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771 - Chapter 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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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1화

황제는 전각 밖에 모여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명했다.“모두 들어오라.”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왔으나, 눈에 들어온 것은 황제의 품에 안긴 아이뿐이었다.금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현비가 근심 어린 얼굴로 다급히 물었다.“폐하, 원비마마께서는 무사하시옵니까? 해산은 순조롭게 끝났사옵니까?”태자 역시 긴장한 얼굴로 황제를 바라보았다.“아바마마.”태자는 아이에게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그저 금영이 무사한지만 알고 싶었다.그러나 감히 아바마마라는 한마디밖에는 꺼내지 못했다.금영을 걱정하는 속내를 입 밖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황제의 시선이 태자에게 닿았다.오늘 태자가 어찌하여 이곳까지 찾아왔는지 황제가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기분이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황제는 굳이 태자의 행동을 문제 삼지 않고 호탕하게 웃었다.“원비가 황자를 낳았다. 짐은 더없이 기쁘다!”현비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넋을 잃은 듯 서 있었다.과거 자신이 이황자를 낳았을 때도 황제는 분명 기뻐했다.하지만 지금처럼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 가득 드러낸 적은 없었다.여비 역시 멍하니 황제의 품에 안긴 아이를 바라보았다.여덟 달 만에 일찍 태어나 끝내 살리지 못한 자신의 아이를 떠올린 것인지도 몰랐다.사람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축하를 올렸다.“폐하, 경하드리옵니다!”황제는 현비를 바라보았다.조금 전보다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일어나게. 오늘 이황자에게 변고가 생겼는데도 이곳에 남아 금영을 지켜 주었으니 수고가 많았네.”그러나 현비는 일어나지 않았다.그녀는 황제를 올려다보며 말했다.“폐하, 이황자도 폐하의 아들이고 원비마마께서 낳으신 아기 황자도 폐하의 아이이옵니다.”“신첩이 궁에 남아 아무리 애를 태운들 이황자에게 아무런 보탬도 되지 못하옵니다.”현비가 진심 어린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폐하께서 이황자를 지키러 가셨으니, 신첩은 폐하를 대신하여 아기 황자를 지키는 것이 마땅하옵니다.”황제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어찌 아직도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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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이는 황제에게도 더없이 큰 경사였다.황제는 현비를 만류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좋네. 그리하게.”*서 황후는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채 소식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이전이 밖에서 황급히 달려 들어왔을 때, 서 황후는 탁자 곁에 앉아 손가락으로 염주를 천천히 굴리고 있었다.그녀의 손길이 순간 멈추었다.서 황후가 고개를 들어 이전을 바라보았다.“좋은 소식이라도 온 것이냐?”좋은 소식이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서 황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가라앉았다.이전은 속으로 긴장하면서도 억지로 입을 열었다.“현비마마께서 사람을 보내 황후마마를 뵙기를 청하셨사옵니다.”사실 밖에서 기다리는 자는 경사를 알리러 왔다고 했다.서 황후 역시 좋은 소식이냐고 물었지만, 이전은 감히 경사라는 말을 제 입으로 꺼낼 수 없었다.괜히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화가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 뻔했다.“들라 하여라.”서 황후가 담담히 분부했다.잠시 후 안으로 들어온 궁인이 먼저 공손히 예를 올린 뒤 아뢰었다.“소인은 명을 받들어 황후마마께 경사를 아뢰러 왔사옵니다. 원비마마께서 황자를 낳으셨으며, 모자 모두 평안하시옵니다.”서 황후는 궁인을 바라보다가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었다.“부처님의 보살핌이로구나. 참으로 크나큰 경사다.”그녀가 안도한 듯 말을 이었다.“다행이구나. 참으로 다행이야. 금영과 황자가 모두 무사하다니, 이제야 본궁도 마음을 놓을 수 있겠구나.”경사를 전하러 온 궁인이 물러난 직후, 조씨도 다급히 밖에서 돌아왔다.전각 안으로 들어선 조씨는 서 황후가 굳은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손에서 끊임없이 굴리던 염주도 어느새 멈추어 있었다.조씨는 단번에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마마, 노비가 돌아오는 길에 경춘궁 사람과 마주쳤사옵니다. 