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까지 시를 잇지 못한 이는 이제 계연수와 손보경 둘뿐이었다.손보경이 미소를 머금고 계연수를 바라보며 말했다.“아가씨께서 먼저 하시겠습니까?”계연수는 옅게 웃으며 답했다.“괜찮습니다. 군군께서 먼저 하시지요.”손보경은 계연수를 깊이 바라보았다.자신의 신분으로는 애초에 누군가를 깔보는 일 따위 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의 계연수를 보니 도무지 눈에 차지 않았다.진짜 실력도 없이 끝까지 버티는 것은 결국 스스로를 더 난처하게 만들 뿐이었다.아까 봉녕군주의 시 속에 담긴 비꼼조차 눈치채지 못한 듯 보였으니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이건 그녀가 스스로 택한 길이었으니까.손보경은 담담히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옥산이 무너져 눈이 옥경에 쏟아지고, 난초밭을 옮겨 심어 저녁 하늘 아래 맑아지네. 따뜻한 계절을 버리고 홀로 서 있다 놀라지 말라, 세상에 맑게 깨어 있는 이는 드문 법이니.”그 시가 끝나자 장내가 크게 술렁였다.‘옥산이 무너져 눈이 옥경에 쏟아진다’는 첫 구절은 기세가 웅장했고 난초밭을 옮겨 심었다는 구절은 굴원의 향초 고사를 은근히 끌어와 격조 또한 높았다.순식간에 앞서 나온 모든 시를 압도해버렸다. 복안공주도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군군은 정말,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뛰어난 인재로구나.”손보경은 끝까지 단정하고 고요한 얼굴로 담담히 미소를 지었다.이미 이런 찬사를 익숙하게 받아온 듯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복안공주에게 예를 갖춘 뒤, 다시 계연수를 바라보았다.“아가씨께서는 준비되셨습니까?”계연수는 시선을 내려 누각 밖에 핀 옥란화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옥빛 눈옷 입고도 헛되이 귀하다 하나, 바람 한 번 스치면 속의 티끌 드러나네. 진흙에 떨어져도 겉모습은 여전히 고운 체, 동군마저 봄이라 착각해 비웃게 하구나. 삼천 세계 밖에 어른거리는 정묘한 그림자, 열두 난간마다 등불 하나씩 켜지듯, 동풍은 끝내 그 고단함 헤아리지 못하고, 한 그루 나무마다 슬픔과 기쁨 제각각이로다.”계연수가 읊은 것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