내를 찾아 좋은 혼처를 마련해 줬어야지. 궁에 들이다니. 흥, 서가의 그 심보 고약한 계집이 그 아이를 얼마나 들볶을지 누가 아느냐.”서 노부인은 말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어머님, 아무리 말씀하셔도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이제 와 무슨 말을 한들 달라지겠습니까?”하온숙이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소혁 그 녀석에게 금영이가 자신을 따른 것이 얼마나 억울한 일인지 알려 줘야지! 그래야 더 조심하고 살뜰히 지켜 줄 것 아니냐!”서 노부인이 목소리를 높였다.“게다가 망할 영감탱이가 이 일을 알면 분명 속이 뒤집힐 텐데……”그 말을 하던 서 노부인의 눈빛이 다시 흐릿해졌다.그녀의 머릿속에는 문득 세상 근심 하나 없이 웃던 젊은 사내의 모습이 떠올랐다.하온숙은 서 노부인이 연로한 데다 요즘 들어 정신이 흐려지는 일이 더욱 잦아졌음을 알고 있었다.그저 힘없이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과거 변방을 지키던 시절, 서 노부인이 황제를 친아들처럼 보살폈던 정을 생각하여 황제가 진국공부를 벌하지 않기만을 바랐다.한편 금영은 황제의 손을 잡고 진국공부의 후원을 거닐고 있었다.황제가 노여워할까 걱정된 금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폐하, 혹시 언짢으신 것이옵니까?”황제는 금영을 바라보며 고개를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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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3화

태자는 겉으로는 흥겹게 술을 마시는 듯했으나, 그 속이 어떠한지는 오직 자신만이 알았다.술잔을 거듭 비우다 보니, 태자 자신도 대체 얼마나 마셨는지 알 수 없었다.금영은 저도 모르게 태자를 몇 번 더 살폈다.다른 까닭은 없었다.지금 태자의 상태가 몹시 심상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마치 화산이 폭발하기 직전의 고요함 같았다.조금 더 경계해 둘 필요가 있었다.태자가 서 황후처럼 음험하고 독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한번 눈이 돌아가면 그 또한 성한 인간은 아니었다.그러나 금영은 이내 생각을 달리했다.황제가 버티고 있는 이상, 태자가 큰 풍랑을 일으키기는 어려울 터였다.연회가 절반쯤 지났을 무렵, 황제는 진국공을 따로 만나러 갔다.금영도 그 틈을 타 심연희를 만났다.“마마, 전에 사람을 보내 전하신 일은 모두 처리해 두었사옵니다.”심연희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일 처리만큼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금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수고가 많으셨습니다.”“제 지아비도 저희는 한 식구이니, 마마께서 이리 예를 차리실 필요가 없다고 하였사옵니다.”심연희가 말을 이었다.금영은 빙긋 웃으며 물었다.“요즘 영안후부에는 별다른 일이 없습니까?”“태자비마마께서 또 몇 차례 부로 돌아오시어 물건을 적잖이 보내셨사옵니다. 제 지아비는 물론 모두 물리쳤사오나, 태자비마마께서는 무슨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자꾸만 두 분의 우애가 각별한 듯 보이게 하려 하시옵니다.”심연희는 금영이 배경원과 배명월 사이를 오해하는 일만은 원치 않았다.“그분의 성정을 모르는 이가 어디 있사옵니까? 예전에는 둘째 오라버니와 그리도 살갑게 지내더니, 이제 둘째 오라버니가 쓸모없어지자 찾아보지도 않으시고, 우연히 마주쳐도 둘째 오라버니라 부르지조차 않으시옵니다.”“이제 누가 그 진심을 믿겠사옵니까? 모두 제 이익을 꾀하는 것뿐이옵니다.”심연희가 말을 이었다.금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배명월이 어떤 짓을 하고 다니는지는 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오늘까지도 포기하지 않았을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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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4화

