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Chapter 161 -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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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위쪽에 붙은 가격표가 강서이의 눈에 들어왔다.20억 원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이었다.확실히 아낌없이 쓴 셈이었다.그렇다고 강서이는 부럽다거나 마음이 불편해진 것은 아니었다.오히려 직접 고른 차를 모는 쪽이 마음은 더 편했다.그 자동차 가격이 상대의 10분의 1도 안 된다고 해도 말이다.강서이가 차종을 정하자, 서한승은 먼저 시승을 해 보고 느낌이 괜찮으면 계약하자고 했다.강서이는 시승용 차를 몰고 전시장 밖을 한 바퀴 돌았다.승차감은 꽤 괜찮았다.강서이는 만족했고, 전시장으로 돌아가 구매 계약서를 쓰기로 했다.입구에 막 도착했을 때, 노아리와 이사랑이 문가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양이었다.강서이는 시승차를 주차 자리에 세운 뒤 내려서, 영업사원과 함께 전시장 안으로 들어갔다.그때 노아리와 이사랑도 강서이를 발견했다.노아리는 이사랑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러다 강서이를 보자 표정이 금세 가라앉았다.곧 시선을 거두고 다시 이사랑에게 말을 이어 갔다.“괜찮아. 서비스센터 직원이 작은 흠집 정도라 했어. 심한 거 아니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노아리가 이사랑을 안심시켰다.아침에 이사랑이 운전하다가 실수로 범퍼를 긁었다.이사랑은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없어 곧바로 서비스센터가 함께 있는 전시장으로 차를 가져왔다.노아리도 이야기를 듣고 상황을 확인하러 왔다.다행히 작은 흠집에 그쳤다.노아리는 졸였던 마음을 내려놓으면서도, 겁먹은 이사랑을 달래는 것을 잊지 않았다.“진짜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 이 차, 형부가 언니한테 사랑의 증표로 준 거잖아. 내 손에서 진짜 무슨 일이라도 났으면 나 완전 죄인 되는 거였다고!”“괜찮아. 도하는 이런 걸로 뭐라 할 사람 아니야.”얼마 지나지 않아 민도하도 도착했다.“형부, 이렇게 빨리 오셨어요? 언니 걱정 많이 되셨나 봐요!”노아리는 웃으며 민도하를 맞이했다.“작은 사고라니까. 내가 너한테 연락 안 해도 된다고 했는데, 사랑이가 멋대로 메시지 보냈어.”노아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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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어쩌면 지금의 서한승 재산이 민도하보다 많지는 않을지 몰라도, 그렇다고 크게 뒤처지는 수준도 아니었다.그런 서한승이 굳이 2억 원도 안 되는 차를 선물할 이유는 없었다.선물한 것이 맞다면, 결국 강서이를 그 액수만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었다.노아리는 자신이 괜히 깊이 생각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그래서 시선을 거두고 소리 없이 웃었다.서한승과 강서이는 전시장을 나서려던 때에야 민도하와 노아리를 보았다.서한승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강서이는 나가려면 두 사람 곁을 지나야 했다.하지만 강서이는 옆을 보지 않은 채 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지나갔다.강서이가 지나갈 때, 민도하는 노아리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했다.“아주 작은 흠집이야. 보수하고 나면 거의 티도 안 날 거고. 사촌동생한테 너무 마음 쓰지 말라고 해.”민도하는 내내 강서이를 보지 못했다.노아리는 마음이 놓였다.“내가 작은 사고라고 했잖아. 그런데도 일부러 여기까지 왔네.”민도하는 짧게 답했다.“당연한 일이야.”서한승은 두 사람 사이가 좋아 보이는 것을 보고, 알아차리기 어려울 만큼 옅게 웃었다.두 사람에게 인사를 마친 뒤, 서한승은 빠른 걸음으로 강서이를 뒤따라 함께 전시장을 떠났다....이틀 뒤, 강서이는 약속한 시간에 맞춰 자동차 전시장으로 차를 받으러 갔다.이번에는 제법 조용했다.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없었다.강서이는 곧장 새 차를 몰고 회사로 갔다.김설은 회사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강서이가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김설은 무언가를 손에 쥐여 주었다.어딘가 수상할 만큼 조심스러운 태도였다.강서이가 열어 보자, 잠시 말문이 막혔다.무사고를 기원하는 평안 부적이었다.게다가 예전에 강서이가 민도하를 위해 받아 왔던 부적과 똑같았다.다만 낡고 새것의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김설이 건넨 부적은 누가 봐도 새것이었다.“B시에선 새 차 뽑으면 축하 선물 챙겨 주거든요. 제가 드리는 무사고 부적이에요. 앞으로 계속 안전하게 다니셨으면 해서요!”