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연수는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어릴 적부터 아버지와 시를 짓고 문장을 주고받는 일이 잦았기에, 이 정도는 그녀에게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그녀는 곧 입을 열었다.“진흙 물어다 애써 기둥 아랫집을 짓고,날개가 자라면 제각기 먼 곳으로 흩어지네.오직 봄바람만이 길을 알아,해마다 변함없이 빈 집으로 돌아오네.”‘떠남’은 날개를 펴고 각자 멀어지는 데에 담겼고, ‘남겨짐’은 해마다 다시 돌아오는 봄바람에 담겼다.직접 그 글자를 쓰지 않았으면서도 주제를 정확히 짚어낸 것이다.진철은 감탄을 터뜨리며 참지 못하고 심서준의 팔을 툭 쳤다.“우리 할머니의 문제를 이렇게 빨리 풀어내는 사람은 드문데, 계 아가씨는 정말 대단하오.”심서준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눈빛에는 은은한 온기가 번졌다.이 문제 자체는 계연수에게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심서준이 유일하게 걱정했던 것은, 그녀가 대장공주 앞에서 긴장할까 하는 점뿐이었다.영경공주는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답이었다.이토록 짧은 시간 안에 풀어냈다면 기본이 되는 학문과 재능은 분명히 갖추고 있는 것이다.그녀는 다시 사람을 시켜 비단 상자를 하나 가져오게 했다.상자가 열리자, 안에는 하늘빛 유약을 입힌 해바라기 모양 접시 하나가 놓여 있었다.유약의 색은 비 갠 뒤 맑게 갠 하늘처럼 부드러웠으나, 접시 한가운데에는 비스듬히 길게 금이 나 있었다.영경공주의 목소리가 천천히 울렸다.“이건 내가 가장 아끼던 물건이다. 수십 년을 함께했지. 허나 삼 년 전, 실수로 떨어뜨려 금이 갔다. 흔히 말하길, 깨진 거울은 다시 둥글게 할 수 없다 하지. 이 깨진 그릇을 너는 다시 온전하게 만들 수 있겠느냐?”순간, 정당 안의 공기가 굳어졌다.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도자기는 한 번 금이 가면, 설령 당대의 명공이라 해도 금칠로 이어 붙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찌 ‘온전히 되돌린다’는 말이 가능하겠는가.진철은 할머니가 이토록 난처한 문제를 낼 줄 몰랐기에 그는 저도 모르게 몸을 일으켜 도와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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