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Bab 881 - Bab 890

890 Bab

제881화

예전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하지만 불과 일 년이 지난 지금, 황후의 자리는 그대로인데 그에 걸맞은 체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황후마마, 노여움을 거두시옵소서.”조씨가 곁에서 조심스럽게 달랬다.서 황후는 가까스로 감정을 가라앉혔다.그러나 이내 얼굴에 음울한 기색을 드리우며 싸늘하게 말했다.“귀비가 되기만 하면 제 아들이 본궁의 아들과 태자 자리를 다툴 수 있을 줄 아는 모양이구나.”“꿈도 야무지지!”“본궁이 언젠가는 반드시 그 천한 계집을 없애 버리고 말 것이다.”서 황후의 눈에 짙은 원한이 서렸다.“배금영 그 천한 계집도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조씨가 곁에서 조심스럽게 일깨웠다.“하지만 황후마마, 태후마마께서 전에 당분간은 원비마마에게 너무 신경을 쏟지 말라고 하시지 않으셨사옵니까.”서 황후의 얼굴이 단숨에 차갑게 굳었다.그녀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조씨를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조씨, 너는 본궁의 사람이냐, 태후의 사람이냐?”“아니면…… 서가의 사람인 것이냐?”조씨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곧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황후마마, 노여움을 거두시옵소서!”“노비는 황후마마께 충성을 다하고 있사옵니다. 오직 황후마마 한 분께만 충성을 바치옵니다!”“조금 전에는 그저 황후마마께서 홧김에 일을 벌이셨다가 태후마마의 노여움을 사시게 될까 염려되어 그만……”조씨는 거기까지 말하고 감히 말을 잇지 못했다.서 황후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어마마마께서도 이제 연세가 드셨으니 매사 몸을 사리시는 게다.”“본궁이 태자의 등극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하나씩 모조리 치워 버리고 나면, 어마마마께서도 결국 본궁이 옳았음을 아시게 될 것이다.”*서봉전을 나온 뒤였다.황제는 조금 전까지 얼굴에 드리워져 있던 냉엄한 기색을 한결 거두고 웃음 어린 눈으로 금영을 바라보았다.“짐이 오늘은 좀 더 자라고 일러두지 않았느냐?”“그런데 그새 서봉전까지 와서 황후에게 문안을 드리고 있었구나.”금영이 생글생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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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2화

황제가 더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금영도 굳이 눈치 없이 캐묻지는 않을 생각이었다.그저 생글생글 웃으며 소녕전으로 돌아갔다.공 상궁은 직접 상의국 사람들을 데리고 와 금영의 치수를 재게 했다.금영은 예전에 예복 때문에 한 차례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그래서 공 상궁을 바라보며 따로 당부했다.“이번 예복은 서로 다른 색의 옷감으로 두 벌을 준비하게.”공 상궁은 궁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노련한 사람이었다.금영이 한마디만 해도 곧바로 그 뜻을 알아차렸다.공 상궁이 공손히 예를 올렸다.“마마, 염려하지 마시옵소서.”금영은 온화한 눈길로 공 상궁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궁 안에서 공 상궁이 이렇게 손발을 맞춰 주니 확실히 적지 않은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었다.다만 금영은 늘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공 상궁은 요즘 들어 선 태비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는 말을 더는 꺼내지 않았다.하지만 그 엄숙하고 평온한 얼굴 아래에는 언제라도 터져 나올 듯한 뜨거운 용암이 억눌려 있는 것만 같았다.*이틀 뒤.황제는 소녕전에서 금영과 함께 아침 수라를 들고 있었다.그때 밖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황후마마 납시오!”서 황후는 그대로 전각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문 앞을 지키고 있던 손복안이 앞을 막았다.“황후마마, 폐하께서 안에 계시옵니다. 소인이 곧 들어가 아뢰겠사옵니다.”손복안이 정중하게 말했다.서 황후는 걸음을 멈췄다.목소리는 온화하고 현숙했으며 일국의 국모라는 위세는 조금도 내비치지 않았다.“수고하게. 본궁은 폐하를 뵈러 온 것이네. 귀비 책봉에 관한 일로 드릴 말씀이 있어서 말일세.”애초에 서 황후가 이곳까지 찾아온 목적부터가 황제를 만나기 위해서였다.이제 다시 중궁을 다스릴 권한을 손에 쥔 데다 황제에게 직접 귀비 책봉 의식을 맡아 치르라는 허락까지 받았다.덕분에 황제를 찾아올 그럴듯한 명분도 생긴 셈이었다.사실 손복안이 굳이 안으로 들어와 알릴 필요도 없었다.금영과 황제 역시 방금 이전이 외친 소리를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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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3화

