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노부인은 힘이 없는 작은 집안의 처자를 들이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쪽이었다. 심씨 가문은 이미 너무도 큰 권력을 쥐고 있었다. 아들이 세력가와 혼인을 한다면 오히려 도처에서 견제가 들어올 것이다. 눈앞의 처자는 참하고 예의도 바르니, 아들만 좋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노부인은 장씨의 아첨하는 표정도 그리 밉게 보이지 않았다.노부인은 아까부터 말이 없는 아들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이러면 안 되겠다는 마음에 입을 열었다.“앉아서 얘기만 했더니 조금 지겹군. 차라리 정원 앞에 있는 매화원으로 가서 풍경이나 감상하며 이야기하는 게 낫겠네. 마침 매화가 곱게 피었으니 윤희의 꽃꽂이 실력도 구경할 수 있고 일석이조겠군.”갑작스러운 친근한 호칭에 장씨는 입이 찢어졌다.“차라리 그게 낫겠네요, 노부인.”그녀는 고개를 돌려 고윤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따가 노부인께서 실망하시지 않게 잘해야 한다.”고윤희는 바짝 긴장한 상태였다. 조금 전 심씨 노부인의 친근한 호칭을 듣고 거의 심씨 집안 문턱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몰래 심서준이 있는 곳을 곁눈질해 보았다. 그저 잠깐 보았을 뿐인데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런 사내와 혼인하고 매일 같이 살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행복해졌다.고윤희는 입술을 깨물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심씨 노부인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고윤희는 눈치 있게 다가가서 노부인을 부축했다.노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윤희의 손을 다정하게 잡아주고 그녀와 나란히 앞장서서 걸었다.계연수의 앞을 지나치던 노부인은 그제야 그녀가 떠오른 듯, 그녀의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옷을 왜 이렇게 소박하게 차려입었을까.’어쨌거나 어릴 때부터 지켜봐온 후배였기에 노부인은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연수도 왔구나.”계연수는 공손히 예를 행했다.“예, 노부인께 인사드리러 왔습니다.”심씨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심코 물었다.“네 어머니는 좀 괜찮아졌느냐?”계연수는 다소곳하게 답했다.“예, 많이 좋아지셨습니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