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씨 노부인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서준이가 직접 찾아와 부탁하더구나. 네가 안쓰러워 견딜 수가 없다면서, 날씨도 아직 추우니 문안을 드리러 오게 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생각해 보니 그 말도 옳았다. 너는 본래 몸이 썩 튼튼하지 못해 걸핏하면 앓으니, 오지 않는 편이 낫겠구나. 괜히 오가다가 뱃속의 아이에게 무슨 탈이라도 생기면 어쩌겠느냐.”심씨 노부인은 말을 마치고 곁에 앉은 백씨를 바라보았다.“너는 내가 편애한다고 생각하지 말거라. 예전에 태숙이가 찾아와 똑같이 부탁했다면, 너 역시 문안을 면제해 주었을 게다.”백씨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말이야 그럴듯하고 공평하게 들렸지만, 자신이 배가 남산만큼 불러서도 노부인을 시중들던 때에는 언제 한 번 안쓰럽게 여겨 준 적이 있었던가.그녀는 다시 계연수를 바라보았다. 붉은 입술과 흰 치아, 혈색이 곱게 오른 얼굴은 어디 한 군데 아픈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저런 모습이 대체 어디가 몸이 약하다는 것인가.문득 심태숙까지 떠올랐다.그는 늘 자신만을 마음에 품고 있다고 달콤하게 속삭였다. 그러나 심서준과 비교하고 나니 그 차이가 선명하게 보였다. 심서준은 계연수를 아끼는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 주었지만, 심태숙은 듣기 좋은 애정 표현만 늘어놓았을 뿐이었다.이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깨달았다.한 사내가 여인을 진정으로 아끼는지는 그가 얼마나 달콤한 말을 하는가가 아니라, 그녀를 위해 무엇을 해 주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을.심태숙은 지금까지 백씨를 위해 무엇 하나 해 준 적이 없었다. 심씨 노부인 앞에서 부인을 감싸며 제 뜻을 강하게 내세운 적도 단 한 번 없었다.가슴 깊은 곳에 씁쓸한 감정이 차올랐지만, 백씨는 얼굴에 억지로 미소를 띠고 대답했다.“동서는 귀한 몸이고, 도련님께서 동서를 아끼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제가 어찌 어머님께서 편애하신다고 말씀드리겠습니까. 저 역시 동서가 몸조리를 잘하여 건강해지기만을 바랍니다.”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심씨 노부인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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