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자, 계연수는 목욕을 마치고 몸단장을 한 뒤 침상에 누워 심서준이 건네준 혼수 목록을 펼쳐 들었다.그저 가볍게 훑어볼 생각이었지만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그녀의 눈이 점점 커졌다.이전에 받은 상가와 저택, 그리고 포산루뿐만이 아니었다.성 밖의 논 육십 묘에 더해 두 곳의 장원까지 포함되어 있었고 그 아래로는 눈부시게 늘어선 장신구와 비단, 가구와 기물, 문방구까지. 어느 하나 빠진 것이 없었다.모든 것이 세심하게 갖춰져 있었다.사계절 꽃무늬의 장화단, 백자도를 수놓은 환화금 이불, 여러 벌의 머리 장식, 호박과 옥패. 계연수는 대충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그것들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심장이 두어 번 크게 뛰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책자를 베개 밑에 넣었다. 하지만 생각을 거듭할수록 마음이 불안해져 다시 상자로 옮긴 후 단단히 걸어 잠갔다. 모든 일을 마친 그녀는 다시 침상에 누워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며칠이 더 흘렀다.그동안 계연수는 거의 집을 나서지 않았다.그러다 사흘째 되는 날 아침, 심서준이 그녀를 데리러 와 승안후부로 향하게 되었다.떠나기 전, 고씨는 계연수의 손을 꼭 잡고 낮은 목소리로 여러 가지를 당부했다.승안후부에서는 반드시 예를 지켜야 한다는 것,대장공주의 총애를 받는다 해도, 곧 심서준과 혼인하게 된다 해도, 결코 실수해서는 안 된다는 것.“네 아버지가 늘 말씀하셨지. 사람은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고. 그 말을 꼭 기억하거라. 교만하지도 말고, 조급해하지도 말고, 욕심내지도 말고, 억지로 바라지도 말거라. 그러면 평생을 큰 탈 없이 살 수 있을 게다.”계연수는 그 말을 마음에 새기며 눈가가 살짝 젖어 들었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고씨는 그녀의 손을 더욱 꼭 쥐었다.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고 이내 계연수를 끌어안아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조용히 울음을 터뜨렸다.이번에 떠나면 다음에 만날 때는 이미 남의 부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심가 대저택에는 신분 높은 여인들이 모여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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