“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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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남유환은 민도하의 또 다른 어린 시절 친구였다.물론 예전에도 남유환은 강서이에게 좋은 태도를 보인 적은 없었다.다만 서태우처럼 아무 때나 날뛰며 사람을 물어뜯는 부류는 아니었다.남유환은 조금 더 말로 비꼬는 쪽에 가까웠다.조금 전만 봐도 그랬다.남유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입가에 걸린 조롱 섞인 웃음만으로도 속마음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었다.아마 또 속으로 비웃고 있겠지.강서이가 민도하에게 껌딱지처럼 달라붙었다고.예전이었다면 강서이는 못 본 척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을 것이다.민도하 곁의 사람들과 어떻게든 어울려 보려고 애썼을 것이다.하지만 강서이는 7년 동안 갖은 노력을 다했어도 결국 그 무리에 섞이지 못했다.한때는 자신의 노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했다.이제야 알았다.민도하 주변 사람들은 처음부터 강서이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줄곧 강서이를 선 바깥에 세워 두고 있었다.맞지 않는 사람들 틈에 억지로 끼어들 필요는 없었다.강서이는 차갑게 시선을 거두었다.인사도 하지 않았고, 대꾸도 하지 않았다.남유환의 존재 자체를 무시한 채 그대로 있었다.그 태도에 남유환은 꽤 의외라는 듯했다.남유환은 낮게 웃더니, 먼저 걸어와 강서이 맞은편에 앉았다.“소식 빠르네. 도하가 여기 온다는 거 알고 따라왔나 봐?”강서이는 민도하가 이곳에 있는 줄도 몰랐다.하지만 남유환의 말투가 몹시 불쾌했다.그래서 강서이는 곧장 받아쳤다.“그렇게 혼자 소설 쓰니 재밌겠어?”남유환은 뜻밖이라는 듯 잠시 말을 멈췄다.남유환이 알던 예전의 강서이는 부드럽고 분수를 알았다.화를 내지 않았고, 다루기도 쉬웠다.예전 민도하 주변 사람들은 강서이를 적잖이 비웃었다.그래도 강서이는 화를 내지 않았다.불쾌한 기색을 드러낸 적도 없었다.다시 마주칠 때마다 늘 예의를 지켰다.그런 강서이가 이번에는 날카롭게 받아쳤다.남유환은 허를 찔린 셈이었다.하지만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오히려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내가 소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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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강서이는 입구에서 5분쯤 기다렸다.민두해가 도착했다.강서이는 직접 다가가 민두해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부축했다.민두해가 물었다.“오래 기다렸냐?”강서이는 서둘러 대답했다.“아닙니다. 방금 왔습니다.”강서이는 아니라고 했지만, 민두해는 이미 알고 있었다.그래도 민두해는 강서이의 태도가 퍽 마음에 들었다.“시간 감각이 있는 건 좋은 일이다. 큰일을 하려는 사람은 시간을 가장 귀한 자원으로 여겨야 해. 해야 할 일을 차분히 나눠서 빈틈없이 처리할 줄 알아야 하고.”민두해가 무슨 말을 하든, 강서이는 겸손하게 귀를 기울였다.두 사람이 별실에 도착했을 때, 안쪽에는 이미 사람들이 모두 자리잡고 있었다.민두해가 들어서자 참석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누군가는 형님이라 불렀고, 누군가는 이사장님이라 불렀다.태도는 하나같이 공손했다.오기 전부터 강서이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오늘 이 식사 자리에 참석하는 이들이 모두 대단한 인물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직접 마주하는 것은 또 달랐다.별실 안에 앉은 사람들은 아무나 한 명만 따로 떼어 놓아도 B시 재계 전체를 술렁이게 할 만한 인물들이었다.강서이가 아는 얼굴도 있었다.어떤 이들은 방송에서만 본 적이 있었다.그런 사람들이 민두해에게 더없이 깍듯했다.그제야 강서이는 민두해에게 또 다른 직함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B시 기업인협회 이사장.B시 기업인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구성된 비영리 연합 단체였다.B시 기업인들을 지원하고, 이끌고, 하나로 묶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이기도 했다.회원사는 제조, 금융, 무역, 제약, 교육, 부동산, 첨단기술, 인터넷 등 거의 모든 산업을 아우르고 있었다.인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경제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는 협회였다.