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자는 겉으로는 흥겹게 술을 마시는 듯했으나, 그 속이 어떠한지는 오직 자신만이 알았다.술잔을 거듭 비우다 보니, 태자 자신도 대체 얼마나 마셨는지 알 수 없었다.금영은 저도 모르게 태자를 몇 번 더 살폈다.다른 까닭은 없었다.지금 태자의 상태가 몹시 심상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마치 화산이 폭발하기 직전의 고요함 같았다.조금 더 경계해 둘 필요가 있었다.태자가 서 황후처럼 음험하고 독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한번 눈이 돌아가면 그 또한 성한 인간은 아니었다.그러나 금영은 이내 생각을 달리했다.황제가 버티고 있는 이상, 태자가 큰 풍랑을 일으키기는 어려울 터였다.연회가 절반쯤 지났을 무렵, 황제는 진국공을 따로 만나러 갔다.금영도 그 틈을 타 심연희를 만났다.“마마, 전에 사람을 보내 전하신 일은 모두 처리해 두었사옵니다.”심연희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일 처리만큼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금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수고가 많으셨습니다.”“제 지아비도 저희는 한 식구이니, 마마께서 이리 예를 차리실 필요가 없다고 하였사옵니다.”심연희가 말을 이었다.금영은 빙긋 웃으며 물었다.“요즘 영안후부에는 별다른 일이 없습니까?”“태자비마마께서 또 몇 차례 부로 돌아오시어 물건을 적잖이 보내셨사옵니다. 제 지아비는 물론 모두 물리쳤사오나, 태자비마마께서는 무슨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자꾸만 두 분의 우애가 각별한 듯 보이게 하려 하시옵니다.”심연희는 금영이 배경원과 배명월 사이를 오해하는 일만은 원치 않았다.“그분의 성정을 모르는 이가 어디 있사옵니까? 예전에는 둘째 오라버니와 그리도 살갑게 지내더니, 이제 둘째 오라버니가 쓸모없어지자 찾아보지도 않으시고, 우연히 마주쳐도 둘째 오라버니라 부르지조차 않으시옵니다.”“이제 누가 그 진심을 믿겠사옵니까? 모두 제 이익을 꾀하는 것뿐이옵니다.”심연희가 말을 이었다.금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배명월이 어떤 짓을 하고 다니는지는 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오늘까지도 포기하지 않았을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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