혹시 이미 모두 들으신 것이옵니까?”서 황후가 차갑게 대답했다.“경사를 알리러 왔더구나.”그녀의 입가에 싸늘한 냉소가 걸렸다.“원비가 폐하께 황자 하나를 안겨 드렸다는구나.”겉으로는 아직 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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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태자는 그 일을 입에 올리면서도 여전히 근심을 떨치지 못한 기색이었다.그 모습을 보면 금영에게 아무 일도 생기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랐던 듯했다.“하지만 어마마마, 이제는 안심하시옵소서. 금영이 무사히 황자를 낳았고, 아바마마께서도 크게 기뻐하셨사옵니다. 소자가 입궁한 일도 따로 꾸짖지 않으셨사옵니다.”거기까지 말한 태자의 목소리에는 어느새 웃음기가 배어 있었다.그러나 서 황후의 낯빛이 좀처럼 풀리지 않자, 태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래듯 말했다.“어마마마, 모두 소자의 잘못이옵니다. 괜한 걱정을 끼쳐 드렸으니 이제 그만 노여움을 푸시옵소서.”“오늘은 궁에 경사가 생긴 날이니 어마마마께서도 조금은 기뻐해 주시옵소서.”차라리 태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나았을 것이다.그가 말을 이을수록 서 황후는 더욱 세게 이를 악물었다.어느새 입안에는 비릿한 피 맛까지 번지고 있었다.얼굴에 드러나는 감정을 태연하게 감추는 것조차 버거울 지경이었다.그러나 태자를 탓할 수도 없었다.서 황후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 악독한 속내를 태자에게 들킨 적이 없었다.태자에게 서 황후는 언제나 어질고 온화한 황후였다.그토록 현숙한 황후라면 후궁에서 새로운 황자가 태어난 일을 당연히 기뻐해야 했다.서 황후는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미소를 지었다.“되었다. 본궁은 화가 나지 않았다.”“조금 전에는 그저 손이 미끄러져 염주를 떨어뜨렸을 뿐이다. 대체 무슨 말을 그리 하는 것이냐?”서 황후가 웃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이 말이 밖으로 퍼지기라도 하면, 사람들이 본궁이 이번 경사를 기뻐하지 않는다고 오해하지 않겠느냐.”태자가 웃음을 흘렸다.“후궁에서 어마마마의 어질고 현숙하심을 모르는 이가 어디 있겠사옵니까. 감히 누가 어마마마를 오해하겠사옵니까.”서 황후가 정말로 화를 낸 것은 아닌 듯하자 태자도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되었다, 태자야. 너도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을 터이니 편전에 가서 잠시 쉬거라. 조금 있으면 조회에도 들어야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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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태자는 모든 일을 정리한 뒤 자리를 떠나려 했다.배명월은 여전히 태자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태자는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이제 놓으라는 뜻을 내비쳤다.배명월이 고개를 들어 태자를 바라보았다.그 눈에는 절망이 가득했다.그러나 태자는 웃으며 말했다.“되었다, 명월아. 오늘 네가 제법 잘 처신한 것은 알고 있다. 훗날 따로 상을 내리마.”말을 마친 태자는 배명월의 손을 힘주어 떼어 낸 뒤 성큼성큼 밖으로 향했다.배명월은 몸을 돌려 멀어지는 태자를 바라보며 머뭇거리는 목소리로 불렀다.“전하!”태자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그는 배명월을 향해 한 번 웃어 보인 뒤 다시 큰 걸음으로 밖을 나섰다.그때 서 황후가 나직하고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명월아, 왜 그러느냐? 서봉전에 남아 본궁과 함께 있는 것이 그리도 싫으냐?”배명월의 몸이 완전히 굳어 버렸다.그녀는 힘겹게 몸을 돌려 서 황후를 바라보았다.“어마마마.”배명월의 목소리는 불안으로 가늘게 떨렸다.서 황후가 배명월을 향해 손짓했다.“이리 가까이 오너라.”배명월의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금방이라도 눈물방울이 떨어질 듯했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억지로 참아 냈다.울 수 없었다.황후가 여인의 눈물을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눈물을 보인다 한들 서 황후의 연민을 얻을 수는 없었다.도리어 그녀를 더욱 모질게 만들 뿐이었다.예전의 배명월은 눈물로 사람의 동정을 사는 데 익숙했다.그러나 지금은 정말 울고 싶으면서도 감히 울지 못했다.*해수와 복령은 금영의 몸을 모두 닦아 낸 뒤 용상 위의 이부자리까지 깨끗한 것으로 갈아 놓았다.금영은 침상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사실 그녀는 몹시 지쳐 있었다.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것만으로도 피곤할 터인데, 온밤을 고통 속에서 아이까지 낳았다.온몸에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기운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그런데도 정신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또렷했다.