말하자면 B시에서 가장 수준 높은 비즈니스 자원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민두해는 이사장 자리에 있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꼭 필요한 회의가 아니면 먼저 모임을 주선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사실상 한발 물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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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AI는 실제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 산업의 혁신을 이끌 수도 있고, 기능 개발과 고도화를 앞당겨 산업 전반의 업그레이드를 촉진할 수도 있습니다.”남태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우리 같은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 새로운 건 잘 모릅니다. 그런데 제 아들이 지난 2년 동안 계속 그쪽을 연구하고 있거든요. 제가 불러서 강 대표와 한번 이야기 나눌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남태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강서이는 살짝 눈매를 좁히며 그제야 떠올렸다.남태휘의 아들이 바로 남유환이라는 사실을.한 시간 남짓 전, 강서이는 남유환과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일을 겪은 참이었다.하지만 일은 일이었다.강서이는 개인적인 감정을 업무에 끌고 올 생각이 없었다.남유환 역시 그러리라 믿었다.그는 서태우와 달랐다.적어도 사업 능력은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었다.남유환은 2년 전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남명그룹에 들어간 뒤부터 자동차 사업 개편을 추진해 왔다.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분야를 키우는 데에도 계속 힘을 쏟고 있었다.남유환은 화한리조트에 있었다.지금은 노아리, 서태우와 함께 골프를 치는 중이었다.민도하는 아직 도착하기 전이었다.그래서 남유환과 서태우가 성실하게 노아리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아버지의 전화를 받은 남유환은 상황을 대강 파악한 뒤, 노아리와 서태우에게 말했다.“아버지가 업계 어른들 뵈러 오라고 하시네. 잠깐 다녀올게.”서태우가 말했다.“빨리 와라. 좀 있으면 도하도 올 텐데, 그때 우리 같이 한판 붙어야지.”남유환은 아버지가 알려 준 별실을 찾아갔다.들어가기 전에는 일부러 옷매무새까지 정리했다.업계 어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남유환은 환한 미소를 지은 채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가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하지만 그 미소는 강서이를 보자 그대로 굳어 버렸다.강서이는 남유환을 보지 않았다.찻잔을 들고 차를 마시며 맛을 음미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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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강서이는 빈틈없이 받아냈다. 오히려 남유환의 말을 되짚어 역으로 질문을 던질 정도였다.이번에는 남유환이 말문이 막혔다.강서이의 서늘한 시선을 마주한 뒤에야, 남유환은 스스로 제 발등을 찍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강 대표 앞에서 괜한 꼴을 보였네요. 괜찮으시다면 연락처를 남겨도 될까요? 협업 건은 나중에 다시 자세히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남유환이 먼저 핸드폰을 꺼내 강서이의 연락처를 받으려 했다.그 모습이 강서이에게는 어딘가 익숙했다.예전의 강서이도 그렇게 진심으로 남유환의 연락처를 묻고 싶어 했다.남유환은 그때 뭐라고 했더라.“죄송하지만, 저는 카톡을 안 합니다.”그렇게 말해놓고는 돌아서자마자 새로 만난 여자에게 카카오톡 영상통화를 걸었다. 강서이가 옆에 있는데도 조금도 피하지 않았다. 대놓고 강서이를 난처하게 만들려는 행동이었다.그때 강서이는 민도하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강서이는 찻잔을 들어 차를 조금 마셨다.남유환은 그사이 계속 핸드폰을 든 채 강서이의 대답을 기다렸다.태도만큼은 꽤 진지했다.그러나 강서이는 차분히 말했다.“죄송하지만, 저는 카톡을 안 합니다.”남유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남태휘가 무언가 말하려 했다.민두해가 적절히 화제를 돌려 인공지능이 글로벌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이야기했다.인공지능의 영향 아래 변화한 비즈니스 모델의 현황과 대응 전략에 관한 이야기까지 이어졌다.그 뒤로 남유환은 다시 입을 열 만한 틈을 찾지 못했다.남태휘는 속이 탔다.체면을 내려놓고 억지로라도 화제를 다른 쪽으로 끌고 갔다.남태휘가 강서이에게 물었다.“강 대표는 나이로 보아 제 아들과 비슷하실 것 같은데, 혹시 만나는 분이 있으십니까?”옆에서 차만 잔뜩 마시고 있던 남유환은 그 말을 듣자마자 사레가 들렸다.강서이는 태연했다.“지금은 없습니다.”남태휘의 눈에 희망이 떠오르려던 때였다.강서이가 덧붙였다.“다만 남유환 전무님은 제 타입이 아닙니다.”