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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주문춘귀: Capítulo 231 - Capítulo 240

368 Capítulos

제231화

사옥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어멈들이 물건을 확인하기 시작했다.임씨의 지시를 들은 어멈들은 계연수의 물건을 거칠게 다뤘다.어차피 그녀는 이제 사씨 집안의 작은 마님도 아니니 밉보여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계연수가 소중히 간직했던 아버지의 그림 가장자리가 어멈의 거친 손길에 찢어졌다.계연수는 마음이 아팠지만 지금 저들과 말싸움을 해도 찢어진 그림이 새것이 되는 건 아니기에 조용히 사옥현을 지나쳐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말없이 어지럽게 흐트러진 그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사옥현은 분노를 꾹 참고 있는 계연수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마음이 쓰라렸다.그 역시 찢어진 그림을 보았다. 그것은 계연수의 아버지가 생전에 그린 그림이고 그녀가 가장 아끼는 물건이었다. 어멈이 거칠게 다뤄서 찢어졌는데도 그녀는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그동안 계속 이렇게 서러움을 참으며 지내왔던 것일까.그날 설산에 버려졌을 때도 저렇게 조용히 서러움을 삼켰던 것일까.그는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궁금증을 참지 못한 그가 물었다.“어멈이 네 그림을 훼손하였는데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냐.”계연수는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말해도 소용없으니까요.”찢어진 그림이 새것이 될 수는 없었다.담담한 한마디에 사옥현의 가슴이 무너졌다.마치 과거에 서러움을 겪을 때에도 말해도 소용없을 것을 알아서 침묵을 지켰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부군으로서 한번이라도 그녀의 편에 서서 그녀를 두둔한 적이 있었던가.그가 기억하는 계연수는 분명히 따진 적이 있었다.그날 중도에 마차에서 내리라고 한 일이 있은 후, 그녀는 왜 그랬느냐고 따진 적이 있었다.사옥현은 자신이 그때 당시 무슨 대답을 했던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 이후로 그녀는 더 이상 그에게 아무런 표현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녀는 처음에 이명유를 아니꼽게 대한 적은 있지만 그가 돌아와서 그녀를 질책할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생각해 보면 두 사람 사이에는 수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것들이 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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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이명유가 처소에서 떡 하나 먹었다가 배탈이 났다고 계연수를 악독한 여편네라고 질책했고 밤중에 이명유가 머리가 아프다고 하여 그녀의 처소로 간다고 하니 예법에 어긋난다고 말리던 그녀를 속 좁고 시기심 많다고 비난했다.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자, 그는 그때의 자신이 왜 그녀에게 그런 심한 말을 하고 왜 일만 생기면 계연수가 수작을 부렸다고 확신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는 계연수가 자신을 무척이나 사랑해서 이명유를 못마땅해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던 사람이 왜 갑자기 이렇게 결연하게 자신을 떠나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머릿속이 혼란스럽고 가슴이 갑갑했다. 그는 멍하니 계연수를 바라보며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내가 널 오해해서 억울했던 적이 있느냐?”계연수는 담담한 시선으로 사옥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정 나으리, 저는 나으리께서 이런 질문을 하는 의도를 모르겠군요. 나으리께선 늘 믿고 싶은 것만 믿으시는 분 아니었습니까. 이제 지난 일들은 더 이상 저와 상관이 없으니, 해명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요.”“다시 지난 얘기를 마십시오. 서로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으니까 말입니다.”사옥현은 실성한 듯 중얼거렸다.“해명하기도 싫단 말이냐….”계연수는 눈살을 찌푸렸다.“나으리는 마음이 가는 사람만 믿어왔습니다. 늘 그랬지요. 저에게 나으리의 신임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왜 이제 와서 저에게 해명을 요구하는지 모르겠군요.”싸늘한 대답에 사옥현은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녀의 차가운 눈동자는 이제 그는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계연수는 용춘을 시켜 짐을 밖으로 나르게 한 뒤, 설이의 이름을 불렀다.사옥현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고양이는 사람을 시켜 밖에 내다버렸다.”