게다가 저 망할 태자는 아까 어째서 그 뜰에서 나온 것이란 말인가?하필 그때 태자도 황제의 시선을 알아챈 듯했다.태자가 입을 열었다.“소자는 방금 뜰의 서문으로 들어와 가로질러 왔사옵니다. 이곳에서 아바마마를 뵙게 될 줄은 몰랐사옵니다.”금영은 태자가 차라리 해명하지 않았으면 나았겠다고 생각했다.괜히 입을 열어 도둑이 제 발 저린 듯한 꼴이 되어 버렸다.그러나 황제의 표정은 뜻밖에도 지극히 평온했다. 태자의 말을 믿은 듯했다.황제는 태자를 한 번 바라보더니 담담히 말했다.“원비마마께 문안드리지 않고 무엇 하느냐.”금영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이 부자가 갑자기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한 것인가?금영은 슬며시 황제를 바라보았다.이황자는 번번이 원비마마라는 호칭을 입에 올려 태자의 속을 뒤집어 놓았지만, 황제는 한 번도 이런 식으로 말한 적이 없었다.늘 태자의 체면을 조금은 세워 주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황제가 무언가에 자극을 받아 이런 방식으로 태자에게 경고하는 것이리라.태자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원비마마.”황제가 먼저 앞으로 걸어갔다.금영도 얼른 얌전히 그 뒤를 따라 밖으로 향했다.돌아가는 마차 안에서 황제는 줄곧 금영만 바라보았다.금영은 그 시선이 영 불편해져 먼저 입을 열었다.“폐하,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그대로 말씀해 주시옵소서. 그런 눈으로 계속 신첩을 바라보지 마시옵소서.”황제는 금영을 바라보다가 문득 물었다.“너는 아직도 태자를 마음에 두고 있느냐?”금영은 황제가 이런 말을 물을 줄은 전혀 몰랐다.그녀는 결국 소리 내어 웃었다.“폐하께서는 대체 어디를 보시고 제가 아직 태자를 마음에 두고 있다고 생각하셨사옵니까?”황제는 평온한 어조로 물었다.“너는 본디 그에게 시집갈 몸이었다. 너는 목숨을 걸고 그를 구했고, 그 또한 목숨을 걸고 너를 구했다. 그 사이에 어찌 조금의 정마저 없겠느냐?”금영은 난감한 듯 이마를 문질렀다.황제의 질투가 또 발동한 모양이었다.예전에 자신을 가르치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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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5화

황제는 금영을 품 안으로 더욱 깊이 끌어안았다.이윽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금영아, 짐을 떠나지 말거라. 짐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도 말거라.”예전 황제가 금영을 억지로 궁에 들였을 때부터, 그는 금영이 자신을 마음에 두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때만 해도 그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금영이 지난 정을 잊을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 줄 생각도 있었다.하지만 함께하는 날이 길어질수록 황제는 그제야 자신이 생각만큼 너그럽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더 이상 모든 것을 품어 주는 신과도 같은 황제가 아니었다.평범한 사내가 품는 욕심이 그에게도 스며들었다.그는 금영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원했다.금영의 모든 것을 차지하고 싶었다.천하 위에 군림하던 지존은 결국 금영에게 이끌려 속세의 진창으로 내려오고 말았다.금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이 말했다.“폐하, 염려 마시옵소서. 신첩은 폐하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옵니다.”*진국공부의 혼례 잔치가 끝나고 나니 어느덧 구월 하순이었다.금영이 이 아이를 회임한 것은 정월 대보름이었다.날짜를 헤아려 보면 해산할 때는 시월 말쯤이었다.진눈깨비가 섞인 겨울비가 온 후궁을 뒤덮었다. 구월의 국화가 가지 끝에서 얼어 죽고 나니 어느새 시월이었다.그전까지만 해도 금영은 시간이 참 빨리 흐른다고 여겼다.하지만 시월에 접어들자 하루하루가 갈수록 버겁게만 느껴졌다.날마다 먹는 양을 줄여 많이 먹지 않았는데도, 구월 하순부터 배는 하루가 다르게 불러왔다.뱃속의 아이도 하루빨리 세상 밖으로 나오고 싶은 듯 갈수록 얌전히 있지 않았다.시도 때도 없이 배 속에서 요동치는 통에 금영은 잠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이른 아침, 침상에서 몸을 일으킨 금영은 몹시 지쳐 보였다.침상 가장자리에 앉아 눈을 뜨고는 있었으나 정신은 여전히 몽롱했고,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황제는 그런 금영을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금영아, 아직 졸리거든 조금 더 자거라. 서둘러 일어날 것 없다.”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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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6화

