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761 - Chapter 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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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1화

모든 준비가 마무리되기를 기다렸다.돌아온 해수는 복령이 여전히 태연한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해수는 금영의 눈치를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마마, 저 아이를 정말 믿어도 되겠사옵니까?”금영이 해수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사람을 쓰기로 했으면 의심하지 말아야 하고, 의심이 든다면 애초에 쓰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그때 복령은 과일정과 한 알을 입에 쏙 집어넣었다. 달콤한 맛을 음미하듯 오물거리던 복령이 이내 활짝 웃었다.“해수야, 아무 걱정 하지 마.”“복령아, 잘 부탁할게.”해수는 진심 어린 눈으로 복령을 바라보았다.그러자 복령도 얼굴에 어려 있던 천진하고 느긋한 기색을 거두고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나는 어머니를 따라 한 달이면 열 명이 넘는 아이를 받아 왔어. 이미 마마의 상태도 살펴봤으니 걱정하지 마. 이번 해산에는 절대 문제가 없을 거야.”그랬다.복령은 영안후부에서 금영을 감시하라며 억지로 붙여 보낸 궁비가 아니었다.오히려 금영이 심연희에게 특별히 부탁해 찾아낸 아이였다.겉으로 드러나게 산파를 아무리 많이 궁에 들여놓는다 한들, 누군가 금영이 해산으로 쇠약해진 틈을 노려 해치려 든다면 완벽히 막아 내리라는 보장은 없었다.그래서 금영은 심연희에게 따로 당부했다.누가 보아도 산파로는 보이지 않을 사람을 찾아 궁으로 들여보내 달라고.그래야만 사람들의 눈을 속일 수 있었다.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고작 열여섯이나 열일곱쯤 되어 보이는 이 어린 궁비가 아이를 받을 줄 알 뿐만 아니라, 그 솜씨마저 여느 산파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금영이 미리 대비해 둔 덕분이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얼마나 모진 고생을 겪어야 했을지 알 수 없었다.금영은 침상에 누운 채 차분히 때를 기다렸다.금영의 상태를 꼼꼼히 살펴본 복령이 말했다.“예정보다 며칠 일찍 진통이 시작되기는 했지만, 이미 달은 다 찼사옵니다. 지금 해산하셔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너무 긴장하지 마시옵소서.”복령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조심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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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2화

한편 현청전 안에서는 금영이 밀려드는 고통을 애써 참아 내며 이따금 낮은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복령은 깨끗한 천을 금영의 입에 물려 주며 나직이 말했다.“마마, 정 괴로우시면 이 천을 물고 계시옵소서. 절대로 큰 소리를 내셔서는 아니 되옵니다.”복령이 다시 당부했다.“해산할 때는 너무 일찍 기운을 빼셔서는 안 되옵니다.”곁을 지키던 해수는 애가 타서 어쩔 줄을 몰랐다. 제자리에서 몇 번이나 빙빙 돌던 해수가 끝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럼 마마께서 이렇게 아파하시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해? 통증을 조금이라도 덜어 드릴 방법은 없는 거야?”복령이 막 대답하려던 그때였다.밖에서 내관의 우렁찬 외침이 들려왔다.“현비마마 납시오!”외전을 사이에 두고 있었지만 현비의 행차가 워낙 요란했던 탓에 금영의 귀에도 그 소리가 똑똑히 들렸다.“원비마마께 갑작스레 산기가 돌았다는 소식을 듣고 본궁이 태의와 산파를 데려왔느니라. 어서 길을 비키거라!”현비의 목소리가 전각 밖에서 울려 퍼졌다.해수는 침상에 누운 금영을 돌아보며 망설였다.금영이 입을 열었다.“나가서 살펴보게. 누구도 안으로 들이지 말게.”해수는 곧바로 명을 받들어 밖으로 나갔다.그때 현비는 손탁을 매섭게 꾸짖고 있었다.“당장 비키지 못하겠느냐! 원비마마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네놈이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으냐!”그러나 손탁은 물러서지 않았다.“원비마마께서 친히 분부하셨사옵니다. 오늘은 누구도 현청전에 들이지 말라 하셨사옵니다.”현비가 싸늘하게 말했다.“지금 폐하께서는 궁에 계시지 않고, 황후마마께서는 서봉전에서 불공을 드리느라 후궁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계신다. 본궁이 중궁의 권한을 대신 맡고 있으니, 원비와 그 뱃속의 황실 후사를 지키는 것 또한 본궁의 책임이다.”현비가 차갑게 명을 내렸다.“여봐라! 손탁을 당장 잡아라!”전각 안에서 현비의 목소리를 듣고 있던 금영은 저도 모르게 의심을 품었다.‘현비가 정말 오늘 나를 해치려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속셈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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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3화

