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의 모든 챕터: 챕터 291 - 챕터 300

334 챕터

제291화

그로스캐피탈과 꿈결엔진은 같은 건물에 있었다. 이봉석은 조금만 알아봐도 진재언이 그곳에 왜 갔는지 알 수 있었다.“헛수고하지 마. 게임 만드는 데 돈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 줄 알아? 그로스캐피탈 같은 작은 회사가 얼마나 투자해 줄 수 있겠어? 차라리 돌아와서 나랑 일해.”“프라임로드투자가 뒤를 받쳐 주고 있으니 내 쪽이 훨씬 미래가 있어. 그렇게 되면 네 차도 바꿔 줄 수 있잖아. 봐, 나는 새 외제차로 바꿨잖아.”진재언이 마침내 시동을 걸 수 있었다. 손을 들어 차창을 짚고 있던 이봉석의 손을 쓱 치우면서, 차분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던졌다.“관심 없어.”그러고는 곧바로 차를 몰고 떠나 버렸다.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던 이봉석의 표정이 빠르게 어두워졌다.“좋아, 진재언. 기껏 손을 내밀어 줬더니 거절해? 두고 보자. 네가 완전히 바닥까지 추락하는 날이 올 테니까.”...금요일, 서한승은 B시에 막 도착하자마자 강서이에게 전화를 걸어 식사 약속을 잡았다.두 사람은 강한 향신료로 유명한 퓨전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기로 했다.강서이는 서한승이 많이 지쳐 보인다는 걸 알아차렸다.그럴 만도 했다.ZH은행은 완전히 엉망인 상태였다.그런데도 서한승은 강서이의 일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먼저 물었다.“오늘은 일 얘기하지 말아요. 그냥 밥만 먹어요.” 강서이는 그에게 매콤한 해산물 수프를 한 그릇 덜어주었다.서한승이 웃었다.“그래, 일 얘기는 안 할게. 그럼 다른 얘기나 하자.”강서이가 무슨 이야기를 할 건지 묻기도 전에, 서한승이 먼저 입을 열었다.“다음 주 목요일이 우리 지도교수님 환갑이야. 교수님 찾아뵐 거야?”강서이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마음속에서는 망설임이 일었지만, 결국 이렇게 말했다.“제가 가면 괜히 기분만 상하게 해 드릴 거예요.”“그건 네 추측일 뿐이야. 교수님이 그동안 너에 대해서 한 번도 언급하지 않으셨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아?”“절 벌써 잊으셨다는 뜻이겠죠.”서한승이 웃음을 흘렸다.“두 사람은 대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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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강서이는 그제야 걸음을 멈췄다.민도하는 정말 한약만 건넨 뒤 돌아섰고 한마디도 더 하지 않았다.너무 정상적인 모습이라서 오히려 낯설었다.집에 돌아오자마자 강서이는 진인자에게 전화를 걸었다.진인자는 전화를 받자마자 약을 받았는지 물었다.강서이는 방금 받았다고 했다.[그럼 민 대표가 꽤 기다렸겠네요.]진인자가 중얼거렸다.강서이가 이 전화를 건 데는 이유가 있었다. 앞으로는 민도하에게 약을 부탁하지 말라고 분명하게 말해야 했다.민도하와 강서이 사이에는, 이제 어떤 가능성도 없으니까.하장현은 강서이가 민도하 앞에서 전혀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그 점은 강서이도 부정하지 않았다.다만 그 흔들림 없는 사람이 되기까지 얼마나 큰 대가를 치렀는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머리가 멀쩡하지 않은 사람만이 같은 실패를 두 번 반복할 수 있을 것이다.“이모님, 앞으로는 민 대표 편으로 약 보내지 마세요. 일터 외에는 민 대표와 어떤 접점도 갖고 싶지 않아요.”진인자는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요.]“차라리 약 처방을 저한테 주세요. 제가 직접 약재를 사서 한의원에 맡길게요.”[처방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그 안에 구하기 어려운 약재가 몇 가지 있는데, 제가 시골에 부탁해서 어렵게 구하는 거예요.]진인자는 강서이를 달랬다.