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891 - Chapter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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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1화

황제는 용빈을 바라보았다.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전각 안을 울렸다.“있지도 않은 일을 꾸며 사람을 모함하는 자는 참형에 처할 것이다.”용빈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황제가 다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짐이 네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네가 방금 무엇을 보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거라.”용빈은 몸을 흠칫 떨었다.그러나 곧 이를 악물고 다시 입을 열었다.“신첩은 정말 보았사옵니다, 폐하.”“폐하께서 믿지 않으신다면 직접 가서 확인해 보시옵소서.”서 황후의 뒤에 서 있던 손 상궁이 조용히 반 걸음 물러났다.황제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그의 시선이 곧바로 손 상궁에게 향했다.손 상궁은 순간 몸이 굳어 감히 더 움직이지 못했다.그제야 서 황후가 입을 열었다.“폐하, 부디 노여움을 거두시옵소서.”“이번 일은 분명 오해일 것이옵니다. 용빈이 괜한 말로 일을 키운 것이 분명하옵니다.”“태자께서는 절대로 폐하를 속이고 기만하실 분이 아니옵니다.”서 황후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말했다.“그리고 원비의 일도 마찬가지이옵니다.”“조금 전 현비마마께서 말씀하신 것이 옳사옵니다.”“금영은 본래 스스로를 엄격히 다스리고 품행이 단정한 사람입니다. 그런 큰 잘못을 저지를 리 없사옵니다.”“무엇보다 지금 이 일에는 아무런 증거도 없사옵니다. 분명 용빈이 꾸며낸 말일 것이옵니다.”바로 그때였다.밖에 있던 배명월이 안으로 들어왔다.그녀는 서 황후가 앞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는 듣지 못했다.다만 마지막 말만 들었을 뿐이었다.배명월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서 황후가 자신에게 시킨 일을 아직 처리하지도 않았는데.이 순간…… 누군가 이미 먼저 나선 것인가?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배명월은 곧바로 한마디 덧붙였다.“그 일은 아무런 근거도 없는 일이 아니옵니다.”순간 전각 안의 모든 시선이 배명월에게 향했다.서 황후는 배명월을 보는 순간 얼굴빛이 차갑게 굳었다.“명월!”“함부로 말하지 말거라!”배명월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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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설령 정말 부정한 관계가 있었다고 해도.제대로 된 태자비라면 이 순간 어떻게든 감싸고 숨길 방법을 찾아야 했다.그런데 배명월은 오히려 남의 불행을 틈타 몰아붙이고 있었다.황제의 차갑고도 살기 어린 시선이 배명월에게 떨어졌다.배명월은 순간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하지만 곧 자신의 배 위에 손을 올렸다.그러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 다시금 용기가 솟아났다.“아바마마, 신첩도 믿기 어려우시다는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하지만 신첩은 두 눈으로 직접 보았사옵니다.”“맹 소장군께서 원 귀비마마께서 쉬시는 전각 안으로 들어가시는 모습을 말이옵니다.”배명월은 다시 한번 말을 이었다.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서 황후는 배명월에게 시선을 옮겼다가, 다시 용빈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마음속에도 의혹이 피어올랐다.이 황실 연회장은 겉으로는 고요했지만.사람들의 마음속은 이미 큰 파문이 일고 있었다.그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그때 서 황후가 물었다.“누구라고 했느냐?”“맹 소장군이옵니다.”“맹운산 말이옵니다.”“두 사람은 예전부터 함께 자란 사이가 아니옵니까. 어린 시절부터 정을 나눈 사이이니, 지금 옛정을 잊지 못하고 따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사옵니다.”배명월은 담담히 말을 이어 갔다.서 황후의 마음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대체 배명월은 자신이 시킨 일을 끝낸 것인가?그렇다면 용빈이 배금영과 태자를 물고 늘어진 일은 또 어떻게 된 것인가?의문을 품은 사람은 서 황후뿐만이 아니었다.전각 안의 모든 이들이 각자의 생각에 잠겼다.요영지가 작게 중얼거렸다.“이건 정말…….”“참으로 재미있군요.”현비의 관자놀이에 푸른 핏줄이 튀어나왔다.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꾸짖었다.“입 다물거라.”요영지가 입을 다문 뒤.대전 안에는 다시 아무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하는 침묵이 내려앉았다.황제는 굳은 얼굴로 상석에 앉아 있었다.황제가 입을 열지 않는 한, 누구도 감히 먼저 나설 수 없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고요한 전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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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화