“현비마마의 호의는 노비가 원비마마께 빠짐없이 전해 올리겠사옵니다.”해수가 공손히 대답했다.“원비가 본궁을 만나고 싶지 않다니 억지로 만나려 들지는 않겠다. 하지만 이번에는 본궁도 이대로 돌아갈 수만은 없구나.”그렇게 말한 현비는 뜻밖에도 현청전 문 앞에 그대로 서서 차분히 기다리기 시작했다.후궁에 불이 난 데 이어 금영이 해산을 앞두었다는 소식까지, 어찌 된 영문인지 날개라도 돋친 듯 순식간에 후궁 전체로 퍼져 나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불길에 잠이 깬 궁비들이 하나둘 현청전 밖으로 몰려들었다.*태자부.이 소식은 곧 태자의 귀에도 들어갔다.태자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서둘러 의복을 갈아입은 뒤 성큼성큼 밖으로 나섰다.막 대문 앞에 이르렀을 때, 뒤따라온 배명월이 그를 불러 세웠다.“전하, 어디로 가시는 것이옵니까?”태자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금영이가 오늘 아이를 낳는다는데, 아바마마께서도 궁에 안 계시니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말을 내뱉고 나서야 태자는 자신이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가 주위를 둘러보니 다행히 그곳에는 배명월 외에 믿지 못할 만한 자가 없었다.태자는 배명월을 바라보았다.서늘한 눈빛에 입을 다물라는 경고가 역력했다.그 시선을 받은 배명월은 곧바로 말을 바꾸었다.“예. 신첩도 언니가 걱정되어 그랬사옵니다.”배명월이 다소 굳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신첩과 언니는 같은 영안후부에서 자란 자매이옵니다. 이제 언니가 해산을 앞두고 있으니, 아우 된 신첩이 어찌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사옵니까.”이내 배명월은 얌전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전하, 신첩과 함께 입궁하시어 언니를 문안해 주시겠사옵니까?”태자는 배명월이 질투하거나 소란을 피우기는커녕 이처럼 분별 있게 나올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배명월이 순순히 뜻을 맞춰 주자 태자의 목소리도 한결 누그러졌다.“좋다. 내가 너와 함께 입궁하마.”배명월도 이제는 깨달았다.금영의 일로 태자와 맞서 보아야 자신에게 득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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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4화

서 황후의 눈가에는 옅은 득의가 스쳤다.마치 모든 일이 제 손안에 들어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현청전에는 진작 산기를 재촉하는 차가 준비되어 있었다.현청전뿐만이 아니었다.금영이 머물 가능성이 있는 다른 두 전각에도 똑같은 준비를 해 두었다.설령 금영이 그 차를 마시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었다.오늘 밤 안으로 금영이 아이를 낳게 할 다른 수단도 얼마든지 있었으니까.그 화재는 철옹성처럼 빈틈없던 소녕전에서 금영을 끌어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굳이 독을 써서 금영을 죽이지 않은 데에도 이유가 있었다.금영이 정말 중독된다면 그 일을 감쪽같이 덮기가 쉽지 않을 터였다.이런 식이라면 저 천한 계집이 아이를 잃게 만들면서도, 그 죄를 현비에게 뒤집어씌울 수 있었다.가히 일거양득이었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서 황후는 줄곧 어질고 현숙한 사람으로 살아왔다.다른 이를 용납하지 못할 만큼 속이 좁은 사람도 아니었다.황제가 후궁의 누구를 총애하든 상관없었다.다만 황제가 다른 여인에게서 자식을 보는 것만큼은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그것이 서 황후가 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선이었다.앞에 서 있던 환옥이 아첨하듯 말했다.“마마의 지혜를 따를 자는 그 어디에도 없사옵니다.”조씨도 곧장 말을 보탰다.“아직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어린 계집이 어찌 마마의 상대가 되겠사옵니까.”환옥이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원비마마께서는 아직 다른 태의나 산파를 부르실 뜻이 없어 보이옵니다. 설마 아무의 도움도 받지 않고 해산하실 생각은 아니시겠사옵니까?”“혼자 아이를 낳겠다고?”서 황후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한 번도 아이를 낳아 본 적 없는 어린 계집이 무슨 수로 혼자 해산한단 말이냐?”그녀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정말 혼자 해산하려 들다가 아이가 나오지 않으면, 곁에 있는 궁비도 결국 사람을 불러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누구든 현청전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되었다.산파든 태의든 상관없었다.서 황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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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5화

