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연수가 태자비의 첩자를 심서준에게 건넸을 때, 그는 의자에 느긋하게 기대앉아 있었다.몸에 걸친 유광 비단옷은 그의 날렵한 체형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심서준은 첩자를 한 번 훑어본 뒤, 다시 계연수의 손에 돌려주며 말했다.“신경 쓰지 말거라. 몸이 좋지 않아 손님을 맞기 어렵다고 전하면 된다. 항렬로 따지면 너는 태자비의 외숙모다. 괜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계연수는 그제야 자신에게 그런 신분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심서준의 말을 듣고 나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하지만 다시 서재로 가 장부를 살펴보려던 순간, 심서준이 그녀를 붙잡았다.뜨거운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의자에서 해본 적 있느냐?”계연수도 이제는 심서준의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모습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었다.겉으로 보기에는 금욕적이고 여색과 거리가 먼 사람 같았지만, 정작 입에서 나오는 말은 거리낌이 없었다.계연수는 그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지금 이 방 안에는 시녀가 없었으니까.그녀의 뺨은 순식간에 붉어졌다.이런 말을 듣고 무슨 대답을 해야 한단 말인가.계연수는 첩자를 든 채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심서준의 말에는 대꾸조차 하지 않고, 마치 도망치듯 발을 돌려 휘장을 걷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심서준은 흔들리는 휘장을 바라보며 옅게 웃었다.방 안에는 계연수가 남기고 간 은은한 향기만 남아 있을 뿐, 정작 그녀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심서준은 원래 농담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저렇게 황급히 달아난 걸 보니, 정말 내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그는 조금 아쉬운 기색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다음 날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심씨 노부인은 이미 황후나 심서준에게서 계연수가 황제의 칭찬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듯했다.오늘따라 얼굴에 웃음기가 유난히 짙었다.심지어 이례적으로 계연수의 손을 잡아 곁에 앉히기까지 했다.심씨 노부인의 무릎 위에 있던 고양이 한 마리가 계연수의 무릎으로 훌쩍 뛰어올랐다.계연수가 손을 내밀어 쓰다듬자 고양이는 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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