어차피 금영이 누구와 몰래 만났는지 밝혀진다 해도.현비에게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었다.황제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조사할 필요 없다.”“짐은 금영이 결백하다는 것을 믿는다.”“용빈은 헛소문을 퍼뜨리고 귀비를 모함했으니 그 죄를 용서할 수 없다. 날을 정해 장살에 처하도록 하라.”“그리고 태자비는……”황제의 시선이 배명월에게 향했다.배명월은 순간 몸을 떨었다.황제가 이렇게 곧바로 용빈을 장살하라고 명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그녀는 다급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아바마마!”“신첩의 뱃속에는 태자의 혈맥이 있사옵니다……”“부디 신첩을 장살하실 수는 없사옵니다!”황제는 배명월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황후.”“배명월은 네가 처리하거라.”용빈은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폐하!”“확인조차 하지 않으시고 어찌 신첩이 헛소문을 퍼뜨렸다고 단정하시는 것이옵니까?”“이렇게 바로 신첩을 장살하려 하시다니, 신첩은 받아들일 수 없사옵니다!”용빈은 이를 악물고 황제를 바라보았다.“혹시 폐하께서는……”“조사한 뒤 나올 진실을 감당하지 못하실까 두려우신 것이옵니까?”“태자 전하께서 정말 원 귀비마마와 사통하셨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누구를 벌해야 할지 모르시겠기에 먼저 신첩을 죽이려 하시는 것이옵니까?”용빈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전각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등골이 서늘해졌다.황제의 관자놀이에 푸른 핏줄이 튀어나왔다.“무엇을 하고 있느냐!”“당장 데리고 나가거라!”현비가 조심스럽게 다시 입을 열었다.“폐하.”“신첩이 감히 이런 말씀을 올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하지만 이번 일을 밝히지 않은 채 용빈을 처벌하신다면, 후궁의 비빈들의 마음을 다치게 할 뿐만 아니라 폐하의 위엄에도 흠이 될 수 있사옵니다.”서 황후는 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말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었다.그녀 역시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이렇게 흘러왔는지 알 수 없었다.이미 자신의 손을 벗어난 일이었다.원래라면 이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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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금영은 붉은 여우 털 외투를 걸치지 않았다.그저 조금 전 입었던 궁장 차림 그대로였다.그녀는 전각 문 앞에 서 있었다.밖에는 이미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안쪽에는 가득한 등불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어둠과 빛이 서로 어우러지는 가운데.금영의 모습은 마치 해수처럼 곱고 화려하게 빛났다.그 순간 전각 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했다.금영은 전각 안에 무릎 꿇고 있는 용빈과 배명월을 한 번 바라본 뒤.곧바로 황제를 바라보았다.황제 역시 금영을 바라보고 있었다.눈앞의 금영의 눈빛은 맑고 투명했다.그 안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조금의 불순함도 없었다.황제는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애초에 조사할 필요 없다.”“금영아, 짐의 곁으로 오너라.”용빈은 그 순간 깨달았다.황제가 이 일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덮으려 한다는 것을.그녀는 무엇에 홀린 것인지.아니면 자신의 죽음이 이미 정해졌다는 것을 알았는지.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원 귀비마마께서 후궁의 질서를 어지럽힌 일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일이옵니다!”“폐하께서 이를 감싸신다면 반드시 나라의 운명이 흔들리고 사직이 위태로워질 것이옵니다!”금영은 그 말을 듣고 조금 놀란 듯 용빈을 바라보았다.정말 끝까지 자신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것인가.하지만 용빈은 정말 자신을 끌어내리기만 하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사실 오늘 용빈이 직접 나서서 자신을 모함한 순간.그녀가 금영을 몰아세우는 데 성공했든 실패했든 상관없이.황제가 귀비를 책봉하는 연회 자리에서.수많은 귀족과 대신들 앞에서 이 일을 터뜨린 것 자체가 이미 황실의 체면을 깎아내린 일이었다.용빈의 최후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하지만 금영은 확신했다.지금 당장 죽음을 면한다고 해도.용빈이 오래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대체 용빈의 뒤에 있는 사람이 무엇을 약속했기에.그녀가 이토록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었던 것일까.