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 나는 태자가 아닌 황제를 선택했다: Chapter 911 - Chapter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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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1화

금영이 예복을 벗고 황제와 나란히 침상에 누운 뒤였다.금영이 문득 입을 열었다.“폐하, 오늘 신첩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을 때 어찌하여 용빈이나 배명월의 말대로 직접 확인해 보지 않으셨사옵니까? 신첩이 정말 태자나 맹운산과 단둘이 한 방에 있었는지, 혹여 정분이라도 난 것은 아닌지 말이옵니다.”막 금영의 곁에 누웠던 황제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얼굴빛이 싸늘하게 굳었다.황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온몸을 휘감는 듯했다.황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금영은 오히려 궁금해졌다.아직 꺼지지 않은 마지막 촛불빛을 빌려 황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과연 황제의 얼굴빛은 잔뜩 굳어 있었다.금영이 다시 물었다.“폐하, 혹 정말 수습하기 어려운 일을 보게 될까 걱정하셨던 것이옵니까?”황제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그걸 왜 묻느냐.”금영은 살짝 웃었다.“신첩이 궁금해서 그러옵니다. 만일 오늘 신첩이 다른 사내와 한 방에 있는 모습을 정말 보셨다면, 폐하께서는 신첩을 어찌하셨을 것이옵니까?”황제는 몸을 옆으로 돌린 뒤 한 손으로 침상을 짚어 상체를 조금 일으켰다.대답하려던 황제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이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결백하다고 믿었을 것이다.”잠시 후 황제가 다시 입을 열었다.“다만 금영아, 그날 이후 다시는 소녕전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짐이 너를 이곳에 가두고 평생 곁에 두었을 테니.”금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황제의 말을 곱씹었다.이건 자신을 믿는다는 건가, 믿지 않는다는 건가.그래도 이런 반응은 금영이 예상했던 범위 안이었다.자신이 다른 사내와 사통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죽이려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황제에게는 이미 쉬운 일이 아니었다.금영은 손을 들어 황제의 잔뜩 찌푸려진 미간을 살며시 쓸었다.“폐하,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신첩은 폐하를 저버리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금영에게 황제에게 내어 줄 연정은 그리 많지 않았다.하지만 충성만큼은 온전히 바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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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2화

해수가 이렇게 물은 것은 금영이 태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금영은 그래도 한마디 물었다.“무슨 말을 했느냐?”해수가 목소리를 낮추어 대답했다.“태자 전하께서는 이제야 자신의 마음속에는 오직 마마뿐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하셨사옵니다. 예전에는 잠시 눈이 멀어 태자비를 가엾게 여겼을 뿐이라고도 하셨사옵니다.”금영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태자가 갈수록 우습고 한심하게만 보였다.제 손에 들어온 것은 소중한 줄 모르고, 정작 가질 수 없는 것만 좇다니.참으로 가소로운 자였다.해수는 금영의 눈치를 살피다가 잠시 망설인 뒤 다시 입을 열었다.“그리고 또 마마께서는 조급해하실 필요가 없다고 하셨사옵니다. 자신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마마를 궁에서 구해 내고, 제 곁으로 데려가겠다고 하셨사옵니다.”아까까지만 해도 그저 우습다고 생각했던 금영은 이제는 아예 할 말을 잃었다.금영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태자가 무슨 귀신이라도 씐 게 아니냐? 대체 어디를 보고 본궁이 구해 줘야 할 처지라고 생각한 것이냐?”그러고는 다시 물었다.“또 다른 말은 없었느냐?”“그 뒤로는 없었사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잠들었사옵니다. 태자 전하께서 잠든 뒤에는 맹 소장군께서 오셨사온데, 노비가 서둘러 밖으로 돌려보냈사옵니다.”해수가 얼른 대답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맹 소장군께서는 술에 취해 몸이 불편했는데, 누군가 이곳으로 안내해 쉬어 가라 했다고 하셨사옵니다.”금영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맹운산의 일은 틀림없이 서 황후와 배명월이 손을 잡고 꾸민 짓이었다.그렇다면 용빈은 대체 누구와 손을 잡은 것일까.금영이 막 그 생각을 이어 가려던 그때였다.밖에서 손탁의 우렁찬 외침이 들려왔다.“현 귀비마마 납시오!”금영과 해수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그리고 곧바로 방금 전의 이야기를 멈췄다.잠시 후 현 귀비가 안으로 들어왔을 때, 금영은 아기 황자를 품에 안은 채 푹신한 평상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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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3화