[제가 귀찮게 한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서이 씨도 알잖아요. 저는 전혀 귀찮지 않아요. 제가 달이는 게 더 익숙하고, 더 꼼꼼하게 챙길 수 있어요.]잠시 말을 멈췄다가, 진인자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서이 씨, 민 대표와 헤어졌다고 해서 나까지 멀리하고 싶은 건가요?] [민 회장님도 그래요. 겉으로는 아무 말 안 하셔도, 사실 서이 씨 걱정을 많이 하세요. 사업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도 자주 살피고요...]강서이는 민도하와는 마음 편히 선을 그을 수 있었다. 그동안 민도하에게는 할 만큼 했기에, 이제는 미련도 없었다.그러나 진인자와 민 회장에게까지 차갑게 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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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특히 서태우의 목소리가 커서 강서이에게도 들릴 정도였다.서태우가 말했다.“아, 알겠다. 오늘 두 사람 예물 고르러 온 거네. 아리가 고르고, 도하가 사 주는 거지.”“나는 두 사람 염장 지르는 거 보러 온 거고!”노아리가 웃으며 서태우를 달랬다.“너도 골라 줘. 내가 너무 많이 보면 헷갈릴 것 같거든. 같이 봐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잖아.”“좋아. 나도 하나 낙찰 받아서 너희 약혼 선물로 줄게.”“그렇게까지 돈 쓰지 않아도 돼.”“당연히 해야지! 너희한테 큰일인데.” 서태우는 고집을 부렸다.한창 즐겁게 떠들던 서태우는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가, 뒤에 있는 사람을 보자 말까지 더듬었다.“강, 강, 강서이!”강서이는 서태우를 상대도 하지 않았다. 무표정하게 세 사람을 지나쳐서 뒤쪽의 일반석으로 향했다.강서이를 보고 놀란 서태우는 조용해졌다.민도하는 별다른 반응 없이 두 사람을 데리고 VIP석에 앉았다. 시야가 가장 좋은 맨 앞줄이었다.반면 강서이의 자리는 거의 마지막 줄에 가까웠다.둘 사이에는 통째로 두 구역이나 떨어져 있었다.오히려 조용해서 좋았다.강서이가 경매장에 온 목적은 분명했다. 자신이 원하는 물건만 살 생각이었기에 다른 사람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민도하 일행에게 관심을 둘 이유도 없었다.강서이는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으로 업무를 처리했다. 중간중간 진재언과 프로젝트 이야기도 나누었다.진재언의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한 이상, 먼저 회사를 제대로 세우는 데 도움을 줘야 했다.요즘 김설도 진재언 쪽에 배치해서 돕도록 했고, 강서이도 시간이 날 때마다 진행 상황을 보러 갔다.앞쪽에 있는 서태우는 자리에 앉고도 왠지 불안했다.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제 강서이를 보면 쥐가 고양이를 본 것처럼 괜히 위축되고 불편했다.남유환은 서태우가 강서이에게 제대로 당해서 PTSD가 생긴 거라고 했다.그 설명은 꽤 그럴듯했다.물론 서태우는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일주일 동안 머리를 싸매고 겨우 써냈던 만 자짜리 반성문을 떠올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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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서태우는 남유환이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경매장에 도착했는지 무척 궁금했다. 하지만 남유환 옆에 앉은 강서이를 보고는 호기심을 억지로 눌러 버렸다.강서이를 피하는 일은 이제 서태우에게는 본능에 가까웠다.서태우가 자리에 앉자 경매가 시작됐다.노아리는 경매 목록을 넘기며 펜으로 마음에 드는 물건에 표시를 하고 있었다.기록을 보니 이미 꽤 많은 물건을 골라 둔 듯했다.대부분은 보석류였고, 예물로 쓰기에 알맞은 것들이었다.서태우가 곧장 말했다.“이따가 하나는 내가 낙찰 받게 해 줘. 너희 약혼 선물로 줄 거니까.”