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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춘귀의 모든 챕터: 챕터 591 - 챕터 600

725 챕터

제591화

밖에서 밤을 지키던 하녀들은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당연히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감히 안으로 들어가 정리할 엄두는 내지 못한 채, 서둘러 사람을 시켜 뜨거운 물부터 준비하게 했다.그날 밤, 물을 세 번이나 더 들였다.아침이 되어서도 계연수는 몽롱한 정신으로 잠에 취한 채 심서준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심서준은 지난밤 마침내 바라던 대로 계연수와 깊은 밤까지 함께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계연수의 몸을 아껴 스스로를 억누르며 끝내 힘을 쓰지 못했는데, 정작 욕심 많은 그녀는 어딘가 아쉬운 듯 자꾸만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심서준은 식은땀까지 흘리면서도 그런 그녀를 달래야 했다.그녀는 욕심이 많아도 오래 버티는 재주는 없는 듯했다. 한 번으로 기운이 다 빠진 듯 이내 그를 밀어내고 잠들어 버렸으니 말이다. 덕분에 심서준은 마치 마음껏 쓰고는 그대로 버려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런데 아침이 되자 부드러운 몸은 다시 그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심서준의 손은 다 잡힐 만큼 가느다란 허리를 천천히 쓸어내리다 이내 아래로 미끄러져 내렸다.오랫동안 메말라 있던 사람이 단비를 만난 듯, 그는 한 번 맛본 뒤로는 그 달콤함을 잊지 못했다. 지난번보다도 더 깊게 그 맛을 알게 된 지금은, 오히려 계연수보다 그 자신이 더 갈망하고 있었다.지난밤 끝내 채워지지 못했던 욕망이 다시 피어올랐고, 그는 품 안의 사람 위로 천천히 몸을 기울였다.밤새 조심스럽게 다루긴 했지만, 새하얀 피부 위에는 옅은 붉은 자국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 흔적들이 지금의 심서준 눈에는 오히려 온몸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들 뿐이었다. 그는 고개를 돌리며 작게 앓는 소리로 거부하는 그녀를 달래지도 못한 채 그대로 몸을 숙였다.그렇게 다시 한 차례 뒤엉킨 끝에야 해가 중천에 떠올랐다.계연수는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남지 않은 상태라 조금만 움직여도 욱신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반면 목욕까지 마친 심서준은 한결 개운한 얼굴로 침상 곁에 앉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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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오전이 되자 나 소실이 직접 찾아와 사죄를 청했다.계연수가 밖으로 나가 그녀를 마주했을 때, 나 소실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사람 전체에서 짙은 피로가 배어 나왔다.본래 그녀는 다소 드센 기질이 있긴 했지만, 어디까지 나서야 하고 어디서 물러서야 하는지는 영리하게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간 강한 성정의 백씨 밑에서도 한 번 제대로 흠을 잡힌 적이 없었고, 오히려 대감과 몇몇 사람들의 마음을 교묘히 사로잡으며 살아왔다.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서야 그녀는 깨달았다.대감의 마음이 결코 자신에게만 향해 있지 않다는 걸.생각해 보면 원래부터 그랬다. 대감은 그녀를 총애하긴 했으나, 그녀와 백씨 사이에서 단 한 번도 그녀 편을 들어준 적은 없었다.처음엔 대감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할 생각이었다. 자신은 백씨가 파놓은 함정에 빠졌다고, 그리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부 알 것 같았다. 대감은 늘 다정해 보였지만, 실은 누구보다 냉정한 사람이었다. 큰 부인을 헐뜯는 말은 단 한 마디조차 그의 앞에서 입에 담아서는 안 되었다.그녀는 지금 한껏 몸을 낮춘 채 계연수 앞에 앉아 있었다.계연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고운 자태에 그림처럼 맑은 이목구비와 온몸에 어려 있는 화사하고 귀한 분위기에 나 소실은 순간 얼른 몸을 일으켜 맞이했다.계연수 역시 나 소실에게는 비교적 예를 갖추었다. 먼저 앉으라 말했고, 그녀 또한 그 일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그러나 계연수가 추운과 추우에게 차를 내오라 시키려던 순간, 나 소실은 그대로 계연수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울음을 터뜨렸다.“지난번 일은 전부 제가 경솔하게 입을 놀린 탓입니다. 설마 백합 그 계집애가 그 말을 밖에 옮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부디 둘째 부인께서 이번 한 번만은 저를 용서해주세요.”계연수는 용춘에게 먼저 나 소실을 부축해 한쪽에 앉히게 한 뒤, 눈물에 젖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헌데 어째서 아무 이유도 없이 마적 이야기를 꺼낸 겁니까?”