서 황후가 안으로 들어오자 가장 먼저 시선이 향한 곳은 금영이었다.금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 황후에게 예를 올렸다.“신첩이 황후마마를 뵈옵니다.”일부러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정말 우연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금영이 살짝 고개를 돌리는 순간 목덜미에 남은 붉은 흔적 하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지난밤 정을 나눈 뒤 남은 흔적이었다.붉은 매화 한 송이가 피어난 듯 선명한 자국이 서 황후의 눈을 사정없이 찔렀다.하지만 눈보다 더 아픈 곳이 어디인지는 서 황후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가슴이었다.서 황후는 그토록 황제의 사랑을 갈망했다.황제에게 시집온 지도 벌써 이십 년이었다.하지만 지난 이십 년 동안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누구보다 그녀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황제가 그녀에게 내어 준 것이라곤 황후로서의 체면뿐이었다.한 번도 마음을 주지 않았고, 사랑한 적은 더더욱 없었다.그토록 원하고 또 원했으나 끝내 얻지 못했던 것을 배금영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너무도 손쉽게 손에 넣었다.서 황후도 알고 있었다.지금 자신이 온 신경을 쏟아야 할 상대는 현비라는 것을.하지만 도저히 마음을 다스릴 수가 없었다.배금영이라는 천한 계집이 입궁해 비가 되어 자신과 태자의 체면을 짓밟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도저히 억누를 수 없는 질투와 증오가 그녀를 집어삼키고 있었다.서 황후는 한동안 그 감정에 빠진 채 금영에게 일어나라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그때까지도 황제는 손에 찻잔을 들고 있었다.황제가 찻잔을 내려놓았다.탁.맑고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자 서 황후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원비, 그만 일어나거라.”그러고는 조금 민망한 듯 황제를 바라보며 웃었다.“원비가 요즘 들어 전보다 더욱 고와진 듯하여 신첩도 모르게 잠시 넋을 놓고 보았사옵니다.”그럴듯한 변명이었다.황제도 굳이 그 일을 문제 삼지는 않았다.그저 공적인 태도로 물었다.“말해 보거라. 무슨 일이냐?”서 황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원비와 현비의 귀비 책봉 의식에 관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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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4화

“폐하?”서 황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황제를 바라보았다.황제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리 한가하거든 수강궁에 가 어마마마를 모시고 불경이나 베껴 쓰거라.”“한가하지 않다면 더더욱 제 할 일을 해야지. 여기 남아 무엇 하느냐?”황제는 조금도 숨기지 않고 서 황후와 거리를 두고 있었다.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서 황후의 얼굴에 순간 난처한 기색이 스쳤다.“신첩은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일국의 국모인 자신은 이제 폐하와 잠시 함께 있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이런데 어찌 배금영이라는 천한 계집을 눈앞에 두고 참을 수 있겠는가.그 생각에 이르자 서 황후가 싸늘한 목소리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앞으로 보름…… 그 정도면 충분하겠어.”조씨는 그런 서 황후를 바라보며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였다.무언가 충고하고 싶었지만 결국 감히 입을 열지는 못했다.*시간은 빠르게 흘렀다.눈 깜짝할 사이 보름이 지나갔다.이른 아침부터 금영은 예복으로 갈아입고 현비와 함께 봉천전으로 향했다.귀비를 책봉하는 일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황실의 큰 행사였다.대개 황후가 황제의 총애를 받고 있다면 황제가 굳이 귀비를 새로 책봉하는 일은 드물었다.그런데 이번에는 한 명도 아닌 두 명을 한꺼번에 귀비로 올렸다.다행히 책봉 의식에서는 금영이 걱정했던 일 가운데 단 하나도 벌어지지 않았다.손복안이 엄숙한 목소리로 교지를 펼쳐 들었다.먼저 현비에게 내리는 교지였다.“현비는 성품이 어질고 덕망이 높으며 근면하고 온화하다. 또한 황자를 훌륭히 길러 낸 공이 크므로 특별히 현 귀비로 책봉한다!”손복안은 교지를 곁의 내관에게 넘겼다.내관은 두 손으로 교지를 받들어 현비에게 가져갔다.현비는 무릎을 꿇은 채 공손히 예를 올리며 황제의 은혜에 감사했다.이어 손복안의 시선이 금영에게 향했다.그가 더욱 공손한 태도로 두 번째 교지를 읽었다.“배금영은 예를 알고 총명하며 마음이 맑고 선덕을 갖추었다. 복과 은덕이 오래 이어져 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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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5화