“현 언니, 이제 가시지요.”금영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현 귀비는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걸음을 옮기며 금영을 칭찬했다.“금영 동생은 정말 꽃보다도 더 곱네. 후궁에 미인이 그리 많아도 폐하께서 금영 동생만 총애하시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군.”현 귀비는 다시 말을 이었다.“어제도 금영 동생이 영민하게 대처해 함정을 피했으니 망정이지. 만일 이 후궁에 금영 동생이 없어진다면 누가 폐하의 마음을 달래 드리겠는가?”금영은 그윽한 눈빛으로 현 귀비를 바라보았다.현 귀비가 아무렇지 않은 듯 넌지시 물었다.“어제 일은 아무래도 누군가 금영 동생을 함정에 빠뜨리려 꾸민 짓인 듯한데, 혹 짐작 가는 사람이 있는가?”그 말을 들은 금영은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현 귀비가 오늘 소녕전까지 찾아온 것도 결국 어제 일에 대해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떠보려는 것이 아니겠는가.금영은 그 일에 현 귀비의 손길이 닿았다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하지만 아직은 대놓고 현 귀비와 얼굴을 붉힐 생각이 없었다.현 귀비가 다시 입을 열었다.“본궁도 알고 있네. 어제 용빈이 금영 동생과 태자의 사이를 의심하며 고발한 일 때문에 여러 가지 오해가 생겼을 테지. 하지만 본궁은 결단코 금영 동생을 해칠 마음이 없었네.”현 귀비는 잠시 금영을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그러니 남의 이간질에 넘어가 본궁과 서먹해지지는 말게.”금영은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대답했다.“물론입니다. 현 언니께서 본궁에게 베풀어 주신 마음은 본궁도 잘 알고 있습니다.”물론 잘 기억해 둘 생각이었다.아주 오래도록.예전의 금영은 현 귀비와 서로 건드리지 않고 각자의 길만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제는 분명히 깨달았다.자신은 조용히 있고 싶어도 남들이 가만두지 않는다는 것을.금영은 남을 해칠 마음이 없었다.그러나 다른 이들은 금영을 해칠 마음이 있었다.그렇다고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금영과 현 귀비가 서봉전에 도착하자, 문 앞을 지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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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4화

태후는 황제가 올 줄은 미처 몰랐던 듯 조금 놀란 기색을 보였다.“어찌 아무도 알리지 않은 것입니까? 아래 사람들은 대체 일을 어찌하는지 모르겠군요.”황제가 웃으며 말했다.“짐이 알리지 말라 했습니다. 어마마마께서 어찌 아랫사람들을 나무라십니까?”태후의 얼굴에 자애로운 웃음이 번졌다.“황제가 그리 말씀하시니, 내가 너무 엄한 어미가 된 듯합니다.”황제의 시선이 금영과 현 귀비에게 향했다.금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현 귀비가 먼저 아뢰었다.“오늘 신첩과 금영 동생은 궁중 법도에 따라 문안을 드리러 왔사옵니다.”황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대대로 궁중에 전해 내려오는 법도는 셀 수 없이 많았다.평소에는 금영에게 아침저녁 문안을 면해 주었지만, 품계가 오른 뒤에는 태후와 황후를 찾아뵙고 문안을 올리는 것이 마땅했다.현 귀비가 말을 이었다.“조금 전 태후마마와 황후마마께서는 신첩과 금영 동생에게 새로 비를 책봉하는 일을 말씀하고 계셨사옵니다.”황제는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그 말을 들은 그는 손가락에 낀 묵옥반지를 천천히 굴렸다.얼굴에는 기쁨도 노여움도 드러나지 않았다.“새로 비를 책봉한다고?”서 황후는 감히 먼저 입을 열지 못하고 태후 쪽만 바라보았다.태후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지금 후궁에 두 명의 귀비가 새로 생긴 것은 경사입니다. 하지만 비의 자리는 두 곳이나 비어 있지 않습니까.”태후는 잠시 말을 고른 뒤 덧붙였다.“황제, 내 생각에는 두 사람을 새로 골라 비로 올리는 것이 좋겠습니다.”금영은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아마 서 황후의 세력이 약해진 것을 보고 새로운 사람 둘을 끌어들여 힘을 보태 주려는 것이겠지.후궁의 다툼에는 칼과 창이 보이지 않을 뿐이었다.실상은 전장과 다를 바가 없었다.결국 사람을 골라 세우고, 제 사람으로 만들어 움직이는 싸움이었다.서 황후는 새로운 심복을 키우려는 것이 분명했다.태후가 다시 말했다.“조금 전 두 귀비에게도 뜻을 물었는데, 둘 다 이견이 없다고 하였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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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5화

