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บทที่ 871 - บทที่ 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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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1화

해수는 그제야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위명이옵니다. 조금 전 찾아와 노비더러 마마께 전하라 하셨사옵니다. 연회가 끝나면 방매정으로 폐하를 찾아오시라 하셨사옵니다. 폐하께서 그곳에서 마마를 기다리고 계시옵니다.”금영은 고개를 끄덕인 뒤 해수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금영이 몸을 일으키자 연회석에 있던 적지 않은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로 향했다.금영은 태후가 있는 쪽을 향해 예를 올렸다.“태후마마, 황후마마. 신첩이 몸이 조금 불편하여 먼저 물러가겠사옵니다.”태후는 여전히 자애로운 얼굴로 말했다.“그래, 가거라.”반면 서 황후의 안색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평소의 현숙하고 온화한 모습을 유지하기조차 버거워 보였다.서 황후는 오랫동안 후궁에서 어질고 덕망 높은 황후로 살아왔다.그러나 금영이 입궁한 뒤부터는 번번이 평정심을 잃었고, 애써 지켜 온 체면마저 무너지는 일이 잦았다.보다 못한 태후가 서 황후를 바라보며 낮게 불렀다.“황후.”그제야 서 황후는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금영아, 몸이 불편하다니 먼저 돌아가거라.”금영은 연회석을 떠나 황제를 찾아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황실 연회도 완전히 파했다.서 황후는 태후를 모시고 수강궁으로 향했다.마침 현비도 가는 길이 같았다.몇 걸음 가지 않아 서 황후는 태후를 부축하던 손을 놓았다.태후도 그 뜻을 알아차렸는지 손 상궁의 부축을 받으며 그대로 앞서 걸어갔다.서 황후는 일부러 두어 걸음 뒤처진 뒤 현비를 흘끗 바라보았다.그러자 현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러고 보니 신첩이 아직 황후마마의 금족이 풀린 것을 축하드리지 못했사옵니다.”축하라는 말이 유난히도 귀에 거슬렸다.서 황후는 얼굴을 굳힌 채 현비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오히려 본궁이 현비를 축하해야겠군. 폐하의 책봉 교지만 정식으로 내려오면 자네도 곧 귀비가 되지 않겠나.”서 황후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하지만 자네도 영리한 사람이니, 이번에 귀비 자리에 어떻게 오른 것인지는 모르지 않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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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2화

서 황후는 억울한 눈빛으로 태후를 바라보았다.“어마마마……”그 말을 꺼낼 때부터 서 황후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맺혀 있었다.“오늘 폐하께서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현비와 원비의 품계를 올려 주셨사옵니다. 이는 대놓고 신첩의 체면을 깎으신 것이나 다름없지 않사옵니까.”“뒤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신첩을 비웃고 있겠사옵니까.”서 황후의 목소리에는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서러움이 묻어 있었다.마치 눈앞에 있는 사람이 태후도, 자신의 고모도 아닌, 그저 마음 놓고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혈육이라도 되는 듯했다.태후도 결국 조금 전의 냉랭하고 엄한 기색을 거두었다.태후가 한숨을 내쉬었다.“너도 참. 태자도 이미 혼인해 자식까지 두었는데, 어찌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제멋대로 굴며 질투를 한단 말이냐?”“황제가 네 체면을 깎으려 한 것이 아니다. 서가를 견제하려는 것이지.”