해수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마마,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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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눈앞의 아이는 금영에게 낯설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존재로 다가왔다.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기묘한 감정이었다.두 번의 삶을 살아오는 동안 단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마음이었다.금영은 아기 황자가 조그맣게 움켜쥔 손가락을 살며시 건드리며 황제에게 물었다.“어디가 신첩을 닮았사옵니까?”사실 갓 태어난 아이의 얼굴만 보고 누구를 닮았는지 알아보기란 쉽지 않았다.황제가 미소를 머금고 대답했다.“너처럼 곱고 예쁘구나.”금영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그러나 이내 곱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폐하, 사내아이이지 않사옵니까. 예쁜 것도 좋지만, 신첩은 이 아이가 훗날 폐하처럼 준수하고 늠름하게 자랐으면 하옵니다.”금영은 다시 황제를 바라보며 물었다.“폐하, 우리 아이에게는 아직 이름이 없사옵니다.”황제는 품에 안긴 아이를 내려다보며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금영아, 소염이라는 이름은 어떠하냐?”그 말을 들은 금영은 황제가 오래전부터 깊이 생각해 둔 이름임을 알아차렸다.금영이 웃으며 대답했다.“폐하께서 좋다 여기신 이름이니 당연히 좋은 이름이옵니다.”금영은 다시 아기 황자의 말랑한 뺨을 살며시 건드리며 웃었다.“염아, 아바마마께서 지어 주신 이름이 마음에 드느냐?”참으로 공교로운 일이었다.작디작은 아이는 금영의 부름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천천히 두 눈을 떴다.갓 세상을 마주한 두 눈은 검고 맑았다.아이는 그렇게 눈앞의 두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금영이 환하게 웃었다.“폐하, 염아도 폐하께서 지어 주신 이름이 무척 마음에 드는 모양이옵니다.”황제도 따라 웃었다.그때 복령이 뒤편에서 다가와 나직이 아뢰었다.“폐하, 마마. 노비가 소젖을 끓여 두었사옵니다. 이제 아기 황자님께 먹일 때가 되었사옵니다.”금영은 아기 황자에게서 좀처럼 시선을 떼지 못했다.황제가 아이를 조심스럽게 안아 올려 복령의 품에 건네는 모습을 아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사실 황제는 이미 사람들에게 명을 내려 궁에 유모를 준비해 두었다.그러나 금영은 궁 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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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황제가 이토록 단호하게 나오자 금영은 그의 뜻에 따라 눈을 감았다.그러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깊이 잠들고 말았다.*금영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전각 안은 고요하기만 했다.금영이 사람을 불렀다.“밖에 누구 있느냐?”줄곧 문밖을 지키고 있던 해수는 안에서 기척이 들리자 황급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금영이 물었다.“지금이 어느 시진인가?”“진시가 되었사옵니다. 폐하께서는 아침 일찍 조회에 드셨사오니, 지금쯤 대신들과 국사를 논하고 계실 것이옵니다.”해수는 금영에게 다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주었다.이어 따뜻한 홍삼 달인 물 한 사발을 가져왔다.금영은 은수저로 가볍게 저은 뒤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금영의 안색에 생기가 도는 것을 확인한 해수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참, 마마. 강 상궁을 찾았사옵니다.”지난밤 강 상궁이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된 금영은 내관들을 보내 사람을 찾게 했다.밤새 행방을 알아내지 못했는데, 이제야 발견한 모양이었다.홍삼 달인 물을 마시던 금영의 손이 살짝 멈추었다.금영이 고개를 들어 해수를 바라보았다.“강 상궁은 어떠한가?”영안후부에서 보내온 사람이니 금영도 강 상궁에게 변고가 생기기를 바라지는 않았다.해수가 대답했다.“궁 안쪽 호숫가 근처에서 발견되었사옵니다. 찾았을 때에도 잠들어 있었다고 하옵니다.”“노비가 직접 물어보았는데, 어젯밤 마마를 따라 현청전으로 오던 중 해산 도구를 두고 온 사실이 생각나 다시 가지러 돌아갔다 하옵니다.”“소녕전에서 다시 나온 뒤부터 온몸이 몽롱하고 정신이 흐려졌으며, 길을 가던 도중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고 하옵니다.”“본인도 어찌 당한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하옵니다.”금영은 그 말을 듣고도 그리 놀라지 않았다.“알고 있었다면 살아 돌아오지도 못했을 것이다.”배후의 인물이 강 상궁의 목숨을 남겨 둔 것은 마음이 어질어서가 아니었다.강 상궁까지 죽는다면 사건이 지나치게 수상해질 터였다.도리어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 돌아와야, 해산을 앞두고 겁을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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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마마, 분명 누군가 마마의 해산을 맡을 산파에게 손을 쓰려 한 것이옵니다. 