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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작가: 경옥
계연수는 원래부터 느긋하고 차분한 성품으로 보였다. 무슨 말을 하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이야기했고, 그 음성은 듣기 좋을 만큼 부드럽고 온화했다.

주방 하인들과 이야기할 때도 늘 미소를 띠고 있었으며, 며칠 전 그들이 털어놓았던 어려움들 역시 하나하나 손을 봐 주었다.

심지어 설거지를 맡은 장 어멈이 물을 길어 나르는 일까지 겸해야 해 몸이 버겁다고 하자, 계연수는 따로 물을 나를 사람까지 마련해 주었다.

불과 사흘 남짓한 시간 동안, 주방 사람들은 모두 계연수에게 좋은 인상을 품게 되었다. 사람 마음은 서로 통하는 법이었다. 계연수가 그들을 배려해 주니, 그들 또한 더욱 부지런히 일했다.

심서준이 밤늦게 돌아왔을 때였다.

그는 밖에서부터 창가에 비친 계연수의 모습을 발견했다. 책상에 앉아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그림자였다.

심서준은 두 손을 등 뒤로 한 채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바라보았다. 그때 방 어멈이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요즘 부인께서 주방 일을 무척 신경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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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문춘귀   제733화

    계연수는 그의 말을 듣는 내내 속이 울렁거렸다. 더는 오 관사의 얼굴조차 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곁에 서 있던 방 어멈을 향해 말했다.“사람 몇 명 데리고 오 관사의 방을 샅샅이 뒤져 보거라. 그동안 얼마나 빼돌렸는지 전부 확인해.”그 말에 오 관사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계연수를 바라보았다.늘 온화하고 부드럽기만 하던 둘째 부인이 정말 일을 끝까지 밀어붙일 줄은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수색 결과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주방 하인들을 관리하는 이등 관사의 방에서 무려 삼천 냥에 가까운 은자가 쏟아져 나왔다.그의 한 달 녹봉이 고작 한 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얼마나 오랫동안 돈을 빼돌리고 아랫사람들을 쥐어짰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계연수는 오 관사를 한 번 바라본 뒤 몸을 일으켰다.그리고 곧장 심씨 노부인의 처소로 향했다.동시에 사람을 보내 백씨 역시 심씨 노부인 앞으로 오게 했다.이 일은 그녀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트집 잡을 수 없도록 처리해야 했다.오 관사는 본래 백씨가 직접 발탁해 키운 사람이었다. 그런 만큼 심씨 노부인 앞에서 백씨의 의견을 먼저 묻는 것은 집안의 화목을 생각해도 충분히 명분이 있는 일이었다.백씨는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무릎 꿇고 있는 오 관사를 발견했다.그 순간 얼굴빛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오 관사는 그녀가 주방에 심어 둔 가장 중요한 패였다.눈치도 빠르고 머리도 영민했으며, 맡은 일도 빈틈없이 처리했다.한때는 백씨가 주방을 장악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되어 준 사람이었다.물론 백씨 역시 그가 저지른 일들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아랫사람들에게 아무 이익도 주지 않으면서 충성을 바라기는 어려운 법이었다. 그래서 적당히 눈감아 주었다. 게다가 오 관사는 욕심은 많았지만 윗사람에게 챙겨 바칠 줄도 아는 사람이었다. 주방 관리를 넘긴 뒤에도 그는 알아서 찾아와 충성을 맹세했을 정도였다.계연수는 서두르지 않고 지금까지의 일을 하나씩 차근차근 설명했다

  • 주문춘귀   제732화

    계연수는 오 관사를 한 번 훑어본 뒤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사흘 전, 주방의 어린 하녀 하나가 찻쟁반을 깨뜨렸지. 그 일은 어떻게 처리했느냐?”오 관사는 순간 눈을 크게 떴다. 고작 그런 사소한 일까지 계연수가 알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그렇다면 다른 일들은 또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순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고 몸까지 움찔 떨렸다.원래 그런 자잘한 실수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돈만 건네면 적당히 덮어 주었고, 눈치 있게 더 많이 바치는 사람은 자연히 감싸 주었다.그는 다급히 둘러대며 말했다.“소인이 곤장을 치게 했습니다.”계연수의 입가에 차가운 비웃음이 스쳤다.그 웃음에 오 관사의 심장은 더욱 조여 들었다.곧이어 계연수의 싸늘한 목소리가 떨어졌다.“아랫사람이 잘못을 저질렀다면 크고 작은 일을 막론하고 먼저 나에게 보고해야 한다. 처분은 내가 내리는 것이고.”그녀는 눈길을 내리깔며 말을 이었다.“너는 주방에서 오래 일한 사람인데 그것조차 잊었느냐.”잠시 뜸을 들인 뒤 덧붙였다.“아니면 관사 노릇을 더는 감당할 수 없는 것이냐?”오 관사의 등이 크게 들썩였다. 그는 황급히 머리를 조아렸다.“소인... 소인이 잠시 판단을 그르쳤습니다. 부인의 심기를 어지럽힐까 염려하여... 부디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계연수는 냉랭한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용서?”그 한마디에 오 관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오늘 묵은쌀과 햅쌀을 바꿔치기한 일은 보고했느냐? 그저께 주방에서 음식을 훔쳐 먹은 일은? 그리고 이틀 전, 불을 담당하던 취영을 배식 담당으로 바꿔 준 일은?”계연수의 시선이 서늘하게 내려앉았다.“그 아이가 얼마를 건넸느냐?”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오 관사 앞에 내던졌다.쨍그랑.깨지는 소리와 함께 차가운 음성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누가 너에게 그런 배짱을 줬지?”오 관사는 온몸이 굳어 버렸다.계연수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

