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계연수는 아침에 심서준이 향낭 이야기를 꺼냈을 때, 당장 허리에 찰 향낭이 하나 필요한 줄로만 알았다.그래서 우선 사람을 시켜 밖에서 하나 사다 쓰고, 자신이 만든 것이 완성되면 그때 바꿔 차면 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말해 보았다.그런데 심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돌아서 버렸다.계연수는 그의 기분이 상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럴수록 괜스레 속이 상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말로 해 주면 될 것을, 그는 언제나 입을 다문 채 그녀가 이유를 짐작하기만 기다렸다.요 며칠은 워낙 일이 많았다. 어제는 장원까지 다녀온 탓에 자수도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다. 원래대로라면 앞으로 이틀은 더 걸릴 일이었지만, 계연수는 오늘 안에 어떻게든 끝내 보기로 마음먹었다.원래 손재주가 좋은 그녀였지만, 이날만큼은 더욱 바늘을 놓지 않았다. 점심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고, 평소라면 반드시 들던 낮잠도 거른 채 손을 쉬지 않았다. 그렇게 해가 지기 직전이 되어서야 비로소 마지막 한 땀까지 모두 끝낼 수 있었다.다행히 그날 밤 심서준도 평소보다 늦게 돌아왔다. 해시가 훌쩍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냈으니, 이미 밤이 깊은 뒤였다.심서준은 돌아오면 계연수가 이미 잠들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원래 먹고 자는 데만큼은 걱정이 없던 사람이니, 진작 꿈나라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충분했다.그런데 문턱을 넘는 순간, 안쪽에서 한 사람이 조용히 걸어 나왔다.“오늘은 어쩌다 이렇게 늦으신 겁니까?”부드럽게 건네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심서준의 차갑던 눈매가 눈에 띄게 풀어졌다.그 짧은 순간 수많은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깊은 밤까지 자신을 기다리며 밝혀 둔 등불 하나, 그리고 그 불빛 아래 서 있는 계연수의 모습.그 두 가지가 그의 가슴을 말없이 따뜻하게 데웠다.적어도 아주 무심한 사람만은 아니었구나.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자신을 담아 두고 있었던 것이다.심서준은 계연수의 손을 자연스럽게 잡아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갔다.계연수는 미리 준비해 둔 보양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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