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861 - Chapter 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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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1화

예전에 작산 행궁에서 금영은 자신이 이미 지아비를 둔 몸이라 말해 황제를 거의 분통 터지게 만든 적이 있었다.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상황이 달라진 지금, 자신이 바로 그 지아비가 되어 있을 줄이야.세월이 흘러 운명이 결국 정해진 자리로 두 사람을 이끌어 온 듯한 기분에 황제는 문득 묘한 감회에 젖었다.황제는 이미 옷을 모두 갖춰 입고 허리띠만 두르지 않은 상태였다.금영은 자연스럽게 다가가 황제의 허리띠를 매어 주었다.금영의 두 팔이 자신의 허리를 감싸자, 황제의 코끝으로 은은한 연꽃 향이 스며들었다.황제의 목울대가 살짝 움직였다.목소리에도 어느새 옅은 쉰 기운이 배었다.“금영아, 오늘 이렇게 일찍 일어난 것이 설마 짐을 홀리기 위해서냐?”금영의 얼굴이 단숨에 붉어졌다.별빛처럼 맑은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폐하! 어찌 늘 신첩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시옵니까!”“신첩이 언제 폐하를 홀렸다고 그러시옵니까? 분명 폐하께서 스스로 절제를 못 하신 것이면서, 어찌 신첩 탓을 하시옵니까?”말을 마친 금영은 황제를 가볍게 밀고 그 힘을 빌려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황제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금실 무늬가 놓인 검은 허리띠는 어느새 반듯하게 매어져 있었다.그런데 허리춤에는 못 보던 작은 주머니 하나가 더 달려 있었다.손이 제법 많이 간 듯 무척 정교하게 만들어진 주머니였다.황제가 눈을 내리깔며 물었다.“이것은 무엇이냐?”금영이 대답했다.“지난해 폐하의 생신을 맞아 신첩이 준비했던 선물이옵니다. 하지만 그 뒤에……”그 뒤로 이 선물을 미처 전하지 못했다.아니.어찌 잊어버렸다고 할 수 있겠는가.그날 밤, 이보다 훨씬 귀한 것을 이미 내어 주지 않았던가.그날 밤 있었던 일을 떠올린 순간, 금영의 뺨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본래도 고운 얼굴에 수줍은 기색까지 더해지니 한층 더 사랑스러워 보였다.금영의 말을 듣자 황제 역시 그날의 일을 떠올렸다.지난해 생신을 앞두고 그는 금영에게 자신이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다고 은근히 내비친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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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황제는 말을 마치자 그대로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원래도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대로 소녕전에 남아 금영과 더 있다가는 정말 화병이 날 것 같았다.금영은 황제가 일부러 토라져서 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오히려 웃음까지 터뜨렸다.황제도 이제 나이가 적지 않은데 어찌 저리 마음이 급한지.젊은 사람처럼 툭하면 발끈하는 모습이 우습기까지 했다.그때 곁에 있던 복령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마마, 폐하께서 화가 나서 가신 듯한데 정말 괜찮으시옵니까?”해수가 가볍게 헛기침을 하더니 사뭇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네가 아직 뭘 모르는구나. 저게 어디 화가 난 거겠어? 부부 사이의 정다운 장난이지.”부부가 매사 서로 예의만 차리고 깍듯하게 대한다면 오히려 서먹해 보일 터였다.게다가 황제가 어떤 사람인가.자신들의 마마 앞에서 기쁨이며 노여움이며 온갖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낸다는 것은, 그만큼 황제의 마음속에서 마마가 몹시 가깝고 소중한 사람이라는 뜻이었다.이 정도 화가 난 것이 대수겠는가.해수는 제 눈으로 직접 본 적도 있었다.자신의 마마가 황제를 어찌나 화나게 했는지, 황제의 얼굴이 새파랗게 굳고 온몸에서 살기까지 뿜어져 나왔었다.그런데도 얼마 지나지 않아 마마의 눈가가 붉어지자, 황제는 결국 제왕의 위엄을 내려놓고 부드럽게 달래지 않았던가.이런 것이 부부 사이의 정취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정월 보름은 황제의 생신이기도 했다.그래서 오늘도 궁 안에서는 연회가 열릴 예정이었다.현비는 일부러 연회 장소를 매화원으로 정했다.궁 안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매화가 마침 한창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이번에 놓치면 머지않아 봄이 시작될 터라 더는 매화를 즐길 기회도 없었다.황실 연회는 한낮에 열릴 예정이었다.금영은 아기 황자를 데리고 나가 찬바람을 쐬게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더구나 아기 황자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가 악의를 품은 누군가의 눈에 띄기라도 할까 걱정되었다.