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작산 행궁에서 금영은 자신이 이미 지아비를 둔 몸이라 말해 황제를 거의 분통 터지게 만든 적이 있었다.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상황이 달라진 지금, 자신이 바로 그 지아비가 되어 있을 줄이야.세월이 흘러 운명이 결국 정해진 자리로 두 사람을 이끌어 온 듯한 기분에 황제는 문득 묘한 감회에 젖었다.황제는 이미 옷을 모두 갖춰 입고 허리띠만 두르지 않은 상태였다.금영은 자연스럽게 다가가 황제의 허리띠를 매어 주었다.금영의 두 팔이 자신의 허리를 감싸자, 황제의 코끝으로 은은한 연꽃 향이 스며들었다.황제의 목울대가 살짝 움직였다.목소리에도 어느새 옅은 쉰 기운이 배었다.“금영아, 오늘 이렇게 일찍 일어난 것이 설마 짐을 홀리기 위해서냐?”금영의 얼굴이 단숨에 붉어졌다.별빛처럼 맑은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폐하! 어찌 늘 신첩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시옵니까!”“신첩이 언제 폐하를 홀렸다고 그러시옵니까? 분명 폐하께서 스스로 절제를 못 하신 것이면서, 어찌 신첩 탓을 하시옵니까?”말을 마친 금영은 황제를 가볍게 밀고 그 힘을 빌려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황제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금실 무늬가 놓인 검은 허리띠는 어느새 반듯하게 매어져 있었다.그런데 허리춤에는 못 보던 작은 주머니 하나가 더 달려 있었다.손이 제법 많이 간 듯 무척 정교하게 만들어진 주머니였다.황제가 눈을 내리깔며 물었다.“이것은 무엇이냐?”금영이 대답했다.“지난해 폐하의 생신을 맞아 신첩이 준비했던 선물이옵니다. 하지만 그 뒤에……”그 뒤로 이 선물을 미처 전하지 못했다.아니.어찌 잊어버렸다고 할 수 있겠는가.그날 밤, 이보다 훨씬 귀한 것을 이미 내어 주지 않았던가.그날 밤 있었던 일을 떠올린 순간, 금영의 뺨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본래도 고운 얼굴에 수줍은 기색까지 더해지니 한층 더 사랑스러워 보였다.금영의 말을 듣자 황제 역시 그날의 일을 떠올렸다.지난해 생신을 앞두고 그는 금영에게 자신이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다고 은근히 내비친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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