태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예로부터 황제가 조정을 안정시킨 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안의 화근을 걷어 내는 것이었다.”“서가는 요즘 세력이 지나치게 강성해졌구나.”“지금 네가 경계해야 할 사람은 현비다. 원비야 아무리 그래 봐야 큰일을 벌일 수는 없어. 오히려 현비가 귀비가 되고 나면 더욱 가만있지 않을 게다.”태후가 낮은 목소리로 일깨워 주었다.서 황후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말했다.“어마마마께서 하시는 말씀은 신첩도 다 알고 있사옵니다. 하지만 폐하께서는 원비를 너무 총애하시지 않사옵니까!”“그 아이는 한때 태자와 혼약까지 맺었던 몸이옵니다. 신첩은 아무리 해도 이 울분을 삼킬 수가 없사옵니다.”태후의 목소리가 다시 차갑게 가라앉았다.“삼킬 수 없더라도 지금은 삼켜야 한다!”“태자가 황위에 오른 뒤에도 원비를 처분할 기회가 없을까 두려운 것이냐?”그러면서 태후는 서 황후의 손을 잡아 가볍게 두드렸다.“되었다. 수강궁에 다 왔구나. 돌아가거든 오늘 내가 한 말을 잘 생각해 보거라.”태후는 서 황후의 입장에 서서 정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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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현비도 운이 따른 셈이 아니겠는가.본래 황제는 서 황후에게 냉담했지만, 태자만큼은 무척 중히 여겼다.현비와 서 황후는 이 궁 안에서 여러 해 맞서 왔다.하지만 현비는 늘 서 황후에게 반걸음 밀린 채, 가까스로 균형을 유지해 왔다.그런데 금영이 입궁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이황자는 현비의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모비마마, 그러니까 아바마마께서 원비마마를 위해 품계를 올리시면서 모비마마까지 함께 귀비로 승품시키신 것이옵니까?”말을 하는 이황자의 얼굴에는 어느새 언짢은 기색이 떠올라 있었다.현비는 그런 아들을 바라보며 타이르듯 말했다.“되었다. 그리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말거라.”“폐하께서 무슨 뜻으로 그러셨든, 이제 우리도 이미 얻을 것은 얻었다. 그러니 더는 쓸데없는 일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폐하께서는 원비를 각별히 여기신다. 그런데 황후가 자꾸 일을 일으킨다면, 폐하께서 어찌 마음 놓고 이 나라를 황후 모자에게 맡기시겠느냐?”말끝에는 짙은 웃음기가 배어 있었다.“이럴 때일수록 너는 원비를 더욱 공경해야 한다. 본궁 또한 더욱 대국을 살피며 처신해야 하고.”현비는 진지한 목소리로 거듭 당부했다.이황자가 물었다.“만약 황후마마께서 생각을 바꾸셔서 원비마마와 더는 맞서지 않으시고 아무 일도 벌이지 않으시면 어찌합니까?”현비가 가볍게 웃었다.“그럴 게다. 설령 정말 영리해져 더는 일을 벌이지 않는다 해도, 본궁이 가만히 있을 리는 없지.”현비는 거기까지만 말하고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둘 다 영리한 사람이었다.굳이 끝까지 말하지 않아도 그 뜻을 알아듣지 못할 리 없었다.*그 무렵 금영도 방매정에 도착했다.황제는 과연 그곳에서 한참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금영은 다가가며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인적도 드문 데다 사방이 휑하기까지 했다.황제가 굳이 자신을 이런 곳으로 부른 이유가 무엇일까.금영이 미처 묻기도 전에 황제가 먼저 그녀의 손을 잡았다.입가에는 웃음이 어려 있었다.“가자.”“어디로 가시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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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그렇다 해도 금영은 황제의 속뜻을 완전히 확신할 수는 없었다.감히 황제가 이 모든 일을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했다고 자만할 수도 없었다.황제는 그 말을 듣자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듣기 좋게 울렸다.“그래도 양심은 있구나. 짐의 마음을 알아주니 말이다.”금영은 눈앞의 황제를 바라보았다.밝게 빛나는 두 눈에는 감동한 기색이 가득했다.“폐하, 신첩에게 정말 잘해 주시옵니다!”