마마께서 미리 대비하여 복령을 들이지 않으셨다면 지금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알 수 없사옵니다.”해수는 지난밤의 일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서늘해졌다.금영이 담담히 말했다.“다른 증거도 없이 영안후부에서 보내온 사람 하나를 붙잡아 둔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아무리 말해 보아도 누가 서봉전에 계신 그분이 본궁을 해치려 했다고 증명할 수 있겠는가?”금영은 다시 분부했다.“강 상궁은 궁 밖으로 내보내게. 자네가 나갈 때 복령에게 들어오라고 전하게.”얼마 지나지 않아 복령이 아기 황자를 품에 안고 들어왔다.복령은 나이가 어렸지만 아이를 안는 손길만큼은 무척 능숙했다.“마마, 아기 황자님께서는 방금 소젖을 드시고 잠드셨사옵니다.”복령은 금영의 곁으로 다가가 아기 황자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금영은 한동안 아이를 바라보다가 복령에게 말했다.“복령, 지난밤에는 참으로 고마웠네. 자네도 고생이 많았어.”복령은 황제의 총애를 받는 궁비가 자신처럼 낮은 사람에게 이토록 온화하게 대해 줄 줄은 미처 몰랐다.그녀는 황급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마마, 당치도 않사옵니다. 노비가 몸 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마마를 모실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몇 생을 닦아야 얻을 수 있을지 모를 큰 복이옵니다.”금영이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이제 아이도 무사히 태어났으니 원하는 상이 있는가?”“본궁이 들어줄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허락하겠네.”그 말을 들은 복령은 금영을 바라보며 한참이나 망설였다.그러다 겨우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마마, 노비가 감히 한 가지 청을 드려도 되겠사옵니까?”복령은 다시 한번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부디 노비가 궁에 남아 마마를 모실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시옵소서.”“마마께서 처음 노비를 입궁시키신 것은 아기 황자님의 해산을 돕게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이제 아기 황자님께서 무사히 태어나셨으니, 본래대로라면 노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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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복령은 금영을 향해 깊이 머리를 조아렸다.“마마, 노비는 절대로 마마께 폐를 끼치지 않겠사옵니다. 부디 노비가 궁에 남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옵소서.”금영은 복령을 바라보며 말했다.“남고 싶다면 남아도 좋네. 다만 본궁에게 한 가지 약속해야 할 것이 있네.”복령이 다급히 대답했다.“마마께서 무엇을 시키시든 노비는 기꺼이 따르겠사옵니다.”금영이 낮고 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을 몰래 캐고 다니지 않겠다고 약속하게.”금영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덧붙였다.“본궁이 사람을 시켜 알아볼 것이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자네가 제멋대로 판단하여 혼자 움직여서는 아니 되네.”멀쩡하던 사람이 궁을 나선 직후 자취를 감추었다.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한 구석이 있었다.아마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진실도 그리 좋지는 않을 터였다.그러니 미리 단단히 일러 둘 필요가 있었다.금영은 정색한 채 복령을 바라보았다.“그 약속을 지킬 수 있다면 궁에 남게.”복령이 곧바로 입을 열려 하자 금영이 먼저 당부했다.“충분히 생각한 뒤 대답하게.”복령은 진지한 눈으로 금영을 바라보았다.이윽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노비는 모두 마마의 뜻을 따르겠사옵니다.”복령은 다시 금영에게 머리를 조아렸다.“노비는 그저 답을 알고 싶을 뿐이옵니다. 끝내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한다 해도 한결같이 마마께 충성을 다하겠사옵니다.”“이번에 마마께서 사람을 보내 노비를 찾아 입궁시키지 않으셨다면, 노비와 어머니는 지금까지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옵니다.”사실 궁 밖에서의 삶도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복령과 어머니에게는 그들을 지켜 줄 지아비도, 부친도 없었다.두 사람은 산파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 나갔다.평범하고 가난한 집안의 해산을 도울 때는 품삯이 얼마 되지 않아 생활이 궁핍할 뿐, 크게 위험한 일은 없었다.하지만 부귀한 집안에 불려 갈 때마다 늘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었다.