나 소실은 손수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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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심태숙은 옅게 웃으며 예전 심서준이 즐겨 마시던 차를 따라 건네주었다. 그러고는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네 넷째 형수 동생 일 말이다…”심서준은 막 찻잔을 들던 손을 멈추었다.천천히 찻잔을 다시 탁자 위에 내려놓고는 심태숙을 바라보았다.“형님, 지금 조정에서는 관직 매매를 엄히 금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관직을 돈으로 산 일을 조사하는 것도 폐하의 뜻입니다.”백씨의 넷째 남동생인 백연청은 예전에 형을 따라 변방을 지켰지만, 재능이 변변치 못했다. 그래서 결국 경성으로 돌아와 병부에서 돈을 써 한가한 직책 하나를 얻어 그럭저럭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그동안은 별 탈 없이 지내왔지만, 어제 오후 돌연 이부에서 공문이 내려와 그의 관직을 박탈했다. 오늘 오전에는 관직을 돈으로 산 죄까지 드러나 도찰원으로 끌려가 곤장을 맞았고, 지금도 여전히 도찰원에 갇혀 있었다.심태숙 역시 이 일을 오후에야 들었고 백씨는 소란을 피우며 기어이 심서준을 찾아가 보라고 등을 떠밀었다.심태숙은 심서준의 말을 듣고 잠시 멍하니 굳었다.심서준의 뜻이 무슨 의미인지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안채의 여인이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차마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결국 그는 체면도 접어둔 채 심서준을 향해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그 아이가 아주 크게 선을 넘은 건 아니지 않느냐. 이번 한 번만은 눈감아주면 안 되겠느냐. 어차피 큰일을 벌일 사람도 아니고… 이미 곤장도 맞았으니 몸이 버텨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그러고는 목소리를 더 낮추어 조심스럽게 덧붙였다.“준아, 그래도 결국 한집안 사람 아니겠느냐. 네 형수도 몹시 걱정하고 있다. 그리고 네 형수 역시 예전부터 너를 진심으로 아껴주지 않았더냐.”심서준은 말없이 심태숙을 바라보았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형님도 아시잖습니까. 저는 도찰원에 들어간 뒤 단 한 건의 억울한 사건도 만든 적이 없습니다.”심태숙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천천히 말했다.“나도 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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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심서준은 본래부터 심태숙을 깊이 존중해왔다.심태숙이 자신을 어떻게 대해왔는지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이번 일을 벌인 것도 어디까지나 넷째 형수를 경고하기 위함이었을 뿐, 형과의 사이에 틈이 생기길 바라는 건 아니었다. 심태숙의 사람됨이 얼마나 올곧은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다만 넷째 형수의 속내가 지나치게 많았기에, 결국 손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심태숙이 안채를 좀 더 단속해주길 바랐다.그가 바라는 건 결국 집안의 평안뿐이었다.심서준은 입술을 가만히 다문 채 낮게 말했다.“백연청은 사건이 마무리되면 자연히 풀려날 겁니다. 이후 그가 어떻게 지내든, 저 역시 더는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연수는 이제 막 후부에 들어온 데다 아직 어려서 마음도 단순합니다. 남과 다투거나 겨루려는 생각도 없는 아이입니다. 형님께서 형수님께 말씀 좀 전해주십시오. 연수를 많이 돌봐주신다면 저 역시 감사히 여기겠습니다. 또 연수는 아직 나이가 어려 배워야 할 것도 많습니다. 저는 그녀가 지나치게 고생하는 걸 원치 않습니다. 형수님께서는 그저 몇 가지 살림 수완만 가르쳐주시면 됩니다. 후부의 큰일들은 앞으로도 형수님께서 많이 맡아주셔야 할 테니, 그 은혜 역시 제가 마음에 새기고 있겠습니다.”심태숙은 그 말을 듣고 더는 모르는 척할 수가 없었다.심서준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 다만 입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었다. 형제간의 정을 생각해서였다. 그 사실이 심태숙을 더욱 부끄럽게 만들었다.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형수도 동서를 아낀다. 늘 총명한 아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걱정 말거라. 앞으로 네 형수는 동서를 더 살뜰히 챙길 게다.”심서준은 말없이 형을 바라보았다.이 세월 동안 심태숙의 관직 생활 역시 순탄했다. 심가를 등에 업고 한 걸음씩 착실히 올라섰고, 청렴한 품행도 잃지 않았다. 뜻을 이루었다고 해서 부친의 가르침을 잊어버리는 사람도 아니었다.