황제가 자신에게 잘해 준다면 금영은 기꺼이 그 마음을 받아들일 생각이었다.굳이 이런 순간에 찬물을 끼얹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황제가 다시 말했다.“너도 너무 마음에 짐을 지지는 마라. 짐이 이 일을 한 데에는 너를 위한 뜻도 있지만, 두 세력의 균형을 맞추려는 뜻도 있었으니.”황제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서가는 요즘 들어 갈수록 제 분수를 잊고 있구나.”황제가 이토록 거리낌 없이 서가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것을 보며 금영은 알 수 있었다.황제가 자신을 전보다 더 깊이 믿기 시작했다는 것을.금영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입을 열었다.“조부께서 살아 계실 때에도 이 일을 걱정하셨사옵니다.”“그때 조부께서 신첩과 태자 전하의 혼약을 정하신 까닭을 말씀해 주신 적이 있사온데, 첫째는 신첩에게 좋은 앞날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였고, 둘째는……”황제는 금영이 먼저 태자와의 혼약을 입에 올릴 줄은 몰랐다.하지만 오늘 금영이 직접 태자부에 여인들을 보내자고 한 일은 황제의 마음을 제법 흡족하게 해 주었다.그래서인지 이번에는 불쾌해하지 않았다.오히려 웃으며 물었다.“둘째는 무엇이었느냐?”금영이 나직이 대답했다.“조부께서는 대량에 세 번째 서 황후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하셨사옵니다.”“황자의 비빈은 더더욱 세력이 큰 집안에서 들여서는 안 된다고 하셨사옵니다. 영안후부는 줄곧 황실에 충성을 다해 왔고, 조부께서 세상을 떠나신 뒤에는 병권마저 남지 않았으니 태자 전하에게도 손색이 없으면서 폐하의 근심까지 덜어 드릴 수 있다고 하셨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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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금영은 말을 마치고 나자 조금 후회가 밀려왔다.혹시 황제가 자신에게 다른 마음이 있다고 의심하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다.황제가 자신을 총애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하지만 자신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그래서 오늘 일부러 먼저 충심 깊었던 선대 영안후의 이야기를 꺼낸 것이었다.한참이 지나서야 황제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금영아, 그저 짐의 총애를 받으며 지내는 것은 싫으냐?”금영은 속으로 생각했다.‘좋기야 더없이 좋지. 하지만 그다음은?’‘그저 소녕전이라는 황금 새장 안에서 황제의 총애만 받는 새로 살아야 하는 걸까?’금영은 황제의 가슴에 얼굴을 살며시 기대고 나직이 말했다.“폐하, 신첩도 조부처럼 폐하를 지켜 드리고 싶사옵니다.”황제는 한참 생각에 잠겨 있다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네 마음은 짐도 잘 알았다. 하지만 이 일은 당분간 더 꺼내지 말거라.”금영은 살짝 눈을 내리깔았다가 이내 얌전히 대답했다.“신첩은 모두 폐하의 뜻을 따르겠사옵니다!”주작거리에 도착한 뒤, 황제와 금영은 눈에 띄지 않도록 차림을 조금 바꾸고 마차에서 내렸다.이날은 밤 통행을 금하지 않는 날이었다.주작거리는 그야말로 사람들로 북적였다.금영은 자신이 황제와 함께 이 주작거리에 나와 사람 사는 활기를 느껴 본 것이 벌써 몇 번째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왁자지껄한 사람들의 목소리와 활기 넘치는 거리 풍경을 보고 있자니,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속에 남아 있던 근심도 말끔히 사라졌다.황제는 금영의 손을 단단히 잡은 채 앞으로 걸어갔다.마침 앞쪽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구경꾼들의 열기가 대단했다.금영도 호기심에 이끌려 가까이 다가갔다.하지만 키가 큰 사람 몇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안에서 대체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 까치발을 들고 몇 번이나 몸을 들썩여 보았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그저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성만 연달아 들려왔다.