무슨 소리를 들어도 괜찮았던 계연수는 마침내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그녀는 고개를 홱 돌리고 분노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따지듯 물었다.“무슨 자격으로 제 것에 손을 댔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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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사옥현은 큰 충격에 빠져 비틀거렸다. 그는 늘 온순하기만 하던 계연수의 눈에서 한번도 본 적 없는 깊은 증오를 읽었다.단지 고양이 한마리 때문에 그녀는 가장 악한 말로 그를 저주하고 있었다.게다가 혼인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니.부부로 지내는 동안 늘 그만 바라보고 살갑게 굴던 사람이 이제는 세상 누구보다 싸늘한 눈을 하고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까짓 고양이, 그리 귀여우면 내 한 마리 새로 사주마.”그는 그녀가 아끼는 것을 훼손하고도 여전히 가벼운 말투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하고 있었다.계연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삼년 동안 참았던 분노와 억울함이 당장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았다.그녀는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싸늘한 눈으로 사옥현을 바라보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당신은 죄 없는 내 고양이를 죽였으니 언젠가는 업보를 청산할 날이 올 것입니다.”사옥현은 충격에 빠진 눈으로 계연수를 바라보았다.그녀는 그의 앞으로 한걸음 더 다가서며 차갑게 말했다.“혼례식이 끝난 이튿날 서로 인사드리는 자리에서 이명유는 내게 차를 건네는 척하며 스스로 찻잔을 엎었습니다. 그 일로 당신은 날 삼년이나 원망했고요.”“당신처럼 눈과 귀가 꽉 막힌 어리석은 사람은 언젠가는 업보를 치를 것입니다.”“진작에 알아봤어야 했는데 반반한 겉모습에 속아 추악하고 어리석은 당신의 본질을 보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전 이곳을 떠나게 되어 너무 기쁘군요. 안 그랬으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당신이 망쳤을 테니까요!”말을 마친 계연수는 더 이상 사옥현을 보지 않고 싸늘하게 그를 지나쳤다.사옥현은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어젯밤 수도 없이 연습했던 만류의 말들을 단 한마디도 꺼낼 수 없었다.그는 계연수의 눈에서 선명한 증오를 보았고 더 이상 사탕발림 말들이 그녀에게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나를… 증오하고 있었다니!’그는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는 어렴풋이 늘 자신에게 순종하고 다정하게 대하던 계연수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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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사옥현은 한 번도 계연수에게 이런 다정함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당연하게도 그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자신이라고 생각했고 계연수야말로 그들의 사이에 끼어든 불청객이었다.그런데 불청객이 마침내 떠나갔는데 그는 왜 기뻐하지 않는 걸까.이제 계연수는 마지막 남은 자신의 물건들까지 모조리 가져갔으니 이 집에 더 이상 그녀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계연수의 밑에서 일했던 시종들도 모조리 갈아치울 것이고 두 사람이 함께 누웠던 침상, 그녀가 만졌던 모든 것들을 갈아치울 것이다. 이명유는 사옥현이 자신을 내치지 않는 이상, 자신은 계연수보다 훨씬 나은 삶을 갈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사옥현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옥현 오라버니.”사옥현은 고개를 들고 가련한 얼굴로 자신에게 말을 거는 이명유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세상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에게 묻고 있었다.“아직도 상심하고 계신가요?”사옥현은 조용히 이명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가 기억하는 이명유는 여전히 어릴 때처럼 그의 보살핌이 없이는 살 수 없을 듯이 가련하고 연약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그가 물었다.“연수가 가족들에게 인사를 올리던 날에 네가 연수에게 차를 올렸었지. 그때 왜 일부러 찻잔을 엎어서 날 오해하게 만들었느냐.”이명유의 두 눈에 일순 당황함이 스쳤다. ‘왜 갑자기 다 지난 일을 묻는 거지? 뭔가를 알아내기라도 한 건가?’찻잔을 엎은 건 당연히 고의였다. 그녀는 계연수의 기를 죽여 놓고 싶었다. 그녀에게 사옥현의 마음에서 누가 더 중요한지 알려주고 싶었다.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에 이명유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계연수가 그에게 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갑자기 이러는 걸까.