남유환은 다시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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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오히려 옆에서 줄곧 조용히 핸드폰만 보던 서한승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무슨 일인데?”서태우나 서한승은 말할 것도 없었다. 당사자인 남유환조차 아직 상황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남유환은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민 회장님이 마련한 자리였어. B시 기업인협회 이사들이 전부 왔고. 아, 맞다. 네 아버지도 계셨다.”남유환이 서태우를 보며 덧붙였다.“근데 강서이가 왜 거기 있어?!”서태우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그런 자리는 서태우는커녕, 서태우 아버지조차 집안 배경을 등에 업고 겨우 말석에 앉을 수 있는 자리였다.서태우는 말할 것도 없었다.애초에 그 자리에 낄 자격조차 없었다.그래서 남유환의 입에서 강서이도 있었다는 말이 나왔을 때, 서태우의 눈에는 동공 지진이 일어났다.남유환이 말했다.“민 회장님이 데리고 오셨어.”주변이 조용해졌다.서한승이 신경 쓰는 부분은 거기가 아니었다.“근데 왜 너랑 강서이를 맞선 자리에 앉히려고 한 건데?”“우리 아버지가 괜히 엉뚱한 생각을 하신 거지.”서한승은 긴장을 풀더니 농담처럼 말했다.“거절당했겠네.”남유환은 뻔한 걸 왜 묻느냐는 표정으로 서한승을 바라봤다.서한승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는 더 이상 대화에 끼어들지 않았다. 다시 핸드폰 화면으로 시선을 내렸다.노아리가 받은 충격도 서태우 못지않았다.지금 노아리와 민도하의 관계는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노아리는 아직 민두해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노아리의 어머니 이예수도 몇 번이나 물어본 적이 있었다. 양가 부모가 한번 만나고, 두 사람의 결혼 이야기도 빨리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노아리라고 빨리 정해지기를 바라지 않는 건 아니었다.하지만 여자 쪽에서 먼저 말을 꺼내기는 어려웠다.그래서 노아리는 민도하가 먼저 입을 열 때까지 오래도록 기다렸다.다만 아직 민도하에게서 원하는 말을 듣지는 못했다.노아리는 잠시 생각하다가 민도하에게 물었다.“도하야, 나 민 회장님께 가서 인사드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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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민도하는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다. 얼굴의 절반 가까이가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그래도 강서이는 한눈에 민도하를 알아보았다.민도하도 걸음을 멈추고,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강서이를 바라보았다.햇빛이 창을 타고 희미하게 스며들었다. 누렇게 물든 빛과 그림자 속에서 민도하의 가슴이 조용히 오르내렸다.민도하의 입술이 살짝 움직였다. 무슨 말이라도 꺼내려는 듯했다.강서이는 민도하에게 입을 열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대로 발길을 돌려 떠났다.여전히 망설임 없이 깔끔했다.낯설었다. 처음부터 서로를 몰랐던 사람처럼.강서이는 차라리 이게 낫다고 생각했다.‘민도하는 결혼에서 손익을 따졌고, 나는 더 늦기 전에 빠져나온 거야.’이제부터는 각자 다른 길을 걸으면 그만이었다. 다시 얽힐 일도 없었다.민도하는 그 자리에 한동안 서 있다가, 뒤늦게 걸음을 옮겼다.골프장에서는 서태우가 서한승에게 연달아 지고 있었다. 완전히 눌린 탓에 더는 지고 싶지 않았다.“도하는 왜 이렇게 오래 걸려? 더 안 오면 나 속옷까지 털리겠는데!”서태우가 죽는소리를 했다.노아리가 말했다.“내가 가서 보고 올게.”노아리가 자리를 뜨자, 서태우는 부러운 듯 중얼거렸다.“둘이 사이 진짜 좋다.”말을 마친 서태우는 땀을 닦고 있는 서한승을 향해 장난기 어린 눈을 보냈다.“형, 형은 어때?”서한승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아무 느낌 없어.”“에이, 아닌 척하지 마.”서한승은 굳이 설명할 마음이 없었다. 핸드폰을 꺼내 강서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새 차는 어떤지 묻는 내용이었다.서한승은 강서이가 지금 식사 자리 때문에 답장을 못 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도 메시지를 보냈다.그다음에는 한참 동안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았다.강서이는 접대 중 잠깐 비는 틈에 그 메시지를 확인했다. 짧게 답장을 보냈다.[괜찮아요.]한참 기다리고 있던 서한승은 답장을 보자 저도 모르게 입가가 올라갔다.그런 서한승의 모습을 서태우가 놓치지 않았다. 호기심이 동한 서태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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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두 사람이 골프장으로 돌아왔을 때, 노아리와 민도하의 분위기는 다정하고도 달콤했다.