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서준은 말을 마치고 더 머물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휘장을 걷고 냉담한 기색 그대로 마차에서 내렸다.계연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심장이 가늘게 떨렸다. 저도 모르게 휘장을 들어 올려 다시 한 번 그를 찾았다.화등이 막 밝혀진 거리, 사람들로 가득한 인파 속에 그는 길게 선 학처럼 서 있었다. 검은 옷자락이 밤빛과 겹쳐 더욱 차갑게 보였다.하지만 그는 매번 그녀가 막다른 길에 설 때마다 손을 내밀었다. 방금도 아무 말 없이 열쇠를 남겨두지 않았던가.그는 언제나 침묵했고, 그러면서도 늘 그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가 서툴게 그의 품으로 쓰러졌을 때도 단 한마디 나무람 없이 묵직하고 안정된 힘으로 모든 상황을 정리해 주었다.지금 이 순간, 계연수는 그를 불러 세우고 싶었다. 왜 자신을 돕는지, 자신이 그의 마음속에서 어떤 자리인지 묻고 싶었다.그러나 그 냉정한 뒷모습은 점점 흐릿해졌다. 그의 화려한 마차 곁으로 호위들이 다가와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휘장을 들어 올렸다.두 사람 사이에는 겹겹의 산맥이라도 놓인 듯했다.그는 고귀했고 단정했으며 높은 자리에 있었다. 자신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설령 답을 안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계연수는 자신이 심서준을 향해 품은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의 곁에 서 있으면 마음이 놓였다. 그가 있으면 무슨 일이든 결국은 평온하게 정리될 것만 같은 기묘한 안도. 그것이 두려우면서도 놓기 싫은 감정이었다.*계연수가 돌아왔을 때, 어머니는 이미 저녁을 마치고 침상에 기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방에 들어서자 어머니는 손을 흔들며 그녀를 불렀다.“연수야, 네가 큰 외숙모가 보낸 그 두 계집아이를 곤란하게 했다고 하더구나?”계연수는 옆에 선 춘화를 바라보았다.춘화는 황급히 손을 저었다.“아가씨, 저는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헌데 오늘 큰 부인께서 오셔서 빈정대는 말을 한참 하셨습니다. 그리고 또….”그녀가 말을 이으려 하자 어머니는 단번에 끊어버렸다.“춘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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