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후작의 가문과 신분은 경성 안에서도 견줄 이가 없었다.예전에 자신과 혼담이 오갔던 사내들처럼, 최성군이 마음대로 망쳐버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그래서 그녀는 생각했었다.자신이 심 후작에게 시집가기만 한다면, 최성군 역시 어쩔 도리가 없을 거라고.그녀와 심 후작은 서로 필요한 것을 얻는 관계가 될 뿐이었다.그날 그녀가 직접 심 후작을 찾아갔을 때, 분명 이렇게 말했었다.자신은 심 후작에게 사사로운 마음이 없다고.그저 심 후작의 부인이 되어 후원을 정갈히 돌보고, 현명한 안주인이 되겠다고. 자식 역시 양자를 들이면 그만이고, 심가의 재물에도 욕심이 없으며, 단지 몸을 의탁할 안정된 처소 하나만 원한다고.그런데 뜻밖에도 심 후작은 정말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지금 와 생각해보면, 만약 그때 아버지에게 일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의 혼사가 정말로 성사되었을지도 몰랐다.그랬다면 최성군 역시 지금처럼 미친 듯이 그녀를 붙들고 늘어지지는 못했을 것이다.최성군이라 해도 심 후작을 상대로는 어찌할 수 없었을 테니까.다만 그녀는 조금 아쉬울 뿐이었다. 이제 다시는 심 후작처럼, 최성군을 막아줄 수 있는 남자를 만나지 못할 것 같아서.지금 이 순간에도 최은조는 최성군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노골적인 독점욕이 가득 차 있었다.그녀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었다.“설령 평생 혼인하지 않는다 해도, 전 어머니 곁에 남을 겁니다. 오라버니와 그런 곳으로 갈 생각은 없어요.”최성군은 최은조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 거절의 표정은 예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이 몇 년 동안 그는 온갖 방법을 다 써왔다.좋은 말로 달래보기도 했고, 강압적으로 몰아붙이기도 했다.하지만 최은조는 마치 감정 없는 돌덩이처럼, 끝끝내 그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고작 이름뿐인 사촌 남매 관계일 뿐이었다. 평남후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그런데도 최은조는 그 신분을 끝까지 붙들고 놓지 않았다.단 한 걸음도 선을 넘으려 하지 않았고, 그에게는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