서태우가 기다렸다는 듯 두 사람에게 이야깃거리를 꺼냈다.“너희 이제야 왔네! 나 방금 완전 신기한 거 알아냈어!”노아리가 웃으며 물었다.“뭔데?”“우리 은행장님, 수상해!”그 말을 듣자 노아리는 의미심장하게 서한승을 한 번 바라보았다.남유환만 호기심 어린 얼굴로 서한승에게 물었다.“여자야? 누군데? 예뻐? 언제 우리한테 소개해 줄 거야?”서한승은 긴 벤치에 몸을 느슨하게 기대며 나른하게 말했다.“예뻐.”“거봐, 내가 수상하다고 했잖아!”서태우가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남유환이 물었다.“얼마나 예쁜데? 아리보다 예뻐?”“예뻐.”서한승의 대답은 망설임이 없었다.노아리는 잠시 멈칫했다.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도 금세 옅어졌다.남유환도 점점 더 궁금해졌다.“그렇게 말하니까 나도 한번 보고 싶네.”서한승이 말했다.“아직은 때가 아니야.”그 뒤로 서태우와 남유환이 아무리 캐물어도, 서한승은 더는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다.서태우는 민도하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일에 관심을 두지 않는 걸 보고 참지 못해 물었다.“도하야, 안 궁금해?”민도하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낮게 떨어지는 말끝이 묵직했다.“궁금할 게 뭐 있어. 한승이가 데려와서 소개하면 그때 보면 되지.”서한승이 희미하게 웃었다.“그럴 거야.”...월요일 이른 아침, 강서이는 하장현을 데리고 남태휘를 만나러 갔다.남태휘는 남유환을 함께 데리고 나왔다.아마 남태휘가 곁에 있어서인지, 남유환은 예전처럼 강서이에게 거만하게 굴지 않았다. 오히려 제법 예의를 차리는 편이었다.하지만 강서이의 태도는 여전히 담담했다. 남유환에 대해 가졌던 인상이 달라진 건 아니었다.남유환은 스스로 일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강서이한테 그렇게 모질게 굴지 말 걸.’무던한 편인 하장현마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하장현은 몰래 강서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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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남유환은 곧바로 노아리에게 답했다.“다음에 하자. 강 대표랑 업무 얘기를 해야 해서 오늘은 좀 어렵네.”이 대답은 노아리의 예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다.노아리는 잠시 멈칫했다가, 겨우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래. 그럼 우리는 먼저 들어갈게.”말을 마친 노아리는 민도하에게 말했다.“우리 들어가자. 손 대표 오래 기다리시게 하면 안 되잖아.”사실 그 말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됐다.그럼에도 입 밖으로 꺼낸 건, 일부러 무언가를 드러내려는 의도가 분명했다.‘손 대표?’강서이의 미간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설마 선도기술의 손규원 대표?’노아리는 안으로 들어가기 전, 스치듯 강서이를 한 번 훑어보았다.그 시선에는 깔보는 듯한 기색과 우쭐함이 섞여 있었다.그 눈빛 하나로 강서이는 마음속 짐작을 확신했다.민도하가 결국 움직였다.노아리를 위해서라면 민도하는 정말 못 할 일이 없는 모양이었다.남유환이 눈치껏 물러난 덕분에, 강서이의 태도는 조금 누그러졌다.계속 마음을 졸이던 남유환도 속으로 조용히 안도했다.식사 자리에서 세 사람은 줄곧 협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남유환은 그 자리에서 강서이가 비즈니스에서 업무를 다루는 방식이 얼마나 뛰어난지 직접 보게 되었다.남유환은 문득 깨달았다. 예전의 자신은 강서이를 색안경을 끼고 편견 가득한 눈으로 보았다는 걸.그저 빼어난 미모와 처세로 민도하 곁에 오래 머문 여자라고만 여겼다.민도하가 강서이를 버리고 노아리를 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남유환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외모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붙잡는 건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고 생각했으니까.결국 사람에게는 제대로 검증된 실력이 있어야 했다.그런데 지금 남유환의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다.강서이를 바라보는 눈에 어느새 감탄이 섞였다.중간에 강서이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 화장실에 간 것은 아니었다. 식당 직원을 붙잡고 조용히 상황을 물어보기 위해서였다.민도하가 초대한 사람은 역시 손규원이었다.강서이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돌아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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