더구나 오늘 돌려보낸다 해도 현비는 내일 또 찾아올 터였다.후궁에서 지내는 이상 다른 비빈들을 아예 만나지 않고 살 수는 없었다.해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현비마마를 뵙사옵니다. 원비마마께서 안으로 드시라 하셨사옵니다.”현비가 안으로 들어왔을 때, 금영은 다탁 곁에 앉아 있었다.금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맞으러 나가는 시늉을 했다.“현비마마, 오셨습니까.”현비는 금영이 온화한 얼굴로 맑은 목소리를 내어 마마라 부르는 모습을 보자 눈썹을 살짝 내리깔았다.입가에는 있는 듯 없는 듯한 웃음이 번졌다.이윽고 현비가 웃으며 말했다.“원비, 어서 앉게. 이리 예를 차릴 것 없네. 회임 중이지 않은가. 원비가 몸소 맞으러 나오기라도 하면 도리어 본궁이 몸 둘 바를 모르겠네.”금영은 그 말을 듣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그녀는 눈앞의 현비를 가만히 살펴보았다.현비의 몸에는 글을 가까이한 이에게서만 느껴지는 단아한 기품이 배어 있었다.맑고 온화한 분위기를 지닌 여인이었다.서 황후처럼 귀기가 사람을 압도하거나 지나칠 만큼 현숙한 티를 내지는 않았으나, 용모와 기품만 보아도 예법과 학문에 밝은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서 황후가 갇힌 뒤 황제가 후궁을 다스릴 권한을 잠시 현비에게 맡긴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게다가 요즘 현비의 안색은 무척 좋아 보였다.서 황후가 궁지에 몰린 일로 금영이 묵은 울분을 풀었다면, 실제로 가장 큰 이득을 얻은 이는 현비였다.“요즘 원비는 별고 없었는가?”현비가 웃으며 물었다.금영은 고개를 끄덕였다.“현비마마께서 염려해 주신 덕분에 모두 평안합니다.”현비가 웃으며 말했다.“원비는 몸은 여전히 가녀린데 배는 날로 불러오는구먼. 많이 고단하지는 않은가?”현비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다른 것은 몰라도 튼살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게.”금영은 현비가 먼저 이런 일을 일러 줄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현비가 가볍게 웃었다.“조심만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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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7화

“마마, 현비마마께서 보내신 이 난옥지라는 것에 혹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겠사옵니까?”해수가 물었다.금영이 대답했다.“사람을 시켜 알아보거라.”금영은 현비가 보낸 물건을 쓸 생각은 없었으나, 현비가 무슨 속셈으로 이를 보냈는지는 알고 싶었다.마침 이 원사가 금영의 맥을 살피러 왔다.해수는 난옥지가 든 합을 이 원사에게 건넸다.“이 원사, 이 물건에 혹 이상한 점이 있사옵니까?”이 원사는 물건을 한번 살펴보더니 웃으며 말했다.“난옥지라 하여 궁에서 흔히 쓰는 물건이오. 궁 안의 많은 이들이 얼굴에 바르기도 하지. 이 한 합도…”그는 난옥지의 냄새를 맡아 본 뒤 다시 웃었다.“별다른 이상은 없소.”“회임한 여인이 써도 괜찮사옵니까?”해수가 다시 물었다.이 원사는 고개를 끄덕였다.“익모초를 개어 만든 것이니 회임한 여인도 써도 되오.”익모초는 태를 안정시키고 심신을 편안하게 하는 효험이 있는 약재였다.이 원사가 돌아간 뒤, 해수가 말했다.“마마, 이 원사께서도 아무 문제가 없다 하셨으니 현비마마께서 정말 호의를 베푸신 것일까요?”그러나 금영은 쉽게 단정하지 않았다.“그렇다고 볼 수만은 없지.”현비는 아무런 이득도 없이 먼저 나설 사람이 아니었다.굳이 소녕전까지 찾아와 난옥지를 건넨 까닭이 고작 금영의 배에 튼살이 남지 않게 하려는 것뿐일까.그 시각, 현비는 춘로를 데리고 수강궁으로 향하고 있었다.