황제가 그 일을 거절하지 않고 일단 생각해 보겠다고까지 했으니, 태후가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설마 지금 당장 교지를 내려 새 비를 책봉하라고 황제를 몰아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황제가 말했다.“문안도 이미 드렸으니 소자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자리에서 일어나려던 황제는 문득 서 황후를 바라보았다.“어제 황실 연회에서 이런저런 소란이 끊이지 않았으니, 황후는 중궁의 권한을 당분간 현 귀비에게 맡겨 두게.”황제는 마치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도 말하듯 가볍게 한마디를 던졌다.그러나 서 황후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까맣게 굳었다.황제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그 모습을 본 현 귀비가 얼른 말했다.“금영 동생, 우리도 이만 물러가 태후마마와 황후마마를 더 번거롭게 하지 않는 것이 좋겠네.”금영 역시 이곳에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마침 빠져나갈 기회가 생겼으니 어찌 마다하겠는가.수강궁을 나온 뒤 현 귀비가 말했다.“금영 동생, 본궁은 따로 볼일이 있어 이만 가 보겠네.”그러고는 잠시 멈춰 서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황제를 바라보았다.“폐하, 신첩은 먼저 물러가겠사옵니다.”현 귀비가 떠나자 금영은 황제의 곁으로 걸어갔다.금영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이었다.황제의 길고 반듯한 손가락이 먼저 금영의 손을 감싸 쥐었다.차갑게 식은 손끝을 느낀 황제의 미간이 곧바로 찌푸려졌다.“어찌 이리 얇게 입고 나온 것이냐?”날씨는 이미 제법 풀려 있었다.황궁 안에 쌓였던 눈도 거의 다 녹아, 금영은 밖으로 나올 때 여우털 외투나 두터운 겉옷을 따로 걸치지 않았다.그런데도 이상한 일이었다.한겨울에는 그다지 춥다고 느끼지 않았건만, 초봄의 바람을 조금 맞았을 뿐인데 손끝이 유난히 시렸다.황제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신의 검은 외투를 벗었다.두 손을 들어 금영의 어깨 위에 그대로 둘러 주었다.황제의 외투는 금영에게 지나치게 컸다.가녀린 몸이 외투 속에 폭 파묻혔고, 긴 자락은 바닥에까지 끌렸다.금영은 두어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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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6화

황제는 금영을 소녕전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현청전으로 데려갔다.현청전은 본래 황제가 정사를 논하고 국사를 처리하는 곳이었다.하지만 금영에게 있어서는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황제가 금영을 안은 채 현청전으로 향했을 때, 태자는 이미 이곳에서 황제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었다.멀리서부터 태자는 검은 겉옷에 감싸인 여인을 안고 이쪽으로 걸어오는 황제를 발견했다.태자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속으로 생각했다.‘아바마마께서 새로운 총애하는 여인을 들이신 것인가?’그렇게 생각할수록 태자의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기쁨이 피어올랐다.그 누구보다 금영이 총애를 잃기를 바랐기 때문이다.그는 정말 더는 견딜 수 없었다.자신의 아바마마가 금영을 이토록 아끼고 총애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태자에게 알 수 없는 굴욕감처럼 다가왔다.“아바마마!”황제가 가까이 다가오자 태자는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앞으로 나와 예를 올렸다.금영은 태자의 표정을 보지 못했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그의 기분이 꽤 좋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어제 태자비가 막 폐위되어 측비가 되었는데 어찌 오늘은 이렇게 기뻐하는 것인가?황제는 금영을 안은 채 전각 입구까지 걸어온 뒤에야 그녀를 내려놓았다.그리고 그제야 태자는 깨달았다.황제가 안고 있던 사람이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금영이었다는 것을.황제가 말했다.“들어오거라.”그러고는 이미 손을 내밀어 금영이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부축했다.금영은 뒤에서 태자의 시선이 자신에게 꽂히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폐하께서 일부러 나를 현청전까지 안고 오신 것은 아니겠지?’금영은 의아한 눈빛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절제와 예를 중시하고, 온화하면서도 위엄 있는 황제가 이런 일을 할 줄도 아는 것인가.하지만 황제가 무슨 생각을 했든 상관없었다.태자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면 금영은 기꺼이 협조할 생각이었다.어젯밤 해수에게 태자가 했던 말들을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 깊은 곳에서 불쾌감이 치밀었다.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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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7화