황제의 눈에는 본디 산천과 사계가 모두 담겨 있는 듯했다.그런데 지금 그 깊은 눈동자 안에는 오직 금영 한 사람만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그리고 금영만을 눈에 담고 있는 이는 또 한 사람 있었다.태자는 계단 아래에 서 있었다.그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황제가 귀비의 보관을 들어, 한때 자신의 정혼자였고 지금도 마음에 품고 있는 여인의 머리에 직접 씌워 주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하필 곁에 있던 이황자가 그런 태자의 속을 긁듯 한마디를 던졌다.“형님, 아바마마를 보십시오. 원 귀비마마를 정말 각별히 아끼시는 것 같지 않습니까?”“저희가 아들 된 도리로 아바마마를 위해 기뻐해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태자는 이황자가 일부러 자신을 도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 따위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온 신경이 금영에게만 쏠려 있었다.눈부시도록 화사하고 존귀해진 금영을 바라보자 한 가지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떠올랐다.‘그때 우리 사이에 그 많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금영이 나와 혼인했더라면, 지금 금영의 곁에 서 있는 사람은 나였을 텐데.’그때 내관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의식을 모두 마쳤사옵니다!”황제는 금영의 손을 잡아 그녀를 일으켜 세운 뒤 봉천전 아래를 바라보게 했다.그 순간.계단 아래의 신하들과 후궁의 비빈들은 이미 일제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현 귀비마마를 뵈옵니다!”“원 귀비마마를 뵈옵니다!”서 황후가 웃으며 말했다.“폐하, 책봉 의식도 모두 끝났으니 이제 두 귀비를 봉선전으로 보내 역대 선조께 제를 올리게 해야 하지 않겠사옵니까.”귀비로 책봉되었으니 황실의 선조에게 이를 고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였다.황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가 보거라.”그러고는 서 황후를 한번 바라보았다.조금 전보다 목소리가 한결 누그러져 있었다.“오늘은 수고했구나.”서 황후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폐하의 근심을 덜어 드리는 것이 신첩의 본분이옵니다.”“지난 일 년 동안 신첩은 황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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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6화

금영은 원래도 오늘의 모든 일이 너무 순조롭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런데 이곳에서 여비를 마주쳤고, 여비가 이런 말을 하니.원래부터 경계하고 있던 금영의 마음은 더욱 조심스러워졌다.금영은 여비를 바라보며 말했다.“여비의 충고에 감사드립니다. 본궁, 앞으로 더욱 몸가짐을 조심하겠습니다.”여비는 가볍게 비웃듯 콧소리를 내더니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금영의 감사 따위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듯했다.하지만 금영은 여비의 마음을 받아들였다.이런 우연 같은 일이 몇 번이나 이어지니, 금영이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알 수 있었다.여비의 날카롭고 독한 말들은 사실 자신에게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이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여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이 곤란해지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면 되었을 것이다.금영은 멀어지는 여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후궁이라는 곳도 참으로 재미있는 곳이었다.겉으로는 온화하고 어진 사람처럼 보이는 이가, 사실은 벌의 꼬리에 숨겨진 독침보다 더 날카로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겉으로는 세상일에 욕심이 없는 듯한 이가, 사실은 야심과 꾀를 모두 가지고 있었다.겉으로는 까칠하고 모질며 독해 보이는 이가, 오히려 이 궁 안에서 유일하게 선한 사람이었다.그렇다면 자신은 어떠한가.자신 역시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순수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다.그렇게 생각하니 금영은 문득 황제가 떠올랐고, 마음이 복잡해졌다.금영은 황제가 사실 참으로 힘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조정의 신하들이 모두 충심을 다하는 것도 아니거늘, 후궁 안에서 가장 가까워야 할 지밀한 사람들마저 하나같이 저마다 다른 속내를 품고 있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금영은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함과 미안함을 느꼈다.황제가 금영의 뒤에서 다가오다가 그 자리에 서 있는 금영을 보고 물었다.“어찌 이곳에 서 있느냐.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금영은 황제의 목소리를 듣고 몸을 돌려 황제를 바라보았다.황제는 검은빛 용포를 걸치고 있어 위엄이 더없이 짙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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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7화