그때 황제는 이미 용빈을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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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금영은 두 사람이 자신을 향해 보내는 가득한 적의 어린 시선을 뒤로한 채.천천히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 앉았다.그리고 입을 열었다.“본궁이 조금 전까지 전각 안에 있지 않아 용빈이 말한 후궁을 어지럽힌 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겠구나.”“누가 본궁에게 그 일이 무엇인지 말해 주겠느냐?”금영의 얼굴에는 순수하고 무고한 표정이 가득했다.마치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다.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누가 감히 그 일을 다시 입에 올릴 수 있겠는가.그것은 곧 황제의 마음에 다시 칼을 꽂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배경원은 잠시 망설였다.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금영을 바라보다가 그녀에게 상황을 설명하려 입을 열려 했다.하지만 그보다 먼저 위명이 목소리를 높였다.“원 귀비마마께 아뢰옵니다.”“용빈은 귀비마마께서 태자 전하와 몰래 사통하셨다고 말했사옵니다.”금영이 배명월에게 무슨 일인지 묻기도 전에.위명은 이미 큰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그리고 태자비마마께서는 귀비마마께서 맹 소장군과도 몰래 만나셨다고 하셨사옵니다.”위명이 한마디씩 말을 내뱉을 때마다.황제의 미간은 더욱 깊게 찌푸려졌다.원래 손복안은 위명의 곁에 서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조용히 한 걸음 옆으로 물러났다.그는 정말 두려웠다.위명의 머리가 잘려 나가는 순간.그 피가 자신에게 튈까 봐.‘저 사람은 정말 머리가 없는 것인가?’‘남들이 감히 하지 못하는 일을 왜 자신이 하고.’‘남들이 감히 하지 못하는 말을 왜 자신이 하는 것인가.’말을 끝낸 위명은 자신이 방금 한 말이 조금 우스웠는지.갑자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원 귀비마마.”“혹시 분신술이라도 익히신 것이옵니까?”원래 위명은 단순히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다.하지만 말을 마친 순간.그 역시 조금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허.’‘설마 원 귀비마마께서 정말 분신술을 할 줄 아시는 건가?’그렇지 않고서야.예전에 자신이 명을 받고 ‘금영’을 찾았을 때.왜 매번 실패했겠는가.그때부터 그는 이미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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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6화

황제의 차가운 시선이 이미 서 황후에게 향해 있었다.서 황후는 순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폐하, 신첩은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것이 아니옵니다. 신첩은……”금영이 가볍게 웃었다.“폐하, 신첩도 황후마마께서 신첩과 맹 소장군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뜻으로 말씀하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옵니다.”금영은 ‘맹 소장군과 그런 관계가 있었다’는 말을 꺼낼 때 일부러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그리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원래 금영은 맹운산을 이 혼란 속으로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매사에 피하고 또 피했다.그곳은 그녀의 마음속에 얼마 남지 않은 순수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제 깨달았다.어떤 일들은 자신이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결국 맹운산도 이 난장 속에 휘말리고 말았다.그렇다면 더 이상 피할 이유가 없었다.오히려 계속 피하는 모습은 황제의 의심만 키울 뿐이었다.차라리 끝까지 밀어붙이는 수밖에 없었다.부서뜨리지 않으면 새로 세울 수도 없었다.서 황후는 이미 금영의 날카로운 말솜씨를 여러 번 경험했다.이번에도 금영의 한마디에 말문이 막혀 한동안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이 순간만큼은 서 황후도 진심으로 후회가 밀려왔다.만약 처음부터 배금영과 태자의 혼인을 막으려 하지 않았다면.지금쯤 배금영은 이미 태자비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이토록 말재주가 뛰어난 여인이 태자비가 되었다면.현비가 낳은 그 천한 것과.그보다 더 못난 요영지가 있는 이황자부가 어찌 태자부의 상대가 되었겠는가.하지만 지금의 서 황후에게는 후회할 기회조차 없었다.서 황후는 복잡한 생각을 거두고.무거운 눈빛으로 금영을 바라보았다.이 계집이 강하면 강할수록.다루기 어려우면 어려울수록.더 오래 살려 둘 수 없었다.그렇지 않으면.훗날 이 계집이 낳은 아이가 자라게 되는 날에는.더욱 감당하기 어려운 존재가 될 것이었다.서 황후는 황제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불안해졌다.