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이내 표정을 수습했다. 자신이 뭐라고 말하든 사옥현은 자신을 믿어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거짓인 걸 알더라도 그녀를 두둔해줄 사람이었다.그녀는 눈물을 쥐여짜며 서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오라버니도 이제 저를 의심하시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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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한편 어멈으로부터 계연수가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고 아무런 말도 없이 갔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임씨는 잠시 멍하니 있더니 찻잔을 내려놓으며 담담히 말했다.“그래도 최소한의 분수는 아는 모양이구나.”어멈이 맞장구를 치더니 물었다.“그럼 그분이 전에 입었던 옷과 장신구들은 어찌 처리할까요?”임씨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예전에 그 애에게 줬던 것들은 모두 최고급 비단이었다. 옷이라도 잘 차려입고 옥현이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함이었지. 이제 화리도 했고 입었던 옷들을 누구 줄 수도 없으니 사람을 시켜 모두 태워버리거라. 꼴도 보기 싫으니.”“장신구들은 비싼 것들이니 내 창고에 넣도록 하고 나중에 옥현이가 새장가를 들면 새며느리에게 주도록 하겠다.”어멈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연수의 물건들을 정리했다.대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고준안은 밖으로 나온 계연수를 보고 다급히 다가와서 그녀에게 물었다.“그 집안 사람들이 또 너에게 시비를 걸더냐?”계연수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습니다. 어차피 다시 올 일도 없으니까요.”고준안은 눈물을 꾹 참고 있는 계연수를 보고 가슴이 쓰려 한마디 했다.“그쪽에서 계속 무례하게 굴면 그들이 한 짓을 모두 까발리자꾸나. 청렴하고 고고한 척하고 다니는 사람들 아니더냐. 사람들에게 그들의 본모습을 알리는 것도 나쁘지 않아.”계연수는 다급히 고준안을 말렸다.“저는 괜찮으니 진정하세요, 오라버니.”경성에서 사씨 가문의 세력은 적지 않았다. 그들은 대대로 관원 출신이었고 사옥현의 아버지와 삼촌 모두 꽤 높은 관직에 몸담고 있었다. 적지 않은 인맥을 보유했고 사씨 노부인의 친정인 후작부도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었다.계속 그들과 입씨름을 벌인다면 그쪽에서 고씨 가문을 대적할 수도 있었다. 고준안은 국자감에 입성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관직도 높지 않았기에 그의 출셋길을 막을 수는 없었다.그녀는 그저 어머니가 마음을 추스른 후에 점포를 양도하고 경성을 떠날 날을 기다릴 뿐이었다. 모든 게 순조롭다면 며칠 후면 떠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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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그녀는 진심으로 사옥현이 증오스러웠다.이명유를 그렇게 연모하면서 왜 나약한 자신을 받아주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옆에 있던 용춘은 걱정스러운 눈길로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계연수는 마차에 오른 이후로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용춘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래듯 말했다.“금릉에 가면 새로 한마리 입양해요.”계연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자신이 신변 사람들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았다.집에 들였다가 나중에 슬퍼하는 것보다는 들이지 않는 게 나았다.집으로 돌아가니 고씨 노부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순조로웠느냐는 노부인의 질문에 계연수는 숨기지 않고 이야기했다. 어차피 사씨 가문의 물건은 그들에게 속한 것이고 그걸 가져와서 살림에 보탤 생각은 없었다.애당초 그 집에 시집을 간 건 그런 것들이 탐나서가 아니었다.고씨 노부인은 크게 분노하며 말했다.“참으로 너무하는구나. 언젠가는 천벌을 받을 게야.”계연수는 일어나서 노부인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그 집안은 이제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이런 일로 상심해하지 마세요.”노부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네가 안타까워서 그러지. 네 아버지처럼 똑똑한 사람이 그때는 왜 사람을 잘못 봤을까.”계연수는 시선을 내리깔며 서글픔을 감추었다. 아무도 미래의 일을 예상할 수 없었다. 그녀 역시 사옥현을 처음 봤을 때 자신은 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가.그날 오후, 도찰원.문하는 서신 한 통을 들고 싱글벙글 웃으며 어사방으로 갔다. 너무 신이 난 나머지 문지방을 넘을 때 발목을 접질리기까지 했지만, 훌훌 털고 일어난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다.