심서준 역시 아버지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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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심서준은 옅게 웃었다.“궁에서 내려오는 진상품이니, 네가 본 적 없을 만하지.”계연수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럼 엄청 귀한 거 아닙니까?”심서준의 손끝은 여전히 계연수의 뺨을 천천히 어루만지고 있었다.붉은 옥고에 윤기가 돈 탓인지, 그녀의 얼굴은 한층 더 촉촉하고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심서준의 몸 안에서는 또다시 뜨거운 열기가 피어올랐다. 어쩌면 지나칠 만큼 만족스러웠던 환희 때문인지도 몰랐다.그래서일까. 그는 번번이 계연수와 다시 몸을 섞고 싶어졌다.심서준 역시 알고 있었다. 오늘 이미 충분히 방종했다는 걸.하지만 몸은 도무지 만족을 몰랐다. 오히려 오늘 밤도 얼마든지 그녀와 몇 번이고 합방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심서준은 마음이 이미 다른 데로 기운 듯, 계연수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못한 채 무심히 낮은 소리로 응했다.그러다 그녀의 귓가에서 흔들리는 붉은 보석 귀걸이를 보다가 얇은 봄옷 아래로 드러난 몸선을 한 번 훑어본 뒤 물었다.“밥은 먹었느냐?”계연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되물었다.“후작은요?”하지만 심서준은 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먼저 씻고 옷 갈아입고 오겠다.”그 말을 남기고 그는 그대로 돌아서 나가버렸다.계연수는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진줏빛 가루가 잔물결처럼 번지며 은은하고 좋은 향이 피어올랐다.밤이 깊어 잠자리에 들 무렵, 심서준은 이미 먼저 침상에 올라 느긋하게 기대어 있었다.계연수는 침상 곁에 앉아 몸을 약간 틀어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요즘 방 어멈이 제게 첩자를 많이 보내주세요. 그중엔 크게 중요하지 않은 작은 연회도 많았는데… 평남후부에서 온 초대는 아무래도 가야 할 것 같아요.”말을 하며 계연수는 슬며시 심서준 쪽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평남후부 초대장은 제 앞으로 따로 왔던데, 형수님 쪽에도 갔을까요? 그리고 원래 예물은 심가 이름으로 보내는 건가요, 아니면 저희 이방 이름으로 보내는 건가요?”심서준은 차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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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심서준은 계연수의 등을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침상 휘장을 천천히 내려놓았다.그리고 몸을 눕히자마자 그녀를 제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손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녀의 옷자락 안으로 스며들었다.그는 밤이 되자마자 공무도 제쳐둔 채 일찍부터 침상 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오직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심서준에게는 오늘부터가 진짜 혼례의 시작이었다. 적어도 사흘은 그래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계연수의 허리에는 이미 심서준이 움켜쥔 자국이 푸르게 남아 있었다. 살짝만 스쳐도 욱신거릴 만큼 아팠다. 그녀는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심서준은 가끔 힘 조절을 잘 하지 못했다. 손아귀 힘이 워낙 세서, 무심코 지나치게 세게 쥐는 때도 있었다.게다가 그녀는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제대로 잠든 적조차 거의 없었다. 지금은 온몸이 피곤했고, 몸 위에 남은 흔적도 아직 가시지 않았다. 정말 더는 그러고 싶지 않아 손을 뻗어 그를 밀어냈다.심서준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다시 몸을 기울여 계연수 위로 내려왔다. 그리고 그녀가 가장 예민해하는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계연수는 정말 당해낼 수가 없었다.낮 동안엔 늘 차갑고 담담해서,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을 것만 같은 남자가 어째서 밤만 되면 이렇게까지 집요해지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결국 그녀가 정신이 흐려진 틈을 타 심서준은 옷을 하나씩 벗기기 시작했다. 계연수가 다시 그의 몸 위에 눕혀졌을 때쯤엔, 이미 제 뜻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모든 주도권은 심서준에게 있었다. 그날 밤에도 두 번이나 더 물을 들였다.계연수는 정말 버틸 수가 없었다. 차라리 정신을 잃고 잠들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집요한 심서준의 입맞춤 때문에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심서준은 끝내 뜻을 이루어냈다.