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이 되자 나 소실이 직접 찾아와 사죄를 청했다.계연수가 밖으로 나가 그녀를 마주했을 때, 나 소실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사람 전체에서 짙은 피로가 배어 나왔다.본래 그녀는 다소 드센 기질이 있긴 했지만, 어디까지 나서야 하고 어디서 물러서야 하는지는 영리하게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간 강한 성정의 백씨 밑에서도 한 번 제대로 흠을 잡힌 적이 없었고, 오히려 대감과 몇몇 사람들의 마음을 교묘히 사로잡으며 살아왔다.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서야 그녀는 깨달았다.대감의 마음이 결코 자신에게만 향해 있지 않다는 걸.생각해 보면 원래부터 그랬다. 대감은 그녀를 총애하긴 했으나, 그녀와 백씨 사이에서 단 한 번도 그녀 편을 들어준 적은 없었다.처음엔 대감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할 생각이었다. 자신은 백씨가 파놓은 함정에 빠졌다고, 그리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부 알 것 같았다. 대감은 늘 다정해 보였지만, 실은 누구보다 냉정한 사람이었다. 큰 부인을 헐뜯는 말은 단 한 마디조차 그의 앞에서 입에 담아서는 안 되었다.그녀는 지금 한껏 몸을 낮춘 채 계연수 앞에 앉아 있었다.계연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고운 자태에 그림처럼 맑은 이목구비와 온몸에 어려 있는 화사하고 귀한 분위기에 나 소실은 순간 얼른 몸을 일으켜 맞이했다.계연수 역시 나 소실에게는 비교적 예를 갖추었다. 먼저 앉으라 말했고, 그녀 또한 그 일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그러나 계연수가 추운과 추우에게 차를 내오라 시키려던 순간, 나 소실은 그대로 계연수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울음을 터뜨렸다.“지난번 일은 전부 제가 경솔하게 입을 놀린 탓입니다. 설마 백합 그 계집애가 그 말을 밖에 옮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부디 둘째 부인께서 이번 한 번만은 저를 용서해주세요.”계연수는 용춘에게 먼저 나 소실을 부축해 한쪽에 앉히게 한 뒤, 눈물에 젖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헌데 어째서 아무 이유도 없이 마적 이야기를 꺼낸 겁니까?”나 소실은 손수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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