위명은 변복한 호위 몇을 이끌고 황제와 금영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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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얼마 지나지 않아 금영은 황제를 이끌고 등불을 파는 노점 앞에 멈춰 섰다.높다란 시렁에는 위에서 아래까지 온갖 빛깔의 등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수많은 등이 한꺼번에 빛을 내뿜으니 노점 주변이 대낮처럼 환했다.금영은 곁에 선 황제를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기왕 정월 대보름이니 저희도 사람들 틈에 섞여 등불 두 개쯤 사 보는 게 어떠하시옵니까?”황제가 고개를 끄덕이자 금영은 신이 나서 등을 고르기 시작했다.고개를 들어 둘러보니 선녀가 꽃을 뿌리는 모습부터 재물신이 복을 내리는 모습, 달빛 아래 선 미인까지 없는 것이 없었다.산수와 새, 짐승을 그려 넣은 것도 있었다.형형색색의 등이 눈앞에 가득하니 어느 것을 골라야 할지 도리어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금영이 한참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곁에 있던 황제가 손을 뻗어 높은 곳에 걸린 등 하나를 내려 금영에게 건넸다.“이걸로 하자.”금영은 등불을 받아 들고 한번 살펴보았다.그다지 예쁘지는 않았다.둥그런 등 위에 몇 번의 단순한 붓질로 통통한 토끼 한 마리가 그려져 있을 뿐이었다.주변의 화려하고 곱게 꾸민 등들과 비교하면 초라해 보일 정도였다.금영은 순간 황제의 안목을 의심했다.그런 금영의 표정을 본 황제가 굳이 한마디 덧붙였다.“이 토끼를 보거라. 꼭 너를 닮지 않았느냐.”금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저 통통한 토끼가 자신을 닮았다고?마침 손복안이 값을 치르러 다가오자 금영이 발끈해 물었다.“대체 어디가 닮았사옵니까?”황제는 금영의 손을 잡아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처음 너를 만났을 때 짐은 네가 토끼 귀신이라도 되는 줄 알았다.”“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짐이 붙잡으려 할 때마다 감쪽같이 사라질 수 있었겠느냐?”예전 일을 들먹이니 금영은 은근히 뜨끔했다.그때 금영은 황제라는 큰 고기를 낚기 위해 일부러 밀고 당기는 수를 조금 썼었다.만약 황제가 처음부터 그 모든 만남이 우연이 아니었으며,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이 치밀하게 꾸민 일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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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풍등의 다른 쪽 면에는 또 다른 글귀가 적혀 있었다.다시는 사랑하는 이를 잃지 않기를.하지만 금영은 그 글귀를 보지 못했다.대신 조금 떨어진 곳에서 풍등 하나를 붙들고 씨름하는 위명이 눈에 들어왔다.위명은 워낙 손이 크고 거친 데다 풍등을 다루는 동작까지 요란했다.누가 봐도 일부러 사람들의 눈길을 끌려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금영은 무심코 풍등을 한번 흘끗 바라보았다.그 위에는 시커먼 글씨 몇 덩이가 떡하니 박혀 있었다.금영이 굳이 글씨를 두고 덩이라고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위명이 얼마나 힘을 주어 썼는지 획 하나하나가 지나치게 굵었고, 먹물까지 번져 서로 엉겨 붙어 있었다.그야말로 못생긴 글씨 덩어리 몇 개였다.금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간신히 글자를 알아보았다.봉급을 깎지 않기를.간신들을 쓸어버리기를.금영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위명의 소원은 지나치게 소박했다.하지만 소박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오늘 풍등을 살 돈조차 해수에게 빌려 온 사람이었다.남들은 주머니가 비면 동전 구르는 소리라도 난다지만, 지금 위명의 주머니에는 그 소리조차 낼 것이 없었다.