아이를 낳는 일이 어디 한두 시진 만에 끝나는 일이던가.진통이 더디게 진행되면 오늘 밤이 지나도록 아이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그러니 무엇보다 기운을 충분히 남겨 두어야 했다.해수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다.아이를 낳는 도중에도 음식을 먹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하지만 복령이 그리 하라 했으니, 해수는 곧바로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금영은 꿀물을 마시고 나자 확실히 전보다 기운이 덜 빠지는 듯했다.얼마쯤 더 시간이 흐르자 복령이 다급히 외쳤다.“이제 다 되었사옵니다. 곧 아이가 나오겠사옵니다.”복령은 금영을 바라보며 물었다.“마마, 전에 노비가 알려 드린 대로 어떻게 힘을 주셔야 하는지 기억하고 계시옵니까?”창백해진 금영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복령은 입궁한 뒤 남몰래 금영에게 해산할 때 힘을 주는 법과 숨을 고르는 법을 가르쳐 두었다.복령의 표정이 한층 엄숙해졌다.“그러면 마마, 노비가 말씀드리는 때에 맞추어 힘을 주시옵소서.”전각 안에서 복령은 차분히 금영의 해산을 이끌었다.곁에는 난산에 대비한 여러 도구도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혹여 이번 해산이 난산으로 이어진다 해도, 어떻게든 어미와 아이를 모두 지켜 내야 했다.*그 시각 전각 밖.태자를 이전 따위가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태자는 이미 현청전 앞까지 곧장 달려와 있었다.얼마나 급히 왔는지 이마에는 땀방울이 가득 맺혀 있었다.현비는 태자를 본 순간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태자 전하께서 어찌 이곳에 오셨사옵니까?”배명월이 곧바로 말을 받았다.“신첩은 궁에 불이 났다는 소식에 이어 언니에게 산기가 돌았다는 말까지 듣고 몹시 걱정되었사옵니다. 그래서 태자 전하께 청을 드려 함께 입궁하였사옵니다.”배명월이 다시 물었다.“언니는 지금 어떠하옵니까?”거기까지 말한 배명월은 뒤늦게 호칭을 바로잡았다.“신첩이 너무 걱정한 나머지 그만 호칭을 잘못 썼사옵니다. 원비마마께서는 지금 어떠하시옵니까?”배명월의 말과 표정만 보아서는 금영을 진심으로 걱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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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6화

태자는 거기까지 말한 뒤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런데 현비마마께서는 이황자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지금, 어찌하여 현청전 밖을 지키고 계시는 것이옵니까? 이황자가 조금도 걱정되지 않으시옵니까?”현비의 눈빛이 잠시 흐려졌다.이내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이황자는 폐하께서 지키고 계시니 무사할 것이옵니다.”현비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폐하께서는 본궁을 믿고 중궁의 일을 대신 맡기셨사옵니다. 더구나 지금은 본궁을 위하여 직접 이황자를 찾으러 나서기까지 하셨지요.”“그러니 본궁에게 아무리 큰 어려움이 닥친다 해도 끝까지 버텨 내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폐하를 대신하여 원비와 황실의 후사를 지키고, 털끝만 한 탈도 생기지 않게 해야 할 것이옵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폐하의 신임을 저버리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사옵니까?”현비의 말은 명분만 놓고 보면 더없이 번듯했다.제 아들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판국에도 애써 마음을 다잡고, 황제가 총애하는 다른 궁비와 그 뱃속의 아이를 지키겠다고 나선 것이다.누가 이 모습을 본다 해도 현비가 비할 데 없이 어질고 현숙하다며 칭송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그러나 태자에게는 현청전 안의 기척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금영은 낮은 신음조차 밖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있었다.현청전 문 앞에 선 태자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갈수록 짙어졌다.결국 참지 못한 태자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그러자 손탁이 곧바로 앞을 막아섰다.“태자 전하, 잠시 멈추시옵소서.”손탁이 공손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아뢰었다.“원비마마께서 오늘은 누구도 만나지 않겠다 분부하셨사옵니다. 더구나 지금은 전하를 뵙기 어려운 때이옵니다.”태자가 곁에 있던 배명월을 바라보았다.배명월은 얼른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안으로 한 번만 전해 주게. 본궁이 언니를 걱정하여 문안하러 왔다고 말일세.”손탁은 태자를 바라보았다가 다시 배명월에게 시선을 옮겼다.차마 그 자리에서 단번에 거절할 수는 없었던지, 결국 안으로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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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7화

