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연수는 유독 해가 저물고 나서야 입맛이 조금 돌아오곤 했다. 심서준은 이미 그녀가 무엇을 좋아하고 꺼리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었기에, 따스한 등불 아래 차려진 저녁상에는 계연수가 즐겨 먹는 음식들만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아침부터 변변히 먹지 못해 속이 비어 있던 계연수는 모처럼 마음 놓고 수저를 들었다. 좋아하는 음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자 하루 종일 울렁거리던 속도 한결 편안해졌고, 창백했던 얼굴에도 희미하게나마 생기가 돌았다.그날 밤, 목욕을 마친 계연수는 은은한 온기가 감도는 방 안에서 나한탑에 앉아 여러 가지 천을 펼쳐 놓고 살펴보았다. 갓 씻은 머리카락에서는 희미한 향유 냄새가 풍겼고, 등잔불이 알록달록한 천 위로 부드러운 빛을 드리웠다.요즘 들어 그녀에게는 제법 한가한 시간이 생겼다. 주방은 최씨가 맡았고, 집안의 경조사와 선물 왕래는 장씨 어멈이 처리했으며, 장원의 일 역시 진복만이 도맡아 살피고 있었다. 더구나 연공을 바치는 시기도 이미 지나, 장원에서 급히 처리해야 할 일도 많지 않았다.한창 바쁠 때는 하루라도 한가롭게 쉬고 싶었지만, 막상 여유가 생기자 가만히 있는 것이 도리어 무료했다. 무엇이라도 해 볼까 궁리하던 계연수는 문득 뱃속의 아이에게 작은 옷을 지어 주고 싶어졌다. 기왕이면 손바닥만 한 신발도 몇 켤레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계연수는 이처럼 자그마한 물건을 만들어 본 적이 없었다. 방씨 어멈에게 차근차근 배울 생각으로, 우선 아이의 여린 살에 닿아도 좋을 만큼 부드러운 천부터 고르고 있었다. 마침 심서준도 맞은편에 앉아 있었기에, 어떤 색이 예쁠지 함께 골라 달라고 했다.“부군은 어떤 색이 좋으십니까?”심서준은 펼쳐진 천들을 한 차례 훑어보더니 무심히 손을 들어 푸른색 천을 가리켰다.계연수의 눈에는 그 색이 그다지 예뻐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옆에 놓인 붉고 화사한 천을 집어 들고 다시 물었다.“이건 어떠세요? 아이에게 입히면 복스럽고 보기 좋을 것 같은데요.”심서준은 별다른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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