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한마디만 했다면 그는 도왔을 것이다.아니면 자신이 건넨 그림 때문에 지금껏 그녀가 줄곧 자신을 피하고 있었던 걸까?마음을 드러낸 그날 이후로 그녀는 한 발 물러서 있었다.심서준의 머릿속에 스친 장면은 계연수가 눈물 맺힌 얼굴로 심정우에게 도움을 청하던 모습이었다. 그 부드러운 눈빛을 보고서 누가 마음을 접을 수 있단 말인가?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 치밀어 오르는 답답함. 늘 감정을 절제하던 그였지만 손에 닿는 대로 청화 다기를 쓸어 바닥에 떨어뜨렸다.문턱을 막 넘어서던 문하는 안에서 들려온 소리에 거의 넘어질 뻔했다. 혼이라도 날아갈 듯 허둥지둥 달려 나가며 부디 자신에게 불똥이 튀지 않기를 빌 뿐이었다.한편, 계연수는 가게에 남아 명 점주와 배상해야 할 금액을 정리했다.그림은 여덟 폭, 합쳐 백여 냥이 넘었다.숫자를 확인하는 순간, 가슴이 욱신거렸다.그래도 심서준이 주었던 귀걸이를 전당 잡혀 둔 덕에 손에 여유가 생긴 것이 다행이었다.하지만 손해는 여기서 끝낼 수 없었다.계연수는 명 점주에게 손실 내역을 따로 정리하라 했다. 심정우가 나서 준다 했으니 만약 심서준이 병마사에 한마디라도 한다면 이 일은 결코 흐지부지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그렇다면 결국 관청에서 대질하게 될 터. 그녀의 손해 역시 마땅히 보상받아야 했다.심서준이 병마사에 경고를 보낸다면 적어도 정의는 바로 설 것이라 믿고 싶었다. 그 생각만으로도 마음 한켠이 조금은 놓였다.명 점주는 다시 병마사로 가야 했다. 이에 계연수는 세세한 부분까지 다시 짚어 주었다.그들이 술집에서 외상으로 마신 내역, 언제 빚을 갚았는지, 최근에 새로 장만한 물건은 무엇인지, 전에는 살 수 없던 것들을 언제부터 사기 시작했는지까지.이틀 동안 사람을 붙여 뒤쫓게 했던 터라 명 점주는 상황을 훤히 알고 있었다.그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아가씨, 걱정 마십시오. 이번엔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압니다.”명 점주는 외조모가 붙여 준 관사라 가게가 자리 잡기까지 곁에서 지켜본 사람이었다.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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