“그럼 고맙게 받을게.”“당연하지.”서태우는 다시 강서이 쪽을 돌아보았다.남유환은 여전히 강서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몸까지 옆으로 돌린 채 시선은 줄곧 강서이에게 향해 있었다. 상체도 자연스럽게 강서이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서태우는 뒤늦게 멈칫했다. 어떤 가능성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노아리가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왜 그래?”서태우는 말하자니 애매하고, 말을 안 하자니 더 애매했다.결국 노아리가 서태우의 시선을 따라 뒤를 돌아보았다.그 장면을 본 노아리의 표정도 살짝 달라졌다.미소가 남아 있던 눈빛이 서서히 싸늘해졌다.서태우도 알아차린 걸 노아리가 알아차리지 못할 리 없었다.다만 이해할 수가 없었다.‘유환이는 대체 강서이의 어디를 보고 마음이 끌렸을까?’‘장난삼아 만나 보려는 것일 수도 있지.’하지만 그렇다 해도 노아리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노아리는 남유환을 친구라고 생각했고, 친구라면 당연히 자신의 편에 서야 한다고 여겼다.그래서 좋지 않은 표정으로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 만약 남유환의 아버지가 이 일을 안다면 분명 반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강서이의 출신은 정말 내세울 만한 것이 못 되었으니까.그 생각이 들자, 노아리는 이예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엄마, 유환이 어머니랑 친해요?]이예수가 답했다.[괜찮은 편이지. 왜?][별일은 아닌데, 알게 된 게 있어서요. 요즘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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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강서이는 곧바로 사양했다.“괜찮아요. 여기가 조용해서 좋아요.”남유환은 앞줄의 사람들을 바라보고는 강서이의 말이 꽤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강서이도 물었다.“앞쪽으로 안 가세요?”남유환은 고개를 저었다.“저도 안 갈래요. 저도 조용한 게 좋거든요.”두 사람이 한창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성이남이 도착했다.강서이를 먼저 발견한 성이남은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곧바로 시선을 거두고 앞쪽으로 향하더니, 맨 앞줄 한가운데에 앉은 노아리를 한눈에 알아봤다.하지만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생각을 바꿔 두 번째 구역으로 향했다.사실 성이남도 경매장의 VIP였다. 하지만 노아리 곁에는 민도하가 있어서 자신이 굳이 가까이 가서 방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두 번째 구역을 택했다.두 번째 구역은 강서이 앞쪽과 노아리 뒤쪽인 중간 자리였다.경매가 한동안 진행된 뒤, 노아리가 마음에 들어 한 물건이 등장했다.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 시작가는 18억 원.꽤 비싼 물건이었다.최근 몇 년 사이 다이아몬드 가격은 미친 듯이 올랐다. 게다가 이미 광산이 막힌 라인의 원석이라면 더했다.다만 경매에 나온 이 목걸이도 중앙의 보석만 5캐럿 다이아몬드였고, 나머지는 색은 비슷하지만 가격 차이가 큰 탄자나이트였다.노아리는 망설임 없이 손을 들고 가격을 불렀다. 씀씀이도 컸다.곧바로 27억 원까지 호가를 올렸다.장내가 잠시 술렁인 뒤, 누군가 29억 원을 불렀다.거의 바로 다음 호가에서 노아리가 다시 패를 들었다.36억 원.그런 식의 입찰 방식은 이 목걸이를 노리던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꺾기에 충분했다.거의 두 배에 가까운 가격을 얹어 가며 살 사람은 없을 테니까.노아리가 그렇게 부를 수 있는 건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자신감은 바로 민도하가 준 것이었다.