그리고 곧 배명월을 바라보며 눈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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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선대 영안후가 금영에 대해 이야기할 때.그의 눈에는 깊은 자애가 담겨 있었다.황제는 처음에는 금영이 사랑과 보호 속에서 자란 귀한 여인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훗날 알게 되었다.선대 영안후가 세상을 떠난 뒤.금영은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는 것을.영안후부의 사람들은 그녀를 밖으로 밀어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영안후부에도 배경원이라는 같은 처지의 사람이 있어.서로 의지하며 버틸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그렇지 않았다면.금영의 뒤에는 정말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그 생각이 들자.황제의 마음속에는 지금 당장 금영을 품에 안고.조용히 달래 주고 싶은 충동이 치밀어 올랐다.금영이 한 말을 듣고 난 뒤.전각 안의 사람들은 모두 배명월을 바라보았다.그들의 눈에는 하나같이 못마땅함이 담겨 있었다.이 일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차치하더라도.설령 정말 사실이라 해도.배명월은 귀비의 동생이었다.어찌 감히 모든 대신과 그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이 일을 드러낼 수 있단 말인가.정말 자매 사이의 정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은 것인가.황제에게 말하고 싶었다 해도.굳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꺼낼 필요는 없었다.이는 원 귀비마마에게 살아갈 길조차 남겨 주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금영의 말이 끝나자.주변 사람들은 모두 마음이 흔들렸다.심지어 금영을 안쓰럽게 여기기까지 했다.하지만 정작 배명월은 조금도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원 귀비마마.”“제가 귀비마마의 동생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이상 이 잘못된 길을 걸어가시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이옵니다.”배명월이 말했다.“신첩도 알고 있사옵니다.”“폐하께서 귀비마마를 가장 아끼신다는 것을 말이옵니다.”“오늘 일은 조금 지나친 면이 있지만, 언니께서 폐하께 잘못을 인정하신다면 폐하께서 결코 벌을 내리시지는 않을 것이옵니다.”배명월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금영은 배명월이 여전히 불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것을 보고.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네가 본궁과 맹운산이 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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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소성원은 결국 입을 다물었다.서왕비가 공손히 말했다.“성원이가 아직 철이 없사옵니다. 원 귀비마마와 유 아씨께 결례를 범했다면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옵소서.”“신첩이 이 자리에서 그 아이를 대신해 사죄드리겠사옵니다.”금영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어리다고?소성원이?서왕비도 참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구나.하지만 오늘 금영이 상대하려는 사람은 소성원이 아니었다.서왕비가 한발 물러섰으니 금영 역시 이 일에 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금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네.”그러고는 배명월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태자비, 이제도 할 말이 있느냐?”배명월이 차갑게 말했다.“유진설은 본래 원 귀비마마와 가까운 사이이니, 지금 유진설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사옵니다.”금영은 그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이제는 맹 소장군과 본궁이 만나지 않았다는 것을 증언해 줄 사람까지 나왔는데, 그것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냐?”“너는 본궁이 정말 맹 소장군을 만났다고 그리도 확신하는 것이냐?”금영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되물었다.“그렇다면 조금 뒤에 본궁과 사사로이 만난 사람이 태자였다고 밝혀지기라도 하면, 그때는 어찌할 셈이냐?”그 말을 들은 황제의 눈썹이 살짝 치켜올라갔다.얼굴빛도 순식간에 차갑게 굳었다.하지만 결국 황제는 화를 억눌렀다.금영이 오늘 이렇게 거리낌 없이 모든 사람 앞에서 말을 꺼내는 것을 보면, 그런 일은 애초에 없었던 것이 분명했다.다만 누가 입에 올리든.황제는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싫었다.배명월은 눈을 크게 뜨고 금영을 바라보았다.머릿속에서는 온갖 생각이 뒤엉켰다.‘미쳤어.’‘배금영이 정말 미친 게 틀림없어.’‘어찌 감히 사람들 앞에서 이런 말까지 꺼낸단 말이야?’‘저렇게까지 거리낌 없이 나오는 건 맹운산을 지키려는 건가?’‘아니면…… 오늘 일이 정말 어딘가 틀어진 건가?’그때 배명월의 시선이 조금 전까지 금영과 태자의 일을 확신하듯 고발하던 용빈에게 향했다.또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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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9화