*이제 목욕할 때가 되었다.심서준은 제 품에 기대어 있는 계연수를 내려다보았다. 희고 깨끗한 피부 위에는 붉은 자국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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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심서준은 애초에 그녀의 대답을 들을 생각도 없었다. 그 말을 남긴 뒤 그대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가는 길에 그는 다시 문하를 불러 옥취당의 점주를 찾아가게 했다. 계연수에게 보낼 장신구 몇 점을 골라 가져오라며, 그녀가 직접 마음에 드는 걸 고르게 하라는 말도 덧붙였다.그건 그녀의 감정을 눈치챘다는 뜻이었고, 나름의 달램이기도 했다.아침이 되어 몸단장을 마친 계연수가 문안을 드리러 갔다가 나오려던 참에 백씨가 계연수를 불러 함께 가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계연수로서도 거절할 수는 없었다.백씨는 한층 더 다정한 얼굴로 계연수의 손을 잡고 웃으며 함께 자신의 처소로 향했다.“지난번엔 후부 사람들을 급하게 만나느라 제대로 인사도 못하지 않았느냐. 오늘 다시 천천히 얼굴을 익혀두거라. 앞으로 자주 함께 이야기 나눌 일도 많을 테니까.”겉으로는 한없이 친절했지만, 백씨의 속은 편할 리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지금도 여전히 도찰원에 갇혀 있었고, 대감이 직접 나서 부탁했는데도 심서준은 전혀 봐주지 않았다.백씨는 심서준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심서준에게는 정말 그럴 힘이 있었다.어젯밤에도 대감과 깊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찌 되었든 겉으로만큼은 계연수에게 더 잘해주어야 했다. 동시에 그녀는 이제 확실히 깨닫고 있었다. 심서준은 결코 쉽게 속아 넘어갈 사람이 아니라는 걸.계연수는 백씨의 처소에 오는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하지만 내부는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곳곳이 정교하고 화려했으며, 눈에 들어오는 물건마다 값비싼 기품이 배어 있었다. 어느 것 하나 흔한 물건이 아니었다.최씨와 심소연 역시 곁에서 계연수를 함께 상대해주고 있었다.백씨는 후부를 다스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야기하다가, 마침 계연수가 들어와 도와주게 되어 자신도 든든하다는 체면 좋은 말들을 이어갔다.계연수는 그런 말을 들으며 백씨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았다.그 얼굴엔 다른 감정이 조금도 드러나지 않았다. 마치 방금 한 말들이 모두 진심인 것처럼 보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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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백씨의 처소에서 어느새 반나절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최씨는 유난히도 계연수에게 살갑게 굴었다. 요즘 바깥에서 유행하는 장신구 이야기부터 어느 집 비단이 곱다는 이야기까지 이어졌고, 봄 경치가 한창 좋으니 다음엔 함께 나들이를 가자고도 했다.사실 최씨의 나이 역시 계연수와 비슷했다. 그녀 또한 열아홉이었기에, 둘은 자연스레 이야기가 제법 잘 통했다.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때였다.방 어멈이 안으로 들어와 말했다.“옥취당 점주께서 오셨습니다. 부인께서 고르실 장신구를 가져왔다고 합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의 시선들이 단번에 계연수에게 쏠렸다. 부러움이 섞인 눈빛이었다.최씨는 계연수의 손을 꼭 잡고 웃으며 말했다.“정말 숙모가 부러워요. 분명 또 오숙부께서 마련하신 거겠죠?”최씨가 일부러 계연수와 가까워지려는 마음을 품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시어머니 역시 그녀에게 그렇게 일러두었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든 간에, 겉으로만 큼은 계연수와 유난히 친밀하게 지내야 한다고.게다가 최씨는 처음엔 계연수가 조용하고 말수가 적은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한참 이야기를 나눠보니, 의외로 무척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무슨 이야기를 꺼내도 계연수는 늘 웃으며 부드럽게 받아주었다. 괜히 체면을 세우거나, 의미심장한 척 웃고만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무엇보다 계연수는 자신과 또래였지만, 정말 봄꽃처럼 여리고 고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희고 부드러운 기색이 온몸에 배어 있었고, 말투는 나긋나긋했으며 눈빛은 맑고 깨끗했다. 어쩐지 자기보다도 한두 살은 더 어려 보일 정도였다.분명 숙모라 부르고는 있었지만, 조금도 윗사람 같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그저 곁에 있는 또래 아가씨 같은 기분이었다.