“이제 태자비도 없으니,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짐에게 말하거라. 짐이 직접 혼인을 내려주겠다.”황제가 다시 말했다.태자가 두 손을 모았다.“아바마마의 염려에 감사드리옵니다.”“가 보거라.”황제가 손을 내저었다.태자는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갔다.전각 문 앞에 이르렀을 때였다.뒤에서 찻잔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리고 금영의 놀란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래서 태자는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태자가 완전히 멀어진 뒤에야.황제는 미소를 머금은 채 바닥에 떨어진 찻잔을 주워들었다.그리고 금영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연기는 끝났느냐?”금영은 황제를 흘끗 바라보며 되물었다.“폐하께서도 아주 즐겁게 연기하신 것 아니옵니까?”황제는 금영의 이렇게 날카롭고 솔직한 본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그래서 지금은 웃으며 물었다.“짐이 무엇을 연기했다는 것이냐?”“음, 폐하께서 일부러 신첩을 안고 태자에게 보이러 오신 것이 아니시라면, 신첩 역시 일부러 찻잔을 엎어 태자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이 아니옵니다.”금영이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황제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역시 너만큼 영리한 이는 없구나.”그러나 잠시 뒤 다시 말했다.“하지만 짐이 오늘 태자를 부른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 있어서였다. 일부러 태자에게 방금 그 모습을 보여 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다만 짐이 너를 안고 오는 순간 마침 태자가 그곳에 있었을 뿐이다.”황제가 말을 이었다.“설마 태자 때문에 너와 함께 있는 것을 피해야 했겠느냐?”금영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그렇다면 방금 그 일이 정말 중요한 일이었습니까? 이런 일은 대리사나 형부에서 조사하면 될 일인데, 어찌하여 굳이 태자에게 맡기신 것입니까?”황제는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사실 이 일은 조사할 것도 없다. 이회묵이 탐묵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이미 명백하다.”금영은 조금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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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8화

금영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금영은 황제가 말한 ‘알아간다’는 것이 이런 의미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이때 황제는 이미 현색 겉옷의 끈을 풀고 있었다.금영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폐하, 이곳은 현청전이옵니다. 게다가 아직 대낮이옵니다.”설령 황제가 정말 무언가를 하려 한다 해도, 굳이 대낮에 이곳에서……금영은 더 이상 생각하지 못했다.물론 이런 일은 이미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겪은 일이었다.하지만 지금 아무리 금영이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해도, 마음 깊은 곳에는 여전히 세가 여인이 가진 예법과 체면이 조금은 남아 있었다.황제는 눈앞의 금영이 두 뺨을 붉히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았다.가슴이 살짝 떨리는 모습까지 더해지자,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황제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금영의 귓가에 내려앉았다.그 순간 금영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예전에는 자신이 대담하게 여러 방법으로 황제를 유혹할 때도 이렇게 부끄럽지는 않았다.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황제와 함께 있을 때면, 설명하기 어려운 수줍음이 조금씩 생겨났다.황제는 이미 옷을 벗어 내려놓고 있었다.금영은 눈을 감고 보지 않으려 했다.최근 두 사람은 이미 몇 차례나 서로의 몸을 가까이했다.하지만 매번 금영은 거센 파도 위의 작은 배처럼 그 흐름에 휩쓸릴 뿐이었다.이런 일에서 그녀에게 주도권은 없었다.언제나 정신이 아득해진 채 끝나곤 했다.이처럼 밝은 대낮에 직접 황제의 몸을 바라볼 기회는 정말 드물었다.황제가 웃으며 말했다.“금영아, 눈을 뜨거라.”금영은 고개를 돌렸다.“싫사옵니다.”이번에는 금영도 신첩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그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난 거절이었다.황제가 낮게 웃었다.그 웃음소리가 금영의 귓가에서 울렸다.“무엇이 두려운 것이냐? 짐을 알아가고 싶다고 하지 않았느냐?”금영은 눈을 꼭 감은 채 말했다.“그렇지만…… 폐하께서 달래 주셔야 하옵니다. 어디 이런 방식으로 사람을 알아가는 법이 있사옵니까?”그 순간 금영은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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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9화