민도하의 총애를 등에 업은 노아리는 결국 그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손에 넣었다.지난번 연회에서 강서이에게 밀린 뒤로, 노아리는 다이아몬드에 이상할 정도로 집착하게 되었다.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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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누군가 속으로 슬쩍 계산을 해 봤다.경매가 시작된 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노아리는 100억 원이나 써 버렸다.역시 금융가의 신흥 강자다운 씀씀이였다. 한 번 손을 들었다 하면 금액부터 달랐다.약혼녀를 향한 민도하의 애정도 각별했다. 여자 하나를 위해 거액을 아끼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노아리는 마치 승자라도 된 사람처럼 입가의 미소를 좀처럼 거두지 못했다.대수롭지 않은 척 고개를 돌린 노아리의 시선이 강서이가 앉아 있는 쪽을 스쳤다.‘경매가 절반 넘게 진행되는 동안 강서이는 단 한 번도 손을 들지 않았는데...’‘설마... 살 돈이 없어서일까?’‘돈도 없으면서 경매장에는 왜 온 거지?’주얼리 경매가 끝난 뒤부터 고서화와 골동품류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제야 강서이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입찰할 준비를 했다.강서이가 눈여겨본 고서화의 시작가는 5천만 원이었다. 강서이는 규정대로 6천만 원을 불렀다.중간에 다른 사람이 따라붙었고, 금액은 차근차근 1억 원까지 올랐다.강서이가 다시 패를 들려고 하는데, 가운데 좌석 쪽에서 누군가가 가격을 불렀다.“5억 원.”‘뭐야?’‘누가 저 사람들에게 돈을 저렇게 쓰라고 가르친 거야?’강서이는 목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다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말문을 잃었다.성이남이었다.역시 노아리와 어울리는 사람답게 입찰 습관까지 똑같았다.강서이가 그 고서화를 꽤 마음에 들어 하는 걸 알아차린 남유환이 곧장 패를 들었다.“6억 원입니다.”강서이는 남유환이 본인의 소장용으로 사려는 줄 알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그런데 성이남이 다시 패를 들었다.“10억 원.”강서이가 미간을 찌푸렸다.“웃돈이 너무 붙었어요. 굳이 살 필요 없어요.”강서이는 사업하는 사람의 마인드로 움직였다. 물건을 살 때는 오직 그 값어치가 있는지만 따졌다.이 고서화는 분명히 그만한 가치는 없었다.어차피 후보는 더 있었다. 다음 것을 보면 됐다.결국 그 고서화는 성이남이 10억 원에 낙찰받았다.강서이가 두 번째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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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노아리는 성이남 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눈빛에는 기대가 어렸다.성이남은 원래 계속 따라붙으려고 했지만, 노아리의 눈빛과 마주치자 들어 올리려던 손을 도로 내렸다.더는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결국 그 고서화는 100억 원에 낙찰되었다.남유환마저 감탄을 금치 못했다.“도하 저 녀석, 스케일이 너무 크잖아요. 예물만 200억 원이면 예단은 얼마나 더 하려는 겁니까? 친구들 숨 좀 쉬게 해 줘야죠.”낙찰된 두 점 모두 자신과는 무관한 걸 확인한 강서이는 더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곧이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남유환에게 인사를 건넸다.“전무님, 저는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가 보겠습니다.”“저도 볼일이 있어서요.”남유환도 곧바로 일어섰다.“전무님은 아직 아무것도 안 사셨잖아요.”“사고 싶은 게 남한테 넘어갔으니 강 대표님이랑 똑같죠. 참 신기하죠? 