계 소저가 사씨 저택으로 가서 자신의 물건을 모조리 가지고 나왔고 그쪽과 완전히 연을 끊었으니 희소식이 아닐 수가 없었다.문하는 상전이 알면 얼마나 기뻐할지 벌써 상상이 갔다.어사방 문 앞을 지키던 포졸들은 문하가 넘어지는 것을 보고 급히 부축하러 왔으나, 문하는 그저 웃으며 어서 전갈을 전하라고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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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시끌벅적한 방안이 심서준이 들어오면서 조용해졌다.두 새댁은 왕년에 심 수보가 큰형님 댁에서 입양한 아들의 며느리들이었다. 왕년에 심씨 노부인은 나이 사십이 넘도록 자식을 보지 못했는데 심 수보는 큰형님의 아들 한명을 입양하여 자식처럼 키웠다.심 수보의 큰형님은 아들을 넷이나 두었는데 심 수보는 네 조카들 중에 막내를 입양했다. 심정호가 입양아로 들어왔을 때는 이미 나이가 열일곱이었고 그 이후로 2년도 안 되어 집안의 다섯째인 심서준이 태어났다.심정호는 현재 정오품 통정사 우의정을 맡고 있었는데 첩을 넷이나 들여 자식도 많이 보았다. 그의 자식들은 평소 한가한 시간에 심씨 노부인의 처소로 찾아와 말동무를 해두었다. 심서준의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심 수보는 큰형님과 분가하여 큰댁은 맞은편 저택으로 가고 심 수보 가족은 원래 저택에 머물게 되었다. 심정호의 부인 백씨가 현재 심씨 노부인을 도와 집안 살림을 주관하고 있었다.올해 예순다섯이 된 심씨 노부인은 이제 기력이 딸려 집안일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효심이 지극한 심정호는 노부인을 친어머니처럼 극진히 돌보며 공경했다. 그 덕분에 그의 자식들과 손주들도 심씨 노부인의 처소에 자주 드나들며 진심으로 시중을 들었다.두 새댁은 심서준을 보자 급히 일어나 예를 행하고는 조용히 옆으로 비켜섰다.새댁들은 심서준보다 겨우 세 살 어렸지만 심서준이 삼촌뻘이라 마주치면 공경하게 예를 행해야 했다.심씨 노부인은 이 시간에 처소로 찾아온 아들을 의외라는 듯 바라보다가 어멈의 부축을 받으며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네가 이 시간엔 어쩐 일이니?”심씨 노부인은 아들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만사 무관심이고 어머니인 자신에게도 냉담한 아이였다. 효자로 치면 차라리 입양한 아들이 더 친근하고 매일같이 드나들었다. 심서준은 겨우 며칠에 한번 얼굴을 비추는 정도였다.그런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 찾아왔을까?심서준은 시녀가 가져온 의자에 앉으며 노부인의 발치에서 놀고 있는 고양이를 바라보았다.“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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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세상 모두에게 무관심한 아들이 이렇게 물어본다는 것은 관심이 있다는 뜻이었다.오늘 아침 고씨 가문으로부터 심서준의 도움에 감사하며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다는 방문장이 왔다.평소에도 예물을 드리고 싶다거나 뵙고 싶다는 방문장은 수도 없이 많이 받았다.심씨 노부인은 일일이 상대하기 싫어 무시로 일관할 때가 많았다. 노부인은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아첨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인내심도 없었기에 거의 고민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고씨 가문에서 방문장을 보냈을 때도 위에 심서준의 도움을 받아 감사하다고 쓰여 있었지만 어느 고씨인지 몰라 서신을 써서 거절할 생각이었다.마침 심서준이 왔길래 물어본 거였는데 그가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니 어느 고씨인지 알 것 같았다.노부인이 심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너 그 집에 무슨 도움을 주었니?”심서준은 의자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지나가다가 눈에 띄어 도움을 주긴 했는데 그리 대단한 도움은 아닙니다.”심씨 노부인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시녀가 따라준 차로 목을 축이고는 말했다.“오늘 아침에 방문장이 왔더라. 네가 나서서 일을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면서 며칠 후에 직접 찾아온다고 하더구나.”말을 마친 노부인은 아들의 눈치를 살폈다.“워낙 이런 걸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서 거절할 생각이었다.”심서준은 그제야 고개를 들며 물었다.“지난번에는 그 댁 사람들을 집으로 부르고 싶다 하지 않으셨습니까?”노부인은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아들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가 이렇게까지 어느 집안에 관심을 보인 적은 없었다. 지난번에 고씨 가문을 초대하려고 한 일까지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노부인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아들이 이 시간에 찾아온 이유를 이제 알 것 같았다.아마 고씨 가문에서 방문장을 보낸 걸 알고 자신이 거절할까 봐 찾아온 게 분명했다.‘어쩐지, 해가 서쪽에서 떴나 했더니.’