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이른 아침, 심서준은 계연수를 일어나지 못하게 하고 홀로 심씨 노부인의 처소로 향했다.계연수도 내심 반가운 마음으로 늦잠을 즐겼다.삼월이라 해도 아직 봄바람 끝에는 찬 기운이 남아 있었다. 몸은 한없이 나른한데 방 안은 포근하고 따뜻했으니, 굳이 이불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계연수는 다시금 몽롱한 잠에 빠져 안심한 채 푹 잠에 들었다.심서준이 미리 단단히 일러 둔 것인지, 이날은 누구도 찾아와 그녀를 방해하지 않았다. 덕분에 계연수는 모처럼 아무 일에도 쫓기지 않고 한가로운 하루를 보냈다.그러다 밤이 되어 용춘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계연수는 그날 오전에 있었던 일을 전해 들었다.용춘은 본래부터 이수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주방의 시녀들과 허물없이 어울린 덕분에 집안 소식에도 제법 밝았다.원래 남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아이이기도 했으니, 부 안에서 사소한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든 귀동냥해 와 계연수에게 들려주곤 했다.용춘의 말에 따르면, 이날 일가친척들에게 인사를 올리는 자리에 심정우는 이수옥과 함께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사흘간 말미를 받았는데도 심정우는 이른 아침부터 갓 혼인한 부인을 집에 홀로 남겨 둔 채 경교대영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그 때문에 아침 문안 자리에는 이수옥 혼자 외롭게 서서 일가친척들을 맞아야 했다. 심씨 노부인과 대감도 난처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몇 번이나 그녀를 달랬다. 심정우가 군무를 마음에 두고 있으니 좋은 일이라며, 너무 서운해하지 말라고 위로했다고 했다.용춘은 계연수의 귓가로 바싹 다가와 목소리를 낮췄다.“듣기로는 셋째 부인께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답니다. 눈까지 새빨개졌는데도 도련님의 좋은 점만 이야기하며 끝까지 흐트러짐 없이 차를 올렸다지 뭐예요.”그러고는 계연수에게 먹일 밤을 까면서 덧붙였다.“솔직히 소인은 그분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만큼은 조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계연수는 잘 익은 밤을 먹고 벽라춘을 한 모금 마신 뒤 물었다.“무엇이 그리 대단하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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