“여비께서는 아이를 잃으셨는데, 이런 때에 밖에서 원비의 해산을 지켜보셔야 하니.”현비는 말을 흐리며 차마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는 듯 여비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여비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현비의 배려는 고맙사오나, 본궁은 이곳에 남겠사옵니다. 원비가 과연 무사히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 직접 지켜보아야겠사옵니다.”말을 마친 여비는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그러고는 물을 담아 안으로 나르던 이들을 향해 비웃듯 말했다.“그 물에도 누군가 독을 타 놓았을지 어찌 알겠느냐. 잠시 후 원비가 그 물을 쓰기라도 하면, 아이는 무사히 낳는다 해도 몹쓸 급병에 걸릴 수도 있지 않겠느냐.”“그러면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어미를 잃게 되겠구나.”여비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그래도 본궁은 아이 하나쯤 거두어 기를 마음이 있느니라.”문가에서 물을 기다리던 해수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여비마마, 저희 마마께서 지금 해산 중이시옵니다. 길한 말씀을 해 주시지는 못할망정 어찌 이토록 불길한 말씀을 입에 담으시옵니까?”해수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폐하께서 돌아오시면 노비가 오늘 있었던 일을 낱낱이 아뢰겠사옵니다.”여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며 비웃었다.“이 천한 계집종이 제법 기세가 등등하구나. 감히 본궁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해?”여비가 싸늘하게 불렀다.“자운.”자운은 곧장 앞으로 나서더니 내관이 막 가져온 물동이를 그대로 엎어 버렸다.해수가 재빨리 몸을 피하지 않았다면 온몸에 물을 뒤집어썼을 터였다.그 광경을 본 해수는 화가 치밀어 잠시 말조차 잇지 못했다.태자의 얼굴도 싸늘하게 굳었다.“여비마마, 소자가 마마를 웃어른으로 여기고 예를 갖추어 왔사오나, 지금 원비마마께서 해산 중이신데도 전각 밖에서 이처럼 소란을 일으키시다니요. 대체 무슨 속셈이시옵니까!”태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명했다.“신귀안, 원비마마께 드릴 물을 새로 가져오너라!”해수는 태자를 한 번 바라보았다.이번만큼은 굳이 태자의 도움을 막지 않고 공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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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8화

고운 무명천을 모두 마련하고 나자 전각 밖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마마, 물을 가져왔사옵니다!”손탁의 목소리였다.금영은 해수를 바라보며 분부했다.“물만 안으로 들여보내게. 내전과 외전 사이에 있는 다실에 내려놓게 하게.”복령이 곧바로 당부했다.“마마, 다른 일에 마음을 빼앗기시면 아니 되옵니다.”복령은 눈앞의 금영을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깊은 경복심을 품었다.복령은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수많은 여인의 해산을 도왔다.그러나 금영처럼 산고를 겪는 와중에도 이토록 침착하게 다른 일까지 처리하는 여인은 지금껏 본 적이 없었다.더구나 금영은 아직 나이도 그리 많지 않았다.사대부가의 안채에서라면 아직 어린 아씨로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였다.지금 현청전 밖에는 온갖 세력이 뒤엉켜 있었다.현비와 여비는 물론 태자까지 전각 밖을 지키고 있었다.기묘한 균형이라도 이루어진 듯, 그 뒤로는 별다른 소란이 일어나지 않았다.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고 있었기에 누구도 감히 금영을 염려한다는 명목으로 현청전에 들이닥치지 못했다.*자정이 지나 동이 틀 무렵이 되어서야 황제가 말을 달려 궁으로 돌아왔다.검푸른 준마는 검은 옷차림의 황제를 태운 채 황궁 안으로 곧장 질주했다.황제가 향한 곳은 소녕전이었다.그러나 소녕전에 채 이르기도 전에 다급히 어디론가 달려가는 궁인들이 눈에 들어왔다.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듯한 모습이었다.위명은 곧바로 말에서 뛰어내려 궁인들의 앞을 막아섰다.“무슨 일이냐?”한 궁인이 잔뜩 겁먹은 얼굴로 대답했다.“방금전에서 불이 났사온데, 이제야 겨우 불길을 잡았사옵니다.”방금전은 소녕전 바로 곁에 있는 전각이었다.황제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위명도 다급히 물었다.“원비마마께서는 어디 계시느냐?”“원비마마께서는 지금 현청전에 계시옵니다.”황제는 더 묻지도 않고 곧장 말머리를 돌렸다.준마가 현청전을 향해 쏜살같이 내달렸다.말발굽 소리가 적막한 밤을 꿰뚫으며 이어지다가 현청전 문 앞에 이르러서야 갑자기 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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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9화

