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온 뒤, 계연수는 먼저 어머니의 처소에 들러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정오가 되어 함께 식사를 마친 뒤에야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앞의 긴 책상에는 화선지가 펼쳐져 있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그림을 그려 보려 했지만 붓을 들어도 도무지 한 획이 떨어지지 않았다.결국 붓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아 책을 펼쳐 들었다. 비가 그친 뒤의 봄날 오후, 햇빛은 유난히 밝았다. 창을 통해 들어온 빛이 그녀의 몸 위로 부드럽게 쏟아졌다.따스한 기운에 어느새 졸음이 몰려왔다. 계연수는 책장을 몇 장 넘기다가 언제 잠이 들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다시 눈을 떴을 때, 눈앞에는 희미하게 어둑한 회색빛이 깔려 있었다.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몸 위에는 얇은 담요가 덮여 있었고 곁에는 작은 화로가 놓여 있었다.요즘은 손에 쥔 돈도 넉넉해졌고 그녀와 어머니 모두 추위를 잘 타는 편이라 아직도 숯불을 사용하고 있었다. 화로에서는 가끔씩 숯이 터지는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계연수는 아직 정신이 몽롱한 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입안이 마른 느낌이 들어 용춘을 불러 차를 가져오라 했다.*용춘은 밖에서 춘화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가 계연수의 부르는 소리를 듣고 급히 안으로 들어왔다.그녀가 깨어난 것을 보자 먼저 촛불을 밝히고 이어 계연수가 좋아하는 동화차를 한 잔 따라 주었다.은은한 향을 머금은 차향이 방 안에 번졌다.계연수는 고개를 숙여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옆에 떨어져 있던 책을 주워 들었다.몸은 여전히 나른했기에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다시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더 마셨다. 몸이 조금씩 따뜻해지자 그녀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밖이 완전히 어두워질 무렵, 심서준이 찾아왔다.그는 여전히 바깥 마차 안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문을 두드린 사람은 문하였다.계연수가 밖으로 나오자 문하는 마차를 가리키며 작게 웃으며 말했다.“계 아가씨, 나으리께서 마차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계연수는 어둠 속에 서 있는 마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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