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비는 조금 뜻밖이라는 듯 금영을 바라보았다.금영이 이렇게 쉽게 물러설 줄은 미처 몰랐다.현비는 금영과 여비의 사이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틀어진 줄로만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건 현비의 착각이었다.금영은 처음부터 여비와 철천지원수가 될 생각 따위는 없었다.오히려 여비가 마음을 돌려 자신과 손을 잡아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현비는 결국 감탄하듯 한마디 했다.“금영 동생은 이리도 너그럽고 아량이 넓으니, 실로 후궁 비빈들의 본보기가 될 만하네.”황제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현비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일은 짐이 생각해 보겠네. 다른 일이 있으면 먼저 가 보게.”그 말을 들은 현비가 더 머물 이유는 없었다.곧바로 황제에게 예를 올렸다.“그럼 신첩은 먼저 물러가겠사옵니다.”그러고는 다시 금영을 향해 웃었다.“금영 동생, 다음에는 우리끼리 차나 한잔하며 이야기 나누세.”금영도 미소로 답했다.“그러시지요. 해수, 본궁을 대신해 현비마마를 배웅해 드리거라.”현비가 떠나고 방 안에는 황제와 금영 둘만 남았다.황제가 금영을 바라보며 물었다.“금영아, 여비의 일 때문에 억지로 마음 쓸 필요는 없다. 요즘 그 아이가 조금 들떠 날뛰기는 했으니, 협방전에서 조용히 근신하며 생각을 가다듬는 것도 나쁠 것 없느니라.”그 말을 듣자 금영은 알 수 있었다.황제는 처음부터 아기 황자의 일이 여비와 관련 없다는 것을 믿고 있었다.여비를 가둔 것도 결국 최근 들어 그녀의 태도가 지나치게 방자했기 때문이었다.사실 금영의 짐작도 틀리지 않았다.여비가 요즘 들어 자꾸 금영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더라면, 황제는 그녀가 궁 안에서 어떻게 굴든 애초에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금영이 말했다.“폐하, 여비마마를 이번에는 용서해 주시옵소서.”황제가 금영을 바라보았다.“아까 현비가 한 말은 마음에 둘 필요 없다.”그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너는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이 궁에서 누가 너를 불쾌하게 하든, 짐이 그자를 근신시키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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