그래서 평소처럼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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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배명월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내가 모를 줄 알아? 이런 일을 알고 나서 네 속이 얼마나 뒤틀렸을지 뻔해.”“하지만 그래서 어쩔 건데? 너와 태자전하는 이번 생에 절대로 다시 이어질 수 없어!”배명월이 보기에는 과거를 놓지 못한 사람이 태자뿐만은 아니었다.배금영도 마찬가지였다.‘저 천한 것이 자꾸 전하의 마음을 붙잡지만 않았어도, 전하께서 어찌 저 여자에게 이토록 미련을 두셨겠어?’배명월이 오늘 일부러 금영을 찾아온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금영에게 똑똑히 보여 주고 싶었다.자신과 태자전하의 사이는 아주 좋으며, 이제는 두 사람 사이에 아이까지 생겼다는 사실을.금영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방자하다!”“배명월! 여기가 황궁이라는 것을 잊었느냐? 감히 이런 허튼소리를 입에 올리다니.”금영은 싸늘하게 비웃었다.“누군가 자네의 이런 말을 듣기라도 한다면 본궁이야 거리낄 것이 없지만, 그때도 자네가 계속 태자비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구나.”그러고는 배명월의 뒤를 바라보며 말했다.“태자전하, 태자부 사람을 이렇게 가르치시옵니까?”“정녕 말 한마디 잘못하여 화를 부를까 두렵지도 않으시옵니까?”조금 전까지만 해도 배명월은 태자가 왔다는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하지만 금영이 또다시 자신의 뒤를 향해 말을 건네자, 끝내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바로 그 순간.얼굴이 새파랗게 굳은 태자가 그녀의 뒤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저…… 전하?”배명월의 얼굴에서 핏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어…… 어찌 이곳에 계시옵니까?”태자가 바로 뒤에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배명월은 절대로 금영을 찾아와 회임한 일을 자랑하지 않았을 것이다.태자의 얼굴에는 평소의 온화한 기색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그는 손을 들어 배명월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금영은 차가운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볼 뿐이었다.배명월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애초에 이 모든 일을 자초한 사람은 배명월 자신이 아니던가.바라는 대로 되었다고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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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금영은 배명월이 난처해하는 꼴을 보는 것이 싫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눈앞의 태자가 그저 우습게만 느껴졌다.금영은 이제 태자가 자신에게 얼마나 깊은 마음을 품고 있는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다른 여인과 아이까지 만들어 놓고서는, 한편으로는 여전히 자신만을 마음에 품고 있다는 듯 굴다니.이보다 우스운 일이 또 있을까.금영이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짓자 태자의 마음이 불안해졌다.그가 다급히 말을 이었다.“금영아, 화가 난 것이냐?”“화가 났다면 나를 때려도 좋고 욕해도 좋다. 하지만 제발 나에게 실망하지는 마.”금영은 태자에게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태자는 언제나 자기만의 생각 속에서 살고 있었다.마치 금영이 아직도 자신을 잊지 못하고 있다고 굳게 믿는 듯했다.금영은 문득 태자의 뒤쪽을 바라보며 크게 말했다.“신첩이 폐하를 뵙사옵니다!”태자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감히 뒤를 돌아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금영의 이 수법이 특별히 잘 먹혀서가 아니었다.애초에 태자 스스로 찔리는 구석이 너무 많았다.황제가 자신이 금영에게 마음을 드러내는 말을 듣기라도 할까 봐 두려운 것이다.그 틈을 타 금영은 태자의 옆을 돌아 그대로 지나쳤다.그러고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태자전하, 예전에는 본궁도 그저 전하께 따로 마음에 둔 사람이 있어 본궁과의 혼약을 버리신 것이라 생각했사옵니다.”“하지만 지금 전하께서 하시는 모습을 보니, 본궁은 전하가 참으로 박정한 분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말을 마친 금영은 그대로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태자와 배명월을 뒤에 남겨 둔 채였다.태자가 자신 때문에 배명월을 이렇게까지 짓밟는 모습을 보니 속이 시원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통쾌함과 동시에 태자를 향한 경멸도 더욱 짙어졌다.처음 배명월을 반드시 아내로 맞이하겠다 고집한 사람 역시 태자 자신이 아니었던가.