노부인은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고 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그 댁의 셋째 아가씨가 마음에 든 게냐?”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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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심씨 노부인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는 손에 든 염주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비록 세가 기운 집안이기는 하지만 처자가 마음씨가 곱고 단정하더구나. 또한 서준이와도 둘이 눈이 맞았으니 그런 건 신경 쓸 필요가 없지. 앞으로 우리 가문의 힘으로 그들을 일으켜 세우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니.”어멈도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나으리께서 누군가에게 이리도 관심을 보이시는 건 처음 아닙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곧 경사가 있겠네요.”심씨 노부인의 답장은 다음날 아침에 고씨 저택에 전해졌다.답장을 받은 장씨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아침 일찍 고윤희를 데리고 고씨 노부인의 처소를 찾았다.장씨로부터 심씨 노부인이 그들의 방문을 매우 환영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고씨 노부인도 기쁜 기색을 띄었다. 또한 서신에서는 고윤희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미리 알려주면 준비하겠다고까지 했다.이 정도로 신경을 써준다는 것은 그들을 귀빈으로 대접한다는 의미였고 특히나 고윤희에 대하여서도 언급했으니 그 의미는 명백했다.고씨 노부인은 크게 기뻐하며 고윤희를 옆으로 불러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며 장씨에게 말했다.“윤희는 어릴 때부터 복을 타고난 아이였지. 복스럽게 생겨서 앞으로 큰 복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심씨 가문이 어떤 가문이니. 어린 나이에 후작의 작위를 하사받고 앞으로 어떤 업적을 이뤄낼지 상상도 안 가는 분이 아니더냐.”장씨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앞으로 더 크게 될 분이지요.”“그 댁에 방문장을 보낸 건 옳은 선택이었습니다. 어쩌면 저희가 먼저 보내지 않아도 그쪽에서 초대장을 보내왔을지도요.”고씨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는 며느리를 바라보며 말했다.“다만 어쨌거나 황후의 친정이고 귀한 집이니 예법도 엄격히 준수해야겠지. 비록 그 댁에서 관심을 보이긴 했어도 절대 선 넘는 행동을 해서는 아니되느니라.”고씨 노부인은 고개를 돌려 고윤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윤희야, 특히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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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장씨는 환하게 웃고 있는 노부인을 보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심씨 가문이 어디 일반 가문입니까. 경성에서도 손꼽히는 귀한 가문이지요. 지난번에 갔을 때 봤는데 시중을 드는 시녀들도 여느 집 아가씨들보다 좋은 옷을 입었더군요. 이번에 이런 방문 기회가 주어졌고 또한 감사인사를 드리러 가는 건데 격식에 맞춰 잘 차려입어야 할 것 같습니다.”“심씨 노부인은 고명 칭호까지 받은 분이니, 행색이 너무 초라하면 보기에 안 좋겠지요?”고씨 노부인은 그 말을 듣고 멈칫하며 장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장씨가 이어서 말했다.“하물며 심씨 노부인이 특별히 우리 윤희를 뵙고 싶어하시는 것 같은데 신경 써서 잘 차려입고 가는 게 예의라 생각합니다.”고씨 노부인이 말했다.“에둘러 말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말하거라.”장씨가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화장함에 금옥 장신구를 좀 갖고 계시지 않습니까? 어차피 창고에 두고 쓰지도 않는데 차라리 그것을 윤희에게 주는 게 어떠신지요? 이번에 윤희가 심씨 노부인의 마음에 들면 우리 고씨 가문도 나날이 좋아지지 않겠어요?”고씨 노부인은 입술을 깨물었다.금옥 장신구는 딸인 고씨가 예전에 노부인의 생신 선물로 드린 것으로 금과 비취옥으로 만들어져 시중에 파는 금은 장신구보다 훨씬 귀중했다. 모두 열한 점으로 하나하나 상당한 값어치를 했다.예전에 고씨 가문에 변고가 생겼을 때도 노부인은 그 화장함을 열지 않고 그대로 간직해왔다. 딸이 선물로 준 것이었기에 내놓기 아까웠던 것이다. 그런데 장씨는 지금 그걸 달라고 말하고 있었다.고씨 노부인에게는 따로 계획이 있었다. 계연수는 사씨 가문과 화리하면서 아무것도 가지고 나오지 않아서 쓸만한 장신구가 없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자신에게 선물한 것이니 계연수에게 물려줄 생각이었다.어제 귀걸이도 착용하지 않은 계연수를 보고 마음이 아파 화장함을 열고 홍보석 귀걸이 하나를 이미 계연수에게 주었다.계연수는 싫다고 사양했지만 노부인은 억지로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그런데 장씨가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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