춘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노비가 보기에는 원비마마의 경계심이 무척 강한 듯하옵니다. 마마께서 보내신 물건을 쓰지 않으실 수도 있사옵니다.”현비는 온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쓰든 쓰지 않든 상관없다. 궁에 그런 물건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본궁을 믿지 못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구해 써 볼 것이다.”현비는 계속해서 말했다.“원비는 아직 그리 빨리 총애를 잃어서는 아니 된다. 원비가 총애를 잃으면 누가 본궁을 대신해 그 여인을 상대하겠느냐?”그 말을 마친 현비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아직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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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8화

황제나 다른 누군가가 지금 이 모습을 보았다면, 서 황후가 진심으로 예불을 올리는 자비롭고 현숙한 여인이라 여겼을 것이다.환옥이 안으로 들어와 아뢰었다.“마마, 오늘 영안후부의 심연희가 입궁하여 소녕전의 그분께 사람 둘을 보냈사옵니다.”서 황후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산파를 보냈겠지?”“그러하옵니다. 원비의 환심을 사려고 심가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산파까지 데려왔다 하옵니다.”환옥이 말을 이었다.“다른 하나는 누구더냐?”서 황후가 물었다.“열다섯이나 열여섯쯤 되어 보이는 궁비이옵니다. 원비마마께서도 그다지 중히 여기지 않으시는 듯하였고, 뜰을 쓸고 닦는 일을 맡겼다 하옵니다. 이름조차 내려 주지 않으셨다고 하옵니다.”서 황후가 말했다.“영안후부도 원비를 온전히 믿는 것은 아닌 모양이구나. 산파를 보낸 것도 모자라 궁비 하나를 더 들여보냈으니, 원비를 감시하려는 뜻도 있겠지?”지금도 영안후는 배정후였다.그러나 눈치 빠른 자들은 영안후부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사람이 이미 배경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황제는 배정후의 후작 자리만은 그대로 두었으나, 그를 없는 사람처럼 취급했다.도리어 배경원을 여러 방면으로 중용하고 있었다.서 황후는 뒤늦게 남매가 된 배경원과 금영 사이에 진정한 우애가 있을 리 없다고 여겼다.두 사람이 서로를 경계하고 있으리라 단정했다.서 황후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배명월, 그 쓸모없는 것이 과연 배경원을 제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배명월이 정말 배경원을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후궁에서 조정의 뒷배를 잃은 배금영 그 천한 계집은 한 발짝도 내딛기 어려울 터였다.황제가 조회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소녕전에 낯선 강 상궁이 있는 것을 보았다.금영이 설명했다.“폐하, 신첩의 산월이 가까워 오니 마음이 좀처럼 놓이지 않사옵니다. 궁에 가장 솜씨 좋은 산파와 태의들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심연희에게 부탁하여 산파를 한 사람 더 구해 달라 하였사옵니다.”금영은 황제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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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9화