그때도 태자는 배명월을 위해 금영을 이토록 처참하게 짓밟았다.사랑할 때는 사람을 하늘 끝까지 떠받들고.마음이 식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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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그 말을 하던 태후의 눈빛에는 어느새 지난 세월을 떠올리는 듯한 회한이 어려 있었다.태후는 잠시 기억을 더듬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예전에 제가 황제를 낳았을 때도 궁 안의 연회는 떠들썩했지요. 하지만 저는 냉궁에 있었답니다.”“세월이 참 빠르군요. 어느덧 제 아들도 이렇게 장성했으니 말입니다.”태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조정의 문무백관과 황실 종친, 귀족들이 모두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원래 황제는 태후에게 효성이 지극했다.황제는 곧장 태후에게 다가가 몸을 부축했다.평소 위엄이 서린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어마마마, 짐은 그저 매화원이 추워 걱정되었사옵니다. 찬바람을 맞으셨다가 두통이 다시 도질까 염려되었사옵니다.”황제는 그렇게 말하며 태후를 상석으로 부축해 갔다.그러면서도 시선은 서 황후에게 향했다.금영은 황제가 서 황후를 본 순간 얼굴빛이 눈에 띄게 싸늘해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금영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황제가 허락한 것은 명절 기간의 황실 연회에 서 황후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뿐이었다.오늘 정월 대보름 연회까지 나와도 좋다고 허락한 적은 없었다.그런데 서 황후는 오늘 모습을 드러낸 것도 모자라 태후까지 모시고 왔다.황제가 태후 앞에서는 쉽게 자신에게 화를 내지 못하리라는 계산이 분명했다.태후가 자리에 앉고 나서도 황제는 서 황후를 바로 벌하지 않았다.다만 차갑게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네가 어찌 이곳에 있느냐?”서 황후는 도움을 청하듯 태후를 바라보았다.그제야 태후가 난처한 듯 입을 열었다.“황제, 제가 사람을 보내 황후를 부른 것입니다. 저와 함께 연회에 오라고 했지요.”“황제께서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저도 황후와 함께 돌아가겠습니다.”태후의 말투는 부드러웠다.하지만 금영은 그 안에 담긴 뜻을 바로 알아차렸다.태후는 지금 황제를 압박하고 있었다.서 황후를 돌려보내려면 자신도 함께 돌려보내라는 뜻이었다.오늘이 정월 대보름인 데다 문무백관까지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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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태자가 바깥에서 들어오다가 황제가 자리를 그렇게 정한 것을 보고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금영을 바라보았다.정작 금영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여비의 곁에 앉았다.자리에 앉으면서도 웃으며 한마디 건네는 것을 잊지 않았다.“오늘은 여비마마 곁을 좀 번거롭게 해 드리겠사옵니다.”여비는 금영을 흘끗 바라보더니 여전히 듣기 좋은 말과는 거리가 먼 소리를 했다.“자네는 참 태연하군.”금영은 상석으로 올라가는 현비를 바라보았다.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태연하지 않으면 어쩌겠는가.그렇다고 올라가 현비의 머리채라도 잡아 끌어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고작 자리 하나일 뿐이었다.예전에 자신이 앉았던 자리라면 오늘 현비가 앉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무엇보다 금영은 황제와 현비 사이에 별다른 정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황제가 현비를 대하는 것도 그랬고, 현비가 황제를 대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황제가 오늘 굳이 이렇게 한 데에는 아마 다른 뜻이 있을 터였다.금영은 사람들이 모두 지켜보는 앞에서 황제가 자신을 곁에 앉히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토라질 만큼 속이 좁지 않았다.더구나 스스로 생각해도 황제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그 정도로 깊은 것은 아니었다.설령 정말 깊이 사랑한다 해도 질투 때문에 이성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이 깊은 궁 안에서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감정에 휘둘려 행동한다면 결코 오래 살아남을 수 없었다.현비가 황제의 곁에 앉자 연회석에 있던 이황자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반면 서 황후의 얼굴은 더욱 새파랗게 굳었다.금영이 황제의 곁에 앉았을 때보다 오히려 더 보기 싫은 표정이었다.금영이 총애를 받을 때만 해도 서 황후는 황제가 젊고 아름다운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겼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달랠 수 있었다.