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연수는 입을 열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끝내 생각해내지 못한 채 다시 침묵 속으로 돌아갔다.사실 사가 노부인 또한 그녀를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귀를 막고 눈을 감은 채, 사옥현과 체면을 지키며 한평생을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다소의 억울함쯤은 견디면 되고 부군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일 역시 참아내면 그만일지도 모른다는 것을.그러나 그녀는 그 모든 것이 지루하다고 느꼈다. 이곳에 갇혀 살아가는 삶이 너무도 무미건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옥현은 그럴 가치가 없었다. 그를 위해 참고 견딜 이유도, 그를 위해 아이를 낳아 줄 이유도 없었다.노부인은 계연수의 분명한 답을 기다리려고 하지 않았다.“모레 황후 마마께서 심부에서 설상연을 연다더구나. 사가에도 초청장이 왔다. 그날, 집안 사람들과 함께 다녀오거라.”그러고는 아쉬움이 묻어나는 눈빛으로 계연수를 바라보았다.“사실 네가 꼭 갈 필요는 없다. 다만, 내가 너를 보내려는 건 다른 집안 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남들의 사는 모습도 좀 보라는 뜻이다. 사람 사는 게 다 완벽할 수는 없다. 달도 늘 보름으로 차 있는 것은 아니지 않더냐. 바람도 쐬고 마음도 풀다 보면 생각이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른다. 마음이 정리되면 일찍 나오거라. 옥현의 마차가 널 기다릴 게다. 두 사람 사이에 할 말이 있다면 그날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네 시어미가 말한 첩 이야기는… 걱정 말거라. 옥현이도 내게 약속했다. 예전에 부친께서 혼담을 할 때 내세운 맹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령 네게 자식이 없더라도 종중의 아이를 네 이름으로 들일지언정 첩은 들이지 않겠다고 하더구나.”계연수는 고개를 숙인 채, 손끝에 힘을 실었다.심부에 가고 싶지 않다는 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노부인의 말이 이어졌다.“연수야, 나는 언제나 네 편인데, 내 마음도 이제 좀 받아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야 내가 너를 끝까지 지켜줄 수 있지. 사양하지 말거라. 옥현에게도 한 번은 기회를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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