언제 어떤 일에 휘말려 감당하지 못할 화를 입게 될지 알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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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해수가 고개를 끄덕였다.“마마의 말씀이 옳사옵니다.”금영이 곧바로 분부했다.“공 상궁을 보내 이 일을 알아보게 하게.”*서봉전.서 황후는 지난밤 내내 한숨도 자지 못했다.눈가에는 짙은 그늘이 내려앉았고,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은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수척했다.서 황후가 잠들지 않았으니 배명월 역시 쉴 수 없었다.배명월은 여전히 전각 안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숯불을 넉넉히 피워 두었지만, 한겨울의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까지 막아 주지는 못했다.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배명월의 마음속에서는 증오가 소리 없이 자라났다.급기야 악독한 생각까지 떠올랐다.‘배금영, 그 천한 계집은 수단도 좋지 않은가. 황제의 총애까지 얻었으면서 어찌 황후를 죽일 방법은 생각하지 못하는 거야?’황후만 죽는다면 자신이 어찌 이토록 사람답지 못한 고통을 겪겠는가.배명월의 가슴속은 온통 원망으로 가득했다.서 황후도 미웠고 금영도 미웠다.하지만 서 황후와 금영은 모두 배명월이 감히 맞설 수 없을 만큼 높은 자리에 있었다.쏟아 낼 곳조차 없는 증오는 오롯이 배명월 자신을 집어삼킬 뿐이었다.마치 전생에 금영이 귀신으로 떠돌았던 삼 년처럼.금영도 원망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그 누구보다 뼈에 사무치도록 원망했다.그러나 귀신이 되었다고 해서 무엇이든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자신을 해치고 저버린 자들의 앞에 나타나, 어찌 그럴 수 있었느냐고 따져 묻는 일조차 하지 못했다.배명월은 금영처럼 귀신이 된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그녀가 처한 삶도 귀신으로 떠돌던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그때 환옥이 밖에서 들어왔다.전각 안에 감도는 싸늘한 기운을 알아차린 환옥은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늦추었다.서 황후가 고개를 들어 환옥을 바라보았다.지금 서 황후는 서봉전에 갇혀 바깥출입을 할 수 없었다.그러니 후궁에서 일어나는 온갖 소식은 모두 환옥을 통해 전해 들을 수밖에 없었다.서 황후가 물었다.“무슨 일이냐?”환옥은 입술을 달싹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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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황제는 대신들과 국사를 논한 뒤 현청전으로 돌아가 금영을 살펴볼 생각이었다.금영 혼자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때에도 황제는 기꺼이 그녀의 곁을 지켰다.이제는 두 사람 사이에 아이까지 생겼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그러나 현청전에 채 이르기도 전에 태후가 보낸 사람이 황제의 앞을 막아섰다.손 상궁은 황제에게 공손히 예를 올린 뒤 아뢰었다.“폐하, 태후마마께서 폐하를 모셔 오라 하셨사옵니다.”황제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 보니 짐이 어마마마께 직접 경사를 알려 드려야겠구나.”그렇게 황제는 먼저 수강궁으로 향했다.황제가 도착했을 때 태후는 이미 한참 전부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기척을 듣고 고개를 든 태후는 얼굴 가득 웃음을 띠고 들어오는 황제를 보았다.평소 눈썹과 눈매에 서려 있던 냉엄한 기운은 온데간데없었다.태후는 그런 황제의 모습에 잠시 넋을 잃었다.황자로 태어나 오늘날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가 이토록 기쁨을 숨기지 못하고 환하게 웃는 모습은 좀처럼 본 적이 없었다.태후의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황제께서 오셨군요.”황제가 웃으며 말했다.“어마마마, 지난밤 금영이 짐에게 아기 황자를 낳아 주었사옵니다.”태후는 황제를 흘끗 바라보며 나무라듯 말했다.“기쁘신 줄은 압니다만, 너무 기뻐하시는 것 아닙니까?”황제는 태후가 그런 말을 할 줄 몰랐던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어찌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사옵니까?”황제의 기색이 불편해지자 태후가 웃으며 달랬다.“기뻐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궁에 새로운 황자가 태어났으니 본궁도 진심으로 기쁩니다.”태후는 말을 마치고 손 상궁을 바라보았다.“손 상궁.”손 상궁이 준비해 둔 물건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다가왔다.태후가 손을 뻗어 그것을 집어 들었다.여러 빛깔의 보석을 정교하게 박아 넣은 팔보영락 목걸이였다.눈부시게 화려하면서도 몹시 귀하고 정교해 보였다.“이것은 황제께서 갓 태어나셨을 때 성조 황제께서 기뻐하시며 본궁에게 하사하신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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