금영은 몸을 돌려 황제를 바라보았다.“폐하, 위 총령은 폐하께 충심을 다하고 있지 않사옵니까. 이제 그만 봉급을 깎으시지요. 보고 있자니 너무 딱하옵니다.”그 말을 들은 위명은 금영을 바라보며 당장이라도 눈물을 글썽일 듯한 얼굴이 되었다.‘그렇지! 바로 그거다! 그렇게 폐하께 대신 말씀드려 주십시오!’황제는 위명을 한번 흘끗 바라보았다.훤칠한 키에 덩치까지 유난히 큰 위명이 두 눈 가득 기대를 품은 채 금영만 바라보고 있었다.황제의 눈썹이 살짝 치켜올라갔다.“금영아, 지금 다른 사내를 가엾게 여기는 것이냐?”조금 전까지만 해도 금영이 대신 사정을 해 주면 황제가 마음을 돌려줄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던 위명이었다.하지만 그 한마디에 혼이 쏙 빠져나갈 것 같았다.차라리 칼을 들어 스스로 태감이 되고 싶은 심정이었다.‘사내는 무슨 사내란 말인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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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금영이 손님을 맞는 외전에 도착했을 때, 현비는 이미 차 한 잔을 다 마신 채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다.금영은 아직 가시지 않은 피로를 애써 떨쳐 내고 현비를 맞았다.“현비마마를 오래 기다리게 했사옵니다. 부디 탓하지 마시옵소서.”현비가 웃으며 말했다.“본궁이 잘못했지. 폐하께서 어젯밤 소녕전에 머무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아침부터 찾아왔으니.”“금영 동생이 본궁을 탓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본궁이 어찌 동생을 탓하겠나?”현비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황후마마의 금족이 어제 풀렸으니 오늘은 우리 모두 서봉전에 가서 문안을 드려야 하지 않겠나.”“마침 금영 동생과 함께 가면 좋겠다 싶어 미리 기별도 없이 찾아왔네.”“혹 지금 불편하다면 본궁이 먼저 서봉전으로 가겠네.”그 말을 들은 금영이 가볍게 웃었다.경춘궁에서 서봉전으로 가는 길에 굳이 소녕전까지 들러야 할 이유는 없었다.하지만 금영은 현비의 속셈을 굳이 들춰낼 생각이 없었다.“현비마마께서 이미 오셨는데 본궁도 딱히 불편할 것은 없사옵니다.”금영은 그렇게 말하며 먼저 가시라는 듯 손짓했다.두 사람은 나란히 서봉전으로 향했다.도착해 보니 여비가 이미 와 있었다.금영은 여비를 향해 가볍게 웃어 보였다.사실 금영은 겉으로 누구에게나 늘 부드럽고 예의 바르게 대하는 편이었다.하지만 여비는 금영의 호의를 받아 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홱 돌리며 못 본 척했다.금영과 현비는 함께 서 황후에게 문안을 올렸다.“황후마마께 문안드리옵니다.”서 황후가 미소를 지었다.“되었네. 다들 왔으니 앉아서 이야기나 나누도록 하지.”“감사하옵니다, 황후마마.”금영도 미소로 답했다.서 황후는 금영과 현비를 바라보며 웃었다.“그러고 보니 아직 두 사람에게 제대로 축하도 건네지 못했군.”그러다 다시 여비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다만 여비의 그 아이는 참으로 안타깝게 되었네. 그 아이가 무사했다면 이번 귀비 책봉에도 자네 몫이 있었을 텐데.”그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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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금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폐하께서는 또 본궁더러 현비마마와 자주 왕래하라 하셨사옵니다. 훗날에는 이황자에게 본궁의 염아를 잘 보살펴 달라고 하시겠다 하셨고요.”그 말을 들은 서 황후는 하마터면 얼굴에 걸어 둔 평정을 잃을 뻔했다.‘폐하께서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씀을 하신 거지?’‘설마 훗날 이황자를 태자 대신 세워 태자 자리에 앉히려는 것은 아니겠지?’‘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황자에게 배금영과 저 아이를 보살피라는 말씀까지 하셨겠어?’‘태자가 훗날 배금영과 그 아이를 괴롭힐까 염려하시는 건가?’현비는 금영을 바라보며 웃었다.“이황자와 태자 전하 모두 아기 황자의 오라버니가 아닌가. 이황자뿐 아니라 태자 전하께서도 당연히 아기 황자를 보살펴 주실 걸세.”