금영은 그 말을 듣고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황제를 바라보며 일부러 언짢은 듯 말했다.“폐하께서는 공주를 원하지 않으시는 것이옵니까? 신첩은 공주를 낳는 것도 무척 좋다고 생각하옵니다.”황제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공주를 낳는 것도 물론 좋지.”그는 곧이어 말했다.“하지만 네가 이리도 응석이 많은데, 똑같이 응석 많은 아이까지 낳으면 훗날 짐이 늙었을 때 누가 너희 둘을 지켜 주겠느냐?”금영은 황제가 벌써 그토록 먼 훗날까지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황제가 다시 말을 이었다.“황자를 낳으면 왕으로 봉하고 봉지를 내려 주마. 훗날 짐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그 아이가 너를 데리고 봉지에서 살도록 할 것이다.”황제 역시 굳이 그토록 먼 훗날까지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하지만 그는 금영보다 열몇 살이나 많았다.언젠가는 자신이 금영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터였다.그러니 금영의 앞날을 미리 빈틈없이 마련해 두어야 했다.금영은 눈가를 촉촉이 적신 채 몹시 감동한 듯 황제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왕으로 봉하고 봉지를 내려 준다고?자신이 정말 황자를 낳는다면 원하는 것은 고작 그런 것이 아니었다.그녀가 탐욕스러운 까닭은 아니었다.지난 생에 서 황후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던 어린 금영조차 용납하지 않았다.그런 서 황후가 훗날 태후가 된다면 어찌 금영을 살려 두겠는가.금영은 잊지 않았다.지난 생에 새 황제가 즉위한 뒤, 서 황후가 태후가 되어 내린 첫 교지는 자식 없는 후궁의 비빈들을 모조리 순장시키라는 것이었다.현비를 제외하고 후궁의 비빈 가운데 살아남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날이 어두워진 뒤, 황제는 금영과 함께 침상에 들려 했다.그때 갑자기 밖에서 태감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폐하! 큰일이옵니다!”손복안이 호통쳤다.“무슨 일로 이리 고함을 지르는 것이냐?”태감이 허둥지둥 아뢰었다.“폐하! 이황자 전하께서 오늘 성 밖으로 눈 구경을 나가셨다가 자객의 습격을 받으셨사옵니다. 얼어붙은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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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0화

해수가 다급히 외치자 손탁이 곧바로 대답했다.“강 상궁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사옵니다.”해수는 이미 금영을 부축해 현청전 내전의 침상에 눕힌 뒤였다.아랫배에서 시작된 통증이 사지와 온몸의 뼈마디로 번져 갔다.그런 와중에도 손탁의 말이 귀에 들어오자 금영은 참지 못하고 싸늘한 웃음을 흘렸다.그럴 줄 알았다.역시 그럴 줄 알았어!이황자가 습격을 당하고, 황제가 그를 찾으러 궁을 나선 데 이어 소녕전 근처에서 불까지 났다.이 모든 일이 우연일 리 없었다.분명 누군가가 이 틈을 타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이었다.이제는 영안후부에서 따로 보내온 산파마저 기이하게 자취를 감추었다.손탁이 서둘러 말을 이었다.“하오나 마마께서는 너무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강 상궁은 보이지 않지만 궁 안에는 다른 산파들도 있사옵니다. 폐하께서 일찍이 마마를 위해 마련해 두신 이들이옵니다.”해수는 금영을 바라보았다.그녀는 금영이 궁에서 준비한 자들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황제가 마련한 사람들이라 한들 무엇이 다르겠는가.황제가 직접 사람을 골랐을 리는 없었다.결국 아랫사람들에게 명하여 일을 처리하게 했을 터였다.금영은 황제가 자신을 진심으로 아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황제까지 온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황제보다 자신을 믿는 편이 나았다.금영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산파는 필요 없다. 내의원의 이 원사를 불러오너라.”이 원사는 줄곧 금영의 맥을 짚고 태를 돌봐 온 사람이었다.금영은 그만큼은 믿을 수 있었다.그러나 이 원사조차 금영의 바람대로 순순히 불려 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아니나 다를까.손탁은 금세 돌아왔다.그는 내전 안에 서서 이마의 땀을 닦으며 숨을 몰아쉬었다.“마마, 이 원사께서는 일각 전에 궁을 나가셨사옵니다.”“이황자 전하를 찾았는데 상황이 위중하다 하여 급히 가셨다고 하옵니다.”“다만 내의원의 손 원판과 왕 원판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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