“맹운산.”황제가 그를 불렀다.맹운산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올린 뒤 앞으로 나아갔다.“신, 여기 있사옵니다.”황제가 말했다.“이번에 그대와 맹 장군이 함께 적군을 크게 무찔렀으니 짐의 마음이 매우 기쁘구나. 원하는 것이 있느냐? 어떤 상을 내리면 좋겠느냐?”맹운산이 서둘러 답했다.“이는 신과 부친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일 뿐이옵니다. 감히 공을 내세워 상을 청할 수는 없사옵니다.”서 황후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맹 소장군께서 직접 승전보를 들고 돌아오셨으니, 폐하. 맹 소장군께서 상을 바라지 않으신다 하여도 마땅히 상을 내려야 하옵니다.”말을 마친 서 황후는 잠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맹 소장군과 원 귀비마마께서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옵니까.”“이제 원 귀비마마께서 입궁하신 지도 일 년이 되었고, 폐하를 위해 아기 황자까지 낳으셨사옵니다.”금영은 서 황후가 자신을 언급하자 순간 경계심을 품었다.역시 서 황후가 또 조용히 지낼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분명 무언가 일을 꾸미려는 것이리라.서 황후가 잠시 뜸을 들인 뒤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맹 소장군의 혼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요.”“맹 소장군께 마음에 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본궁이 직접 하사 혼인을 주선해 드릴 수도 있사옵니다.”그 말을 한 서 황후는 다시 황제를 바라보며 말했다.“전에 원 귀비마마께서 말씀하시기를, 하사 혼인 또한 서로의 마음이 맞아야 한다고 하셨사옵니다.”“이번에는…… 신첩도 억지로 인연을 맺어 주지는 않겠사옵니다. 먼저 맹 소장군께 여쭤보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만약 맹 소장군께서 진심으로 마음에 둔 사람이 있다면, 신첩이 두 사람의 인연을 이루어 주는 것 또한 좋은 일이 아니겠사옵니까.”황제의 깊고 무거운 시선이 맹운산에게 향했다.이번에는 서 황후의 말을 막지 않았다.그저 조용히 맹운산의 대답을 기다렸다.전각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묘하게 변했다.금영은 알고 있었다.맹운산이 과거 자신에게 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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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8화

한참이 지나서야 서 황후는 마음속에 끓어오르던 분노를 억누르고 미소를 지으며 황제를 바라보았다.“신첩은 기쁜 일 위에 또 기쁜 일이 더해지기를 바랐사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맹 소장군께서 뜻이 없으시니 신첩도 억지로 권할 수는 없사옵니다. 아무래도 다른 하사품을 생각해 보아야 할 듯하옵니다.”황제는 금영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금영은 이 순간 고개를 숙인 채 차를 마시고 있었고, 맹운산 쪽은 바라보지도 않았다. 마치 이 일이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인 듯했다.황제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복안, 짐의 경현궁을 가져오거라.”황제의 뒤에 서 있던 손복안은 그 말을 듣고 순간 조금 놀랐다.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옆에 있던 위 총령을 바라보며 말했다.“위 총령, 수고스럽겠지만 함께 도와주시겠사옵니까.”손복안과 위 총령은 경현궁을 가지러 떠났다.경현궁은 무거운 활이었다.그래서 현청전 뒤편의 정실에 보관되어 있었다.그 정실은 평소에는 아무나 드나들 수 없는 곳이었다.그 안에는 황제가 특별히 아끼는 물건들만 보관되어 있었다.정실의 탁자 위에는 목대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 한 자루의 활이 고이 받쳐져 있었다.위 총령은 저도 모르게 감탄을 흘렸다.“폐하께서도 참 아끼시는 물건을 내어 주시는군요. 예전에 변방에 계실 때 폐하께서는 이 경현궁을 가장 아끼셨사옵니다.”활은 무거웠지만 위 총령은 본래 힘이 장사인지라 들어 올리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위 총령은 경현궁을 들고 돌아와 먼저 황제 앞으로 향했다.금영은 고개를 숙여 바라보았다.그것은 검은빛을 띤 활이었다.이미 새것이라고 하기는 어려웠고, 활시위에는 화살에 여러 번 스친 흔적까지 남아 있었다.하지만 금영은 여전히 이 활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갑고도 살벌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황제는 손을 들어 조용히 활을 어루만졌다.그러고는 잠시 후 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그제야 위 총령은 그 물건을 맹운산에게 건넸다.맹운산은 경현궁을 받아 들고 순간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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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9화