우리 둘 다 빈손이네요.”남유환의 재치 있는 말에 강서이가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네요. 꽤 신기하네요. 그럼 같이 나가시죠.”남유환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곧장 강서이를 따라붙었다. 혹시라도 마음이 바뀔까 봐 발걸음도 빨랐다.경매장을 나선 강서이는 주차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남유환의 차는 반대편 주차장에 있었지만, 강서이를 따라서 계속 걸었다.“강 대표님, 어차피 만난 김에 식사라도 하시죠.”“오늘은 안 돼요. 볼일이 있어서요. 다음에 하시죠.”예상대로 강서이는 정중히 거절했고, 남유환에게 인사를 건넨 뒤 차를 몰고 떠났다.처음부터 끝까지 5분도 걸리지 않을 만큼 깔끔했다.남유환은 멀어지는 강서이의 차를 바라보며 묘한 허전함을 느꼈다.사실 남유환은 강서이에게 솔직히 말하고 싶었다. 마음이 있으니까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하지만 지난 7년 동안 자신이 강서이에게 얼마나 못되게 굴었는지 남유환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었다.두 회사의 협력 관계가 아니었다면, 강서이는 남유환과 말 한마디도 길게 섞지 않았을 것이다.서태우를 대하는 것처럼.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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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강서이는 의아했다.“약혼 청첩장까지 돌렸는데 아직 장소도 안 정했어요?”부사장이 웃으며 설명했다.[그게 아니라요, 노아리 본부장님이 결혼식장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드신다고 해서, 민 대표님이 같이 가서 식장 안을 다시 손보고 계신 거예요.]거기까지 말한 부사장의 목소리에는 감출 수 없는 부러움이 묻어났다.[민 대표님이 노아리 본부장님을 얼마나 애지중지하시는지 강 대표님은 모르실 거예요. 소설 속 재벌 남주가 현실로 튀어나온 격이라니까요.]강서이의 관심은 그런 데 있지 않았다. 부사장에게 물었다.“그럼 부사장님네 양 사장님은요? 아직 휴가가 안 끝나셨어요?”[아... 아직 모르세요?]부사장이 좀 머뭇거렸다.“뭘요?”부사장은 이미 공개된 소식이니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강서이도 협력사 대표라 앞으로 마주칠 일이 많을 테니, 아예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양정원 사장님은 노아리 본부장님과 경영 방향이 안 맞아서 팀을 통째로 데리고 영승반도체에서 나가셨어요.]“언제 일이에요?”‘왜 아무런 소문도 들리지 않았을까?’[바로 이번 주 월요일이에요.]부사장이 날짜를 짚어 주었다.강서이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경매가 있던 바로 그날 아니야?’양정원은 영승반도체의 핵심 인물이었다. 영승반도체가 정식으로 설립되기 전부터 민도하와 함께 고생한 사람이었다.근무 연차도 상당했다. 공도 세우고 궂은일도 도맡은, 영승반도체의 기둥 같은 존재였다.‘그런 사람을 민도하가 그렇게 쉽게 내보냈다고?’‘내보내고도 그 첫사랑을 데리고 신나게 경매장을 누비며 돈을 펑펑 썼다고?’강서이는 이제는 민도하가 다중인격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접었다.차라리 민도하가 딴사람에게 몸을 빼앗겼거나, 아니면 환생이라도 한 게 아닐까 싶었다.민도하의 몸에 들어간 사람은 노아리밖에 모르는 호구가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민도하, 정말 대단해!’강서이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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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강서이는 최대한 빨리 민씨 저택으로 도착했다.정문을 들어서자 민두해가 아직도 마당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날은 곧 어두워질 참이었고, 기온도 낮보다는 뚝 떨어져 있었다.