아무리 금영이 총애를 받아도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는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금영이 황자를 낳기는 했지만 아직 너무 어렸다.서 황후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그 아이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 단정하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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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경사라니?사람들은 영문을 몰라 서로 눈치만 살폈다.대체 무슨 경사란 말인가?원비마마께서 아기 황자를 낳으신 일을 말하는 것인가?하지만 그건 벌써 두 달도 더 지난 일이었다.게다가 황후가 금족된 것도 만월연에서 벌어진 일 때문이었다.황제가 그 일을 이유로 황후를 용서할 리도 없었다.모두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황제가 입을 열었다.“현비가 짐에게 이황자를 낳아 주었으니 그 공이 크다. 이제 품계를 한 단계 올려 줄 때도 되었구나.”말을 마친 황제는 현비를 바라보았다.현비가 어찌 황제의 뜻을 모르겠는가.현비는 황제를 바라보며 곧바로 말했다.“신첩은 감히 공을 내세울 수 없사옵니다.”“황자를 낳은 것이 공이라면 원비마마께도 같은 공이 있사옵니다. 폐하께서 상을 내리시려거든 먼저 원비마마께 내려 주시는 것이 마땅하옵니다.”황제는 현비의 대답이 몹시 마음에 든 듯했다.“그건 짐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구나. 이황자만 생각하느라 원비와 아기 황자를 잊고 있었어.”“그렇다면 두 사람 모두 귀비로 승품 시키도록 하겠다.”황제는 마치 대수롭지 않은 일을 말하듯 태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짐이 광록사와 태상사에 명하여 두 사람의 귀비 승품 날짜와 의식 절차를 정하게 하겠다.”하지만 곁에 서 있던 서 황후의 얼굴은 황제가 한마디를 할 때마다 점점 더 굳어졌다.폐하께서 후궁에 귀비를 두 명이나 새로 책봉하려 하고 있었다.현비와 배금영, 그 두 천한 계집을 높여 주는 일이었다.그뿐인가.이는 대놓고 자신의 체면을 짓밟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게다가 현비의 세력을 키워 서가의 세력을 누르려는 뜻까지 담겨 있었다.이대로 계속된다면 태자의 자리마저 정말 장담할 수 없었다.그런 생각이 드는데 서 황후의 얼굴빛이 좋을 리 없었다.황제는 말을 마치고 금영을 바라보며 웃었다.“원비, 어서 현비에게 감사 인사를 하거라.”금영도 이제야 황제의 깊은 뜻을 완전히 알아차렸다.그녀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현비를 바라보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현비마마,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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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태후가 말을 이었다.“황제께서 좋다고 여기신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지요.”태후는 말을 참으로 그럴듯하게 마무리했다.태후가 이렇게까지 말하고 나자 아래에 자리한 서가 사람들은 속으로 몹시 불만스러웠지만, 섣불리 나설 수는 없었다.결국 가슴속 분노를 억누른 채 앞으로 나와 상소하며 반대하는 일은 삼갔다.황제는 태후의 말을 듣고 다시 서 황후에게 시선을 돌렸다.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황후는 어찌 생각하느냐?”서 황후가 달리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황제가 지금 하는 짓은 현비를 앞세워 자신을 압박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그 압박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서봉전과 태자부였다.분명 금족은 풀리게 되었지만,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자신이 현비라는 천한 계집 덕분에 금족에서 풀려난 꼴이 되어 버렸다.이런 기분이라면 차라리 그대로 서봉전에 갇혀 있는 편이 나을 지경이었다.서 황후는 이를 악물고 입을 열었다.“폐하, 신첩이 생각하기에도 현비가 이황자를 훌륭히 길러 낸 공이 있으니 귀비로 승품되는 것이 마땅하옵니다. 다만……”말끝을 흐린 서 황후가 금영을 바라보았다.“원비는 아직 나이가 너무 어리지 않사옵니까.”서 황후가 어찌 황제의 의도를 모르겠는가.황제는 한 번에 두 가지를 이루려 하고 있었다.서가의 세력을 누르는 동시에 배금영이라는 그 천한 계집까지 높여 주려는 것이었다.가뜩이나 속이 뒤틀린 서 황후는 그저 금영의 앞길에 작은 걸림돌이라도 놓고 싶은 마음에 이 말을 꺼냈다.사실 깊이 생각하고 내린 판단조차 아니었다.분노에 눈이 멀어 금영을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만들고 싶었을 뿐이었다.하지만 그녀가 지금 심기를 건드린 사람은 금영이 아니었다.바로 황제였다.황제는 서 황후를 흘끗 바라보았다.눈빛이 한층 싸늘하게 가라앉았다.그러나 황제는 직접 입을 열지 않았다.그저 손가락으로 눈앞의 탁자를 가볍게 두드렸을 뿐이었다.