현비가 그렇게 말했지만, 서 황후의 눈에 어린 냉기는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금영은 현비를 바라보았다.자신을 서 황후에게 겨누는 창으로 쓰려는 것인가?금영 역시 당장이라도 서 황후를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그렇다고 남에게 이용당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누군가의 손에 들린 칼이 되느니 차라리 자신이 먼저 서 황후와 현비 사이에 불을 지피는 편이 나았다.두 사람이 서로 물고 뜯는 동안 자신은 뒤에서 이득을 챙기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몇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밖에서 황제가 들어왔다.황제를 보는 순간, 서 황후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차오를 듯했다.황제가 마지막으로 서봉전에 찾아온 것이 언제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그런데 오늘은 마침내 황제가 직접 찾아온 것이다.황제는 막 조회를 마치고 온 듯했다.몸에는 여전히 검은 용포를 걸치고 있었고 머리에는 옥관을 쓰고 있었다.한눈에 보아도 범접하기 어려운 위엄이 느껴졌다.“신첩이 폐하를 뵈옵니다!”모두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올렸다.황제는 손을 가볍게 들어 올린 뒤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왔다.탁자 한쪽에는 서 황후가 앉아 있었고, 황제는 그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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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금영은 서 황후가 진심으로 자신과 현비를 축하하며 귀비 책봉 의식을 정성껏 준비해 줄 것이라고는 조금도 믿지 않았다.후궁을 다스리는 권한을 되찾으려는 속셈은 물론이고, 그 뒤에 또 무슨 꿍꿍이를 숨기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황제는 서 황후의 청을 굳이 물리치지 않았다.서 황후는 그래도 오랫동안 어질고 현숙한 황후로 지내 온 사람이었다.황제 역시 서 황후를 견제하면서도 최소한의 체면은 세워 주고 있었다.“그 일은 황후의 뜻대로 하도록 하지. 잘 치러 낸다면 짐이 따로 상을 내리겠다.”그러다 황제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말끝에는 분명한 경고가 서려 있었다.“하지만 또 무슨 일이 생긴다면 황후는 계속 서봉전에 머물며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도록 하라.”서 황후는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그러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눈가에 이미 옅은 웃음이 번져 있었다.“폐하께서는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신첩이 반드시 폐하를 실망시키지 않겠사옵니다.”황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폐하를 배웅하옵니다!”모두가 함께 몸을 낮춰 예를 올렸다.황제가 금영의 앞을 지나던 순간, 무심한 듯 한마디 던졌다.“아직도 따라오지 않고 무엇 하느냐?”말투만 들으면 제법 냉담했다.하지만 금영에게 따라오라고 한 행동 어디에도 냉담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금영이 황제를 따라 자리를 뜨자 현비가 부러운 기색을 감추지 않고 말했다.“본궁은 정말 금영 동생이 부럽군. 폐하께 이토록 총애를 받으니 말이야.”서 황후의 얼굴에 못마땅한 기색이 떠올랐다.“그리 부러우면 자네가 직접 폐하를 경춘궁으로 모셔 가면 되지 않겠나.”현비가 웃었다.“폐하께서는 서봉전에도 좀처럼 발걸음하지 않으시는데, 신첩에게 무슨 재주가 있어 폐하를 경춘궁으로 모셔 가겠사옵니까.”그 말은 정확히 서 황후의 아픈 곳을 찔렀다.서 황후의 얼굴빛이 한동안 어둡게 변했다가 밝아지기를 반복했다.그러다 겨우 다시 입가에 미소를 걸었다.“우리 두 사람은 폐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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