심지어 방금 전 최씨가 그런 말을 했을 때도, 계연수의 눈가엔 옅은 수줍음이 어렸다. 어디에도 어른스러운 위엄 같은 건 없었다.계연수는 사람들이 자꾸 자신과 심서준 사이의 일을 화제로 삼자 조금 민망해졌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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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계연수는 문득 침상을 벗어나기만 하면 다시 무심하고 담담해지는 심서준의 얼굴을 떠올렸다.그러고 보니 마음도 조금은 편해졌다.그가 주는 건 그냥 받으면 되는 일이었다. 어차피 다 자신의 것이 될 테고, 이렇게 귀한 물건들을 두고 많다고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무엇보다 그것들은 전부 심서준의 마음이기도 했으니 말이다.사실 계연수는 심서준이 조금 차갑고 무뚝뚝할 뿐, 사람 자체는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그는 정말 자신을 잘 챙겨주고 있었다.마음이 정리된 계연수는 의자에 앉아 상자 속 장신구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점주는 유난히 공손하고 열성적이었다.그는 적금 누금사 나비 비녀 하나를 꺼내 보이며 말했다. 나비 날개는 머리카락보다도 가는 금실로 엮어 만든 것으로, 여러 겹이 포개져 매미 날개처럼 얇고 가벼웠다. 빛을 받으면 반짝임이 물결처럼 흘렀다.게다가 아래에 달린 동주는 최상급만 골라 쓴 것으로, 백 개 가운데 겨우 하나 건질 수 있는 귀한 진주라고 덧붙였다.계연수는 잠시 들여다보다가 정말 마음에 들어 그 비녀를 골랐다.오후에는 방 어멈과 함께 심서준의 개인 창고도 둘러보았다.창고 안에는 눈이 어지러울 만큼 귀한 물건들이 빼곡했다. 계연수는 그제야 왜 방 어멈이 창고 문을 여는 데 열쇠를 세 개씩이나 사용했는지 알 것 같았다.방 어멈은 계연수에게 안을 천천히 보여주었고, 계연수는 결국 옥여의 하나를 골랐다.그런데 밖으로 나오려던 순간, 방 어멈이 열쇠와 장부를 그녀 손에 올려놓았다.“이제부터는 부인께서 관리하셔야 합니다.”계연수는 순간 멍해졌다.방 어멈은 웃으며 덧붙였다.“후작의 뜻입니다.”심서준은 이 일을 미리 한마디도 꺼낸 적이 없었다.계연수는 두툼한 장부를 내려다보며, 그의 개인 창고 안에 이렇게까지 많은 물건이 쌓여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방 어멈이 다시 설명했다.“예전부터 후부에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마다 선물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다만 여러 몫으로 나누어 보내는 경우가 많았지요. 심가 전체에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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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계연수는 심서준에게 손목이 붙잡혀 잠시 멈추었다.그녀는 심서준 얼굴에 어려 있는 묵직한 위엄을 바라보다가, 결국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그의 옷을 갈아입혀주기 시작했다.심서준은 미세하게 고개를 숙여 계연수가 제 옷깃 매듭을 풀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그녀 머리 위 장신구들을 내려다보았다.그중 은비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수수한 모양새였는데, 장식은 썩 곱지 않았다.심서준이 물었다.“비녀가 부족한 것이냐?”계연수는 잠시 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고개를 들었다.“충분한데요.”심서준은 그녀의 시선을 마주한 채 말했다.“지금 꽂은 은비녀는 예쁘지 않다. 너한테 어울리지도 않고.”계연수는 순간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다.그 은비녀는 그녀가 꽤 아끼는 물건이었다.“그래도 저는 좋아해요.”심서준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렸다. 그러고는 반쯤 내려앉은 계연수의 살구빛 눈동자를 바라보았다.애초에 그녀는 꽃처럼 곱고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는 그녀를 가장 화려하고 귀한 것들로 꾸며주고 싶었다. 여인의 아름다움이라는 게 그녀 몸 위에선 유난히 선명하게 살아났으니까.그런데 그 은비녀는 그런 빛을 제대로 살려주지 못했다.심서준은 계연수 얼굴에 스친 감정을 바라보다가 입가를 살짝 움직였다. 달래듯 부드러운 기색이었다.“사람을 시켜 옥비녀를 몇 개 더 만들어주마.”듣기엔 무언가를 더 해주겠다는 말이었지만, 결국 계연수의 취향 자체를 받아들인 건 아니었다.옷을 갈아입은 심서준은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오늘 그가 평소보다 일찍 돌아온 건 일부러 계연수와 저녁을 함께하기 위해서였다.상 위에는 전부 계연수가 좋아하는 음식들만 올라와 있었다.심서준은 식사 자리에서 원래 말수가 적었기에 계연수 역시 조용히 식사했다. 다만 심서준은 중간중간 자연스럽게 계연수 그릇 위로 음식을 덜어주곤 했다.식사를 마친 뒤 심서준이 서재에 가겠다고 하자, 계연수는 속으로 조금 기뻐했다.사실 계연수는 오늘만큼은 일찍 잠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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