위명이 매번 실수를 저질러도 고작 한두 달치 봉급을 삭감하는 것으로 끝났다.한 번도 크게 벌을 받은 적이 없었다.황제는 지난 정을 쉽게 잊지 못하는 사람이었다.마치 금영이 처음 황제에게 다가갔을 때에도 황제가 늘 그녀에게 조금씩 여지를 남겨 두었던 것처럼.그 또한 조부 때문이 아니었던가.금영은 고개를 숙여 황제의 몸을 바라보았다.황제의 몸에는 크고 작은 상처가 가로로 몇 줄이나 남아 있었다.황제는 다시 금영의 손을 이끌어 한 곳에 올려놓았다.“이곳은 북융이 침입했을 때, 짐이 직접 군을 이끌고 출정했다가 입은 상처다.”“이번 전투는 비록 짐의 목숨을 잃을 뻔한 싸움이었지만, 짐은 오히려 기뻤다. 장병들의 희생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황제는 천천히 금영에게 대량의 국운과 관련되었던 몇 차례의 전쟁을 이야기해 주었다.그때 황제는 아직 젊은 왕일 뿐이었다.대량의 국운이 점점 기울어가던 시기에 변방을 지키며 공을 세운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황제가 금영에게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자신의 군공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금영은 느낄 수 있었다.황제가 이 일들을 이야기할 때, 승리의 기쁨은 조금도 없었다.오히려 그 안에는 지나간 세월에 대한 그리움과 아직도 남아 있는 두려움이 가득했다.황제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짐이 전장에서 돌아온 뒤, 반드시 황제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만약 짐이 황제가 된다면, 다시는 이 천하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리라 생각했다.”“다시는 백성들의 지아비와 아들들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게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짐은 짐을 위해, 강산을 위해, 백성을 위해 목숨을 버린 망자들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좋은 황제가 되고 싶었다.”“하지만 황제가 되는 일은 짐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황제는 지금까지 그 어떤 여인에게도 이렇게 자신의 진심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하지만 오늘만큼은 금영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또 무엇을 하고 싶은 사람인지 알리고 싶었다.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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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0화

금영이 황제의 허리띠를 매어 주다가 손이 살짝 멈췄다.문득 또 다른 일이 떠올랐다.전생.황제는 정말 작산 행궁의 설동에서 너무 많은 상처를 입어 지병을 남기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일까?황제는 이렇게 많은 상처를 입고도 지병 하나 남기지 않았다.직설전에서 입었던 그 상처 역시 황제의 몸에 남은 수많은 상처들과 비교하면 가장 심한 상처도 아니었다.그런데 어째서 지병이 생겼단 말인가?자신이 죽은 뒤, 태자가 태자비를 바꾸려 할 때였다.태자는 배명월을 데리고 황제를 찾아가 인사를 올렸다.그때가 금영이 회양에서 돌아온 뒤 처음으로 황제를 본 날이었다.그전에는…… 조부가 세상을 떠나기 전, 황제가 안성당에 찾아왔을 때였다.그녀는 문 뒤에 숨어 조용히 황제를 바라본 적이 있었다.어쨌든 죽은 뒤 처음 황제를 마주했을 때, 금영은 마음이 슬프면서도 황제를 다시 본 것이 신기했다.그래서 황제의 곁을 두어 바퀴나 맴돌았다.물론 그녀도 의아했다.소문으로는 귀신은 황제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고 했는데, 어째서 자신은 황제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일까.그때의 황제는 분명 중상을 입고 막 회복한 상태였다.그럼에도 위엄은 조금도 흐려지지 않았고, 한창 기세가 왕성한 모습이었다.그런 황제가 어째서 삼 년 뒤 갑자기 병으로 세상을 떠났을까?설마……황제가 누군가의 이익을 건드렸고, 그 때문에 누군가 황제를 해치려 한 것은 아닐까?금영은 잠시 생각하다 황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폐하, 신첩은 폐하께서 대량의 조정을 바로잡고 문벌세가를 억누르려 하시는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심지어 그 시작을 서가에서부터 하시려는 것도 알고 있사옵니다.”“하지만 그렇게 하신다면 반드시 폐하를 원망하는 자들이 생길 것이옵니다. 폐하를 없애고 싶어 하는 자들도 나타날 수 있사옵니다.”“폐하께서는 반드시 조심하셔야 하옵니다.”황제가 대답했다.“걱정하지 말거라. 짐은 조심할 것이다.”이것이 금영이 몇 번째로 자신에게 조심하라고 당부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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