아주 미세한 동작이라 다른 사람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하지만 황제의 바로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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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금영은 여비가 또 시작하는 것을 보고 말았다.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골치 아픈 기색을 보였지만, 굳이 상대하고 싶지는 않았다.여비와의 협력이 틀어지면 틀어지는 대로 둘 생각이었다.이러다가는 정말 여비 때문에 홧병이 날 것 같았다.황실 연회가 한창 무르익어 갈 무렵이었다.붉은 옷을 차려입은 무희 몇 사람이 풍악에 맞춰 경쾌하게 연회장으로 들어왔다.맨 앞에 선 여인은 붉은 비단으로 얼굴을 가린 채 비파를 품에 안고 있었다.이따금 손끝으로 현을 튕길 때마다 애절한 비파 소리가 노랫가락처럼 흘러나왔다.춤을 추는 몸짓은 더없이 요염하고 유연했다.그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자 자리에 앉아 있던 소성원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그야말로 넋을 빼앗긴 얼굴이었다.금영은 눈을 들어 황제를 한번 바라보았다.그런데 공교롭게도 황제 역시 금영을 보고 있었다.금영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황제의 입가에 짓궂은 웃음이 어렸다.마치 무엇이 그리 걱정되느냐고 묻는 듯한 눈빛이었다.딱 걸린 금영은 순간 민망해져 얼른 고개를 숙였다.황제가 저 아름다운 무희는 쳐다보지도 않고 자신만 보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춤이 끝났다.태후가 미소를 띤 채 물었다.“춤이 참으로 훌륭하구나. 이름이 무엇이냐?”무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신첩 옥주이옵니다.”“이름도 좋구나. 그럼 궁에 남아 내 무료함이나 달래 주거라.”태후가 다시 말했다.그 말을 들은 금영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태후가 이 나이에 무희를 곁에 두고 무료함을 달랜다고?아무리 생각해도 이 무희로 황제를 유혹하려는 속셈이 빤히 보였다.금영은 태후를 바라보며 갈수록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예전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었다.황제의 후궁이 너무 비어 있는 것을 걱정해 명문가의 규수를 골라 입궁시키거나, 적어도 지안처럼 명문가의 서녀를 들이려 했다면 그다지 이상할 것도 없었다.그런데 이제는 황제에게 무희까지 보내려 하고 있었다.대놓고 황제의 혼을 빼놓을 미인을 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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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황제가 기뻐하는 만큼 태자의 속은 쓰렸다.태자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금영을 바라보았다.‘금영이 정말 저 무희들을 태자부로 보내려 한단 말인가?’‘명월이 한 말 때문에 마음이 상해서, 지금 나에게 화가 나 일부러 이러는 것인가?’금영이 태자의 속내를 어찌 알겠는가.금영이 아는 것은 단 하나였다.태후가 저 무희를 궁에 들이려는 데에는 분명 좋은 뜻이 없었다.제 곁에 다른 여인이 들어앉는 것을 어찌 마음 놓고 보고만 있겠는가.저 무희를 궁에 들였다가는 훗날 어떤 화근이 될지 알 수 없었다.금영은 황제가 평생 자신만 바라보며 다른 여인을 가까이하지 않을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애초에 황제에게 평생 단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사랑을 바란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다.지금 금영은 아직 기반이 단단하지 않았다.그러니 절대로 황제의 총애를 잃어서는 안 되었다.어쨌든 저 무희들을 태자부로 보내는 것은 한 번에 여러 가지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태후와 서 황후의 계책을 망칠 수 있을 뿐 아니라, 태자에게도 정신을 차리게 할 수 있었다.더는 자신이 아직도 옛정을 잊지 못했다고 착각하지 못하게 말이다.덤으로 배명월의 속까지 뒤집어 놓을 수 있었다.무엇보다 황제의 기분까지 좋게 해 줄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그렇게 생각한 금영은 고개를 들어 황제와 눈을 맞췄다.늘 냉엄하던 황제의 눈에는 어느새 숨길 생각조차 없는 웃음이 가득했다.금영의 처사가 몹시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태자가 착잡한 목소리로 거절했다.“태자비가 이제 막 회임한 몸이오니, 태자부는 조용히 지내는 편이 좋을 듯하옵니다. 저 무희들은 보내지 않으셔도 되옵니다.”금영은 그 말을 듣고 빙그레 웃었다.“바로 명월이 회임한 몸이기에 당분간 전하의 곁을 모실 사람이 없지 않사옵니까? 그래서 본궁이 이런 제안을 드린 것이옵니다.”“명월은 본궁의 동생이니, 본궁도 그 아이를 생각해서 그러는 것이옵니다.”금영은 그렇게 말하며 배명월을 한번 바라보았다.자신의 말이 꽤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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