금영은 맞은편에 앉아 있는 현비를 바라보았다.현비는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그 자리에 앉아 있었고, 조금도 피곤한 기색이 없어 보였다.오늘은 귀비 책봉을 축하하는 황실 연회였다.금영 역시 이 자리의 주인공 중 한 사람이었기에,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먼저 소녕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다만 중간에 적당한 핑계를 대고 잠시 나가 쉬는 것 정도는 괜찮았다.이에 금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신첩, 조금 답답하여 밖에 나가 바람을 좀 쐬고 오겠사옵니다.”황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금영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해수가 곧바로 붉은색 털옷에 달린 모자를 씌운 외투를 가져와 금영의 어깨 위에 걸쳐 주었다.그리고 조용히 말했다.“마마, 날씨가 차옵니다. 부디 감기 들지 않도록 조심하시옵소서.”말을 마친 해수는 자신도 옅은 푸른빛의 겉옷을 걸쳤다.전각 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그러자 금영의 머리를 짓누르던 약간의 어지러움도 한결 가라앉았다.조화전에는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곳이 적지 않았다.금영은 가까운 방 하나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조화전 안에서는 황실 연회가 절반쯤 진행되고 있었다.신하들도 술을 몇 잔 더 마시자 긴장이 조금 풀린 모습이었다.그때 이황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했다.현비가 못마땅한 듯 말했다.“네 아바마마 곁에서 얌전히 연회를 즐기지 않고, 어디를 가려는 것이냐?”이황자는 생각한 것을 바로 말하는 성격답게 곧바로 대답했다.“모비마마께서는 너무 편애하시는 것 아니옵니까.”“형님께서는 이미 한참 전에 자리를 비우셨는데, 어찌하여 소자에게만 그러시는 것이옵니까?”서 황후의 시선이 순간 이쪽으로 향했다.현비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더니 목소리를 낮춰 꾸짖었다.“입을 다물거라! 얌전히 앉아 있거라.”현비는 고개를 들어 태자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그리고 맞은편의 빈자리도 함께 바라보았다.자리를 비운 사람은…… 태자 전하뿐만이 아니었다.과거 금영이 아이를 낳았을 때, 현비는 이미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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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0화

황제는 사실 용빈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그저 무심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차를 마시려 했다.그런데 막 찻잔이 입술에 닿으려던 순간이었다.용빈이 이를 악문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신첩이 원 귀비마마를 보았사옵니다……”‘원 귀비마마’라는 말이 들리는 순간.황제가 차를 마시던 동작이 미세하게 멈췄다.손에 들린 찻잔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지만, 완전히 내려놓지는 않았다.찻잔은 허공에 멈춘 채였다.이내 황제의 시선이 용빈에게 향했다.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전각 안에 울렸다.“원 귀비가 어찌하였느냐?”그제야 용빈은 머뭇거리며 말했다.“신첩이…… 감히 말씀드리기가 어렵사옵니다.”서 황후는 그런 용빈의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기쁜 마음을 억누르며 물었다.“말하거라! 원 귀비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네가 말하지 않아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본궁은 결코 가볍게 넘기지 않을 것이다.”용빈이 직접 나서서 배금영 그 계집과 맹운산의 관계를 고발하려 한다니.이는 생각지도 못한 기쁜 일이었다.서 황후는 생각할수록 마음이 들떴다.이제 용빈이 입을 열기만 기다리면 되었다.용빈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신첩이 보았사옵니다……”“원 귀비마마와 태자 전하께서…… 함께 한 전각 안으로 들어가시는 것을 보았사옵니다.”“두 분께서는 그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차를 마시는 듯했사옵니다.”이 말이라니.이야기를 나누며 차를 마셨다고?누가 믿겠는가.금영이 과거 태자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변경성 안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이후 금영이 입궁하여 비가 되었을 때.사람들은 모두 놀라워했다.심지어 몰래 이런 추측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금영이 태자에 대한 옛정을 잊지 못해, 이런 방식으로 태자에게 복수하는 것이 아니냐고.물론 이런 말들은 어디까지나 뒤에서만 오갔다.감히 이 말을 황제 앞까지 가져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랬다가는 스스로 목을 내밀고 베어 달라고 청하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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