  • 주문춘귀   제731화

    심씨 노부인의 말을 들은 계연수는 순간 몸이 굳었다.그녀는 심씨 노부인의 얼굴을 가만히 살폈다. 농담으로 꺼낸 말은 아닌 듯했다. 저 표정이라면, 정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계연수는 더 말을 보태 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싫다고 말한들 심씨 노부인의 뜻이 바뀔 리 없었다.심씨 노부인의 처소를 나선 뒤, 최씨가 어느새 곁으로 다가와 나란히 걸었다.최씨는 어제 본 연극이 재미있지 않았냐며, 다음에도 함께 보러 가자고 권했다.계연수는 속으로 난처한 웃음을 삼켰다.어제 공연 한 번 보러 갔다가 심서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던가. 또 나갔다가는 정말 얼굴빛이 솥바닥처럼 새까맣게 변할지도 몰랐다.게다가 최근 들어 두 사람 사이에 사소한 신경전도 몇 번 있었기에, 굳이 일을 더 만들고 싶지 않았다.“나중에 기회가 되면. 요즘은 주방 일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따로 시간을 내기가 어렵구나.”최씨는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사실 그녀는 계연수와 몇 번 더 함께 외출하고 싶었다. 심정민에게도 오숙부가 오숙모를 어떻게 대하는지 직접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다. 조정에서 보이는 냉정한 모습만 따라 하지 말고, 부인을 아끼고 챙기는 모습도 좀 배웠으면 했다.어젯밤, 그녀는 처음으로 부군의 품에 안겨 보았다.그 순간, 메말랐던 마음에 다시 온기가 스며드는 것 같았다.후원 생활이 답답하고 시어머니가 까다롭다고 해도, 부군이 제 편을 들어 주고 조금만 더 마음 써 준다면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다만 심정민의 어젯밤 행동은 어디까지나 심서준을 따라 한 것에 불과했다.만약 조금만 더 배운다면...하지만 최씨는 더 이상 권할 수는 없었다.대신 시간이 나면 꼭 자신의 처소에 들르라며 거듭 당부했다. 자신에게는 회임에 도움이 되는 비방도 있다고 덧붙였다.계연수는 회임 이야기만 나오면 괜히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 되곤 했다.아직은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그저 때가 되면 오겠거니 생각할 뿐, 조급한 마음이 전혀

  • 주문춘귀   제730화

    심정민은 최씨의 말을 듣고 잠시 멍해졌다. 막상 반박하려 해도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사실 조금 전 보았던 장면은 심정민에게도 적잖은 충격이었다.도찰원에서의 오숙부는 누구나 인정하는 철면염라였고, 인정이라곤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는 사건을 꿰뚫어 보는 눈을 지녔고, 아무리 교묘한 수를 써도 그 앞에서는 숨길 수 없었다.심정민은 줄곧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냉정을 유지하는 사람, 모두에게 존경과 두려움을 동시에 받는 사람.그런데 그는 오숙부가 직접 여인을 안아 드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조정에서 풍운을 뒤흔드는 사람이 바로 오숙부였다.후택의 일은 기껏해야 여인들 사이의 자질구레한 집안사일 뿐인데, 그런 일에까지 마음을 쓰다니.심정민은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최씨를 번쩍 안아 들고는 저택으로 걸어갔다.최씨는 작게 비명을 질렀다.심정민이 갑자기 이런 행동을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그녀는 얼떨결에 그의 목을 끌어안았고, 가슴은 사정없이 쿵쾅거렸다.*한편, 계연수는 심서준에게 안긴 채 침상으로 옮겨졌다.망토 아래 감춰진 몸은 이미 흐트러져 있었고, 희고 고운 피부는 등불 아래 은은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당시 여인들은 대부분 가슴을 단단히 동여매었다.풍만한 체형일수록 더 심했고,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하지만 계연수는 답답한 것이 싫어 한 번도 그렇게 한 적이 없었다. 허리는 가늘었지만 풍성해야 할 곳은 충분히 풍성했다.심서준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곳에 머물렀다.소년 시절에도 그는 무심한 척하면서 자꾸만 시선을 빼앗기곤 했다.그때는 처음 사랑을 알게 되던 시절이었다.빠져들면서도 스스로를 못마땅해했고, 마음을 억누르려 했다.지금에 와서야 깨달았다. 그때 조금만 자존심을 내려놓고 방법을 썼더라면, 계연수는 진작 자신의 사람이 되었을 것이라고. 그러면 사옥현이 끼어들 틈도 없었을 것이다.심서준은 계연수를 품에 안은