다행히 황제가 내전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우렁찬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전각 밖에 모여 있던 이들도 그 맑고 힘찬 울음소리를 똑똑히 들었다.문밖에 서 있던 태자는 비로소 긴 숨을 내쉬었다.저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그러나 그 미소가 온전히 피어나기도 전에, 태자의 눈빛에는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쓰라림과 고통이 어렸다.기뻤다.금영이 마침내 무사히 아이를 낳았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그러나 가슴 한구석은 견딜 수 없이 쓰렸다.금영이 무사히 낳은 아이는 아바마마의 아이였다.그 사실이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태자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순식간에 밀려든 쓰라림이 태자의 온 마음을 집어삼켰다.한편 황제는 마침내 내전 안으로 들어섰다.복령은 아이를 품에 안고 침상 곁에서 일어나 기쁜 목소리로 외쳤다.“태어났사옵니다! 아이가 무사히 태어났사옵니다!”복령이 아이를 안고 황제에게 다가왔다.황제는 복령과 부딪칠까 차마 그대로 지나치지 못하고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그사이 해수는 재빨리 침상으로 달려가 금영의 몸을 이불로 빈틈없이 가리고 상체만 드러나게 했다.하지만 황제는 아이에게 눈길을 줄 겨를조차 없었다.곧장 복령을 돌아 침상 곁으로 다가갔다.막 해산을 마친 금영은 온몸의 기운이 모조리 빠져나간 듯했다.몸은 답답할 만큼 후끈거렸고 숨을 쉬는 것조차 힘겨웠다.그때 황제의 차가운 두 손이 금영의 손을 단단히 감싸 쥐었다.얼음처럼 서늘한 손길이 닿자 금영은 그제야 조금이나마 열기를 식힐 수 있었다.금영은 황제를 올려다보며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폐하, 드디어 돌아오셨사옵니다.”말을 마친 금영의 눈가에 금세 눈물이 차올랐다.본래 금영은 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귀신으로 떠돌던 삼 년 동안에는 울고 싶어도 눈물조차 흘릴 수 없었다.입궁한 뒤 황제 앞에서 이따금 여리고 가엾은 모습을 보였던 것도 대부분은 의도한 행동이었다.언제나 강하기만 한 여인을 좋아할 사내는 드물었다.설령 좋아한다 해도 여인이 한결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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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0화

조금 전 황제가 들어왔을 때, 금영은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 복령이 아이의 성별을 말하는 것을 어렴풋이 들은 듯했다.하지만 산통이 워낙 심한 데다 정신까지 다른 곳에 쏠려 있었던 탓에, 복령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까맣게 잊고 말았다.황제도 금영의 말을 듣고 복령을 바라보았다.복령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황자이옵니다.”그 말을 들은 금영의 얼굴에도 저도 모르게 기쁨이 번졌다.후궁에서 첫아이를 낳으면서 황자는 바라지 않고 오직 공주만을 원했다고 한다면, 그저 듣기 좋은 거짓말에 불과했다.자신을 위해서든 아이의 앞날을 위해서든, 금영은 이번 아이가 황자이기를 간절히 바랐다.공주도 물론 귀한 아이였다.하지만 한배에서 난 형제의 의지가 없다면, 황실의 공주가 평범한 집안의 아씨보다 반드시 평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리라는 보장은 없었다.금영은 여인이 반드시 사내보다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여인에게도 세상을 다스릴 재능이 있을 수 있었고, 나라를 다스려 천하를 평안하게 하지 못하리라는 법도 없었다.그러나 지금 후궁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그런 미래를 꿈꾸는 것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일이었다.황자를 낳았다는 것은 곧 황위를 다툴 자격을 얻었다는 뜻이었다.금영이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그럼에도 금영은 이내 얼굴에 번진 웃음을 거두었다.황제를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폐하, 공주가 아니옵니다.”“신첩은 폐하께서 공주를 바라셨다는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총애 받는 궁비가 황자를 낳자마자 태자의 자리를 탐내는 모습을 반길 황제는 없었다.더구나 지금은 이미 태자의 자리에 앉아 있는 이가 있었다.황제는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짐이 언제 네가 공주를 낳기를 바란다고 했느냐?”황제는 금영이 공주를 낳는다면 그 아이도 금영을 닮아 곱고 사랑스러울 것이라고 말한 적은 있었다.그 말이 금영에게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켰을 줄은 몰랐다.황제는 복령의 품에 안긴 아이를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었다.“황자라서 더욱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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