금영이 입을 열었다.“조금 전 용빈은 자신이 두 눈으로 직접 본 일이라며 신첩과 태자가 사사로이 만났다고 하였사옵니다.”“그런데 태자비는 또 신첩이 맹운산을 만났다고 하였고, 유진설의 증언마저 믿을 수 없다고 했사옵니다.”금영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두 사람 모두 신첩이 이 조양전 안에서 누군가를 몰래 만났다고 주장하고 있사온데.”“신첩은 조금 전 이곳을 나선 뒤 손탁 일행을 데리고 소녕전으로 돌아가 염아를 보고 왔사옵니다.”금영은 황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손탁을 비롯한 그들이 모두 신첩을 위해 증언할 수 있사옵니다.”“게다가 오늘은 폐하께서 신첩을 귀비로 책봉해 주신 경사스러운 날이 아니옵니까.”“신첩도 기분이 좋아 소녕전의 궁인들은 물론이고, 마침 소녕전 앞을 지나던 궁비와 내관들에게도 직접 하사품을 내렸사옵니다.”금영은 일부러 ‘직접’이라는 말에 힘을 주었다.“신첩은 태자 전하와 맹 소장군이 언제 자리를 비우셨는지는 알지 못하옵니다.”“하지만 신첩은…… 조양전에 오래 머물지 않았사옵니다.”“지난 한 시진 동안 신첩은 줄곧 조양전 밖에 있었사온데, 대체 어찌 이곳에서 다른 사람과 사사로이 만날 수 있었겠사옵니까?”금영이 담담하게 되물었다.용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그럴 리 없사옵니다!”“절대로 그럴 리 없사옵니다!”“신첩은 분명 귀비마마께서 방으로 들어가신 뒤 다시 나오지 않으시는 것을 직접 보았사옵니다. 그 뒤 태자 전하께서 그 안으로 들어가셨사옵니다!”“그런데 귀비마마께서 어떻게 소녕전으로 돌아가셨다는 것이옵니까?”용빈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금영이 가볍게 웃었다.“정말 네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것이 맞느냐?”그러다 금영은 문득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눈빛을 살짝 바꾸었다.“아.”“그러고 보니 본궁의 잘못이었구나.”“본궁의 여우 털 외투가 젖는 바람에 방에 들어간 뒤 해수가 자신의 비단 겉옷을 본궁에게 입혀 주었지.”“본궁은 추위를 많이 타서 두건까지 깊이 눌러쓰고 있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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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이런 모습의 금영을 본다면 어떤 사내라도 저도 모르게 가엾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배명월은 그런 금영의 모습을 보고 순간 놀랐다.이런 수법은 원래 자신이 예전에 자주 쓰던 것이 아니던가.배금영도 이런 방법을 쓸 줄 알았단 말인가?그렇다면 예전에는 왜 이런 식으로 자신과 태자를 두고 다투지 않았던 것일까.황제 역시 금영을 바라보며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금영 앞으로 걸어간 뒤 손을 내밀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금영아, 일어나거라.”금영은 몸을 일으킨 뒤 황제의 곁에 섰다.이번에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마지막 처분은 황제에게 맡길 생각이었다.처음 황제가 이 일을 조사하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었다.혹시라도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가 나올까 두려웠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손탁이 바로 이곳에 있었다.황제는 손탁만큼은 믿고 있었다.이제 금영이 결백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당연히 모든 사람에게 그녀의 결백을 분명히 밝혀야 했다.황제는 조금 전과는 달리 태도를 바꾸어 손탁을 바라보았다.“손탁.”“원 귀비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이냐?”손탁은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폐하, 소인은 줄곧 원 귀비마마의 곁을 지켰사옵니다.”“원 귀비마마께서는 이 전각을 나가신 뒤 그 어떤 사내도 만나지 않으셨사옵니다.”황제가 차갑게 명했다.“복안, 다시 가서 확인해 보거라.”손복안은 곧바로 명을 받고 밖으로 나갔다.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돌아온 손복안은 손탁의 말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었다.“폐하, 손탁이 아뢴 말은 모두 사실이옵니다.”“원 귀비마마께서 소녕전으로 돌아가시는 길에 적지 않은 궁비들과 마주치셨사온데, 모두 원 귀비마마께서 걸음을 재촉해 소녕전으로 향하셨다고 하였사옵니다.”황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차갑고 위엄 어린 목소리로 전각 안의 모든 사람에게 말했다.“모두 똑똑히 들었느냐?”“짐의 원 귀비는 후궁의 기강을 어지럽히는 그 어떤 짓도 하지 않았다.”황제의 목소리는 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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