밤바람이 정원의 나뭇잎을 스쳐 서걱서걱 소리를 냈다.강서이가 큰 소리로 불렀다.“회장님.”민두해는 넋이 나가 있어서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강서이가 조금 더 다가가서 다시 불렀다.“회장님.”“아, 서이야.”민두해가 그제야 조금 반응을 보였다.강서이는 그때야 민두해의 얼굴을 제대로 봤다. 정말 살이 쫙 빠져 있었다.“왜 안으로 안 들어가세요? 바람이 찹니다. 감기 걸리실 수 있어요.”강서이가 민두해 앞에 쪼그려 앉으면서 참을성 있게 말을 건넸다.“몰랐네.”민두해는 그제야 날이 저물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듯했다.“제가 모시고 들어갈게요.”“그래.”강서이가 민두해의 휠체어를 밀고 안으로 들어가자, 진인자가 주방에서 반찬을 들고 나오고 있었다. 진인자는 강서이를 보자 눈이 환해졌다.“서이 씨 왔네요. 마침 잘됐어요. 식사도 다 됐으니까 바로 드시면 됩니다.”“먼저 손 씻으러 가시죠.”강서이는 익숙하게 가방을 소파에 던져 놓고는 민두해를 밀어 손을 씻으러 갔다.저녁상은 푸짐했다. 전부 진인자가 정성껏 준비한 음식이었다.강서이가 있어서 민두해도 억지로나마 좀 들었다.진인자는 이게 요즘 들어 근래 민두해가 가장 많이 먹은 식사라고 했다.“회장님, 식사는 제대로 하셔야 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몸이 제일 중요합니다.”강서이가 타이르듯 말했다.민두해는 한숨을 내쉬었다.“요즘 들어 마음은 있는데 몸이 안 따라 줘. 나이가 들어 그런지 머리도 잘 안 돌아가고, 정신도 통 집중이 안 돼. 회의할 때도 자꾸 딴생각에 빠지고.”민두해는 예전에 아주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다. 다리를 다친 건 물론이고, 머리도 크게 다쳐서 수술도 여러 차례 받았다.의사는 머리를 지나치게 쓰면 극심한 두통이 올 수 있다고 했다.그래서 민두해는 몸이 회복된 뒤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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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알고 보니 큰돈을 들여 이 고서화를 낙찰받은 건, 노아리를 대신해 민두해의 환심을 사려던 것이었다.어쩐지 그렇게 아낌없이 돈을 쓰더라니.“그래도 이 그림한테 화풀이하실 건 없잖아요. 꽤 비싼 건데, 버리면 너무 아까워요.”강서이는 그저 이 고서화가 아까울 뿐이었다.“그럼 네가 좀 처리해라. 중고 거래 앱에 올려서 천 원에 팔아 버려. 눈에 거슬리게 여기 두지 말고.”민두해는 정말로 싫어했다. 강서이가 오지 않았다면 이 고서화는 내일 쓰레기장에 처박혔을 게 뻔했다.“그건 너무 밑지는 거예요.”“밑지긴. 원래 버릴 건데, 천 원이라도 건지면 남는 장사지.”강서이는 부자의 사고방식에 도무지 공감이 안 될 때가 있었다.그리고 이제는 알 만했다. 민두해는 정말로 이 고서화를 버릴 사람이었다.강서이가 절충안을 하나 궁리해 냈다.“회장님, 이렇게 하시죠. 제가 전문 감정사를 불러 이 고서화 감정을 받아볼게요. 값이 얼마로 나오든, 그 값을 제가 계좌로 보내 드릴게요.”“그 고서화가 마음에 드니? 그럼 그냥 가져가.”민두해는 거의 생각도 하지 않고 말했다.강서이는 역시 그럴 줄 알았다.“그냥 받을 수는 없습니다. 제가 사겠습니다. 회장님께서 주신다고 하면 안 받겠습니다.” “게다가 제가 말씀드린 방식대로면 회장님도 밑지시는 거니까, 그냥 주시는 거나 다름없습니다.”민두해도 강서이가 어떤 성격인지 잘 알았다.선물로 그냥 주겠다고 하면 강서이는 절대 받지 않을 사람이었다.그래서 민두해가 먼저 물러섰다.“알았다. 네 말대로 하자.”강서이는 민두해와 진정차를 마신 뒤 자리에서 일어나서 작별을 고했다.진인자는 약뿐 아니라 강서이가 먹을 음식도 잔뜩 챙겨 주었다.과일과 평소 만든 새우만두 같은 간편식들이었다. 진인자는 꼭 식사를 챙겨 먹으라고 했다. 건강에 안 좋다고 컵라면으로 대충 때우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강서이는 매번 이 집에 오면 먹고 또 받아 가기만 하는 것 같아서 괜히 민망해졌다.진인자는 오히려 즐거워했다.“서이 씨, 시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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