  • 주문춘귀   제729화

    예전의 그는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생각했다. 계연수는 마땅히 자신을 사모해야 한다고. 그리고 그녀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역시 자신뿐이어야 한다고.설령 그녀가 자신을 두려워한다 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자신보다 더 나은 사내는 만나지 못할 테니까.하지만 훗날에야 그는 깨달았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내가 있었고, 계연수에게는 자신 말고 다른 이를 선택할 권리도 있었다.그는 우습게도 그녀 앞에서 냉담한 척했고, 무심한 척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자리하고 있었다.그때의 그는 그녀를 원망했다. 마음에 둔 사람이 있으면서 왜 자꾸만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 걸까? 그렇게 자신을 두려워하면서도 왜 자꾸 가까이하려는 걸까?계연수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그로 하여금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었고, 심지어 열등감마저 품게 만들었다.그녀가 물에 빠진 뒤로 그는 수도 없이 그런 감정에 빠져들었다. 마치 진흙탕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아남으려 몸부림치는 사람처럼.그리고 누구보다 선명하게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자신이 먼저 고개를 숙이게 되리라는 것을. 그리고 늘 계연수 앞에서만큼은 자존심을 놓지 않던 자신도, 언젠가는 더 이상 오만할 수 없게 되리라는 것을.어쩌면 그날이 오면 계연수의 눈에도 자신은 별다를 것 없는 사람이 될지 몰랐다.그녀를 사랑하는 평범한 사내이자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존재.한때 그녀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사람 역시 이미 그녀에게 완전히 빠져 버렸으니까.심서준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여 계연수의 입술에 살며시 입을 맞췄다. 그리고 가장 다정한 힘으로 그녀를 품 안에 단단히 끌어안았다. 마치 자신의 뜨거운 체온으로 그녀를 녹여 내기라도 하려는 듯.계연수 역시 그런 심서준의 다정함을 느낄 수 있었다.그에게서 이런 부드러움을 마주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그녀는 조심스럽게 그를 받아들였다.이토록 부드럽고 다정한 온기는 사실 오래전부터 마음속 깊은 곳에서 바라던 것이기도 했다.그녀는 지금껏 누군가에게 애틋하게 보듬어지

  • 주문춘귀   제728화

    심서준이 그런 태도를 보이자 계연수 역시 한결 마음이 누그러졌다.그녀는 살며시 심서준의 어깨에 기대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다음에 또 저한테 무섭게 구시면 어떻게 할 겁니까?”심서준은 손바닥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되물었다.“네가 말해 보거라.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하지만 계연수는 막상 답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그녀가 심서준을 어찌할 수 있단 말인가. 심가는 그의 것이었고, 자신이 누리는 모든 것 역시 그의 것이었다.게다가 심서준의 마음은 늘 헤아리기 어렵지 않았던가.무엇이 그를 고개 숙이게 만들 수 있겠는가.그래서 그녀는 늘 이렇게 한발 물러서고 부드럽게 달래는 방법으로 그의 태도를 누그러뜨릴 뿐이었다.애초에 심서준에게 무언가를 해 보겠다는 생각도 한 적이 없었다.그녀는 그저 심서준과 잘 지내며 평생을 함께 살아가고 싶었다.계연수는 조용히 말했다.“생각해 보고 나중에 말씀드릴게요.”심서준은 눈을 내리깔았다.그는 계연수가 이런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심서준은 그녀를 어깨에서 떼어 내어 자신과 마주 보게 했다.어스름한 마차 안에서 심서준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아름다운 얼굴이었다.혼인한 뒤로 계연수는 언제나 무심한 듯 담담했다. 늘 평온했고, 세상사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그 얼굴 위에 아주 옅은 근심이 내려앉아 있었다.그 모습은 마치 소리 없이 내리는 비 같았다. 빗줄기는 너무 가늘어 몸을 적시지 못하지만 분명 비는 내리고 있었다. 아련하고 흐릿한 산안개가 사람을 감싸듯, 희미한 슬픔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심서준은 계연수가 이런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가느다란 눈썹 아래 드리운 슬픔은 뚜렷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사람의 마음을 흔들었다.그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가까이 기울였다.손끝으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고 아래로 향한 눈길을 바라보았다.짙고 검은 눈동자와 살짝 올라간 눈꼬리. 눈 아래로 부서진 빛이 어른거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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