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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3 Kapitel

제811화

심서준의 목소리는 낮고 서늘했다. 엄숙하면서도 냉정한 기색이 어린 얼굴로 내뱉는 말에는 조금의 농담도 섞여 있지 않았다. 계연수는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심서준은 원래 농담을 입에 올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계연수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인 뒤, 무심결에 말했다.“고마워요, 부군.”심서준은 잠시 말을 멈췄다.사실 그녀는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두 사람은 부부인데, 부부 사이에 무슨 감사 인사가 필요하겠는가.심서준은 말없이 계연수의 볼을 가볍게 꼬집은 뒤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가 떠난 뒤에도 계연수는 한동안 눈앞의 함을 바라보기만 했다.조심스레 뚜껑을 열자 안에는 두툼한 토지 문서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굳이 하나하나 세어 보지 않아도 얼마나 많은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심서준이 얼마나 막대한 재산을 지녔는지, 그녀로서는 도무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심서준의 일 처리는 빨랐다.그날 오전이 되자 각 점포의 관사들이 장부를 들고 하나둘 찾아왔다.그들은 계연수를 대하는 태도부터 매우 조심스러웠고, 눈빛에는 조금의 경시도 없었다. 애초에 그들의 몸값 문서는 모두 심서준의 손에 있었고, 각 점포의 관사 역시 그가 직접 엄선해 뽑은 사람들이었다.오늘 이들을 부른 것은 각 점포의 기본적인 수입 상황을 계연수에게 파악시키는 한편, 관사들에게도 새로운 주인을 제대로 인사시키기 위해서였다.점포가 워낙 많으니 하루 만에 모든 장부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했다.하지만 이제 경영을 맡게 된 이상 계연수는 처음부터 기강을 바로잡고 싶었다. 주인이 바뀌었다고 해서 쉽게 속일 수 있다는 생각은 품지 못하게 해야 했다.그녀는 점포의 종류에 따라 장부 제출 날짜를 나누어 지시했다. 어떤 점포는 매달 초하루, 어떤 곳은 초사흘, 또 어떤 곳은 초닷새에 장부를 올리도록 했다.점포를 세 부류로 나누니 자신도 여유를 가지고 하나씩 살필 수 있었고, 실수를 줄일 수도 있었다.이어 적절한 당근과 채찍을 섞어 몇 마디를 덧붙였다.비록 얼굴은 아직 젊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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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화

“내가 어떻게 너 같은 쓸모없는 딸을 키웠는지 모르겠구나!”백씨의 얼굴이 한층 더 창백해졌다.늘 강인하기만 하던 그녀였지만, 어머니 앞에서만큼은 애써 억눌러 온 피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손가락으로 의자의 팔걸이를 힘껏 움켜쥔 채 한참 침묵하던 그녀가 낮게 입을 열었다.“어머니 말씀이 맞습니다. 저는 정말 쓸모없는 딸이지요. 그런 쓸모없는 딸을, 어머니는 무엇 하러 찾아오셨습니까?”백씨 노부인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창백한 백씨의 얼굴을 바라보다 깊게 한숨을 삼킨 뒤, 목소리를 낮췄다.“내가 널 보러 온 줄 아느냐? 심씨 노부인과 정을 쌓아 네 동생 일이나 이야기해 보려고 온 것이다. 그리고 너한테 다시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라고 일러 주기 위함이기도 하고.”“지금은 계연수가 총애를 한몸에 받고 있다. 네 아버지 성정이 어떤지는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또 일을 벌었다가 화리를 당해 친정으로 돌아오는 일만큼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 가서 큰 화를 자초하면 평생 산에 들어가 비구니로 살아야 할 테고, 나 역시 널 찾아가지 않을 테다!”백씨는 고개를 돌려 어머니를 바라보더니 비웃듯 웃었다.“제가 심태숙에게 시집간 뒤 다섯째 도련님께서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와 아버지는 더 이상 저에게 기대를 걸지 않으셨지요. 점점 냉담해지셨고, 심태숙은 머지않아 심가에서 버림받아 돌려보내질 사람이라 여기셨습니다. 그렇게 저는 버려진 패가 되었어요. 총애받지 못하는 서자의 부인이었으니, 당연히 관심조차 받을 가치가 없었던 거겠죠. 친정에 처음 인사드리러 갔던 그날, 저를 마치 남이나 되는 사람처럼 차갑게 대하시던 얼굴을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그러고는 모든 기대를 제 여동생에게 걸었죠. 여동생은 이부상서 적장자에게 시집보내고, 혼수도 제 것보다 훨씬 넉넉하게 챙겨 주셨고요. 헌데 나중에 심태숙은 심가에서 내쳐지지 않았습니다. 대감께서는 의리를 중히 여기고 약속을 지키는 분이셨기에 심태숙을 족보에 올려주셨고, 이후에는 심씨 노부인께서 집안 살림까지 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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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3화

며칠 지나지 않아 계연수는 고씨 집안에서 보낸 편지 한 통을 받았다.편지는 외조모인 고씨 노부인이 직접 쓴 것이었다. 집안에 중대한 일이 생겼으니 반드시 고씨 부저로 와 함께 의논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어머니도 올 예정이라는 말도 덧붙여져 있었다.계연수는 부저를 다녀온 지도 꽤 오래된 터라, 마침 잘됐다 싶어 길을 나섰다.고가로 향하는 마차 곁에는 호위 무사 일곱, 여덟 명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모두 지난 일을 겪은 뒤 심서준이 그녀를 위해 새롭게 엄선해 붙여 준 사람들이었다.부저에 도착해 대청으로 들어서자, 안에는 이미 집안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계연수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방 안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쏠렸다.예전 사씨 가문에 시집가 있던 때와는 달리, 지금의 계연수는 얼굴빛부터 한결 윤기가 돌았다. 고귀한 가문의 귀부인들에게서나 볼 법한 차분한 기품이 눈매에 어려 있었고, 손에는 상아 부채를 쥔 채 금실로 짠 고급 유운사를 걸치고 우아하게 걸음을 옮겼다.그 단아한 자태에 방 안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맞이했다.계연수는 모두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권한 뒤 한 사람씩 예를 갖춰 인사를 나누었다. 이어 어머니 곁으로 다가가 조용히 몇 마디를 속삭인 뒤, 고씨 노부인의 손짓을 받고 외조모 곁에 자리를 잡았다.주위를 둘러보니 고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모여 있었고, 고준까지 자리하고 있었다.오늘 모임이 결코 가벼운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고씨 노부인은 먼저 계연수와 안부를 주고받은 뒤에야 본론을 꺼냈다.며칠 전 영국공부의 백씨 큰부인이 직접 찾아와 많은 예물을 보내며 혼담을 꺼냈다는 것이었다. 상대는 지난해 진사에 급제한 영국공부의 둘째 도련님이었다.고씨 가문에서도 이미 사람을 보내 그를 알아보았다. 용모는 뛰어나고 인물도 훤칠했다. 비록 첩의 소생이기는 했지만, 영국공부 큰방 후손 가운데 유일하게 장래가 촉망되는 인물이었다. 빈둥거리기만 하는 백씨 가문의 장남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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